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49)
549화. 전사들의 도시 ‘아스가르드’ (3)
“……예?”
“그게 무슨….”
전화를 받은 유연화와 이태민의 동공이 급속도로 흔들렸다.
조금 전 걸려 온 통화의 내용이 터무니없던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시련의 탑 게이트 폭발 사고.] [원인은 마력 누출? 아니면 협회의 비밀 실험?] [정부와 각 길드의 조사관들이 조사 중.]서울과 시련의 탑을 연결하는 게이트가 소실됐다.
정확히는 건물 전체가 무너져내리면서 게이트가 그 안에 파묻혀버린 것이다.
상황이 워낙 중대했기에, 단군과 싸울아비 등 대형 길드들을 포함해 한국의 랭커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였다.
한상진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을 한 채 모두의 앞에 섰다.
“다들 눈치 채셨겠지만, 이번 일은 단순한 사고가 아닙니다. 누군가 작정하고 이곳을 노린 거죠.”
폭탄 같은 말.
대부분 어렴풋이 예상은 했으나, 그 사실이 협회장의 입에서 나오자 충격은 배가 되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서울 한복판에서 테러라니.”
“어떤 미친 놈들이 한 짓입니까?”
“해외에서 벌인 거라면….”
“우리가 앞서 나가니까 견제라도 하는 거야, 뭐야!”
각양각색의 반응이 터져 나왔다.
온갖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만큼 그 누구라도 범인이 될 수 있었다.
“유일하게 건진 단서라곤 아직까지 하나. 이자가 바로 용의자로 추정되는 인물입니다.”
한상진이 리모컨을 조작했다.
CCTV 화면이 재생되고.
그곳엔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거구의 남자가 나타났다.
겉보기엔 굉장히 큰 덩치를 지닌, 조금 특이한 외모의 외국인이다.
“서양 쪽…입니까?”
“처음 보는 얼굴인데….”
“그보다, 놈의 동료는 어디에 있는 거죠? 화면에는 혼자 밖에 안 보이는데요?”
상대는 고작 한 명.
게다가 기존 정보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인물이다.
랭커가 아닐 테니 당연히 제3의 인물들이 있을 거라고 예측할 수밖에 없는 노릇.
하지만, 이어지는 장면에 지켜보던 모두의 상식이 완전히 무너졌다.
서걱!
검을 휘두르는 동작은 간결했으나, 그 가벼운 칼질 한 번에 건물 전체가 박살났다.
특수 강철에 마정석을 코팅해둔 외벽이 일검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심지어 저기 있는 게 검성 천유성이라 할지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고유 능력은 물론 스킬을 발동한 흔적조차 없었으니까.
분위기가 한층 더 무거워졌다.
충격을 넘어선 공포가 여기에 모인 모든 이들의 심장에 파고들었다.
“적은… 강합니다.”
김원석이나 차성호 역시 협회에서 선별한 정예.
각성을 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20층대에서의 던전과 유적 공략 경험도 있는 베테랑들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제대로 된 반항 한 번 하지 못한 채 죽은 것이다.
그것도 단 한 명한테.
“일단, 이번 일에 대해서는 절대 외부에 발설해서는 안 됩니다. 상대의 정체와 의도를 알지 못 하는 이상 소수 인원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각 길드의 마스터들과 최상위 랭커들.
총 9명이 비밀을 아는 총원이다.
“방향성을 정했으면, 이제 상대가 누군지부터 파악해야겠네요.”
이태민이 마력을 끌어모았다.
[기계군주 – ‘정찰 드론’을 발동합니다.]우우웅!
수십 개의 드론들이 잔해 더미를 뒤지기 시작했다.
작은 단서라도.사소한 흔적이라도 찾아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하아. 어쩔 수 없지.”
유연화도 건틀릿에 마력을 주입한 채 파편을 들어올렸다.
근력 스탯이 무지막지한 덕에 집채만 한 바위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 ⁕ ⁕
아스가르드의 중앙.
12시간 넘게 이어진 회담은 서로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쳇바퀴처럼 맴돌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오딘이 검지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대화에 지칠 대로 지쳐버린 탓이다.
“어차피 첫 날에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으니까.”
“동감이다. 오늘은 좀 쉬고 내일 다시 보는 걸로.”
“후후. 탐색전치곤 나쁘지 않았어요.”
올림포스와 에덴 그리고 천세의 신격들도 역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흐응. 이래서야 완전히 헛심만 쓴 꼴이 아니더냐? 소득은 없고. 이래도 괜찮은 거야?”
반지 속에서 모든 걸 지켜보던 엘리스가 혀를 찼다.
하긴, 겉보기엔 하루 종일 허탕만 친 걸로 보이겠지.
“너무 걱정 마. 이것도 계획의 일부니까.”
“계획의 일부라고? 질질 끌었던 게?”
“응.”
절대 합의가 될 리 없다는 확신.
그리고 질질 끌릴 대로 끌린 회의시간의 피로가 겹쳤다.
상대를 흔들려면 지금이 최고의 타이밍이다.
진혁이 정원을 따라 우리엘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천사들과 함께 외곽으로 향하던 우리엘이 진혁이 다가오는 걸 눈치챘다.
“뭐지?”
“잠깐 시간 좀 될까? 할 말이 있거든.”
“꺼져라. 네놈이랑 할 말 따위 없다.”
우리엘이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그래? 그거 아쉽네. 에덴에 숨통을 트여줄 기가 막힌 방법을 한 가지 알려주려고 했는데…. 지금 꽤나 곤란한 상황 아니던가 너희들?”
진혁의 말에 우리엘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저 세치 같은 혀에 속았었다.
아예 처음부터 말을 섞으면 안 된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독이 든 성배인 걸 알면서도 쉽게 떨쳐내지 못하는 건….
……상대가 미끼를 던지는 타이밍이 너무나 완벽했기 때문이다.
‘들어보는 것 정돈 상관없겠지.’
그래도 순순히 제안을 받아들이기에 앞서 실력 행사 정도는 해둬야 할 터.
상대가 감히 누구에게 거래를 제안하는지 정도는 알려주어야 딴 생각을 할 여지를 뭉개버릴 수 있다.
“만약, 또 다시 장난질을 하는 거라면….”
쿠쿠쿠쿠!
[우리엘이 Lv??? ‘홀리 베일’을 발동합니다.]눈부신 빛이 사방으로 뿜어져 나왔다.
응축된 신성력이 그림자까지 새하얗게 물들였다.
그러나.
“……그러면 뭐?”
진혁은 우리엘의 신성력을 정면으로 받아냈다.
‘별의 가호‘로 만든 빛이 우리엘의 홀리 베일을 완벽하게 차단해버렸다.
파츠츠…!
파치칙!
빛과 빛이 격돌하며 은빛 파장이 퍼져나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우리엘이 어금니를 부러져라 깨물었다.
진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설마 대천사급의 신성력에도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는 수준일 줄이야.
이래서야 힘으로 압박하겠다는 계획은 완전히 소용없게 되었다.
오히려 기싸움을 계속했다간 부하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개망신을 당하게 될지도 모른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행동이 다급해졌다.
발산하던 빛이 순식간에 사라지며 목소리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어떤 계획인지 말해봐라.”
“너희가 지금 곤란한 이유는 승리 없이 패배가 누적되었기 때문이잖아. 전력은 막강한데 계속 실패만 해대니 결속력이 떨어질 수밖에.”
그렇다면.
“누구나 납득할 만한 짜릿한 승리 한 번이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지 않겠어?”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
그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말은 술술 나오는군. 우리라고 그걸 몰라서 안 하고 있는 줄 아느냐? 더군다나 네놈 말대로라면 가브리엘과 미카엘을 박살내야 한다는 건데, 같은 편인 네가 잘도 우리를 이기게 해주겠구나.”
이런 멍청한 수작질에 또 다시 속지 않을 거다.
우리엘이 단칼에 몸을 돌리려 했다.
“답답하긴. 왜 안에서만 치고받고 싸울 생각을 하지? 너희들의 오랜 숙적은 다른 곳에 있는데?”
에덴이 한 층계를 양분해 목숨을 걸고 싸운 진정한 적.
그것은 내부가 아닌 외부에 있다.
‘마계’라 불리는 마족들의 영역이.
“설마….”
“그래. 만약 내 부탁을 들어주면 너희가 마왕의 영토 중 한 곳을 손에 넣게 해줄게. 너희도 정보력이 뛰어나니 알고 있겠지만, 내가 마계에 대해 꽤나 빠싹하거든.”
고인물 코퍼레이션이 베리엘과 친하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
마왕 중에서도 상한가를 달리는 베리엘이 뒤에 있다면 정말로 다른 마왕의 영지 공략이 가능할지도 몰랐다.
이건 허풍이 아니다.
말도 안 되는 사기도 아니고.
“우리에게 원하는 게 뭐지?”
“간단해. 내일 회의에서 올림포스나 천세가 아니라 라그나로크를 지지해. 이 회담이 무사히 끝날 수 있도록. 그럼, 나도 약속한 정보를 넘기도록 하지.”
진혁이 푸른 인장이 찍힌 양피지를 건넸다.
조건이 충족된다면 봉인된 인장이 풀리는 특수 아이템이었다.
태양을 가득 받은 양피지가 희미하게 다른 빛을 띠었다.
“아직까지 여기에 있다는 건 내 제안에 관심이 있다는 뜻으로 여겨도 되려나?”
“…확실히 흥미가 있긴 하군. 좋아. 받아들이지.”
우리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으로 계약이 성립되었다.
‘좋아. 일단 하나는 우리 쪽으로 끌어들였네.’
올림포스도 본래 사전에 구두 계약을 해두긴 했는데, 어째서인지 접촉하는 데 있어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다.
아쉬운 쪽에서 오히려 배짱을 부리고 있는 상황.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건데….’
숨겨둔 카드가 뭔지 알기 전까진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
북유럽 쪽에 숨겨둔 첩자 역시 회담이 끝나기 전에 파악해두어야 했고.
‘이번 회담은 여러 의미에서 재밌네.’
이래서 시련의 탑은 아무리 해도 흥미가 떨어지지 않는다.
여러 개의 변수들이 얽히고설킨 이 상황에, 온 몸의 신경들이 기분 좋게 자극받았다.
⁕ ⁕ ⁕
같은 시각, 숙소에 도착한 올림포스 측에도 낯선 이가 방문했다.
스윽.
인기척이 느껴졌다.
“늦었네요.”
암브로시아를 마시던 아테나가 두건을 쓴 이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이나 기다렸다고 우리 쪽은. 북유럽 쪽 신들은 시간 약속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거야, 뭐야?”
옆에 있던 아르테미스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애초에 아폴론을 잃은 분노를 잊기 위해 술에 찌들어버린 아르테미스에게,
북유럽의 모든 신격들이 원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비록 그 대상이 자신들과 함께하기로 한 배신자라 해도.
“이런, 숙녀분들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나 보군요. 저도 빨리 오고 싶었지만, 감시가 심해서 빠져나오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설마, 의심하는 주신이 있다는 겁니까?”
아테나가 두 눈을 치켜떴다.
“그건 아닙니다만, 헤임달이 워낙에 이 일대를 꼼꼼하게 살피고 있어서요. 뭐, 어쨌든 꼬리를 밟히진 않았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당신이 안전하다고 하면 그런 거겠죠. 그보다…. 알려줄 정보라는 게 뭐죠?”
굳이 위험부담을 무릅쓰고 접선을 한 이유.
그것은 내일 회담이 시작되기 전에 반드시 공유해야 할 게 있었기 때문이다.
두건 사이로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강진혁이 에덴의 우리엘과 접촉했습니다.”
“놈이 그 고집불통 천사와 손을 잡으려 했단 말인가요? 우리엘의 입장에선 절대 강진혁과 한 배를 타려하지 않을 텐데요.”
“분위기를 봐선 꽤나 흥미로운 걸 제안한 듯 했습니다. 제 생각엔 내일 에덴 쪽이 북유럽에 붙을 확률이 높아 보이더군요.”
“그 멍청한 놈들이 기어이….”
콰드득!
아르테미스가 술잔을 통째로 우그러뜨렸다.
넘쳐흐른 붉은 포도주가 방바닥을 적셨다.
“당장 죽여버리겠어!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었는데, 그냥 다 쓸어버리자고!”
“진정하세요. 에덴 역시 완전히 넘어간 건 아닐 겁니다. 상대의 조건에 혹해 잠시 발을 뺀 다음에 눈치를 보겠다는 거겠지요.”
“박쥐 노릇 하는 걸 지켜만 보고 있자는 말이야!?”
“당연히 그건 아닙니다.”
아테나가 벽에 기댄 자신의 애병기를 들었다.
황금색을 띤 창에 은은한 빛이 서렸다.
“원래라면 며칠 뒤에 움직일 생각이었습니다만, 이토록 대놓고 도발을 해대니 어쩔 수 없군요.”
준비는 완벽하게 끝마쳐두었다.
이제는 또 한 번의 전쟁을 시작할 때이다.
“그 말만 기다렸어.”
아르테미스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동시에.
[아르테미스가 고유 능력 ‘달의 사냥’을 발동합니다.]“크르르….”
“컹!컹!컹!”
달빛 사이로 거대한 덩치를 가진 마수들이 거칠게 으르렁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