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50)
550화. 거대 세력들의 전쟁 (1)
모든 게 컴컴한 어둠 속에 잠긴 밤.
달마저 구름에 가려 그 빛을 잃어버렸다.
두두두두두!
그리고.
그 사이를 한 무리의 늑대들이 가로지르고 있었다.
고요하면서 빠르게.
아르테미스가 진혁이 있는 방향으로 접근했다.
“좀 더 빨리 움직이거라.”
“크르르!”
선두에 선 가장 큰 늑대가 속도를 올렸다.
툭. 탓! … 탓!
순식간에 절벽을 타고 위로 오르기 시작한 늑대들이 더욱더 박차를 가했다.
‘아슬아슬하겠는데, 기껏해야 몇 분 정도밖에는….’
헤임달이 이 일대 전부를 살피고 있는 상황.
아무리 헤르메스가 방해 공작을 펼친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그리 많이 남아 있지 않았다.
기습의 묘미를 살리려면 최대한 신속하게 공격을 해야 할 터.
아르테미스의 두 눈에 힘이 들어갔다.
바로 그때.
‘드디어…!’
저 위에서 익숙한 형태의 저택이 보였다.
지나치게 화려한 장식과 널찍한 규모.
북유럽 측에서 고인물 코퍼레이션에게 지급한 숙소가 틀림없었다.
몇몇 개의 횃불만 켜져 있는 걸 제외한다면 빛이 보이는 곳은 없었다.
당연히 인기척 역시 느껴지지 않았다.
이 시간이면 피로에 찌들어 잠들었겠지.워낙에 치열했던 설전이 이어졌으니까.
게다가 단순히 피로 누적이 아니더라도 아르테미스가 고유 능력을 발동하고 있는 도중에는 상대는 결코 기척을 감지할 수 없다.
[고유 능력 ‘달의 사냥’으로 인해 ‘마력 소실’ 효과가 발동되고 있습니다.] [남은 시간 0H : 2M : 33S]완벽한 사냥을 위한 사냥꾼의 제일 덕목.
그건 사냥감이 절대 자신이 사냥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르테미스의 고유 능력은 최강이라고 평가할 수 있었다.
‘짜증나는 결계들이 여러 개 펼쳐져 있어서 위치 식별이 잘 안 되네.’
단순히 파훼하는 것 자체야 쉬웠지만, 들키지 않게 파훼하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스윽.
새하얀 활에 화살이 걸렸다.
진혁이 잠들어 있는 곳을 확인한 아르테미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치명상을 입히면서도 최대한 오래 고통을 줄 수 있는 곳.
폐에 구멍이 생긴다면 서서히 물이 차면서 아주 서서히. 그러면서도 모든 세포의 감각을 느끼면서 죽게 될 것이다.
아르테미스가 침대를 노렸다.
부우웅!
화살이 허공을 가르고 날아갔다.
퍼억!
창문을 깨고 날아간 화살이 정확하게 침대의 한복판을 파고들었다.
……명중이다.
피 분수가 뿜어지며 침대가 반으로 접혔다.
바닥이 순식간에 질척질척한 붉은색으로 뒤덮였다.
“마무리해.”
아르테미스가 즉각 옆에 있는 늑대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컹! 컹! 컹!”
“크르르!”
“캬오오!”
거대한 덩치를 가진 회색 갈기의 늑대들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그런데.
앞에서 치고 달리던 늑대 한 마리가 갑자기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깨개갱!”
늑대보다 더 거대한 팔을 가진 베헤모스가 늑대를 통째로 들어올린 것이다.
현현.
정확히는 반만 현현해서 반인반수의 형태를 띠고 있는 거였지만.
“어머나. 이 야밤에 귀여운 강아지들이 담을 넘어서 들어왔네?”
베헤모스가 키득거렸다.
대조적으로 아르테미스의 고운 얼굴엔 주름이 생겼다.
“우리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그 녀석이 남의 집 안방에서 편하게 자는 건 취향이 아니라나 뭐라나 하더라고.”
“고대종 주제에 잘도 이죽거리는군. 하지만, 그리 잘난 놈도 정작 자기 주인을 지키지는 못했구나.”
깔끔하게 관통된 침대.
그 안에서 자고 있는 대상이 어떻게 됐을지는 굳이 보나 마나다.
하지만.
치명상을 입거나 죽었을 거라 생각했던 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야, 누구 침대인지 몰라도 아주 작살이 났네. 저기서 잤으면 그대로 골로 갔겠어.”
바로 옆에서 진혁이 파자마를 입은 채 나타났다.
꽤나 푹신해 보이는 수면용 슬리퍼와.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베개를 든 건 덤이었다.
“너…!”
아르테미스의 두 눈이 급속도로 팽창했다.
분명, 피가 뿜어져나오는 걸 봤는데.
어떻게 저렇게 멀쩡하게 걸어나올 수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건 진혁이 무슨 트릭을 썼는지를 파악하는 게 아니다.
저 빌어먹을 놈이 사지 멀쩡히 살아있고.
지금 당장 죽여 버려야 한다는 것이지.
“감히, 네놈이… 오라버니를… 내 하나뿐인 오라버니를 죽인 걸 알고 있느냐!”
눈 깜짝할 사이에 수십 개의 화살이 점멸했다.
퍼퍼퍼퍼퍽!
엄청난 속도다.
게다가 화살 하나하나가 기둥을 무너뜨릴 만큼 무지막지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진혁이 두 자루의 단검을 꺼냈다.
결계들이 박살나며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었다.
쿠쿠쿠쿠쿠!
이글거리며 피어오르는 푸른 기운.
이제는 숨길 생각도 없는지, 아예 대놓고 마력을 방출하고 있었다.
“명색이 휴전 회의에서 이렇게 난장판을 벌인다면, 헤임달이나 다른 주신들이 좋아하지 않을 텐데… 이거 뒷감당 가능해?”
“그깟 놈들 알 게 뭐냐? 어차피 이번 기회에 다 죽여 버릴 생각이다. 한 놈도 빠짐없이 전부!”
아르테미스가 기세등등하게 외쳤다.
저리 자신감이 넘치는 걸 보니 준비한 카드가 몇 개는 더 되나 보다.
우리엘이 빠진 공백을 메우고도 남을 만큼의 무언가가 있는 거겠지.
‘그나저나 저 히스테리녀의 활 솜씨는 언제 봐도 기가 막하긴 하네.’
진혁이 벽에 박힌 화살을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그때였다.
파스스!
화살이 산산이 부서지며 아르테미스의 화살통으로 이동했다.
무한의 화살.
목표를 파괴한 화살은 언제든지 그녀에게 되돌아간다.
“잠깐만 기다려 봐. 어허. 이런 것쯤은….”
진혁이 엉덩이를 길게 빼며 화살을 피했다.
퍼억! 퍽!
한 번, 또 한 번.
“백날 날려봤자.”
퍼퍼퍽!
그리고 연이어서 세 번은 더.
“소용없다니까?”
“미꾸라지처럼 피하는 걸 보니 속도는 자신이 있는 모양이구나. 허면, 나도 그에 걸맞은 방식으로 상대해주지.”
화살의 크기가 반으로 줄어들었다.
무게뿐 아니라 실려 있는 마력의 농도 역시.
파아앙…!
훨씬 가벼워진 화살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까는 인지할 수 있는 영역이었으나, 화살이 줄어든 이후부터는 그 궤도조차 파악할 수 없었다.
…핏!
푹!
화살이 볼을 스치고 바로 뒤에 있는 벽에 박혔다.
“후후후. 네놈도 빨간 피를 흘리는구나. 이제야 좀 재밌어지겠어.”
아르테미스의 입가에 처음으로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앞으로 수백, 수천 발의 화살이 이쪽의 심장을 노릴 테니까.
진혁이 혈관을 타고 모아두었던 마력을 빠르게 순환시켰다.
꿀렁 꿀렁!
‘전부 다 반응하기엔 무리야.’
그렇다면.
강제적으로 신체를 강화할 수밖에.
[고유 성창 ‘페이즈 2’가 발동됩니다!] [고유 능력 ‘툼그레이브의 오른팔’이 발동됩니다!]진혁의 몸이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검에 물든 몸.
한 마리의 표범을 떠올리는 것처럼. 날렵하게 변한 외형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 ⁕ ⁕
같은 시각.
오딘이 있는 위그드라실의 중심부에서도 이번 사태를 인지했다.
“올림포스 놈들이…?”
오딘이 두 눈을 부릅떴다.
“제정신들인가?”
“종전 회담에서 다시 전쟁을 일으키다니.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나머지 신격들도 지금 이 상황이 충격적이라는 듯, 저마다 한 마디씩 내뱉었다.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스스로가 패배를 인정하고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마련된 자리가 바로 이 자리였으니까.
“헤임달. 현 상황은 어떻지?”
“예. 헤르메스 놈이 방해 공작을 펼친 터라 정보를 수집하는 게 늦었습니다. 현재 아르테미스가 늑대들을 이끌고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강진혁 플레이어가 있는 숙소를 공격했습니다. 아테나와 아테나의 직속부대들은 곧장 발키리들이 모여 있는 곳을 타격했고요. 그 외에도 수많은 거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투가 일어나는 중입니다.”
헤임달의 말에 오딘의 이마에 굵은 심줄이 튀어나왔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북유럽의 은인인 진혁을 노렸다는 사실이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즉각, 지원을 보내고 적의 본진을 타격한다. 관리자들에게도 휴전이 깨졌다고 알리도록.”
“직접 나서시려는 겁니까?”
“물론이다. 감히 내 집의 안방에서 내 손님을 해하려 하고 우리에게 이빨을 드러냈으니.”
오딘이 궁니르를 소환했다.
[거점 ‘아스가르드의 가호’가 발동됩니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10%만큼씩 상승합니다!] [적대 세력에 대한 각종 페널티가 추가됩니다!] [거점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들이 배신자에게 적대감을 드러냅니다!]무시무시한 마력이 위그드라실과 공명하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우우웅!
하늘이 좌우로 갈라지며 푸른 번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올림포스의 제왕이자 최강의 주신 중 하나.
제우스의 ‘아스트라페’였다.
“저건…! 모두들 당장 피하거라!”
오딘이 날아오는 번개에 맞춰 궁니르를 휘둘렀다.
규격 외 성유물과 규격 외 성유물의 충돌.
두 신화를 지탱하는 거대한 마력이 한 점에서 맞부딪쳤다.
콰콰콰콰콰콰!
상상할 수 없는 충격파가 일어났다.
“크윽!”
“아아악!”
극한까지 방어 스킬을 중첩시킨 주신들조차 버텨내기 버겁다.
더군다나 워낙에 지근거리에서 일어난 폭발이었기에. 그 충격은 몇 곱절처럼 느껴졌다.
오딘이 구름 위에 서 있는 제우스를 바라봤다.
“제우스. 아직도 현실 파악을 못 한 채 우리에게 덤비려는 것인가?”
“딱 한 번 이겼다고 해서 기고만장해하지 말거라. 오딘이여. 그 1승을 쟁취하기 전, 수백 번의 패배 끝에 위그드라실을 잃어버렸던 것이 바로 너희들이었으니.”
“그래. 그리고 고작 한 번뿐인 패배에 박살이 나버린 건 너희였지.”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설전.
팽창할대로 팽창한 자존심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아무래도 더 이상 대화를 나누는 건 무의미하겠구나.”
“처음으로 생각이 일치하는군. 네놈들과는 같은 하늘을 이고 살아갈 수 없다. 그러니, 여기서 그만 끝을 보자꾸나.”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이전의 싸움이 이득을 저울질하기 위한 싸움이었다면.
지금부터는 한 신화의 존망을 건 처절하고 피비린내 나는 혈투가 펼쳐질 것이다.
⁕ ⁕ ⁕
…툭.
……콰앙!
화살이 반으로 쪼개졌다.
또 다시 허탕이다.
완전히 다른 형태로 변한 뒤로부턴 화살이 상대를 스치지 못했다.
속도에는 자신이 있다고 생각했건만, 어떻게 된 건지 상대는 사냥의 신인 자신에게 조금도 밀리지 않는 움직임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것도 달빛을 받고 있는 지금에서 말이다.
“큭!”
아르테미스가 혀를 차며 활을 위로 들어올렸다.
[Lv??? ‘달의 파도’가 발동됩니다!]달빛에 가린 은색 화살들이 하늘로 솟구쳤다.
그리고 공중에서 수십 개의 조각으로 갈라져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소나기처럼.
피할 곳이라곤 없어 보였다.
그런데. 정작 진혁은 그 폭우를 보고서도 조금도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
너무나 뻔하게 예측이 가능했던 일이었으니.
“12주신 중에서도 넌 제일 패턴이 단조로웠어. 조금만 궁지에 몰면 곧바로 저걸 사용하거든.”
“하! 궁지에 몰리니 별 소리를 다 지껄이는구나. 몇 초 안 되는 그 짧은 삶이나 실컷 즐겨두거라. 곧 고슴도치가 될 테니까.”
“글쎄.”
확실히, 저 많은 걸 다 쳐낼 수는 없겠지.
‘페이즈 2’로 반응 속도를 끌어올리는 거에도 한계란 있는 법이었으니.
하지만, 아르테미스의 ‘달의 파도’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화살을 쏘아올렸을 때 팔의 각도와.
시위를 얼마나 세게 당겼는지만 알 수 있다면.
‘어디에 화살이 떨어질지 정도는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지.’
거기에 바람의 방향과 습도까지 알고 있으니…. 이건 뭐, 정보가 충분하다 못해 넘칠 지경이었다.
‘천마신공’을 사용한 진혁이 ‘천마군림보’를 이용해 단숨에 거리를 좁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