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53)
553화. 아스가르드의 배신자 (1)
“왜 그러십니까?”
발두르가 되물었다.
“하하, 별건 아니고… 단순히 가호만 입히기엔 조금 아쉬워서요. 기왕 제대로 지원을 해드리기로 한 거 저도 몇 가지 추가 마법을 걸어드리고 싶군요.”
환술의 달인답게 로키 역시 다방면의 마법에 정통해 있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우우웅!
로키의 손끝이 은은하게 빛났다.
발두르가 준 태양의 반지에 보조 마법들이 연이어 중첩되었다.
[마법 저항력이 10%만큼 상승합니다.] [외부의 신격들에 대한 이해도가 3%만큼 상승합니다.] [보유하고 있는 스탯이 일시적으로 +5만큼씩 증가합니다.] [위그드라실의 가호로 인해 주신급만 사용할 수 있는 몇몇 특권들이 개방되었습니다.]‘이야….’
진혁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두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화려한 보조마법들이다.
분명 좋은 능력이다.
과분할 정도로 쓸 만하긴 한데….
문제는.
‘아직까지 이 안에 누가 올림포스랑 손을 잡았는지 모른다는 건데….’
최고 주신인 오딘을 제외한 모두가 용의 선상에 있는 상황.
혹여 이 중에 한 명이 배신자일지도 모른다.
진혁이 조심스레 반지를 살폈다.
[탐식의 눈이 대상을 간파합니다.] [해가 될 만한 마법은 감지되지 않았습니다.]하긴, 명색이 스파이라면 이 정도로 티가 나게 장난질을 하진 않겠지.
하지만, 언제 어디서 움직일지 몰랐으니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진혁이 반지를 건네받았다.
화끈하고.
뜨거운 기운이 몸속 깊이 스며들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쿠쿠쿠쿠쿠!
지면을 따라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지는 땅.
거점 올림포스가 본격적으로 이곳에 넘어오려는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군.”
토르가 허공을 바라보며 으르렁댔다.
세계수의 반대편에 끝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산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르테미스를 제압했으니 큰 전과를 올린 셈입니다. 적의 주요 전력을 크게 약화시켰어요.”
“그래도 확실히 이기기 위해선 올림포스를 점령해야겠죠. 소모전은 계속해봤자 저희가 훨씬 불리할 테니까요.”
발두르와 로키가 한 마디씩 덧붙였다.
북유럽은 아직 피해를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터.
같은 병력을 갉아먹는다면 올림포스 측이 훨씬 유리했다.
무엇보다 상대는 천세와 에덴이라는 거대한 세력과도 동맹을 맺고 있지 않은가?
물론, 이쪽도 비대칭전력인 고인물 코퍼레이션이 있다곤 하나, 안심할 수 없는 게 현실이었다.
결국.
특공대가 필요하다.
모두가 시선을 끌고 있는 사이, 올림포스 내부에 잠입해 제우스의 목을 칠 수 있는.
그리고 그게 가능한 공격대는 단 하나뿐이었다.
“헤임달 님.”
“예. 강진혁 플레이어님.”
“열 수 있는 게이트 중 올림포스와 가장 가까운 곳은 어딘가요? 감지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부탁드립니다.”
“흐음….”
헤임달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아무래도 헤르메스가 저쪽 일대를 꽉 잡고 있는 터라 아주 가까이는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진입이 용이한 몇몇 루트는 확보해드릴 수 있을 것 같군요.”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진혁이 다시 한 번 마력을 갈무리했다.
엘리스와 프레이는 천세 쪽과 전투를 치르는 중이었으니, 올림포스에 함께 갈 새로운 멤버들을 모아야 한다.
그리고 누굴 데려와야 할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대상에게 화상 통화를 요청합니다.]진혁이 개인 주소록에 있는 사원들에게 연락을 돌리기 시작했다.
⁕ ⁕ ⁕
“꺼져라.”
돌아온 대답은 역시나 겨울바람처럼 차가웠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들으니 마상이 심각하네 이거.
나름대로 스위트하게 부탁을 한 건데 말이지.
“에헤이 그러지 말고. 다시 한 번 생각해봐. 진짜 나쁘지 않은 이야기라니까?”
“정리하지. 그러니까 네 말은 거대 신격들끼리 목숨을 걸고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거기 참여해달라는 거냐?”
“맞아.”
“보상은 둘째치고 당장 거기 휘말리는 것 자체만으로도 말도 안 되는 리스크를 지는 셈인데?”
“그것도 맞지.”
“게다가 그 중에서 가장 격전지인 올림포스의 심장부로 간다? 기동성과 기밀 유지를 위해 극소수로 움직이고?”
“정확히 내가 했던 말이네.”
“그냥 죽어라. 이번 기회에 아주 흔적도 남지 않게.”
천유성이 그대로 화상 통화를 종료하려 했다.
진혁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고유 성창 백야!”
“……뭐?”
“너 고유 성창은 익혔지만, 아직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잖아? 만약 이번에 참가한다면 제대로 된 고유 성창의 사용법을 익히게 해줄게.”
“…….”
천유성이 돌리려던 몸을 멈춘 채 입을 꾹 다물었다.
강렬한 유혹을 느꼈을 때만 하는 특유의 행동이었다.
하긴, 강해지는 것에 목숨을 걸고 있는 이상 이 제안을 거절하긴 힘들 수밖에.
“만약 내가 하겠다고 하면 내가 하는 부탁도 한 가지만 들어주겠다고 약속해라.”
“호오. 천하의 검성께서 내게 부탁을?”
“빈정거리지 말고!”
“오케이오케이. 일단 어떤 건지 들어는 볼게.”
“30층에서 히든 퀘스트를 하나 받았는데, 난이도가 상당해서 혼자 클리어하기가 어렵다. 그걸 도와준다면 이번 일을 받아들이지.”
아직까지 33층도 아니고 30층에서 퀘스트를 진행 중이라니.
보통의 경우 상층부에서 더 좋은 퀘스트를 받을 수 있는 걸 고려한다면, 꽤나 특이한 일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잠시 생각을 하던 진혁의 머릿속에 무언가 스치고 지나갔다.
천유성이 고전할 만한 30층의 고난이도 유적.
요구 조건이 워낙 까다로운 데다 히든 퀘스트를 받기까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가지 않으려 했던 곳이 떠올랐다.
상황을 보건대 그곳을 공략 중인 게 틀림없으리라.
‘그런데 이 괴물은 혼자서 그걸 다 달성했다고…?’
하여간 지독한 놈 같으니라고.
진짜 잠은 제대로 자고 다니는지 의심이 갈 지경이다.
“보상은?”
“여러 개가 있긴 하지만, 최우선 선택권은 내가 갖는다. 그건 반드시 지켜야 해.”
“그러엄. 내가 약속 하나는 기가 막히게 지키지. 우리 유성이가 먼저 고르고 난 남은 찌꺼기나 먹을게. 걱정하지 마.”
진혁이 싱긋 웃었다.
모처럼 제대로 된 기름기 넘치는 제안을 해주니 자연스레 말투와 행동이 상냥해진다.
이번 전쟁만 잘 마무리되면 해야 할 일이 또 한 가지 늘은 셈이다.
“…믿어 보겠다.”
천유성이 약간 수상한 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 이상의 의심을 하진 않았다.
자신이 알아낸 퀘스트는 히든 퀘스트 중에서도 히든.
엄청난 노력과 터무니없는 행운이 맞물렸을 때 찾아낸 결과물이다.
제아무리 징글맞은 고인물이라 하더라도 이것까지는 알지 못할 터.
퀘스트의 내용을 알고 있는 게 한 명뿐인 이상 뒤통수를 칠 생각은 하지 못할 것이다.
다시 말해, 최우선적으로 보상을 선택할 수 있는 약속만 받아낸다면 걱정 일은 없을 거라는 소리다.
[헤임달이 ‘아스가르드로 이어지는 게이트’을 개방합니다.]문이 열리며 잔뜩 심통이 난 천유성이 나타났다.
막상 이곳에 오니 심정이 복잡한 모양이다.
파츠츠…!
콰아아앙!
이해는 한다.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폭발음과 폭주하는 마력에 피부가 따가울 지경이었으니까.
“왔어?”
“젠장, 완전히 지옥이로군. 마계에 갔을 때가 차라리 더 나았어.”
“익숙해지면 괜찮을 거야.”
“그럼, 둘이서 가는 건가? 나머지는?”
“테레사 씨도 하는 일 마무리하는 대로 오기로 했는데, 조금 늦을 거야. 거주자 중에서도 안드리아를 포함해 몇 명 더 불렀어.”
무리한 부탁이니만큼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사실, 천유성과 테레사만 있어도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기도 했고.
진혁의 시선이 저 위로 향했다.
헤임달이 열어준 게이트는 올림포스의 산이 보이는 인근에 위치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 이미 이 안은 놈들의 본거지라는 소리.
스윽.
척.
진혁이 두 자루의 검을 꺼냈다.
스릉!
천유성도 요도 ‘류화’를 뽑았다.
“해야 할 일은?”
“최대한 들키지 않게 경계병들을 제거해 나갈 거야. 가능하면 놈들을 우리가 왔다는 걸 늦게 알아차렸으면 하거든.”
올림포스의 정상에 오르기 전까지 수많은 병사들과 관문들을 통과해야 한다.
당연히 경계가 조금이라도 느슨한 쪽이 유리하겠지.
“암살은 취향이 아니지만, 상황이 상황인 만큼 어쩔 수 없겠군.”
진혁과 천유성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같은 시각.
올림포스의 정상에선 아테나가 아래를 굽어다내려 보고 있었다.
“우리 쪽을 직접 친다… 이겁니까?”
“예. 소수 정예로 움직인다고 하더군요. 헤임달을 통해서 이미 몇 명인가가 이쪽으로 넘어온 것 같습니다.”
두건을 쓴 이가 아테나의 질문에 대답했다.
“어이가 없군. 고작 몇 명이서 이곳을 칠 생각을 하다니.”
하데스가 기가 막히다는 듯 실소를 내뱉었다.
“용기랑 만용도 구분하지 못하는 거겠죠. 저번에 한 번 이겼다고 해서 기고만장해서는… 쯧. 이번에 아주 제대로 버릇을 고쳐놔야겠네요.”
아프로디테도 한 마디 거들었다.
이곳은 자신들의 거점인 올림포스.
본신의 힘을 오롯이 100% 활용할 수 있는 건 물론, 각종 버프까지 적용되는 바 아스가르드에서의 전투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을 띠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 진혁은 라그나로크에 자신들과 손을 잡은 내부자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지 않은가?
이미 싸움은 끝나있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그래도 신중하게 접근하는 편이 좋겠죠. 저 능글맞은 구렁이가 허무하게 당하기만 할 리는 없을 테니까요. 게다가… 아르테미스까지 놈에게 당한 이 시점에서 더 이상의 전력 손실은 있어선 안 됩니다.”
“뭐, 승리의 여신다운 생각이로군. 그래서 우리 안방에 들어온 놈들을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는 거지?”
“일단은 내버려둘 겁니다. 자신들이 하고 있는 게 잘 먹히고 있겠다고 믿도록요. 그 다음에….”
아테나의 입가에 미묘하게 비틀렸다.
모처럼 제대로 된 적수를 잡아먹을 생각에 흥분이 된다는 것처럼.
“올림포스의 방식으로 처리할 겁니다. 감히 인간 주제에 신들에게 덤빈 걸 후회하게 만들어주도록 하죠.”
기습의 묘미는 서프라이즈.
상대의 빈틈을 찔렀을 때나 효과가 극대화되는 법이다.
그러나 이미 메인 작전이 간파된 이상, 칼날은 그 예리함을 잃을 터.
그때가 고인물 코퍼레이션이 모조리 죽는 순간이 될 거다.
⁕
“커억…?”
바람 빠지는 소리와 함께 피 분수가 뿜어져 나왔다.
외곽을 지키던 올림포스의 전사가 비틀대다 쓰러졌다.
완벽하게 뒤를 잡은 공격에 비명을 지를 틈조차 없었다.
촤악!
천유성이 칼날에 묻은 피를 털어냈다.
어느새 이곳에 온 지 1시간이 훌쩍 넘은 시점.
처리한 경비병들의 숫자만 해도 100명에 육박했다.
한쪽에서는 테레사와 안드리아 역시 맡은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털썩.
쿵!
마음이 여려 상대를 죽이진 못했지만, 제압을 하는 것 정도는 문제가 없었다.
“진혁 씨랑 있으면 하루하루가 정신이 없네요.”
“헤헤. 그래도 우릴 믿고 불러줘서 고마워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는데….”
이제는 호흡까지 척척 맞는다.
‘팀워크는 이쯤이면 충분하겠고… 결계들까지 최대한 쳐뒀으니 당장 할 수 있는 건 다 한 셈인가.’
준비는 모두 끝났다.
이제 슬슬….
적의 본거점인 산으로 들어갈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