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54)
554화. 아스가르드의 배신자 (2)
콰콰콰콰콰!
콰아앙!
“전부 쓸어버려라!”
“돌격! 돌격 앞으로!”
귀청이 떨어질 듯한 함성과 함께 수천의 병력이 올림포스를 향해 돌진했다.
토르를 필두로 한 바이킹 전사들이 도끼와 검을 휘둘렀다.
콰득!
뿌각!
“끄아아악!”
“아아악!”
방패가 우그러지고 철이 쪼개진다.
피비린내가 가득한 전장 속.고함과 비명이 한데 어우러졌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불굴의 군대가 파죽지세 앞으로 뻗어나갔다.
상대하기엔 욕설이 저절로 나오는 공격 방식이었다.
“이 무식한 놈들…. 전술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건가.”
아가멤논이 어금니를 갈았다.
그리스에 있는 수많은 왕국을 점령하며 쌓아온 경험들.
하나, 그 중에서 이토록 앞뒤 안 가리고 돌진만 해오는 군대에 대한 경험은 전무했다.
애초에 이놈들을 군대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오합지졸이어야 할 놈들의 개별 전투력이 예상을 훨씬 더 뛰어넘는다는 것이었다.
[발키리들이 ‘여명의 질주’를 발동합니다!]페가수스들이 횡진을 유지한 채 쇄도해 왔다.
능수능란하게 말을 몰며 창을 던지고 활을 쏘아댄다.
퍼억!
퍽!
마력을 입힌 방패마저 일격에 꿰뚫어버릴 정도로 공격은 맹렬하기 짝이 없었다.
“당황하지 말고 맞서 싸워라! 병력의 수는 우리 쪽이 훨씬 많단 말이다!”
아가멤논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병사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한 전선을 다시 복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골치 아픈 건 북유럽 쪽만이 아니었다.
바로 근처에 있는 또 다른 전장에서 역시 치열한 접전이 이어지는 중이었다.
[엘리스가 ‘개벽의 계시록’ – 선혈의 꽃을 발동합니다!]피의 권능을 이용한 광역기.
붉은 꽃들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큭!”
시바가 팔들을 교차해 몸을 보호했다.
꽃잎에 닿은 부분들이 순식간에 잘게 찢겨 나갔다.
[만다라의 권능이 무효화됩니다.]천세를 상징하는 힘이 통하질 않는다.
……강하다.
마치, 과거 전성기. 아타락시아의 진조를 상대하는 것처럼.
전신을 짓누르는 무시무시한 마력과 살기에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네가 회랑에서 썩는 동안 난 놀고만 있었는 줄 아느냐!”
그건 과거의 이야기일 뿐.
수많은 시간이 지나며 성장해온 지금이라면…!
충분히 그때의 치욕을 되갚아 줄 수 있으리라.
쿠쿠쿠쿠쿠!
시바의 몸을 따라 금빛과 검은빛이 뒤섞인 마력이 솟구쳤다.
수십 개의 소용돌이가 곧 태풍을 이루었고. 이내 엘리스가 펼친 선혈의 꽃을 모조리 박살내버렸다.
“죽어라!”
시바가 소용돌이들을 엘리스가 있는 방향으로 보냈다.
하지만, 금빛 물결이 엘리스를 휩쓸어버리기 직전…
.콰아앙!
소용돌이의 방향이 급격히 오른쪽으로 꺾였다.
“먼저 나부터 통과해야 할 거야. 응.”
인형들을 소환한 프레이가 두 개의 단창을 빙그르 회전시켰다.
호위의 임무는 단 하나.
엘리스가 다음 공격을 위한 마력을 회복할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이다.
그리고 프레이는 그 누구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흐응. 꽤 쓸 만하잖아. 그래 열과 성을 다해 짐을 보필하거라.”
“너 때문에 호위를 자처한 건 아니야. 난 소중한 사람에게 부탁을 받은 걸 이행하는 것뿐.”
“뭐라고? 설마, 너… 너!”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걸 보니 방금 전 공격이 뇌에 충격을 줬나 보네. 아니면 원래 바보일 수도. 확률은 50대50이야. 응.”
“누구 보고 바보… 아니, 그것보다 지금 인형 주제에 감히 누구를 넘보는 거야!”
엘리스가 소리를 질렀다.
물론, 아무리 목청을 돋워봤자 그런 게 통할 프레이가 아니었다.
“통계상 찔리는 게 있으면 목소리를 높인다는 결과가 있어. 게다가 통상적인 남자들은 꼬맹이를 좋아하지 않아. 주인 역시 통상적인 범주에 속하니 같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거야. 응.”
“으아아악! 아타락시아의 가주인 나한테 태어난 지 고작 3년도 안 된 애송이가 뭐가 어쩌고 저째!”
천세의 신격들과 싸우는 거라곤 상상하기 힘든 광경이다.
자신을 앞에 두고 한눈을 판다는 것 자체가 시바에게 있어 모욕이었으니까.
그러나 이미 불이 붙은 두 사람에겐 오롯이 진혁에 관한 것만이 최우선 사항이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 ⁕ ⁕
산이 코앞까지 보이는 지점.
일렁이는 표면을 통과하자 상태창이 연이어 떠오르기 시작했다.
[거점 ‘올림포스’에 진입하였습니다.] [SSS랭크 거점에 진입함에 따라 모든 능력치가 10%만큼씩 감소합니다.] [각종 디버프와 페널티가 추가됩니다.] [태양의 반지가 지닌 효과로 인해 추가적인 디버프 효과가 상쇄됩니다.] [페널티의 일부가 감소됩니다.]같은 층계에 겹친 두 개의 대형 거점.
때문에 이익과 손해가 연이어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진혁 님.”
들어오자마자 안드리아가 조용히 진혁을 불렀다.
“그래, 나도 봤어.”
거점의 입구에 있는 거대한 체구의 몬스터들.
질긴 피부와 압도적인 공격력을 자랑하는 거인족들이었다.
‘가장 호전적인 검은 발 부족의 거인들인 건가.‘
실낙원에서 싸웠던 거인족들도 만만치 않았으나, 여기 있는 놈들은 같은 동족마저 사정없이 사냥한 뒤 먹어치우는.
말 그대로 거인들마저 피하는 포악성과 잔혹함을 지닌 놈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가디언들의 대장은 거인족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거신족’ 타이탄이었다.
타이탄들은 본디 올림포스를 멸망시키려하는 적대 세력이었지만, 제우스가 탑에서 얻은 특수 아이템으로 제약을 가해둔 상태.
지금은 제우스의 명령에 순순히 복종하는 꼭두각시에 지나지 않았다.
‘한 마리뿐인 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네.’
거신족은 상대하기가 극히 까다롭다.
단순히 덩치가 큰 걸 떠나서 물리방어력과 마법방어력이 말도 안 되게 높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거신족이라면 모두가 가지고 있는 ‘강자멸시’ 특성은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에 맞춰 함께 성장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조용하게 처리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닌 것 같다만. 동의하나?”
천유성이 조용히 검집에 손을 갖다 댔다.
테레사와 안드리아 역시 고유 능력을 해방할 준비를 끝마쳤다.
하지만.
“안 돼.”
진혁은 완강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기서부터 정체를 노출시켰다간 앞으로의 싸움이 훨씬 더 힘들어진다.
어떻게든 소란을 피우지 않고 통과하는 길을 찾는 수밖에.
그렇다면….
진혁이 나무 뒤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기척을 숨긴 채 잠자코 있던 이가 움직였다.
저벅.
“내가 나서면 되는 것이냐?”
일전에 싸움 끝에 포로로 얻은 주신, ‘아르테미스’였다.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얼굴은 초췌하다 못해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아 보였으나.
여신이 가진 특유의 고고함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다.
“알고 있지? 조용히 넘어가야 돼.”
“알겠다. 대신, 이번 일을 잘 해결하면 오라버니는….”
“걱정 마. 그 부분은 확실히 해줄 테니까. 아, 가기 전에 잠깐.”
진혁이 아르테미스를 불러세웠다.
“……?”
“별건 아니고. 도장 하나만 찍고 가자고.”
화르륵!
진혁의 손끝에 불길이 일렁였다.
[‘염혼의 낙인’이 발동됩니다.]불길한 불꽃이다.
단순히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저 불꽃에 닿는다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게 될 거라는 걸.
“노예…가 되라는 소리냐?”
“소중한 오라버니를 다시 만나고 싶으면 뭐든지 해야 하지 않겠어?”
“……큭.”
아르테미스가 두 주먹을 쥐었다.
말도 안 되는 요구에 분노가 치솟았지만, 아주 잠시뿐이었다.
지금 최우선 사항은 자존심 따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결국, 아르테미스가 말없이 팔을 뻗었다.
진혁이 즉시 낙인을 찍었다.
치이익!
매캐한 연기와 함께 팔에 선명한 문양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사원 중 하나가 되었다는 증표다.
“축하해. 사원 복지에 관해서는 나중에 선임들에게 듣든가 말든가 하고. 최근에 연차도 생기고 성과급도 생기고 나름대로 꽤 좋아졌거든.”
“……그딴 건 필요 없다.”
하긴, 아르테미스의 목적은 하나뿐이겠지.
‘저렇게 보니 살짝 딱하기도 하네.’
뭐, 열심히 맡은 역할을 해준다면 소원을 들어주지 못할 것도 없다.
낫에 의해 잘려나간 우라노스의 신체 일부를 찾을 수 있다면 아폴론을 부활시키는 것도 가능하긴 했으니까.
물론, 값비싼 투자가 들어가는 만큼 몇 곱절에 해당하는 대가를 받아낼 생각이었다.
⁕ ⁕ ⁕
“크오오…!”
“웬 놈이야!”
“적이다!”
거인들이 즉각 반응했다.
몽둥이와 암석으로 만든 도끼를 꺼내들며 침입자를 짓이겨 죽이기 위해 움직였다.
“멍청한 것들이 주인도 못 알아보고. 감히, 누구에게 그딴 걸 들이미는 것이냐?”
하지만, 나타난 건 주신 중 하나.
아르테미스였다.
“……!?”
“크오?”
“…위, 위대하신 분께서 왜 걸어서 이런 외곽까지….”
거인들 사이에서 적잖은 동요가 일어났다.
직접 대면할 기회조차 거의 없던 주신이 눈앞에 나타났으니 당연히 당황스러울 수밖에.
“적의 포로들을 데리고 왔다. 길을 열어라.”
진혁과 천유성 그리고 테레사와 안드리아가 각기 긴 망토로 전신을 가린 채 나타났다.
손에는 묵직해 보이는 쇠사슬이 묶여 있고 눈과 입엔 안대와 재갈이 각각 물려져 있었다.
비틀거리는 몸은 한눈에 봐도 심한 부상을 입은 것처럼 보였다.
“당연히 비켜드려야죠. 어서 가십시오.”
“바비치 님. 아르테미스 님이십니다!”
거인들이 타이탄을 향해 보고를 올렸다.
절벽 아래 앉아 있는 거신이 턱을 괸 채 아르테미스와 포로들을 번갈아 훑었다.
“흐음, 그러니까. 그들이 전부 포로이고 아르테미스 님 혼자서 전부 사로잡았다는 말씀인 거요?”
“그건 왜 묻는 거지?”
“포로들에게서 풍기는 마력이 심상치 않는데, 혼자서 그 많은 포로를 잡았다는 게 뭔가 석연치 않아서 말입니다.”
“어이가 없군. 그 말은 지금 내가 거짓말을 하기라도 한다는 것이냐?”
“크하하! 그럴 리가 있겠소? 올림포스의 입구를 지키는 문지기이다 보니 이래저래 의심병이 커져서 물어봤을 뿐이오. 아르테미스 님이라면 이곳을 얼마든지 통과해도 좋습니다만, 몇 시간 전에 발키리 놈들이 이 일대를 비행하며 공격을 해대는 터라 제가 직접 호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바비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쿠쿠쿠쿠!
마치, 작은 언덕이 일어선 것만 같다.
거인들의 크기가 이십여 미터라면, 거신들은 그보다 10배는 더 컸으니까.
아르테미스가 곤란한 듯 진혁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말하는 이상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곧, 바비치를 선두로 한 줄이 생겨났다.
쿠웅! 쿠웅!
지축이 흔들릴 정도로 엄청난 굉음이다.
이래서야 온 천지에 자신들이 이곳에 있다는 걸 알리는 꼴인 수준.
발키리들이 있다면 벌떼처럼 몰려올 것이다.
계획 역시 수포로 돌아갈 수 있었고.
그러나 예상과 달리 발키리들이 덤벼오는 일은 없었다.
‘하긴… 저 무시무시한 덩치를 지닌 놈에게 정면으로 덤벼들 것 같지는 않지.’
그렇게 울창한 숲을 따라 얼마나 올랐을까?
조금씩 위로 갈수록 짙은 위화감이 전신을 감쌌다.
‘……뭔가 이상한데.’
진혁이 혀로 입술을 적셨다.
안대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지만, 지금 가는 길이 원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양 옆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마력의 변화.
그리고 손에 끼고 있는 ‘태양의 반지’에서도 이상한 기운이 느껴졌다.
끈적끈적한 위화감이 뇌수에 눌어붙었다.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
그것도 아주 단단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