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56)
556화. 천재(天災), 기간토마키아의 서막 (1)
“……이, 이게 무슨!”
“말도 안 돼.”
“봉인이 어째서… 다 풀려버린 것이냐.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냔 말이다!”
올림포스의 상층부에선 난데없는 기간토마키아의 발동으로 인해 패닉에 빠져버렸다.
머리를 망치로 크게 얻어 맞은 듯한 기분이다.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악몽이 현실이 되었으니 당연히 당황스러울 수밖에.
이번 전투에서 여러 가지 변수들을 고려했지만….
기간토마키아가 다시 시작될 거라는 건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조용.”
제우스의 한 마디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옥좌에 앉은 제우스가 손가락으로 옥좌의 끝을 두드렸다.
툭… 툭. 툭.
불규칙한 소리가 이어졌다.
그렇게 몇 분이나 숨 막힐 듯한 침묵이 이어졌을까?
“타르타로스는?”
마침내 제우스가 입을 열었다.
헤르메스가 황급히 머리를 조아렸다.
“아직은 버티고 있습니다만, 아슬아슬합니다. 봉인이 풀리고 하나같이 날뛰는 터라 통제를 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래도 가디언들이 지키고 있으니 며칠 정도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남은 시간은 고작 며칠뿐.
그 이후엔 타르타로스가 무너진다.
그 말은 즉 올림포스 전체가 붕괴될 수 있는 재앙이 시작된다는 뜻이었다.
“일단 무슨 말인지는 알겠다. 허면….”
제우스가 말을 이으려던 바로 그때.
“크오오오!”
바로 인근에서 귀청이 떨어질 듯한 포효 소리가 울려퍼졌다.
부우웅!
구름을 뚫고 올라온 건 거대한 손.
타이탄 중 하나가 올림포스의 정상까지 도달한 것이다.
“제우스…! 그리고 나머지 떨거지 놈들까지 죄다 모여있구나!”
노란빛이 도는 한 쌍의 눈이 올림포스의 주신들을 노려봤다.
수많은 세월 동안 감금당해있던 울분을 토하려는 듯, 막대한 마력이 손으로 집중되었다.
타이탄이 손바닥을 쫙 폈다.
쿠쿠쿠쿠쿠쿠!
신전 전체를 무너뜨릴 만큼 무시무시한 파공성이 고막을 때렸다.
그러나 손바닥이 제우스에게 닿기 직전.
[성유물 ‘아스트라페’가 발동됩니다!]푸른 번개가 점멸했다.
한 줄기 선이 허공을 가로질렀다.
콰아아앙!
“크아아!”
번개에 직격당한 타이탄의 몸이 그대로 튕겨나갔다.
이글거리는 불꽃에 휘감긴 전신에서 곧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올랐다.
“타르타로스에서 영원히 목줄이나 차고 있을 것이지. 그 더러운 몸뚱이로 감히 어딜 올라오려 하느냐?”
제우스가 또 다른 번개를 쥔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우스가 ‘광휘의 갑주’를 착용했습니다.] [아스트라페의 공격력이 200%만큼 상승합니다!] [성유물과 고유 성창에 준하지 않는 공격을 무시합니다!]훨씬 더 농밀해진 마력.
파츠츠…!
아스트라페의 주위로 푸른 스파크가 줄기줄기 뻗어나갔다.
타이탄의 머리가 불덩이에 휩싸였다.
압도적인 파괴력.
제아무리 타이탄이라 하더라도 아스트라페에 두 방이나 직격당한 이상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치이익!
고기를 태운 매캐한 냄새가 진동했다.
“크으으…어어….”
비틀거리던 타이탄이 산 아래로 추락했다.
그러나 일방적인 승리에도 불구하고 제우스의 표정은 썩 좋지 못했다.
하나는 어떻게든 처리했으나.
둘… 수십, 수백도 감당할 수 있을까?
타이탄들의 왕이라 하는 놈까지 풀려난다면 그때는 또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온갖 가정들로 인해 미간에 잡힌 주름이 더욱 깊어졌다.
“앞으로 지긋지긋하게 몰려오겠군. 그래서 대책은 없는 것이냐?”
“…….”
“…….”
대답은 없었다.
모두가 쩔쩔매며 눈치만 볼 뿐이었다.
제우스가 주신들의 면면을 훑었다.
“아무도?”
“죄송합니다.”
“헤라클레스를 부르는 것 외엔….”
전부 다 현실성이라고는 없는 답변이다.
제우스의 얼굴에 짜증이 가득 묻어나왔다.
이대로 방치했다간 번진 불길이 올림포스 전체를 다 태우게 될 터.
아니, 어디 그뿐이랴?
자칫 잘못하다간 다른 층계의 휘하 세력들과 동맹들까지 쓸려버리게 될지도 몰랐다.
시련의 탑 전체에서 자신들이 설 자리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는 뜻이다.
“기껏 태양의 반지에 걸어둔 저주도 제대로 통하지 않고… 정말이지. 이토록 모든 게 꼬일 수가 있는 건지 모르겠구나.”
엘리스와의 계약을 끊어버리는 게 가장 강력한 카드였다.
하지만, 진혁이 황도십이궁을 이용해 반지의 저주를 약화시켜버림에 따라 계약이 언제 끊어질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시간을 벌게 해준 것만으로도 손해를 보게 된 셈이다.
“내 주위에는 저런 인재가 단 한 명도 없단 말인가? 그 많은 세월을 살아온 신들이란 것들이 고작 인간 한 명에게 농락을 당하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냔 말이다.”
제우스의 질책에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그런데 그 순간.
우우웅!
주신들의 눈앞에 게이트가 나타났다.
저벅.
일렁이는 표면을 뚫고 나온 건 아테나였다.
방금 전까지 격렬하게 전투를 치렀는지, 화려했던 갑옷은 온통 먼지와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아테나. 무사했구나.”
“예. 아버지. 늦어서 죄송합니다.”
“놈이 무슨 짓을 했길래 일이 이 지경이 된 것이냐? 타르타로스의 봉인을 풀 수 있는 열쇠는 나만 아는 곳에 숨겨 뒀거늘.”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는 모르지만, ‘드럼’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드럼…!
열쇠 외에도 기간토마키아를 시작할 수 있는 성유물이다.
설마, 그 이름이 여기서 튀어나올 줄이야.
“보면 볼수록 어이가 없는 놈이로구나.”
제우스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어떻게 된 건지, 그저 평범한 인간 주제에.
자신들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하지만, 후회해봤자 이미 늦었다.
상대는 허를 찔렀고.
피해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
“너무 걱정 마세요. 아버지. 상황이 쉽지 않은 건 맞지만, 전쟁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 만약을 대비해 준비해둔 것들이 있습니다.”
선수를 빼앗긴 건 인정한다.
하지만, 이 승리가 언제까지고 계속될 거라 생각한다면.
그건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나오거라.”
아테나가 게이트 너머에서 함께 온 이들을 불렀다.
“저자들은…?”
“설마….”
제우스와 나머지 주신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 ⁕ ⁕
‘좋아, 아주 좋아.’
진혁이 쑥대밭으로 변하는 올림포스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콰아앙!
콰콰콰쾅!
“끄아아악!”
“아아악!”
여기저기서 들리는 비명 소리.
거신들이 올림포스의 군대를 유린하며 닥치는 대로 짓밟고 있는 중이었다.
마치, 고릴라와 개미의 싸움을 보는 기분이다.
그 정도로 기간토마키아라는 대형 이벤트는 아주 화끈하기 짝이 없었다.
물론, 인원이 인원인 만큼 다 정리하려면 시간이 걸릴 거다.
“일단 병력이 좀 줄 때까지 기다려봐야지.”
빙하조형으로 만든 얼음을 콜라에 띄운 뒤, 방금 전에 튀긴 치킨을 곁들였다.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특유의 식감.
1층의 명물 ‘황금 깃털 암탉’과 12층의 ‘헤파메모스 핑크 후추’를 곁들여 만든 최상급 요리다.
거기에 블록버스터 뺨치는 영화까지 곁들여졌으니, 최고의 볼거리와 먹거리가 갖춰진 셈이다.
진혁이 킬킬대면서 닭다리를 입에 물었다.
“매번 생각하는 거지만, 넌 정말 악마랑 다를 바가 없는 것 같다.”
천유성이 솔직한 감상평을 늘어놨다.
“저도 항상 생각하지만, 진혁 씨랑 같은 편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헤헤. 저는 언제나 말 잘 듣고 있어요. 그러니 제발….”
테레사와 안드리아도 안 그러는 척 돌려까기를 시전했다.
이것들이 진짜….
누구는 죽어라고 노력하고 있는데.
그걸 저런 식으로밖에 생각하지 못한다는 건가.
이제는 더 악독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나저나… 삼 일 안에는 승부를 봐야겠네.’
진혁의 시선이 오른팔로 향했다.
욱씬…!
결계로 최대한 저주의 진행을 늦춰놨다곤 하나, 침식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다.
체감상 삼 일. 정말로 무리를 한다면 사 일 안에는 봉인이 풀릴 것이다.
물론, 당장 계약이 끊어진다고 해서 큰 일이 벌어지진 않겠지만….
……계약이 끊어진 시점에서 누가 무슨 짓을 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
“엘리스는 그대로 사라진 거야?”
“응. 굉장히 어두운 표정으로 두통을 호소하다가 남쪽 방향으로 이동했어. 추격해봤지만, 놓쳤고. 본인이 직접 모습을 드러낸다면 모를까. 다시 찾을 확률은 0.215%야. 응.”
프레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스가 사라진 이후 천세와의 싸움은 사실상 패배한 상태.
전력에 큰 공백이 생긴 건 뼈아픈 부분이었다.
이건 이대로 대비를 해둬야 한다.
천세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힘을 보유한 거대세력이었으니까.
‘이제 슬슬 움직여 볼까.’
진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신들이 날뛰기 시작한 지 정확히 1시간 정도가 흐른 시점.
지금 타이밍이라면 올림포스의 전력이 적절하게 분산되어 있을 것이다.
“어디로 갈 생각이냐?”
“음….”
천유성의 질문에 진혁이 턱을 긁적였다.
목적지를 굳이 설명한다면….
“지옥.”
이 단어가 가장 적합하리라.
⁕ ⁕ ⁕
타르타로스.
타이탄들을 가둬둔 무간지옥은 올림포스에서 가장 은밀한 장소인 동시에 가장 위험한 장소이기도 했다.
어둡고 긴 통로를 밝히는 녹색 빛 횃불.
각종 룬어들이 새겨진 벽과 기둥이 그 끝을 가늠하기 힘들게 이어져 있었다.
그런데.
결코 외부에게 알려져서는 안 되는 금지에 낯선 침입자들이 들어왔다.
저벅.
툭.
각종 방어 마법들과 주술, 결계들이 모조리 파훼당하기 시작했다.
마치, 어디에 어떤 함정들이 있는지 모조리 알고 있다는 것처럼.
순식간에 안쪽 깊숙이 들어온 일행.
결국 내부를 지키던 두 명의 가디언들이 움직였다.
“이곳은 주신들조차도 접근이 금지된 곳.”
“헌데 너희들은 웬놈들이냐?”
터질 듯한 구릿빛 근육을 가진 전사.
투구와 방패에선 심상치 않은 마력이 피어올랐다.
한눈에 봐도 심상치 않은 가디언들이다.
영웅 등급이 아니라 대영웅 등급에 해당하는.
“뭐, 그것까진 알 거 없고. 우리가 시간이 좀 촉박한데, 좋은 말로 할 때 길을 열어주는 게 좋을 거야. 목이 몸뚱이에 계속 붙어 있고 싶다면 말이야.”
진혁이 어깨를 으쓱이며 협박성이 짙은 말을 내뱉었다.
“호오. 네놈이 우리를 말이냐?”
“그래. 얘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아주 갈아마시겠다고 오는 내내 말했거든.”
진혁이 툭하고 천유성의 어깨를 밀었다.
비틀하고.
천유성이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향했다.
“이런 썩을….”
입에서 욕설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미 검을 뽑은 이상 이제 와서 물러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미안한데, 여긴 맡겨도 되지? 진짜로 도와주고 싶은데, 시간이 별로 없어서.”
말과 달리 이미 천유성을 버린다는 걸 기정사실화한 채 움직이고 있었다.
“하아. 네놈은 진짜… 나중에 반드시 이 일에 대한 걸 묻겠다.”
“역시 우리 검성밖에 없다니까.”
“부탁드릴게요. 유성 씨.”
“응. 그렇다고 하네.”
진혁과 나머지 멤버들이 천유성을 지나 문 쪽으로 향했다.
당연히.
“어이가 없군.”
“누구 마음대로 들어가도 좋다고 했지?”
가디언들이 그걸 가만히 지켜볼 리가 없다.
번개처럼 쥐어진 창이 진혁의 옆구리로 향했다.
바로 그 순간.
카아앙!
종이 한 장 차이로 두 자루의 창이 튕겨나갔다.
[천유성이 고유 능력 ‘검의 노래’를 발동합니다!]안정된 자세에서 나오는 부드러운 검무.
수천, 수만 번을 반복했던 검성의 검이 완전한 형태를 이루었다.
“뒤치다꺼리를 하는 건 짜증나지만 일단 맡은 일은 제대로 처리하는 성격이라서 말이야.”
칼끝을 따라 울려 퍼진 선율이 이내 하나의 심상세계를 구현하기 시작했다.
[고유 성창 ‘백야(白夜)’가 발동됩니다!]낮과 밤이 하나로 합쳐진 세계.
천유성의 고유 성창이 두 가디언들의 앞으로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