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57)
557화. 천재(天災), 기간토마키아의 서막 (2)
모든 게 순백으로 물든 세계.
하나의 검만이 눈보라 속에서 빛을 발하고 있었다.
“…….”
“……!”
진혁을 쫓으려고 했던 가디언들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있는 곳이 심상치 않은 장소라는 걸.
그리고 그걸 무시한 채 나머지 침입자들을 쫓았다간…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이할 것이라는 것 또한.
“고유 성창으로 구현한 심상결계인가.”
“…강하군. 허점이 없다.”
두 가디언들이 천유성을 바라봤다.
추격을 포기하고 전력을 다해 상대하려는 결심이 선 것이다.
치이익!
마력이 응축되자 눈보라에 닿은 몸에서 열기가 피어올랐다.
상대의 고유 성창 속에서 이 정도로 버티고 있다는 건.
극도로 단련된 이들만이 할 수 있는 일.
역시나 가디언들은 만만치 않은 난적이다.
천유성이 양손으로 검을 잡았다.
서로 다른 기운이 정면에서 맞부딪쳤다.
두 가디언 중 앞에 있던 이가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이곳에 온 강자. 싸우기 전에 그 이름을 듣고 싶다.”
“천유성. 플레이어다.”
담담하고 짧은 소개.
그걸로 충분하다.
이번엔 남자가 자신의 진명을 밝힐 차례.
“내 이름은 레오니다스.”
제우스에게 패해….
신화를 빼앗겼다.
스파르타의 왕이며 동시에 영웅으로 칭송받았지만, 그 모든 게 한낱 먼지가 되어 흩어져버린 것이다.
하지만, 제우스는 말했다.
7천 년.
그 기간 동안 타르타로스를 지켜낸다면, 빼앗긴 땅과 신화를 모두 돌려주겠노라고.
따라서 자신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곳을 지켜내야만 한다.
명예가 더럽혀지고 긍지를 잃어버린다 해도.
그 모든 걸 감내할 만한 이유가 있었으니까.
창과 방패가 앞으로 향했다.
무시무시한 투기가 주위의 눈발을 모조리 녹여버리기 시작했다.
스릉.
또 다른 이가 검을 뽑았다.
“내 이름은 한니발.”
마찬가지로 탑에서 올림포스의 신격들에 의해 모든 것을 잃었다.
비록 패전하여 망국의 길을 걷게 되었지만, 그리고 자신들을 따르던 이들의 배신으로 인해 독약을 마시면서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지만.
자신이 걸어온 길과 역사를 후회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대가 이곳까지 왔다는 건 무언가 이유가 있을 터.”
“허나, 어떤 이유든 우리 역시 길을 터줄 순 없다.”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신화와 역사를 쌓아올린 대영웅들.
창과 검을 따라 서로 다른 색의 오러가 솟구쳤다.
……마력의 폭주.
그걸 넘어 쏟아져나온 마력들이 각기 다른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온다.
[고유 성창….] [고유 성창….]2개의 고유 성창.
주인의 부름에 응하듯. 수많은 전장을 함께해 온 성유물들 역시 격렬하게 들썩였다.
그리고 마력이 한계점을 돌파한 순간.
[‘테르모필레의 장벽’이 발동됩니다] [‘카르타고의 화신’을 발동합니다!]200만이 넘는 크세르크세스의 침략에 맞서 300의 정예 병력을 이끌고 맞선 레오니다스.
그리고 그 누구도 불가능하리라 여기던 알프스의 산맥을 넘어 로마의 심장부로 파고든 한니발.
둘 모두.과거의 신화를 재현하는 대군형 고유 성창이다.
순백의 세계에 이질적인 세계들이 끼어들었다.
붉은 협곡의 사이로 스파르타의 전사들이 진형을 갖췄다.
“오오오오!”
“우와아아!”
전원이 레오니다스와 함께 전쟁을 치른 역전의 영웅들이었다.
쿵! 쿵! 쿵! 쿵!
한쪽에서는 코끼리를 필두로 한 한니발의 원정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고유성창의 효과로 인해 심상세계의 경계가 흐릿해집니다.] [각종 버프가 해제됩니다.] [세 개의 영역이 하나에서 충돌합니다!]흔들리는 하늘.
균열이 일어난 하늘에서 조각들이 떨어졌다.
하지만, 압도적인 군세에도 천유성의 기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여전히 똑바로 앞을 응시한다.
주변의 상황이 어떻게 변하였건, 자신이 달라진 건 아니었으니까.
콰앙!
자리를 박찬 천유성이 한 줄기 바람이 되었다.
순식간에 바뀌는 풍경.
천유성의 검격에 짙은 피보라가 일어났다.
“끄아아악!”
“으아악!”
……엄청나게 빠르고 매섭다.
방패가 박살나고 투구가 쪼개진다.
철벽을 자랑하는 레오니다스의 정에병이라 할지라도 천유성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럼에도 정예라는 이름값은 하는지, 패닉에 빠지거나 진열이 흐트러지진 않았다.
난전이라면 이골이 날 정도로 겪어왔다.
한데, 고작 한 명을 상대하는 것쯤이야.
카카카카앙!
자로 잰 듯한 공격이 이어졌다.
창과 칼이 동시에 천유성의 전신을 노렸다.
하지만, 천유성은 사방에서 날아오는 공격을 모조리 쳐내며 더욱더 안쪽 깊숙이 파고들었다.
목표는 단 하나.
레오니다스다.
“호오.”
레오니다스가 흥미롭다는 듯 천유성을 바라봤다.
마치 한 마리 맹수를 연상케 하는 고요한 살기.
크세르크세스의 임모탈을 상대로도 이 정도 압박감을 느낀 적은 없었다.
올림포스에 내로라하는 영웅들과 싸웠을 때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재밌군.”
오랫동안 잊고 있던 투기가 꿈틀거렸다.
레오니다스가 방패를 비스듬히 세운 채 전투를 준비했다.
콰콰콰콰쾅! 카카캉!
곧, 검과 창이 교차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난전이 펼쳐졌다.
목에서 심장으로…. 심장에서 복부를 노린다.
검술 자체에서는 천유성이 압도하였지만, 레오니다스의 방패술은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도 남았다.
적절하게 공격을 막거나 흘려내고.
그 틈에 찔러오는 창의 날카로운 카운터는 매 공격 공격이 목숨을 위협해오는 종류였다.
“……흠!?”
물론, 레오니다스 역시 3분도 안 되는 찰나에 몇 번이나 목숨을 잃을 뻔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이미 극성에 도달한 ‘추혼검’은 검로를 예측하는 게 불가능한 경지.
서걱!
온 몸의 상처는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만 갔다.
핏물이 흐르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한편.
‘레오니다스가 저리 고전하는 걸 보는 게 얼마만인지.’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한니발도 전투에 가세했다.
측면에서 대기 중인 군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쿠웅! 쿠웅! 쿠웅!
코끼리를 필두로 한 병력이 무시무시한 파공성을 만들어냈다.
선두에서 가장 큰 코끼리를 탄 한니발이 검을 높게 치켜들었다.
우우웅!
검신을 따라 붉은 오러가 불타올랐다.
1m… 2m 그리고 3m.
엄청난 기세로 자라난 오러 블레이드가 하늘에 닿을 듯 뿜어져나왔다.
[한니발이 특수 스킬 ‘검은 돌진’을 발동합니다!]육중한 코끼리의 무게에서 나오는 가속력과 파괴력에.
위에서….
……아래로.
검이 내리꽂혔다.
카아아앙!
검과 검이 충돌하자 수십 개의 충격파가 전장을 휩쓸었다.
터져나온 바람과 굉음이 고막을 따갑게 두드렸다.
그럼에도 견딘다.
천유성의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이것까지… 막는다고?”
한니발의 입에서 헛바람이 흘러나왔다.
레오니다스를 상대하느라 온 신경이 집중된 틈을 노린 회심의 기습이었는데.
상대는 그걸 너무나 손쉽게 받아냈다.
천유성이 다시 한 번 자세를 고쳐 잡았다.
“너희들은 분명 강자다.”
하지만….
“난 너희보다 더 끔찍한 놈과 수없이 싸워왔다.”
탑에 존재하는 그 어떤 괴물보다 강력한 벽.
그 벽을 넘어서기 위해 하루도 허투루 보낸 적이 없다.
언제나 한계에 부딪치며 단 하나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 발버둥쳤다.
그런데.
고작 여기서 멈췄다간.
주신들도 아닌 가디언들 따위에게 발목을 붙잡혔다간.
“영원히 놈을 넘어설 수 없단 말이다!”
[고유 성창 ‘백야일천검(白夜一天劍)….’]축복받은 재능에.
[제(第) 8식(八 劍).]극한의 노력이 합쳐졌다.
그 결과 하나의 초식이 만들어졌다.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는.
누구를 흉내내지도 않는.
오직 자신만의 초식이.
[‘일월설망화(日月雪忘華)]새하얀 검격이 전장을 휩쓸고 지나갔다.
⁕ ⁕ ⁕
천유성이 가디언들을 상대해주는 사이 진혁은 타르타로스의 깊숙한 곳으로 향했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공기가 확 달라졌다.
덥고 습한 온도.
순식간에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게다가 주위에 보이는 풍경 역시 180도 바뀌었다.
“기괴하네요.”
테레사가 옆에 있는 장식물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무거운 쇳덩이에 짓눌려 괴로워하는 석상들.
마치, 생생한 고문의 현장을 보는 것만 같다.
“살아서 움직이는 건 아니겠죠?”
안드리아 역시 불안한 표정으로 연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워낙에 석상들이 생생했기 때문이다.
음….
“저것들 정말 움직이긴 해.”
“예?”
“저, 정말로요?”
테레사와 안드리아가 토끼눈을 떴다.
진혁이 재빨리 두 사람을 안심시켰다.
“응. 하지만, 지금 당장은 괜찮을 거야.”
“어…째서요?”
“이곳의 주인이 우리에게 흥미를 갖고 있거든.”
만약 놈이 적대심을 품고 있었다면, 이곳에 들어온 즉시 타이탄들이 움직였을 것이다.
봉인이 약해진 지금이라면 타르타로스 안에서 얼마든지 날뛸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도 이토록 조용하다는 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올림포스에 반기를 든 이가 자신에게 찾아오기를.
“그러니 주인이 너무 안달나기 전에 서두르자고.”
룰루랄라.
진혁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앞장섰다.
모처럼 타르타로스 깊숙이 와보니 예전의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났다.
그렇게 얼마나 안으로 들어갔을까?
조각상들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십여 미터가 넘는 거인들로 바뀌었다.
……여기서부터가 놈들의 영역이다.
진혁이 슬쩍 단검에 손을 갖다 댔다.
나머지 멤버들도 묵직한 마력을 느꼈는지 긴장한 빛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동시에 엄청나게 거대한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화르륵!
횃불들이 한꺼번에 타올랐다.
녹색 빛을 머금은 내부엔 수십이 넘는 타이탄들이 있었다.
“크크크….”
“누군가 이곳에 온다면 당연히 주신 놈들일 줄 알았는데, 이거 의외구만.”
“재밌군. 재밌어.”
타고난 마력과 압도적인 힘.
태어났을 때부터 포식자 위치에 있는 이들이 바로 거신족 ’타이탄‘들이다.
그렇기에, 타이탄들은 진혁과 나머지 인간들을 벌레 보듯 했다.
정확히는 자신들의 관심을 끌 만큼 조금 더 흥미로운 벌레를 보는.
그러나.
흥미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크로노스는 어딨지? 떨거지들이랑 노닥거리려고 이 먼 곳까지 온 게 아니라서.”
진혁이 내뱉은 한 마디에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이놈이 지금 뭐라 지껄인 거지?”
“떨거지? 우리보고 지금 떨거지라 했느냐?”
“죽고 싶다고 아주 발악을 해대는구나!”
타이탄 중 하나가 주먹을 치켜들었다.
일격에 잘게 으깬 고깃덩어리로 만들어버릴 생각에서다.
부우우웅!
바람을 가른 주먹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고유 성창 ‘페이즈 2’가 발동됩니다!] [‘툼그레이브의 오른팔’이 발동됩니다!’]두 개의 능력이 한번에 펼쳐졌다.
주먹과 주먹이 한 점에서 격돌했다.
콰아앙!
누가 보더라도 뻔한 결말이 나와야 한다.
고릴라와 개미의 대결마냥, 둘 사이의 스펙 차이는 비교할 거리조차 안 됐으니까.
하지만,
결과는 타이탄들의 예상을 완전히 박살내버렸다.
“크아아악!”
진혁보다 몇백 배는 더 큰 타이탄의 몸이 그대로 반대편 벽까지 날아가버렸다.
후두둑….
박살난 벽에서 파편이 떨어졌다.
“다시 한 번 물을게. 크로노스는 어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