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60)
560화. 34층, 껄끄러운 지원군 (1)
시련의 탑 34층.
이곳에 거주하는 거주자들은 탑 전체에서도 꽤나 독특하고 이질적인 캐릭터성을 보유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특성과 능력을.
‘이 게임이 왜 망겜인지를 여실히 보여준 게 바로 34층 때문이었지.’
진혁이 질렸다는 얼굴을 한 채 혀를 찼다.
그나저나.
이건 좀 큰일인데.
설마, 이곳에서 놈들을 보게 될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후 34층을 공략할 때도 정공이 아닌 꼼수를 써서 통과할 계획이었건만.
하필이면 여기서 저 골칫덩어리들을 상대하게 될 줄이야.
벌써부터 숨이 턱턱 막히는 게 느껴진다.
동시에 이런 계획을 세운 주신에 대해 다시 한 번 경계심을 가지게 되었다.
“아테나….”
시선이 정면으로 향했다.
그곳엔 완전 무장을 한 승리의 여신. ‘아테나’가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주위엔 34층의 거주자들 역시 함께 있었다.
[34층의 거주자들이 당신에게 강한 적개심을 드러냅니다.]녹색 피부를 가진 근육질의 대형 몬스터.
전신이 금속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티라노사우르스.
고대 룬어가 새겨진 반지를 낀 하플링.
녹색과 초록색 버섯을 든 형제들까지.
경계선을 넘나드는 이들이 보였다.
“반갑습니다. 다시 한 번 보게 되는군요. 강진혁 플레이어.”
아테나가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
“난 별로 그쪽 면상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았는데….”
우리가 뭐 친한 사이라고.
만나서 하하 호호 할 건덕지가 있나.
10년이 지난 술자리에서도 안줏거리 삼고 싶지 않은 이야기만 가득할 거다.
“그런 부분이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이번을 끝으로 두 번 다시 눈을 뜨지 못할 테니까요.”
“저 녀석들을 데리고 왔으니까… 너희가 반드시 이길 거다. 이런 이야기야?”
“호오. 저들이 누군지 알고 있는 겁니까?”
알고 있지.
아마 저 녀석들 스스로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나저나 34층 놈들은 제약 때문에 함부로 다른 층계로 가지 못할 텐데.
아테나 녀석은 무슨 수를 썼길래 이런 장난질을 칠 수 있었던 걸까.
가능성이 몇 가지 떠올랐지만, 지금 당장은 눈앞에 닥친 일을 처리하는 게 우선이었다.
“다른 사람이라면 헛소리라 했겠지만, 당신이라면 정말로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허면, 지금 상황에선 이들을 물리칠 수 없다는 것 역시 알고 있겠지요?”
“뭐, 준비한 게 아무것도 없으니 공략도 불가능하겠지.”
그건 인정한다.
하지만.
“너야말로 잊고 있는 건 아니겠지? 우리가 이 인원만으로 여기에 온 게 아니라는 걸?”
진혁이 손가락을 튕겼다.
동시에.
콰아아앙!
거대한 손아귀가 솟구쳤다.
거신족 타이탄이었다.
안개 속에서 기척을 감추고 있던 타이탄들이 진혁의 신호에 맞춰 일제히 모습을 드러냈다.
곧바로 숲이 걸레짝처럼 짓뭉개졌다.
콰아앙! 콰콰콰쾅!
움푹 파이는 지면.
주먹과 각종 무기들이 닥치는 대로 적을 박살내기 시작했다.
“아테나…! 저 미꾸라지 같은 암캐만 잡으면 된다!”
“나머지 주신들이야 별 것 없어!”
“크하하하! 으깬 파이로 만들어주지!”
아테나를 발견한 타이탄들이 무시무시한 투기를 드러냈다.
올림포스를 떠받치는 세 개의 기둥 중 하나를 박살낼 기회를 얻었으니….
…당연히 의지가 솟구칠 수밖에.
아테나 역시 눈썹을 움찔거리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단지 그것뿐이었다.
[저주받은 배관공 형제가 Lv35 ‘거북이 등껍질’을 발동합니다!]붉은 버섯을 먹어 강화된 팔.
거대한 거북이 등껍질이 고속으로 회전하며 거신의 안면을 강타했다.
콰아앙!
“크아아!”
눈을 공격당한 타이탄이 비명을 질렀다.
붉은 피가 분수처럼 콸콸콸 뿜어져 나왔다.
[현재 34층의 거주자들은 ‘뒤틀린 차원의 가호’를 받는 중입니다.]한 세계를 좌지우지했던 주인공들.
그들이 34층에 머무는 거주자들의 정체다.
비록 제약 때문에 함부로 자신들의 층계 밖으로 나돌아 다니진 못했지만.
한 세계를 지배하고 파멸시키고 구원했던. 나름의 힘과 능력을 보유한 괴물들이었다.
물론.
“크으으….”
그렇다 해서 타이탄들을 쓰러뜨릴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빠르게 회복되는 상처.
잔뜩 화가 난 타이탄이 통나무로 만든 도끼를 치켜들었다.
콰콰콰콰콰콰!
일격에 아테나가 있던 곳이 사라졌다.
풀숲이 모조리 드러누울 만큼의 바람이 그 뒤를 따랐다.
다시 한 번 봐도 어이가 없는 수준의 공격이다.
“무식하긴…!”
아테나가 방패에 묻은 잔해들을 털어냈다.
“이곳을 뚫어야 제우스에게 가는 길이 열려. 가능하겠어?”
진혁이 타이탄들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걱정 마라. 버러지들 따위 얼마가 오든 상관없으니까. 고작 이 정도도 못 한다면 크로노스 님을 뵐 면목이 없다.”
“우오오오오!”
“다 박살내버려라!”
타이탄들이 육탄돌격을 감행했다.
상대측에서도 녹색 근육덩어리와 금속 티라노사우르스 털복숭이 고릴라 등 대형급 주인공들이 나섰다.
막강한 파괴력을 지닌 두 개의 세력이 한 점에서 맞부딪쳤다.
진혁이 재빠르게 새롭게 생긴 변수들을 넣으며 계획을 재점검했다.
‘크로노스 쪽엔 아르테미스를 길안내로 붙여놨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올림포스의 정상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은 수십 가지가 넘지만, 그 중에서 안전한 루트는 몇 개 되지 않는다.
대부분은 폭이 좁고 가팔라서 도달한다고 해도 아스트라페의 먹잇감이 되기 딱 좋다는 말이다.
그러니 남은 루트 중에서 최대한 가능성 높은 곳을 선별한 뒤, 병력을 분산시키는 방식을 써야 한다.
‘천유성도 가디언들을 마무리하고 세 번째 루트로 합류하기로 했고.’
이제 이곳만 확실하게 확보하면 가능성을 훨씬 더 올릴 수 있다.
일단 저 대형급 놈들은 타이탄들에게 맡기고 이쪽은 아테나를 노려야 한다.
진혁이 테레사와 안드리아에게 눈짓을 보냈다.
“예!”
“응. 알겠어!”
테레사와 안드리아가 진혁의 의도를 대번에 간파했다.
상대적으로 작은 체구에 빠른 기동성을 살린 측면 돌파.
세 멤버가 단숨에 적진 안쪽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푸슉!
우두둑!
빼곡히 이빨이 달린 빨간 식물들이 튀어나와 불덩이들을 날리고 푸른 피부를 지닌 외계 종족이 익룡들을 탄 채 화살과 창을 퍼부어댔다.
빌어먹을.
제약 때문에 놈들의 진명을 함부로 말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특수 아이템들을 미리 구해두지 않은 상황에서 개별 공략하는 것도 까다롭다.
진혁이 독화살을 부러뜨리며 이를 갈았다.
어쩔 수 없다.
최대한 상대하지 않는 수밖에.
우우웅!
발끝에 맺히는 마력.
또다시 오는 공격들의 궤도를 읽으며….
팟!
두 개의 스킬이 동시에 발동되었다.
진혁이 어지럽게 날아오는 공격들을 종이 한 장 차이로 모조리 피했다.
“어떻게 저런 움직임이….”
“막아. 더 들어오게 해선 안 된다!”
“타이탄보다 훨씬 더 까다로워.”
‘검마천령보’와 ‘천마군림보‘를 적절하게 섞은 보법.
마치, 유령을 상대하는 기분일 거다.
예측한 게 모조리 어긋날 테니까.
이제 멀지 않았다.
아테나가 사정권에 닿으려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뚜, 뚜두두두… 뚜뚜.
익숙한 멜로디가 신경을 건드렸다.
설마, 하다하다 이 녀석까지 데리고 온 건가.
“다들, 당장 떨어….”
진혁이 경고를 보내려 했으나, 이미 늦었다.
“ㅋㅋㅋㅋㅋㅋ. 아, 재밌겠다.”
허공에 귀여운 이모티콘들이 도배되었다.
거의 같은 타이밍에.
[‘N’의 특수 능력 – ‘프리미엄 정기 구독제’가 발동됩니다!] [인기 콘텐츠의 대한 공상구현화가 이루어집니다!] [테마는 ‘옥토퍼스 게임’입니다.]주변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넓은 운동장.
푸른 하늘.
그리고.
[무궁화 꽃이….]저 멀리 고개를 돌리고 있는 인형까지도.
너무도 익숙한 것들이었다.
이 게임이 무엇인지는 이미 알고 있다.
진혁이 호흡을 들이마셨다.
지금부터는 절대 움직여선 안 된다.
⁕ ⁕ ⁕
같은 시각.
툭.
시그니엘에 도착한 엘리스가 집 안으로 들어갔다.
욱씬! 욱씬! 욱씬!
머리가 미칠 듯이 어지럽다.
고열로 인해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하지만, 아직 쓰러지면 안 된다.
가장 중요한 일이 남아있었으니까.
“이것만 먹으면….”
유리병을 열고 안에 있는 보라색 액체를 입에 털어 넣는다.
역한 맛이 입안을 가득 맴돌았다.
그리고 그 순간.
“……!?”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느꼈다.
쿠웅!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불쾌하고 끔찍한 감각이 뇌수를 옭아맸다.
“이, 이건….”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알고 있다.
계약자와의 연결고리가 급속도로 약해지고 있다는 걸.
사력을 다해 마력을 갈무리해봤으나, 이미 혈관을 따라 퍼지는 이질적인 기운을 통제할 순 없었다.
1분 1초.
시간이 흐를수록 이성이 마비되었다.
‘멈춰야 해. 어떻게든… 아아….’
흐려져 가는 동공. 초점 없이 흔들리는 눈동자가 점점 더 가늘게 찢어졌다.
송곳니 역시 뾰족하게 튀어나오며 본능이 이성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계약이 끊어졌습니다.]오랜 시간을 함께했던 계약이 사라졌다.
완전히 자유의 몸이 된 것이다.
동시에.
“크하하하! 좋아. 됐어!”
공간이 일그러지며 모습을 감추고 있던 아레스가 쾌재를 불렀다.
냄새나는 인간들 틈에서 이 순간이 오기만을 기다려왔다.
마음껏 날뛰며 전쟁을 즐기고 싶은 욕망도 억누른 채.
참고 인내하며 기다려왔단 말이다!
그리고 드디어 기나긴 기다림에 대한 보상을 얻을 시간이 찾아왔다.
[아레스가 운영자의 성유물 ‘강제 계약권’을 발동합니다!]기다란 양피지가 펼쳐지며 안에 적혀 있는 글자들이 보랏빛 광채를 뿜어냈다.
빛줄기가 눈 깜짝할 사이에 엘리스의 전신을 집어삼켰다.
이제 새로운 노예 계약만 체결한다면 진조는 자신들에게 복종하는 장기말이 될 터.
이제 곧 모든 게 완벽하게 마무리될 것이다.
하지만.
“뭐, 뭐야?”
새로운 제약을 걸려 하던 아레스가 당황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아니,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분명, 계약은 끊어졌다.
그건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는데.
어째서인지 엘리스는 여전히 저항하고 있었다.
‘뭐가 부족한 건가? 아니면 실수가 있었다든가….’
놈들이 알려준 대로 약도 먹였고. 계약을 가장 약화시킬 수 있는 장소도 확보해뒀다.
어울리지 않게 결계까지 사용하며 공을 들였건만, 이 상황은 대체 무어란 말이냐?
설마, 둘 사이의 인연이 끊어진 계약에도 저항할 만큼 질기다는 말인가?
머릿속이 혼란으로 가득 찼다.
“다 필요 없고. 이렇게 된 거 그냥 죽여주마. 아깝긴 하지만, 적어도 놈의 큰 전력 하나는 빼앗게 되는 꼴이니 마냥 손해 보는 것도 아니겠지.”
아레스가 즉시 창을 움켜쥐었다.
예리한 창날의 끝에 마력이 응축되기 시작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몰라도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지금.
아타락시아의 가주는 더 이상 아타락시아의 가주가 아니다.
그런데 아레스가 창을 던지려던 바로 그때.
[현대의 거점에 위기를 감지합니다.]창문 밖으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웠다.
달그락….
“마스터가 했던 말이 사실이었군.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그 더러운 앞발을 들이미는 것이냐?”
완전히 완성된 본 드래곤을 탄 티본이 검을 뽑았다.
“크오오오오!”
본 드래곤이 건물 전체가 떠나갈 듯한 피어를 내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