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61)
561화. 34층, 껄끄러운 지원군 (2)
쿠쿠쿠쿠쿠쿠!
압도적인 마력.
비록 드래곤의 시체에 다시 한 번 생기를 불어넣은 것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드래곤이 갖고 있는 특유의 힘과 권능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다.
파츠츠!
입가에 모이는 녹색 연기.
“꺼져라. 더러운 잡신아.”
티본이 검을 앞으로 뻗었다.
동시에.
[본 드래곤이 ‘브레스‘를 발동합니다!]한 줄기 빛이 창문을 관통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
난데없는 기습에 아레스는 대응할 타이밍을 놓쳤다.
가까스로 방패를 소환해 막는 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크아아아!”
긴 빛줄기가 아레스를 집어삼킨 뒤 반대편 하늘까지 꿰뚫었다.
브레스에 휘말린 아레스가 지상으로 곤두박질쳤다.
콰콰콰콰콰…콰콰쾅!
도로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석촌호수의 반대편까지 가로지르고 나서야 가까스로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레이디 마스터. 괜찮으십니까?”
티본이 재빨리 엘리스의 상태를 살폈다.
“하아…으…아….”
엘리스가 괴로운지 연신 가쁜 숨을 들이마셨다.
상황이 좋지 않아 보인다.
진혁의 피를 탐하고 싶다는 본능을 극한까지 억누르고 있는 탓이리라.
‘마스터에게 당장 알려야 한다.‘
티본이 즉각 정신을 집중했다.
* * *
콰아앙!
석촌호수로부터 거대한 물보라가 솟구쳤다.
“이 썩을 것들이….”
제대로 된 한 방을 맞은 아레스가 어금니를 부러져라 깨물었다.
“꺄아아악!”
“사, 사람이….”
“지금 저기서 떨어진 거야? 아니 그보다 어째서 멀쩡한 건데?”
“저기… 저 위를 봐! 드래곤이야!”
평화롭게 야간 산책을 즐기던 사람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난데없이 대형 참사가 났으니 당연히 당황스러울 수밖에.
하지만, 놀라는 것도 잠시뿐이었다.
서걱!
아레스가 허리춤에 찬 검을 뽑았다.
지저분한 검격이 횡으로 가로질렀다.
“어…?”
“방금… 무슨….”
푸슈슉!
이어진 건 짙은 피보라였다.
자신이 죽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 시체들이 호수를 붉게 물들였다.
[아레스가 고유 성창 ‘전장의 지배자’를 발동합니다!] [거리에 비례해 사용자의 전투 능력이 달라집니다.] [근접전으로 이어질수록 아레스의 능력치는 최상위에 도달하게 됩니다.]우우우웅!
아레스의 몸을 중심으로 황금빛 파장이 연이어 퍼져나갔다.
“그깟 다 죽어빠진 도마뱀 한 마리 데리고 기고만장했던 거라면 크게 실수하는 거다!”
뿜어져 나온 마력이 서울 하늘을 밝게 물들였다.
대기가 떨릴 정도로 엄청난 마력이다.
이것이 바로 올림포스의 12주신 중 하나.
전쟁의 신 ‘아레스’다.
“시간 벌이밖에 안 되는 건가.”
티본의 안광이 옅게 빛났다.
브레스에도 견딜 정도면 사실상 이쪽이 가지고 있는 무기로는 쓰러뜨릴 수 없는 셈.
허나, 명령을 받은 이상 설령 이곳에서 죽게 된다고 해도 물러설 순 없었다.
[티본이 ‘망령의 속삭임’을 발동합니다.] [데스 나이트의 부름에 언데드들이 복종합니다.]쿠쿠쿠쿠쿠!
하늘이 좌우로 열렸다.
공간이 일그러지며 나타난 건 무수히 많은 언데드 몬스터들.
그동안 티본이 공을 들여 만들어낸 권속들이었다.
“크오오오!”
“키에에에!”
“크륵 크르륵….”
전부 비행형의 능력을 갖춘.
그것도 최소 스펙터나 데스 와이번 이상으로 구성된 고위종들이었다.
티본이 검을 아래로 뻗었다.
스산한 기운이 창공을 따라 퍼져나갔다.
“죽여라.”
그걸 시작으로 엄청난 수의 언데드들이 아레스를 향해 달렸다.
마치, 종말의 서막을 보는 것만 같다.
혼비백산해서 도망치던 시민들도 그 자리에서 얼어붙을 만큼 압도적인 위용이었다.
“아….”
“다 끝났어.”
사람들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저런 싸움에 휘말렸다간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다.
애초에 공포와 전율로 인해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는 상태 아니던가?
그저 최대한 빨리 고통 없이 죽길 바라는 게 모두가 빌 수 있는 유일한 소망이었다.
그런데.
“키에에에!”
“케에! 케에!”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몇몇 언데드 몬스터들이 사람들을 보호하듯 가로막았다.
동시에 손짓을 하며 전투에 말려들지 않게끔 탈출로를 안내해주기까지 했다.
“언데드들이 왜 우리를… 돕는 거지?”
“모, 모르겠어.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건지….”
“지금 그게 중요해? 일단은 따라서 도망쳐. 말려들었다간 그대로 끝장이라고!”
사람들이 허둥지둥 지휘에 따랐다.
고맙다며 고개를 숙이는 건 덤이었다.
바로 그때.
콰아아앙!
아레스가 날아오는 언데드들에 맞서 반격을 가했다.
검을 한 번 휘두르는 것으로 수십 마리의 언데드가 토막이 나버렸다.
“크하하하! 가소롭구나! 단순히 수만 많다고 해서 뭐가 될 줄 알았느냐!”
직격타를 먹이기는커녕 몇 십 미터 안에 접근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고위 언데드들이 뭐 하나 해보기도 전에 도륙이 나기 시작했다.
번쩍하고.
칼에 맺힌 황금 기운이 점멸했다.
“키에에에!”
“케에엑!”
‘올림포스의 가호’로 인한 신성력이 발휘되자, 언데드들의 눈에 끔찍한 격통이 일어났다.
거의 같은 찰나.
파츠츠…!
아레스의 검 끝에 황금 태양이 일렁였다.
“이 몸에게 브레스를 맛보게 해줬으니, 나 또한 비슷한 걸 선물해주겠다.”
[아레스가 ‘전신(戰神)의 칼’을 소환합니다!]제우스의 아스트라페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굳이 그것과 비견되지 않더라도 위력은 충분하고도 남았다.
콰콰콰콰콰콰!
한 줄기 황금 선이 직선으로 내달렸다.
“위험…합니다!”
본 드래곤을 탄 티본이 엘리스를 향해 몸을 날렸다.
나머지 언데드들도 일제히 티본과 엘리스의 주위를 빼곡히 감쌌다.
콰아앙!
엄청난 충격이 뒤따랐다.
외곽에 있던 언데드들은 가루가 되어 버렸고.
“크오오오!”
본 드래곤 역시 치명상을 입었다.
티본도 무사하지 못했다.
우두둑….
왼팔이 완전히 박살났다.
균형을 잡아줄 양발 역시 여기저기 금이 가버렸다.
“그래도 그럭저럭 몸 풀기 정도는 됐다. 본 드래곤이 완전히 완성되었다면 좀 더 재밌었을 텐데, 급하게 만들었나보지?”
“…달그락. 시간이 없었다.”
“그래 보이는구나. 원래 상위종은 한두 달이 아니라 일 년 정도는 투자해야 하는 법이니라.”
아레스가 티본을 지나쳐 엘리스에게 다가갔다.
“안…된다.”
티본이 하나 남은 손을 뻗었다.
퍼걱!
그 손마저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으으으….”
엘리스가 붉게 충혈된 눈으로 아레스를 바라봤다.
온몸을 격렬하게 떨 뿐, 그 이상의 반항은 하지 못했다.
“어이가 없군. 이렇게 되고서도 여전히 저항하고 있단 말인가.”
사랑에 눈이 멀었던 오르페우스조차도 이 정도는 불가능할 것이다.
어쩔 수 없지.
아레스가 엘리스의 목에 칼을 갖다 댔다.
완벽하게 끝장을 내기 위해서였다.
부우웅!
칼이 위로 향했다.
이번에야말로 가벼운 손짓 한 번만으로도 아타락시아의 가주는 죽게 될 것이다.
“잠깐.”
그러나, 아레스가 검을 내려치기 직전, 제3자가 개입했다.
반투명화 상태로 모든 걸 묵묵히 지켜보던 이였다.
아레스가 손에서 느껴지는 강한 압박감에 몸을 움찔였다.
……강하다.
단순히 완력을 넘어 거부할 수 없는 권위가 깃들어 있었다.
마치, 아버지와 같은.
아니, 어쩌면 아버지보다도 더욱 무거울지도 모른다.
“너는….”
아레스의 눈썹이 역팔자로 휘었다.
이미 한 번 만나본 적 있는 인물이다.
25년째 다이어트 중.
엘리스를 포함해 모든 것을 계획한 놈이었다.
“엘리스를 죽이는 건 계약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그건 알고 있다. 허나, 저토록 굳건하게 버티는데 나보고 어쩌란 말인가?”
한계를 넘어선 정신력.
오롯이 진혁을 해치지 않겠다는 일념만으로 모든 걸 감내하고 있다.
수많은 경험으로 미루어보건대, 아무리 모진 고문을 하더라도 절대 마음을 꺾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어쩔 수 없군요. 원래 제가 나서면 안 되는 일입니다만….”
25년째 다이어트 중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손가락을 엘리스의 이마에 갖다 댔다.
[운영자 특수스킬 ‘강제 접속’을 발동합니다!]파칙! 파치칙!
푸른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어올랐다.
“아아아아악! 아아악!”
엘리스가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이성을 한꺼번에 날릴 만큼 머릿속에 걸린 암시는 끔찍했다.
정신력이나 의지하고는 무관한.
무의식까지 개입하는 영역이었다.
“그만 포기하시죠. 어차피 이것까지 사용한 이상 결과는 정해져 있습니다.”
“웃…기지…마아아. 절대 안 해. 절대!”
엘리스의 입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지독한 것.”
아레스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그런 말이 튀어나올 정도였다.
그렇게 몇 분간의 강제 접속이 이어졌을까?
엘리스가 마침내 고개를 떨궜다.
굴복한 것이 아닌 실신을 해버린 것이다.
“조금만 있다가 이어서 하겠습니다.”
“멈춘다고? 어째서 말이냐?”
“이대로 계속하면 죽을지도 모르니까요. 아마 다음번에는 끝날 겁니다.”
누구에게나 한계점은 존재한다.
거기까지 가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냐의 문제지.
그런데 바로 그때.
“달그락. 달그락.”
티본이 키득대며 웃었다.
뼈와 뼈가 맞부딪치며 나는 불쾌한 불협화음이 귀에 거슬렸다.
“뭐가 그리 즐거운 거지. 뼈다귀.”
“그야 웃길 수밖에.”
티본이 얼마 남지 않은 뼈로 하늘을 가리켰다.
“마스터와 나는 보고 듣는 것을 공유할 수 있다.”
언데드의 주종관계상 의식의 끈이 이어져 있다는 뜻.
그리고.
“방금 전에 마스터가 이곳에 도착했거든. 간단히 말해….”
너흰 전부 죽었다는 소리다.
[고유 성창 ‘잔류월광’ – 또다른 분신이 발동된 상태입니다.]밤하늘 사이로 달빛이 비췄다.
그리고 그곳엔 탑 안에 있어야 할 인물이 넘어와 있었다.
* * *
공유되는 의식 속.
진혁은 분신을 통해 익숙한 세상을 바라봤다.
그곳엔 계약이 끊긴 채 괴로워하는 엘리스와.
사력을 다해 버티고 있는 티본.
그리고 허무하게 죽어버린 사람들이 보였다.
진혁의 시선이 한쪽으로 옮겨갔다.
“네놈…!”
격분하고 있는 아레스가 보인다.
그걸로 모든 설명은 충분했다.
툭.
가벼운 발걸음.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진혁이 아레스의 간격으로 파고들었다.
너무나 무방비한 모습에 아레스가 어이가 없다는 듯 헛바람을 내쉬었다.
“하하! 하긴, 네놈은 아직 이 몸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겪어보질 못했지.”
고유 성창 ‘전장의 지배자’의 핵심은 ‘거리’.
자신과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공격력과 공격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한다.
10m 안에만 있어도 천재지변이라 불리는 자신인데.
하물며 숨이 닿을 만큼 가까운 지금이야 말해 무엇하랴?
아레스가 번개처럼 검을 휘둘렀다.
그런데.
콰아앙!
칼날에 선명한 구멍이 생겼다.
말도 안 되는.
“내… 검이 부러졌다고?”
아무리 마력을 대충 조절하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성유물을 상하게 할 수 있는 힘이 있다니.
이런 건 듣도보도 못했다.
[나폴레옹의 대관식이 발동됩니다!]파츠츠…!
진혁의 양손에 익숙한 모양의 무기가 쥐어져 있었다.
수없이 많은 시간을 플레이하며 쌓아온 경험과.
탑의 정상을 보았던 자부심.
그리고 그걸 뒷받침하는 전성기의 능력이 재현된다.
“쉽게 죽을 생각은 하지 마.”
콰콰콰콰콰!
총구에서 불이 뿜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