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62)
562화. 34층, 껄끄러운 지원군 (3)
치이익!
매캐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
아레스가 멍하니 자신의 복부를 내려다봤다.
선명하게 생긴 구멍.
채 1m가 안 되는 거리에서 절대 방어가 뚫렸다.
고유 성창을 발동하기 전에도 맨 몸으로 브레스를 견디던 몸이….
단지 총알 한 방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쿨럭!
입에서 피가 울컥 솟구쳤다.
몸은 크게 균형을 잃은 채 비틀거렸다.
[고유 성창의 효과로 인해 상처가 빠르게 회복됩니다!] [‘올림포스의 가호’로 인해 치유력이 30%만큼 상승합니다!]상처 부위가 재생했다.
“큭!”
놀라긴 했지만, 치명상은 아니다.
정신을 차린 아레스가 손끝에 마력을 집중했다.
당장의 통증 자체도 생소하고 불쾌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신경을 건드리는 건….
……고작 인간 한 명 때문에 공포라는 감정을 느꼈다는 것이다.
뿌드득!
그건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다른 거대 세력의 주신들도 아니고.
아무리 강하다고 해봤자 인간 따위에게.
“단칼에 베어버려주마!”
칼날이 맹렬하게 불타오르며 먹잇감을 집어삼키기 위해 꿈틀였다.
일전에 티본과 본 드래곤에게 치명상을 입혔던 바로 그 검격이다.
진혁의 눈을 정면으로 마주봤다.
“이런 건….”
칼이 목을 향해 노려온다.
투사의 형식으로 쏘았던 아까와 달리, 힘을 그대로 칼날에 담은 채 베는 지금이 훨씬 매섭다.
하지만, 진혁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피할 필요도 없어.”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카아아앙!
권총의 끝부분이 검의 궤도를 그대로 비틀었다.
최소한의 힘으로 상대의 전부를 흘려보내는. 말 그대로 완벽한 타이밍의 카운터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철컥!
반대 손에 쥐어진 권총이 아레스의 턱에 닿았다.
“아까 보니 회복력이 제법이던데, 머리에 난 상처도 회복할 수 있을까?”
[Lv???? ‘디멘션 불릿(Dimension Bullet)’이 발동됩니다.]타앙!
마력을 담은 탄환이 발사됐다.
“크아아악!”
턱을 관통한 빛줄기가 아레스의 오른쪽 눈까지 앗아갔다.
막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애초에 이건 막을 수 있는 탄환이 아니다.
진혁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아레스를 내려다봤다.
거기에 일말의 동정심 따윈 담겨있지 않았다.
얼음보다 차갑고. 심해보다 깊게.
오롯이 소중한 이들에게 상처를 입힌 원수를 어떻게 하면 고통스럽게 할지에 대한 감정만이 담겨 있을 뿐이다.
“이 팔로 그런 거였나? 티본을 베어버린 팔이?”
타앙!
“……!!!!????”
하나 남은 아레스의 동공이 급속도로 커졌다.
1초 늦게 끔찍한 통증이 온 몸의 신경을 갉아먹었다.
“우와아아악!”
그저 살을 꿰뚫는 데서 나오는 통증이 아니다.
탄환이 지나간 자리엔 상상하기 힘든 작열통이 느껴졌다.
올림포스 특유의 신성력마저 훼손시켜버리는. 감히 종류를 가늠하기 힘든 저주가 담겨 있는 게 분명하다.
“그 다음은 이 다리로 여기까지 기어왔겠지. 들으니까 한국의 게이트를 완전히 박살냈던데, 인명피해가 상당하다고 하더라고.”
타앙! 타앙!
양 다리에 한 발씩.
정확히 무릎을 노렸다.
쾅! 쾅! 쾅! 쾅!
아레스가 비명을 삼키며 온 몸을 마구 비틀었다.
차라리 죽여달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솟구쳤다.
“아직 멀었어. 이제 시작이거든.”
엘리스가 겪은 고통에 비하면 이건 만 분의 일도 못 갚아줬다.
그런데 바로 그때.
쿠웅!
총의 무게가 몇백 배 가까이 증가했다.
“…….”
진혁이 총을 놓았다.
도저히 한 손으로 잡을 수 있을 만한 무게가 아니다.
콰아앙!
바닥에 박힌 총이 그대로 층계를 뚫고 아래로 떨어졌다.
콰앙…콰콰콰콰쾅!
아래로 더욱 아래로.
그리고 소리조차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되어서야 추락하는 게 멈췄다.
“위험한 흉기는 잠시 넣어두시죠.”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특유의 위화감….
수리부엉이나 관짝송을 만났을 때와 같다.
이 녀석은 ‘운영자’ 중 하나다.
“그래. 아레스 말고도 엘리스를 괴롭히던 놈이 하나 더 있었지.”
“그건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뭐, 원체 저 아가씨가 말을 들어먹어야 말이죠.”
총을 잡은 또 다른 손에 힘이 들어갔다.
당장이라도 저 면상을 갈겨버리고 싶었다.
허나, 참는다.
아직 듣고 싶은 대답을 듣지 못했으니까.
“장난질을 쳤던 게 너희였어? 어째서 엘리스의 계약을 끊으려 한 거지?”
“후후후. 뭐, 원래라면 대답해야 할 의무는 없지만, 어차피 저희가 엘리스 씨를 노린다는 걸 안 이상 숨기는 의미도 없겠군요.”
25년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리고 대수롭지 않다는 듯 설명을 덧붙였다.
“간단합니다. 엘리스 씨를 저희 쪽으로 스카우트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영입 방식이 조금 과격하긴 했지만요.”
“스카우트를 해서 뭘 어떻게 하려고?”
“그 정도는 굳이 제가 말씀드리지 않아도 이미 눈치 채고 계시지 않습니까? 가장 까다로운 맹수를 사냥하려면 그에 최적화된 사냥도구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래. 엘리스에게 이 정도로 목 메는 건 단 하나 때문이겠지.
애초에 나머지 운영자들이 수리부엉이와 척을 진 이유도.
그걸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도.
‘모두 나를 제거하고 싶기 때문이야.‘
놈들에게 있어 최대의 걸림돌.
탑의 정상을 봤던 고인물은 반드시 치워야만 할 것이다.
진혁이 번개처럼 총구를 앞으로 향했다.
타앙! 차원을 꿰뚫는 탄환이 운영자의 심장을 노렸다.
“이런, 아무렴 제가 설마 강진혁 플레이어님의 전투 스타일을 까먹었겠습니까?”
25년이 피식 웃으며 손을 휘저었다.
[운영자의 고유 권한 ‘상태창 조정’이 발동됩니다!]순간, 탄환의 위력이 급속도로 약화되었다.
마치 능력 자체를 다운그레이드 시킨 것처럼.
처음 총을 무겁게 만들었을 땐, 질량이나 중력에 관한 것인가 했는데….
고작 그딴 게 아니었다.
“상태창을… 조작할 수 있는 거였나?”
능력의 등급 자체를 내려버리는 힘.
일반적인 주신들과는 차원이 다른 능력이다.
‘과연 운영자는 운영자라 이건가.’
“눈치도 빠르군요. 맞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운영자인데 이 정도 능력이 없어서야 되겠습니까?”
25년의 손끝에 기다란 얼음 창이 나타났다.
[능력이 업그레이드 됩니다.] [능력이 업그레이드 됩니다.] [능력이 업그….]점점 더 지독해지는 냉기.
얼음 창의 모양도 시간이 갈수록 화려하게 변했다.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아무리 당신이라도 버텨낼 재간이 없을 것 같은데요.”
25년이 기세등등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승리를 확신한 듯한 표정을 짓는 건 덤이다.
그럼에도 진혁의 표정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나를 지켜본 너라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오만하면서도 당연하게.
그리고 한결같이.
“그 정도로는 어림도 없어.”
상태창의 조작이니 뭐니 하는 건 확실히 놀랄 만한 권능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승리를 확신할 수 있었다면 애초에 이렇게 복잡하게 일을 벌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조건이 어떻든.
상황이나 변수가 어떠하든.
오롯이 승리를 강제하는 것이 고인물인 진혁이었으니까.
타앙!
총이 또다시 불을 뿜었다.
“학습능력도 없습니까? 똑같은 수법을….”
25년이 탄환의 위력을 떨어뜨리려 했다.
그러나 이미 진혁은 자리에서 사라진 뒤였다.
척.
콰앙!
“손을 뻗는 동작. 그것만 못하게 하면 상대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어.”
상태창을 조작하려면 대상을 그 손으로 가리켜야 한다.
아무리 강한 능력도.
그걸 사용할 틈 자체를 주지 않으면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는 법.
카카카카카캉!
진혁이 미친 듯이 두 자루의 검을 휘둘렀다.
“크읍!”
25년이 전력을 다해 창을 움직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권능을 사용할 타이밍을 엿봤다.
물론. 상대가 원하는 게 뭔지 알고 있는 진혁은 25년이 능력을 사용할 틈 자체를 차단시켜버렸다.
촤촤촤촤촤!
[‘나폴레옹의 대관식‘ – 한 여름 밤의 회고록이 발동됩니다!]한 때의 꿈같은 기억.
가장 강력했던 당시를 회고하는 능력이 펼쳐졌다.
파츠츠!
푸른 스파크가 사방으로 날뛰었다.
[홍련의 모습이 변합니다.] [바너드의 모습이 변합니다.]두 단검의 칼날이 수백 개로 나뉘어졌다.
사복검의 형태로 변한 칼이 어지럽게 춤을 추었다.
“으아아악!”
25년이 비명을 질렀다.
창 한 자루로 그 모든 칼날을 받아내기엔 역부족.
궤도를 예측하는 것도.
운영자의 권능을 사용한 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일단은 여기서 벗어나야 해. 최소한 권능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둘 이상의 운영자가 붙어야 승산이 있다.’
진혁의 능력이 예상치를 한참이나 뛰어넘었다.
그저 지켜보기만 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적으로서 만나게 된 지금에서야 뼈저리게 느꼈다.
상대가 상상을 초월하는 괴물이라는 것을.
그렇게 맞대응보단 빠져나갈 구멍을 살피고 있을 때였다.
‘지금…!’
아주 희미하게 도주로가 보였다.
팔 하나 정도 희생을 각오한다면 이 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틈마저 진혁이 노린 설계였다.
[고유 능력 ‘7개의 탄환’이 발동됩니다!]시련의 탑 50층.
태고의 존재 중 하나를 쓰러뜨렸던 바로 그 능력이다.
총구를 따라 보라색을 띤 빛이 눈부시게 불타올랐다.
“자, 잠깐만!”
25년이 그 어느 때보다 다급하게 외쳤다.
쿠쿠쿠쿠쿠쿠쿠!
시그니엘의 옆으로 또 다른 보라색 기둥이 만들어졌다.
* * *
같은 시각.
탑 밖에서 분신체가 싸우고 있는 사이 진혁의 본신은 한창 ‘N’이 주최하는 게임에 휘말린 상태였다.
‘저쪽 일은 그럭저럭 잘 마무리될 것 같은데… 문제는 이쪽이야.’
한국의 전통 놀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보통의 버전에서는 그저 술래의 눈을 피해 멈추고 달리기만을 잘 하면 된다.
그러나 34층에서는 그보다는 훨씬 더 높은 난이도를 요구했다.
“무궁화 꽃이….”
파파팟!
“픴다!”
말을 끝맺는 속도가 1초도 되질 않는다.
때로는 느릿하면서 때로는 빠르게.
타이밍을 빼앗는 솜씨가 사기에 가까웠다.
게다가 이후에 있는 수많은 게임들을 생각하면 갈수록 골치가 아프다.
공략법을 알고 있는 이상 어떻게든 돌파가 가능하긴 했지만,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었기 때문이다.
잘해봤자 본전.
‘N’의 게임은 애초에 말려들지 않는 게 최선이었다.
“지, 진혁 씨!”
“이거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예요?”
테레사와 안드리아가 균형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특히나 이 게임이 생소한 두 사람으로서는 더더욱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빌어먹을.
이럴 때 뭔가 다른 방법이 있다면 좋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던 바로 그때.
“무궁화 꽃이… 어라?”
파차차창!
문어 게임을 관장하던 결계가 깨졌다.
부서진 파편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건 검을 쥔 검성.
‘천유성’이었다.
“유성아!”
진혁이 반갑게 소리쳤다.
역시나 이럴 때 가장 든든한 게 저 거머리 녀석이구나.
“누군 가디언들을 상대하느라 생고생을 했는데, 넌 팔자 좋게 게임이나 하고 있군.”
……방금 했던 말은 모조리 취소다.
하여간 좋게 봐주려 해도 꼭 초를 친다니까.
“히이익… 내, 내 놀이…터가…. 넌 누구….”
“알 거 없다. 그만 꺼져라.”
N의 주력 능력은 공상 구현화.
본신의 능력 자체는 떨어졌기에 검강을 가득 실은 천유성의 검을 받아낼 순 없었다.
N이 허둥지둥 몸을 피하려 했다.
서걱!
그리고 훤히 등을 보이는 N을 향해 천유성이 검을 휘둘렀다.
“끼으이에….”
양분된 몸이 각기 다른 방향을 향해 떨어졌다.
그렇게.
[게임이 강제로 종료됩니다.]푸른 상태창과 함께 보이는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