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64)
564화. 떠오르는 별, 몰락하는 세력 (1)
붉은 눈동자가 살며시 흔들린다.
“아….”
엘리스의 입에서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마치, 오랫동안 악몽을 꾸다 깬 것처럼 머릿속이 뿌옇게 흐렸다.
안개 속을 헤맨 기분이다.
하지만.
눈앞에 아주 익숙한, 그리고 소중한 사람이 서 있었다.
“계…약자….”
“정신이 좀 들어?”
진혁이 따뜻한 눈으로 엘리스를 바라봤다.
헤어진 시간이 그리 안 됐지만, 너무나도 그리웠다.
더 이상 갈증은 느껴지지 않았다.
엘리스가 자신도 모르게 양손을 뻗어 진혁의 어깨를 감싸안았다.
“응….”
진심을 담아 그렇게 말했다.
정말로 괜찮았다.
너무나 괴롭고 수치스러웠지만, 지금은 정말로 모든 게 다 괜찮았다.
악몽은 끝났으니까.
바로 그때.
“크윽….”
잔해 더미 속에서 25년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검보란 스파크.
엄청나게 큰 타격을 받았는지 상처가 복구되지 않았다.
“분신 따위에게… 이렇게 큰 피해를 입을 줄이야. 역시 괴물은 괴물이구나. 하지만, 대관식을 이렇게 쓰면 이후가 골치 아파질 텐데? 감당할 수 있는 건가?”
25년이 심하게 훼손된 그림을 가리켰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제아무리 오룬을 달달 볶는다 해도 저 정도 망가진 그림을 복원할 순 없겠지.
세상엔 협박으로도 안 되는 일들이 있는 법이었으니.
“그것까진 네가 걱정할 필요는 없어. 넌 여기서 죽을 테니까.”
진혁이 총구를 25년의 이마에 갖다 댔다.
주신들 역시 삶에 대한 집착이 엄청났지만, 운영자는 그와는 차원이 다를 터.
25년 역시 죽음을 직면하자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날 죽이면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움직일지 알 수 없을 거다. 하지만, 만약 날 살려준다면….”
“필요 없어.”
철컥!
격철이 올라간다.
분명, 25년을 살려주면 실보다 득이 더 많긴 할 테지만.
이딴 장난질을 친 놈이 숨을 쉬고 있다는 것 자체가 훨씬 더 거슬렸다.
게다가.
[복사 조건: 운영자는 시련의 탑의 가장 꼭대기에 존재하는 자. 그런 운영자가 자신만의 고유능력을 사용하게 한 뒤, 그를 제압하거나 제거한다면 그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복사할 수 있게 됩니다. (단, 시스템의 제약으로 인해 능력 사용에 상당 부분 제약이 걸릴 수 있습니다.)]운영자의 능력을 복사할 수 있는 기회.
비록 제한이 걸린다는 조건이 붙어있긴 했지만, 이것만으로도 정보 이상의 활용 가치가 있는 셈이다.
진혁의 눈빛을 본 25년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어떤 회유 조건을 걸든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크아아아!”
비명과 함께 손을 앞으로 뻗는다.
아직 시스템의 능력치를 조종할 수 있는 힘은 남아 있을 터.
성공만 한다면 살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진혁은 그런 의도를 간파한 상태였다.
25년이 움직이는 것보다 반 박자 빠르게.
바닥에 있는 룬어들이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10성급 결계 ‘룬어의 결속’이 발동됩니다!]“무, 무슨?”
푸른 빛들이 넘실거리며 25년의 전신을 옭아맸다.
마력이 강할수록 속박력이 올라가는 특성을 지닌 대결계.
마지막 남은 모든 힘을 쥐어짜낸 덕에, 결계의 힘 역시 상상 이상으로 강력해졌다.
“끝까지 내 예상을 벗어나지 않네. 차라리 그걸 이용해 도주를 했으면 팔다리 정도 잃는 거로 살아갈 순 있었을 거야.”
다른 사람은 얼마든지 상처를 입히면서 정작 자신의 몸에 나는 상처는 용납하지 못하는 성격.
그게 25년이 이 자리에서 죽는 이유다.
“기, 기다려…라! 나에겐 아직…!”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총구가 불을 뿜었다.
타아앙!
한 줄기 섬광이 25년의 머리를 꿰뚫었다.
“끄으으…으으으어….”
주먹만한 바람 구멍.
그럼에도 한 방에 죽지 않는다.
과연 운영자는 운영자다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질긴 생명력이었다.
타앙! 타앙! 타타다다당!
보랏빛 섬광이 연신 점멸했다.
“크아아아…으아아아악!”
25년의 몸이 미친 듯이 들썩였다.
끔찍한 고통이 전신을 파고들었지만, 질긴 목숨과 재생력 덕에 쉽게 죽을 수도 없었다.
“그냥 죽여…. 그만 끝내라고 이 썩을 자식아!”
25년이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
⁕ ⁕ ⁕
그렇게 얼마나 긴 시간이 이어졌을까?
마침내 25년의 몸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사라져버렸다.
시련의 탑이란 세계를 부유하며 수많은 신화를 쌓아올린 운영자 중 하나가 소멸한 것이다.
동시에.
띠링! 띠링!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그 어느 때보다 무수히 많이 올라가는 상태창.
레벨 세 자릿수에 도달한 이후 이토록 많은 알림음이 떠오른 건 처음이다.
심지어 25년이 죽은 자리엔 아예 처음 보는 아이템들이 떨어져 있었다.
‘저건….’
놈이 사용했던 얼음 창과.
마찬가지로 생소한 문양이 새겨진 반지였다.
아이템 확인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우우웅!
진혁이 개인 상태창을 활성화시켰다.
——————————————————
이름: 강진혁
성별: 남
레벨: 281
힘 119 민첩 131 체력 148 마력 589 간극 100 행운 10 적응형 78 정기 237.55
보유한 스탯 포인트: 93
보유한 코인: 20,554,579
직업: 룬의 지배자
고유 성창: 역천(逆天)의 륜, 페이즈 2, 8개의 늪, ‘백야(白夜)’, ‘파이널 제네시스’, ‘다운 폴’, ‘플레어 이클립스’, ‘라스트 마이스터’, ‘철련화’, ‘플레이크’, ‘달들의 속삭임’, ‘잔류월광’.
고유 능력: ‘융합(融合)’, ‘검의 무덤’, ‘별의 가호’, ‘아누비스의 심판’, ‘혈마기(血魔氣)’, ‘만다라(曼茶羅)’, ‘1초 무적’, ‘천독(千毒)’, ‘하얀 맹수’, ‘만상공유(萬祥共有)’, ‘태양의 성역’, ‘흑천마황공(黑天魔皇功)’, ‘트리플 매직’, ‘거신의 일격’, ‘화룡의 숨결’, ‘고속검(高速劍)’, ‘툼그레이브의 오른팔’, ‘버서커’, ‘바람의 영역’, ‘음영극살(陰影亟殺)’, ‘태초의 불꽃’, ‘혈폭(血爆)’, ‘검은 눈물’, ‘툼그레이브의 다리’, ‘괴력난신(怪力亂神)’, ‘군단의 핵’, ‘고대 결계’, ‘천마신공(天魔神功)’, ‘멘트라 테이밍’, ‘니힐리즘’, ‘멸천만독(滅天萬毒)’, ‘적토승마(赤兎乘馬)’, ‘기계군주’, ‘극진태권도’, ‘몽마의 맹세’, ‘해류의 의지’, ‘배교자의 황금사과’, ‘섭식성장(攝食成長)’, ‘굴종의 손아귀’, ‘어스 퀘이크’, ‘산성 더듬이’. ‘포이즌 로드’, ‘카스카 디아슬라브’, ‘시스템 조작(한정)’
스킬: 스킬의 내용이 너무 많아 ‘접어 두기’ 상태로 전환됩니다.
——————————————————
무려 31레벨!
새로 쌓인 스탯만 해도 93스탯이다.
물론, 가장 심장을 뛰게 만드는 건 새로 얻은 능력이었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고동쳤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능력들과 달리, 완전히 새로운 영역에 있는 걸 손에 넣게 됐으니….
……당연히 기대감이 미친 듯이 솟구칠 수밖에.
[시스템 조작]입수 난이도: 불가능
내용: 손이 향한 대상의 상태창을 조작할 수 있습니다. 능력을 보유한 이의 숙련도에 따라 조작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지게 되며, 시스템과의 모순을 야기할 경우 사용자에게 심각한 데미지를 입힐 수 있습니다.
단순히 내용을 읽는 것만으로도 확신이 선다.
기존의 상식을 넘어서는 걸 손에 넣었다는 걸.
‘드디어 50층과 나머지 운영자들을 넘어설 수 있는 카드를 손에 넣었어.’
일회성이 아닌 지속 개발 가능한 능력을 확보하게 된 순간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번 일에는 여러 가지 행운이 뒤따랐다.
딱 맞춰 복원된 ‘나폴레옹의 대관식’, 그리고 이쪽의 한계를 멋대로 규정지은 ‘상대의 방심’이 그 이유였다.
두 개를 적절하게 활용한 게 아니었다면 오히려 당했을지도 몰랐다.
‘스탯 분배도 마무리해야지.’
새로 얻은 능력을 활용하려면 모든 스탯을 마력에 쏟아 부어야 한다.
[마력이 589 → 682로 상승합니다!]우우웅!
온몸을 따라 퍼지는 진한 마력.
한꺼번에 대량의 마력을 올린 게 확실하게 체감되었다.
‘잔류월광으로 만드는 분신체의 수도 더 늘릴 수 있겠어.’
아니면, 숫자를 줄이는 대신 분신체 개별의 완성도를 더욱 높이는 것도 가능했다.
그럼 어디.
새로 얻은 능력을 한 번 사용해 볼까?
[고유 능력 ‘시스템 조작’이 발동됩니다!] [선택은 ‘나폴레옹의 대관식’. 심하게 훼손된 부분이 일정 부분 복원됩니다!]마력이 응집되면서 완전히 엉망이 되었던 아이템의 상태창에 변화가 생겼다.
[훼손도가 F(사용불가)에서 D(1회 사용 가능)로 변경되었습니다!]“큽….”
하지만, 그에 따른 반동도 상당했다.
마력을 이 정도로 올렸는데도 능력을 발동하는 거에 엄청난 압박감을 느꼈다.
코를 타고 흘러내리는 피.
혈관들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더 심한 상태 조작을 했다간 그대로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래도 이 정도 피해를 감수할 만한 가치는 있었다.
아직 완벽하게 해결한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당분간 봉합한 정도는 되겠지.
다음은….
진혁의 시선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두 개의 아이템으로 향했다.
파츠츠!
멀리서도 느껴지는 한기.
‘빙하조형’으로 몸을 보호했음에도 심상치 않았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탐식의 눈’이 발동되었다.
[서리혼령의 창]입수 난이도: 측정 불가
공격력: 449,800
내구도: 무한대
내용: 절대영도의 힘을 사용할 수 있으며 보유하고 있는 빙계 속성 능력을 자동으로 최상위 단계까지 업그레이드 시켜줍니다.
[서리혼령의 반지]입수 난이도: 측정 불가
내구도: 무한대
내용: 시련의 탑이 처음 만들어질 때 당시, 탑을 지배했던 절대자 ‘서리혼령’. 그녀의 성유물인 반지는 정신 공격에 대한 내성을 최대치까지 상승시켜 주며, 5대 원소에 대한 친화력 역시 최대치까지 상승시키는 효과를 지니고 있습니다.
……대박이다.
진혁이 순간 숨을 멈출 뻔했다.
공격력도 발뭉보다 윗줄이었지만, 절대 영도의 힘을 다룰 수 있다는 능력 역시 사기에 가까웠다.
더군다나 서리혼령의 반지는 정신 계열에 특화된 아티팩트.
이걸 가지고 있다면 50층의 정신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최고의 방패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다행인 건….
툭.
진혁이 엘리스의 은빛 머리카락에 말없이 손을 갖다 댔다.
“헤헤.”
세상모르게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철없는 여왕님.
모든 능력과 아이템들을 주고서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동료를 지켰다는 점이다.
“엘리스.”
“응. 왜 그러느냐?”
“우린 전쟁을 마무리 짓고 있을 테니 이곳에서 쉬고 있어. 당장은 괜찮다고 해도 계약이 끊긴 이상 무리하면 안 될 거야.”
“아… 맞구나. 짐과 계약자와의 계약이 끊어졌었지.”
엘리스의 표정이 급속도로 어두워졌다.
아직까지 그 사실이 실감이 잘 안 난다는 듯. 손가락을 연신 쥐었다 폈다.
하지만, 잠시뿐이었다.
“괜찮다.”
“뭐가?”
“짐이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봤는데, 다시 한 번 계약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느니라.”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계약이 무슨 장난도 아니고.
인터넷에서 본 걸로 어떻게 하려고?
“그… 그 남녀 둘이서 마력을… 마력을 공유하면….”
엘리스가 얼굴이 빨개진 채 말을 더듬었다.
저 말에 방금 결심이 섰다.
다음부터는 현대 문물엔 손도 못 대게 해야 한다고.
그러나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이미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엘리스로부터 도망치는 것이었다.
“잔류월광 해제. 잔류월광 그만! 잔류 월광…멈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