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66)
566화. 떠오르는 별, 몰락하는 세력 (3)
저벅.
천사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건 긴 뿔을 가진 고위 마족이었다.
최소한 사단장 혹은 백작에 준하는 귀족급이다.
당장 와 봐야 한다고 하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마족일 줄이야.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그 더러운 몸을 들이미는 것이냐.”
천사들의 눈썹이 역팔자로 휘었다.
아무리 고위 마족이라 해도 상대는 한 명.
이 많은 수의 천사들을 상대할 순 없었다.
단칼에 몸을 반으로 갈라 소멸시켜야겠다는 생각에, 신성력이 격하게 요동쳤다.
그런데 바로 그때.
“후후. 다들 너무 그렇게 밉게만 보지 마시죠. 맨몸으로 온 게 아니라 나름대로 근사한 이야깃거리를 가져왔으니까요.”
마족이 양손을 위로 치켜든 채 환한 미소를 지었다.
“네놈과 할 이야기는 칼로 하는 것밖엔 없다.”
탐드엘이 불타오르는 창을 높게 치켜들었다.
[‘멸죄의 창’이 개방됩니다!] [마족을 상대로 한 공격력이 30%만큼 상승합니다!]화르륵!
뜨거운 불길이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제가 디아블로 님을 대표해 왔다고 해도 말입니까?”
“……!?”
마족의 말에 탐드엘의 움직임이 우뚝 멈췄다.
디아블로라면….
베리엘 쪽에서 공격하기로 했던 마왕이다.
그러고 보니.
마족의 어깨에 새겨진 문양이 디아블로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틀림없이 놈의 혈족 중 하나라는 소리.
탐드엘이 우리엘의 눈치를 살폈다.
대체 어떻게 디아블로 측에서 자신들이 공격받을 거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는 것일까?
그 사실을 알고서도 기습을 하거나 대비를 하는 게 아니라 사자를 보낸 이유는 또 무엇이고?
뭐가 됐든 지금 당장 공격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론 충분했다.
“……말해봐라.”
우리엘이 마족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제 이름은 아자젤. 디아블로 님을 섬기는 마족 중 하나입니다. 제가 이곳에 온 건 다름이 아니라 베리엘과 손을 잡는 대신 저희 쪽과 손을 잡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역시나.
불길한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빌어먹을. 정보가 샜군. 올림포스나 천세 쪽에서 알아차린 거냐? 그 다음에 너희에게 이 사실을 말한 거고?”
“예. 맞습니다. 그쪽에서 저희에게 접촉해 왔었습니다. 그리고 물론 아시겠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저희 쪽과 함께하는 게 훨씬 더 유리할 겁니다.”
당연한 이야기다.
어차피 목적이 하나라면. 당연히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순진한 쪽을 치는 게 유리하지 않겠는가?
게다가 디아블로와 손을 잡게 된다면, 천세와 올림포스와도 척을 지지 않아도 된다.
처음부터 얄미웠던 고인물 코퍼레이션에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것 역시 덤이었다.
“…….”
우리엘이 들고 있던 철퇴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저울에 올라간 건 굳이 비교해보지 않아도 뻔했다.
이미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어져 버렸으니까.
“베리엘 쪽을 친다.”
그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현명하신 결정을 하신 겁니다. 그럼, 바로 놈의 영지로 가는 길을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자젤이 깊숙이 허리를 숙였다.
동시에.
우우웅!
[거점 ‘마계’의 특수 필드 스킬 ‘혼돈의 장막’이 해제됩니다.]천사들의 측면의 무너지기 시작했다.
“……!?”
우리엘조차 눈치채지 못할 만큼 완벽한 결계다.
모습을 드러낸 건 수만이 넘는 마계의 대군.
전원이 디아블로에게 소속된 정예들이었다.
“건방진 놈. 거절하면 바로 우리를 공격할 셈이었나.”
“만약을 위한 보험이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이 정도는 되어야 우리엘 님께서도 저희와 손을 잡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아자젤이 어깨를 으쓱했다.
“계속 시건방진 말을 내뱉는구나. 하지만,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것으로 마계와 에덴의 임시 동맹이 체결되었다.
* * *
34층 거주자들이 박살나고 아테나는 간신히 몸만 추스른 채 빠져나갔다.
처음 타이탄들과 고인물 코퍼레이션을 막으려 했던 병력의 90% 이상을 잃어버린 것이다.
그나마 나머지 거주자들 중에선 호도의 대족장과 그를 따르는 오크들만이 유일하게 살아남은 중간 보스급이었다.
“순조롭군.”
크로노스가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이제 머지않아 제우스가 있는 곳이 보일 터.
꿈에도 그리던 올림포스의 정복까지 머지않았다.
진혁 역시 낙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했다.
상대가 준비한 회심의 카드들을 전부 박살낸 이상,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변수는 남아 있지 않았다.
‘엘리스를 지키고 34층을 막은 게 가장 컸지.’
솔직히 말해 계약이 끊어졌을 때 간담이 서늘해지긴 했었다.
이쪽의 가장 아픈 부분을 찌르는 것이었으니까.
그래도 모든 고비를 완벽하게 넘었다.
마지막 변수인 헤라클레스는 토르와 북유럽에서 사력을 다해 막아주고 있었으니.
이제는 제우스와 나머지 주신들과의 최후의 결전만 신경쓰면 될 일이다.
그런데.
욱씬!
오른쪽 쇄골에 시큰거리는 통증이 솟구쳤다.
“이건….”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통증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베리엘이 자신의 검은 사도가 되어 달라고 하도 징징거리길래 대신, 동맹이라는 증표로 새긴 문신이다.
마계어와 룬어가 조합된 문신은 서로에게 치명적인 위험이 발생했을 때만 반응하게 되어 있었다.
순식간에 여러 경우의 수들이 떠올랐고.
그중에서 가장 최악의 가능성이 뒤통수를 때렸다.
설마….
올림포스와 천세 쪽에서 눈치를 챈 건가.
그것 외엔 말이 안 된다.
우리엘이 시간을 끄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차린 게 틀림없다.
[결계 ‘추적자의 고리’가 발동됩니다!] [스킬 ‘천라지망’이 발동됩니다!]만약을 대비해 우리엘 쪽에 추적 마법을 펼쳐뒀었다.
마력이 요동치며 푸른 가루들이 글자와 숫자를 이루었다.
[대상의 현재 위치는 마계, 좌표는 212, 36, 369입니다.]빌어먹을.
진혁의 표정이 왈칵 구겨졌다.
저 좌표는 베리엘의 영지 한복판이었기 때문이다.
* * *
전쟁에 있어 예상치 못한 상황은 계속해서 터지기 마련.
훌륭한 지휘관과 그렇지 못한 지휘관의 차이는 발생한 변수에 대해 얼마나 빨리. 그리고 효과적으로 대처하느냐는 것이다.
[화상 연결이 되었습니다.]쿠쿠쿠쿠 콰아앙!
“으아아악!”
“끄아아악!”
“크오오오!”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비명소리와 매캐한 화염.
영상 너머로도 피비린내가 전해지는 것만 같다.
베리엘의 영지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병력과 병력이 전면전을 치르는 중이었다.
“영 좋지 않은 타이밍에 연락을 했군. 그러게 놀러 오라고 할 땐 코빼기도 비치지 않더니 말이야. 이제 와서 새해 인사라도 할 셈이더냐?”
초췌해 보이는 베리엘이 보였다.
신성력에 당했는지 상태가 심각해 보였다.
마왕의 재생 능력으로도 감당하기 힘든 만큼의 상처를 입은 것이다.
“……미안.”
경고를 해주려 했는데, 이미 늦었다.
연합군이 한 발 먼저 기습의 이점을 살렸다.
그리고 그 대가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뼈아팠다.
“버틸 순 있는 거야?”
진혁이 무겁게 입을 뗐다.
“쉽진 않겠지. 첫 기습에 너무 세게 당했어. 단기간에 영지가 너무 커져 익숙하지 않은 데다, 내부에 디아블로 쪽 끄나풀도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천사 놈들이 올 거라는 걸 예상하지 못한 게 패착이었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엘의 천사들이 성벽 위를 휩쓸고 다녔다.
디아블로 측의 주력이라 할 수 있는 ‘헬 울프‘ 역시 극도로 까다로웠다.
도와주러 가야 한다.
하지만, 지금 이 타이밍에 자리를 비웠다간 올림포스가 재정비할 시간을 주게 되는 꼴이다.
놈들도 그 점을 알고 베리엘을 노린 거겠지.
쉽게 버리지 못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결국, 적절하게 나눠 지원을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올림포스와 전쟁을 치를 만큼 전력을 유지하면서 베리엘의 영지를 지킬 수 있을 만큼의 규모로.
‘실수했다간 양쪽 다 잃을 수도 있어.’
진혁이 마른침을 삼켰다.
빠르게 떨어지는 모래시계 속 알갱이들.
이제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 * *
[우리엘이 Lv??? ‘홀리 스마이트’를 발동합니다!]우우웅… 쿠쿠쿠쿠쿠!
철퇴에 맺힌 형언할 수 없는 빛이 일점을 향해 폭발했다.
창공에서….
……지상으로.
콰콰콰아앙!
폭풍이 모든 것을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상상을 초월하는 위력.
철퇴에 지격당한 곳에 운석이 떨어진 듯한 크레이터가 생겼다.
“역시, 화끈하시군요. 이래서 다들 신성력, 신성력 거리는 건가 봅니다. 아예 이참에 저도 종교 하나쯤 가져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아자젤이 박수를 쳤다.
“이죽이지 마라. 그게 더 짜증나니까. 그보다 베리엘은 대체 어디에 있는 거냐?”
적의 머리를 잘라내야 이 싸움이 끝날 터.
하지만, 어째서인지 베리엘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처음 영지에 침공했을 때, 한 차례 전투를 치른 이후부턴 완전히 꽁무니를 빼고 잠적해버렸다.
놈의 성격상 부하들을 마냥 소모품으로 버릴 리 없다.
그렇다는 건.
‘지원을 기다리고 있는 건가.’
베리엘과 진혁이 동맹관계에 있으니, 혹여 그 부분에 희망을 걸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걱정하시는 게 뭔지는 알겠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강진혁은 현재 올림포스와의 전쟁에서 발을 뺄 수 없을 테니까요. 저희도 그 점을 전부 인지했기에, 이번 작전이 완벽하다 말씀드리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밑에 있는 놈들이 강하다곤 해도 상황을 반전시킬 정도는 아니다.
유일하게 위협적인 건 엘리스인데….
현대에서 큰 부상을 입고 적어도 당분간은 움직이지 못한다고 들었다.
두려워할 건 단 한 가지도 남아 있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우우웅!
베리엘의 영지 한복판에 붉은 게이트가 나타났다.
심상치 않은 마력이 소용돌이쳤다.
“크으윽….”
“저, 저기…!”
“저 위를 봐!”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던 베리엘의 병사들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베리엘.
마계의 한 축을 담당하는 마왕이 현현한 순간이다.
“날뛰는 건 여기까지다.”
베리엘이 오만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도망만 치더니 드디어 나오셨군요.”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머리를 으깨버리겠다.”
아자젤과 우리엘이 투기를 내뿜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사냥감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천사와 마족의 미소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너는….”
“어떻게….”
베리엘의 옆으로 등장한 인물이 완전히 허를 찌르는 종류였기 때문이다.
엘리스 폰 아타락시아.
분명, 마력을 모두 소진해 회복 중이어야 할 진조가 함께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아레스가 남긴 상처와 트라우마는 이토록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종류였으니까.
그러나 두 명이 모르는 사실이 한 가지 있었다.
진혁이 새로 복사한 능력 중 하나가 바로 상태창을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어이, 뿔 달린 마왕. 짐을 움직이게 한 대가는 비싸다. 알고 있겠지?”
“흐음. 마계에 존재하는 모든 디저트를 종류별로 제공해주면 될까? 마침, 우리 쪽 요리사가 탑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친구거든.”
베리엘이 어깨를 으쓱였다.
“푸하하하! 고작 그 따위로 아타락시아의 가주를 회유하겠다는 생각이십….”
“허락한다.”
엘리스가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