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67)
567화. 떠오르는 별, 몰락하는 세력 (4)
쿠쿠쿠쿠쿠!
한때 시련의 탑 전체를 공포에 떨게 한 최강의 진조.
엘리스 폰 아타락시아라고 하면 그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었다.
우리엘이 허탈하다는 표정을 자아냈다.
“마력을… 회복한 걸로도 모자라 전성기까지 도달한 건가.”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저게 가능한 걸까.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었지만, 어차피 의미 없는 이야기다.
현실은 엘리스가 완전히 돌아왔고.
이쪽은 지금부터 저 괴물을 막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만 한다.
[엘리스가 고유 능력 ‘블러드 로드’를 발동합니다!]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마력이 몰아쳤다.
핏방울들이 한곳으로 모이자 마계의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피, 피해라!”
마족들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압도적인 공격에 감히 막아낼 생각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도망치는 것보다 엘리스의 피보라가 몰아치는 게 한 발 더 빨랐다.
콰콰콰콰콰콰!
선혈의 파도가 디아블로와 우리엘의 진형 한복판을 휩쓸었다.
“끄아아아악!”
“아아아악!”
잘려나간 팔다리가 사방으로 튕겨나갔다.
“캬오오!”
“크오오오!”
헬 울프와 각종 대형급 마수들 역시 비참한 신세를 피하기 어려웠다.
그나마 상위종들은 목숨만은 건졌으나, 뒤이은 엘리스의 꼬챙이 공격에 더욱 처참한 몰골이 되어버렸다.
퍼퍼퍽!
퍼어억!
채 1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수천이 넘는 병력이 전투 불능에 빠져버렸다.
“빌어…먹을.”
우리엘이 걸레짝이 되어버린 방패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가까스로 버티긴 버텼다.
물론, 갈비뼈와 왼팔이 박살이 난 상황에서 목숨을 건진 걸 기뻐해야 하는진 의문이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아자젤 역시 특유의 이죽거림이 완전히 사라졌다.
여유롭던 얼굴엔 경악과 공포의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그만큼 엘리스의 위용은 격이 달랐다.
도저히 맞서 싸워서 이길 수 있다는 계산이 서질 않았으니까.
한편.
여유롭게 손가락을 움직이던 엘리스 역시 마냥 이 상황이 달갑지만은 않았다.
‘쳇… 이 정도로는 날개 달린 천사 놈이랑 상위 마족까진 안 되는 건가.’
분명, 진혁의 도움으로 인해 완벽하게 전성기를 재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것일 뿐.
[상태, ‘최상’까지의 시스템 유지 시간] [0H : 12M : 33S]가장 높이 뜬 태양은 곧 지게 되어 있었다.
“뭔가 문제가 있나보군.”
베리엘이 엘리스의 몸상태를 눈치챘다.
“그래.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게 좋겠어. 저 두 녀석뿐만 아니라 디아블로란 놈도 쓰러뜨려야 하는 거잖아?”
“나름 총력전이니 아자젤만 보낸 일은 없을 거다. 오히려 그 전투광인 놈이 지금까지 숨어 있는 게 의아할 지경이야.”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 가장 께름직할 수밖에.
베리엘이 찝찝한 감정을 흘려보내지 못했다.
“그 부분은 걱정 마. 계속 패다 보면 결국엔 나오긴 나올 거야. 자기 수족들이 다 잘려나가도 숨어있지만은 않을 테니까.”
엘리스가 눈부신 레이피어를 꺼냈다.
붉은 오러가 맺힌 칼날이 기묘한 공명음을 내뱉었다.
탓!
몸이 사라진 건 바로 그때였다.
공간이동으로 단숨에 거리를 좁힌 엘리스가 아자젤의 심장을 노렸다.
“네가 디아블론지 뭐시기인지 하는 놈의 혈족이지?”
“……!?”
간신히 반응한 아자젤이 검을 휘둘렀다.
칼날과 칼날이 맞부딪치며 서로의 궤도가 빗겨났다.
그게 정상일진대….
카가가각… 푸욱!
“커억?”
엘리스의 레이피어가 뱀처럼 휘더니 곧바로 아자젤의 심장을 꿰뚫었다.
철로 만들어진 게 아닌, 마치 액체로 만들어진 칼날 같다.
“잠…깐만….”
아자젤이 어떻게든 몸을 빼려 했지만, 칼날에 맺힌 핏방울이 폭발한 게 먼저였다.
퍼어억!
아자젤의 몸이 그대로 폭발해버렸다.
“죽어라아아!”
부우웅!
우리엘이 철퇴에 신성력을 담아 내리쳤다.
아자젤이 당하는 동안 엘리스를 해치울 생각에서다.
그러나 그마저도 또 다른 이의 개입에 저지당했다.
[베리엘이 흑창 키샨 – ‘흑망성’을 발동합니다!]거대한 검은 별이 우리엘의 홀리 스트라이크를 방어했다.
콰아아앙!
서로 다른 두 개의 마력의 충돌.
파공성이 대기를 찢어발겼다.
균형을 잡기 힘든 충격파가 수십 개의 원을 이루며 퍼져나갔다.
“베리…엘. 타락한 걸로도 모자라 끝까지 에덴의 뜻에 거역하려 하는 것이냐!”
“미안하지만, 집 나간 패륜아라 에덴에 지킬 의리 따윈 없다. 무엇보다 내 집을 활활 태우고 있는데, 구경만 하고 있을 것 같나?”
천사와 타천사가 서로를 향해 으르렁댔다.
“호오. 뿔 달린 마왕치곤 제법이구나. 과연, 이 정도는 되어야 짐과 함께 싸울 자격이 있지.”
“그대 역시 나와 함께 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쿠쿠쿠쿠쿠쿠!
빠르게 응집되는 두 개의 빛.
엘리스와 베리엘.
두 절대자가 마력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 * *
“괜찮은 거냐?”
진혁의 안색을 살피던 천유성이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살다 살다 보니. 우리 유성이한테 괜찮냐는 말도 들어보네. 이래서 오래 살고 볼 일인가 봐.”
“워낙에 죽을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어서 물어본 것뿐이다. 내 손에 박살 나기도 전에 망가져버리면 곤란하거든.”
차라리 말이나 하지 말지.
하여간 감동을 바로 깨버리는 건 여전한 놈이다.
“됐다. 됐어. 내가 바랄 걸 바라야지. 그런 점이라면 걱정 마. 버틸 만하니까.”
욱씬!
말과 달리 몸 상태가 좋진 않다.
‘시스템 조작’을 무리해서 사용한 여파가 예상치를 훨씬 웃돌았다.
‘하긴, 엘리스를 회복시킨 수준을 넘어 전성기로 부분 회귀시켰으니까.’
그나마 시간 제한을 걸어뒀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반동으로 온 몸이 터져버렸을지도 모르겠다.
다시 한 번 시스템 조작은 신중하게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욕심을 부리다가 한계를 넘어버릴 수 있었으니.
“진혁 씨… 잠시만요. 제가 조금이라도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테레사가 진혁의 등에 손을 갖다 댔다.
우우웅!
따스한 기운이 몸 속으로 스며든다.
‘별의 가호’를 통한 회복 스킬을 사용한 거겠지.
마음은 고맙지만 이걸로는 안 될 텐데….
그렇게 생각한 순간.
[몸이 빠르게 회복됩니다.] [가장 순도 높은 신성력이 당신의 몸에 깃듭니다.]황금색 상태창이 연이어 점멸했다.
“뭔가… 다르네요? 신성력의 질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진혁이 깜짝 놀라 물었다.
“예. 그게… 가브리엘 님과 사도 계약을 맺었거든요.”
가브리엘과?
확실히, 대천사의 사도라면 눈에 띄는 스펙업이 가능하긴 할 거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텐데.
의문이 이어지고 있을 때, 테레사가 한 마디 덧붙였다.
“제1사도로서의 권능을 주셨기 때문에. 신성력이 훨씬 더 강해졌을 거예요.”
제1사도.
각 세력의 사도 중에서도 첫 손에 꼽히는, 한 마디로 에덴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성기사다.
다른 사도와는 차원이 다른 혜택을 누릴 수 있을 터.
이제야 모든 게 이해가 됐다.
“아, 권능을 너무 자주 나눠주면 조금 곤란해서 매번 이렇게 해드릴 순 없어요.”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해요.”
“으으음….”
진혁과 테레사가 담소를 나누는 걸 본 안드리아가 두 볼을 잔뜩 부풀렸다.
무언가 마음에 안 드는지 구미호의 꼬리들이 빳빳하게 솟구쳤다.
“저, 저도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 있어요! 진혁 님. 이거… 이것도 먹어봐요!”
안드리아가 질 수 없다는 듯, 여우구슬에 모은 혼령들을 나눠줬다.
여우의 형상을 한 귀여운 구슬들이 입 속으로 쏙쏙 들어왔다.
[몸이 미약하게 회복됩니다.] [음(陰) 기운의 마력이 스며듭니다.] [여우의 주술에 홀리게 되면 영혼을 빼앗길 수 있습니다.]이건 신성력과는 조금 다른 기분이다.
뭐라고 해야 하나.
마력 회복에 도움이 되긴 하는데, 안드리아가 묘하게 더 예뻐 보이는 착각이 들었다.
재빨리 고개를 가로저은 진혁이 회복에 집중했다.
엘리스라는 든든한 지원을 보낸 이상, 우리엘로서는 발이 묶일 터.
더 이상 후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 저 앞이다.”
크로노스가 손가락을 뻗었다.
구름 위.
올림포스의 정상이 보였다.
물론, 그 위에서 일렁이는 주신들의 마력 역시 형형색색 빛을 발하고 있었다.
진혁이 저 멀리, 제우스의 마력을 느꼈다.
파츠츠!
완전히 개방된 아스트라페가 하늘을 가득 메웠다.
드디어 최후의 결전이다.
* * *
결국….
모든 게 실패했다.
이제는 더 이상 계략을 짜는 게 무의미한 상황.
남은 건 순수한 힘과 힘의 대결을 벌이는 것뿐이다.
“차라리 잘 됐어. 치졸하게 싸우는 건 애초에 이 몸과 어울리지 않다.”
하데스가 검은 안개들을 흩뿌렸다.
“옳은 소리야. 건방진 것들이 날뛰는 걸 지켜만 보느라 좀이 쑤시던 참이었거든.”
디오니소스 역시 포도주가 든 잔을 들어올렸다.
두 주신 역시 어디 가서 밀리지 않는 최상위 신격.
나설 기회가 많이 없었던 거지. 어지간한 영웅 정도는 손짓 한 번으로 소멸시켜 버릴 수 있었다.
“신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줄 필요가 있겠죠. 마침, 타이탄들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도 왔으니까요.”
헤르메스가 모닥불 옆에 있는 거대한 체구의 남성을 바라봤다.
“후욱…. 후욱.”
헤라클레스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간신히 토르와 나머지 주신들을 쓰러뜨리고 탈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대가 역시 만만치 않았다.
갈비뼈가 훤히 드러날 만큼의 중상.
유일한 약점이라 할 수 있는 맹독에 당한 상처였다.
파츠츠…!
그 위에 토르의 묠니르를 정통으로 얻어맞았으니, 당연히 데미지가 심각할 수밖에.
상처 부위에선 여전히 푸른 스파크가 튀어올랐다.
하지만.
아무리 상태가 안 좋다고 해도 헤라클레스는 헤라클레스.
타이탄들을 몰아낼 수 있는 반신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부터 하늘을 넘보는 벌레들을 심판하겠다. 각자 맡은 위치로 이동해라.”
제우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지.”
“혹여 지는 놈은 올림포스에서 영원히 퇴출당할 각오나 하라고.”
각 주신들이 각자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났다.
때마침.
[다수의 인원들이 올림포스 – ‘신들의 안식처’에 입장합니다.]진혁과 나머지 멤버들이 유적 안으로 들어왔다.
*
우우웅!
밝은 빛과 함께 눈앞에 보이는 시야가 완전히 달라졌다.
수많은 석상들과 기둥들이 가득찬 화려한 공간이 펼쳐졌다.
이곳이 바로 상층부의 거대 세력 ‘올림포스’의 최심부.
유적 ‘신들의 안식처’이다.
“콜록! 콜록!”
“공기가… 무거워요.”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안드리아와 테레사가 눈살을 찌푸렸다.
가만히 있어도 전신을 짓누르는 무거운 압박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력의 농도가 다른 건가.”
천유성 역시 손바닥을 펴 공기 중에 녹아 있는 마력을 살폈다.
바로 그때.
“정확히 그런 의미지.”
눈앞에서 낯선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스멀.
검은 연기가 불길하게 밀려오기 시작했다.
발을 따라 음습한 감촉이 발끝을 파고들었다.
……아주 서서히.
연기가 차오르고 있다.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제우스의 형제이며 지하를 다스리는 신. ‘하데스’다.
그리고 그 옆에는 전령의 신 ‘헤르메스’가 함께 있었다.
굉장히 오래되어 보이는 스크롤을 든 채로 말이다.
봉인된 씰의 문양이 낯익었다.
저건….
진혁이 반사적으로 단검을 소환했다.
그리고 있는 힘을 다해 집어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