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7)
57화. 3층의 끝, 심장 없는 군대 (3)
“거, 검은색 잎이라고?”
인면목이 말을 더듬거렸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단어가 튀어나온 탓이었다.
당황스러운 건 지켜보던 시청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건빵이 미래다: 뭐야?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잎은 3가지 아니었어? 검은색 잎은 대체 뭐임?
-백수 위에 트수: 인면목이 놀라는 걸 보면, 히든 보상 같은데?
-피자탕수육 존맛탱: 와, 저런 건 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거냐? 커뮤니티에서도 저런 이야기는 아예 없었는데.
-새영언환: 석유급 고인물이면 남들이 모르는 정보를 알고 있는 것도 말이 되긴 해.
-건빵이 미래다: 말이 되냐? 석유급이 왜 솔플로 다님? 대형 길드에 소속되어 있겠지.
-새영언환: 왜? 하나 있잖아. 어디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고 홀로 다니는 고인물이.
-백수 위에 트수: 설마.
-피자탕수육 존맛탱: 어……!?
그래. 사실 한 명이 있기는 하다.
가면을 쓴 채 홀로 회랑을 클리어했던 최강의 플레이어가.
하지만 그 가능성을 곧바로 받아들이긴 힘들었다.
워낙에 수천 명의 가짜들에게 낚인 기억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만약 사실이라면?
정말로 그 극악의 확률을 뚫고 그 플레이어의 채널에 온 거라면?
-새영언환: 뭣보다 그게 아니라면, 이 상황이 말이 되지 않잖아.
탑에 관해 속속들이 알고 있으면서 히든 보상까지 모조리 꿰고 있다?
그런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는가?
이 정도로 탑에 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틀림없다.
의심은 머지않아 확신으로 변했다.
-피자탕수육 존맛탱: 허어어얼? 레알로 찐이라고?
-백수 위에 트수: 우ㅗ망라아아아. 언노운 형님 진짜로 팬이에요! 회랑 공략 영상 하루 12번씩 다시 보고 있습니다.
-건빵이 미래다: 우선 빤스부터 벗고 인사 오지게 박겠습니다.
180도 달라진 채팅창.
하지만, 진혁은 안달이 난 채팅들을 한 귀로 흘려 넘겼다.
이런 반응이 나올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 검은 잎에 대해서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내가 어떻게 알고 있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고 넘기기나 해.”
“하지만…… 그건!”
인면목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부패’ 효과가 있는 검은 잎.
허나, 검은 잎을 만들기 위해선 나머지 잎들을 모두 말려 죽여야 한다.
두 번 다시는 플레이어들과 퀴즈를 낼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이제 와서 구질구질하게 변명이나 늘어놓지 마라. 네가 네 입으로 그랬잖아. 갖고 있는 건 무엇이든 주겠다고.”
정령의 명예니, 약속이니 하면서 큰소리쳤던 걸 벌써 잊은 건가?
에이 설마.
그렇게 큰 소리를 쳤는데, 말을 바꾸진 않겠지.
“……크윽. 부탁이다. 제발 그것만큼은. 대신, 다른 게 있다면 뭐라도 해 주겠다.”
“필요 없어. 내가 원하는 건 검은 잎이야.”
생방송 스트리밍을 하는 이상 이제 모든 사람들이 다양한 잎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될 것이다.
시간이 흐르고 탑에 대해 더 많은 정보가 퍼질 때쯤엔, 퀴즈에 합격하는 사람 또한 나오게 될 터.
‘그렇게 내버려둘 순 없지.’
이후에라도 다른 사람이 속성 마법이 부여된 단풍잎을 얻게 해 줄 수는 없다.
‘내가 사용하지 않는 아이템은 다른 사람도 사용하지 못해야 하니까.’
그게 지극히 정상적이고 올바른 플레이다.
진혁이 손바닥을 내밀었다.
타협의 여지 따위는 없다.
결국.
파스스스…….
인면목의 머리 위를 뒤덮었던 울긋불긋한 단풍들이 모두 검게 타들어 갔다.
[인면목이 낸 3가지 질문에 모두 답하셨습니다!] [검은 잎(×1280개)을 획득하셨습니다!] [검은 잎]입수 난이도: AAA
내용: 무기나 방어구에 사용시 ‘부패’ 속성의 특수 효과(피격시 3분당 대상 전체 체력의 1%만큼 추가 피해를 가함)가 부여됩니다. 시전자는 피해를 입지 않으며, 오직 적에게만 부패 효과가 적용됩니다.]
좋아.
드디어 마지막 퍼즐까지 전부 모았다.
“…….”
진혁은 1000년은 더 늙어 버린 인면목을 뒤로한 채 절을 향해 몸을 돌렸다.
***
고적한 분위기를 간직한 절.
진혁은 동서남북 총 4개의 입구 중 동쪽 입구를 선택했다.
-건빵이 미래다: 동쪽은 위험한데. 여기가 가장 난이도 극악 아님?
-백수 위에 트수: ㅇㅇㅇ. 다른 입구는 그나마 4층짜리 석탑까지라도 구경할 수 있는데, 동쪽은 입구부터 지옥임.
-피자탕수육 존맛탱: 왜 일부러 가장 어려운 걸 고른 거지?
굳이 가장 어려운 곳을 고른 이유?
별거 없다.
‘동쪽이 가장 재밌으니까.’
그렇기에 이 루트를 가장 많이 애용했었다.
수백 번, 수천 번, 셀 수 없이 많을 정도로 도전하고 또 도전하다보니 나중에는 싫어도 몸이 기억하게 되더라.
어떻게 하면 보스에게까지 갈 수 있는지 말이다.
진혁이 붉은빛이 도는 단검을 꺼냈다.
동시에.
쿠쿠쿠쿠쿠쿠!
입구 양쪽에 솟구쳐 있던 솟대가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침입자에 반응해 방어기제를 발동하려는 것이다.
“그오오오!”
“그르르…….”
벽을 따라 도열해 있던 석상들이 움직인 건 바로 그때였다.
전신이 바위로 이루어진 1m 크기의 석상들이 진혁을 바라봤다.
-건빵이 미래다: 젠장, 역시 나왔네. 저 빌어먹을 석상들.
-백수 위에 트수: 생명석 파괴하려면 더럽게 빡세긴 하지.
-피자탕수육 존맛탱: 손톱만 한 크기인데, 몸 안에서 계속해서 움직이니까 석상 자체를 아예 잘게 박살내지 않으면 찾아내는 게 불가능함.
석상들이 까다로운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생명석을 파괴해야만 하는데, 생명석 자체가 어디 있는지 모를뿐더러 계속해서 움직이기까지 한다.
게다가 석상 자체의 공격력과 이동 속도 또한 치가 떨릴 정도로 빠르고 정확했다.
총 일곱 개의 석상이 진혁을 둘러쌌다.
주먹을 움켜쥔 채 조금씩 포위망을 좁혔다.
쿠웅!
쾅!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전투가 시작되었다.
석상들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온다.’
진혁이 가볍게 팔다리를 풀었다.
정교하게 짜인 합격진을 파훼하려면, 놈들의 호흡을 끊어야 한다.
먼저 오른쪽.
상단을 노리는 공격은 단순하고 직선적이지만, 무시하지 못할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이건 피해야 한다.
진혁이 무게중심을 낮췄다.
부우웅!
주먹이 허공을 가르는 것과 거의 동시에.
이번엔 허리를 노린 발차기가 날아왔다.
정교하면서 허를 찌르는 이격(二擊)은 대신 위력이 떨어진다.
카아아앙!
진혁이 단검을 세워 공격을 정면으로 받았다.
피해야 할 것과 막아야 할 것을 구분한다.
그리고 폭풍처럼 몰아치는 연격 속에서 진혁은 천천히 상대의 호흡이 무너지는 순간을 찾기 시작했다.
-건빵이 미래다: 와 저걸 다 피하네. 미쳤다, 움직임.
-백수 위에 트수: 이 정도면 거의 패턴을 모조리 다 암기하고 있는 수준인데?
-새영언환: 역시 지금까지 고인물이라고 어그로 끌 놈들이랑은 아예 수준이 다른 듯.
-피자탕수육 존맛탱: 5252, 믿고 있었다구!
이대로라면 동쪽 문의 입구를 돌파하는 것이 가능할 지도 모른다.
물론, 혼자인 만큼 생명석을 파괴하는 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릴 테지만.
성공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믿기 힘든 업적이었다.
그러나.
이어지는 광경에 시청자들은 그만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건빵이 미래다: 이거…… 실화냐?
-백수 위에 트수: 다시 보기 기능 없지 여기?
-피자탕수육 존맛탱: 대체 내가 뭘 본 거임? 지금?
석상의 움직임이 멈췄다.
곧바로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파편들이 후두둑 무너져 내렸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경우는 단 하나.
생명석이 파괴되었을 때뿐이다.
콰득.
진혁이 석상의 어깨에서 단검을 뽑았다.
그러자 반으로 잘린 생명석이 보였다.
‘생명석은 놈들이 공격하는 방향과 반대쪽으로 가려는 성질이 있지.’
오른팔로 공격하면 왼팔로 이동하고 오른다리로 공격하면 왼다리로 움직인다.
어떻게든 약점을 숨기려는 본능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정확한 위치는 돌의 미묘한 흔들림과 지겹도록 쌓아온 경험으로 찾아냈다.
‘예전에 개고생했던 게 결코 시간낭비가 아니었어.’
진혁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덕분에 아무리 적게 잡아도 1시간은 걸릴 거라고 예상했던 싸움이 끝났다.
고작 3분 만에.
***
[현재 참여중인 시청자 수: 38,350명]방송을 킨 지 30분도 안 돼 벌써 3만 8천명이란 시청자들이 모였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다.
첫 방송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더욱더.
-고인물 감별소: 보면 볼수록 소름 돋긴 하네. 진짜로 보스전도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백수 위에 트수: 가능하지. 내가 이 형 방송 키자마자 보기 시작했는데, 그냥 믿고 보게 됨.
-dead998: 에이, 대형 길드들의 정예 공격대도 실패한 걸 혼자서 클리어 한다고? 애초에 솔플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레이드임.
-빅파이: 나도 이거 동감. 탱, 광딜, 어그로, 힐 등등 각자의 역할이 괜히 나뉘어 있는 게 아니지.
-마감인생: ㅇㅈ. 게다가 아직 네임드 몬스터들은 나오지도 않았음.
혹시 하는 기대와 어림도 없다는 비관 섞인 의견들이 교차했다.
그때.
“믿건 말건 상관없는데, 정신 사나우니까 그만 좀 쫑알거려 줬으면 좋겠어.”
진혁이 성가신 듯 머리를 긁적였다.
-빅파이: ㅇㅇ? 설마 우리한테 한 말임?
-응가맛 카레: 에이, 설마. 정신 나가지 않고서야 시청자한테 그랬겠음?
-분노조절 잘해: 그치. 시청자 무시하면 구독자 떡락하는 거 저 사람도 알 테니까.
“너네한테 한 말 맞아.”
그냥 조용히 구경이나 해라.
시청자들 기분 따위 맞춰 줄 생각 없으니까.
“나가고 싶으면 나가도 되고 보고 싶으면 봐도 돼. 그런데 한 가지만 명심해. 이 채널의 주인은 너희가 아닌 나란 걸.”
꼭 그런 플레이어들이 있다.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시청자들에게 온갖 아양을 떠는.
그들이 원하는 게 있으면 뭐든지 들어주려고 하고 뭐든지 맞춰 주면서 플레이어는 한 마리의 순한 양이 되어 버린다.
물론, 조회수는 확실히 오른다.
자신들이 원하는 걸 모조리 들어주니 그럴 수밖에.
하지만.
그렇게 질질 끌려 다녔다간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없게 된다.
‘멍청한 놈들이지.’
주객이 전도가 된다면, 조회수가 아무리 높아 봐야 소용없을 터.
진혁은 그런 호구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채널을 운영할 생각이었다.
고인물만이 아는 공략법과.
압도적인 실력.
이 두 가지가 받쳐 준다면…….
‘시청자들에게 끌려 다니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다른 사람들과는 차별화된 양질의 콘텐츠만 제공해 준다면 시청자는 알아서 붙을 테니까.
‘컨셉을 유지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해.’
그래, 그것이야말로 ‘언노운’이란 플레이어가 가져야 할 핵심이었다.
그리고 진혁의 예상처럼.
-강호두: 이 형 컨셉 오지게 잡았누ㅋㅋㅋ.
-마감인생: 와 겁나 시크해. 쌍마이웨이식인가?
-백수 위에 트수: 원래 기분 나빠야 정상인데, 뭔가 기분이 나쁘지 않음. 뭐지 이거? 내가 변태인가?
-관짝송둠칫둠칫: 하앍하앍. 날 더 괴롭혀 줘.
-새영언환: 솔직히 자존심 부릴 만하지. 난 오히려 신선해서 더 좋은 듯.
시청자들은 능력 있고 까칠한 플레이어에 묘한 매력을 느꼈다.
그런데 채팅창이 정신없이 올라가고 있을 바로 그때였다.
‘이건……?’
진혁의 감각에 무언가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