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73)
573화. 동이 틀 무렵 (2)
콰콰콰콰콰!
역류하는 붉은 파도.
엘리스가 체내에 있는 마력을 급속도로 순환시켰다.
엄청난 피보라가 주위에 있는 모든 적들을 한꺼번에 쓸어버렸다.
수백, 수천이 넘는 적들이 갈가리 찢겨나갔다.
“끄아아악!”
“키에에엑!”
천사들과 마수들로 이루어진 임시 연합군.
신화에도 기록되지 못할 동맹이 이루어졌지만, 단 한 명의 절대자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저 강하다.
압도적으로.
모든 피를 관장하는 아타락시아의 진조는 완전히 개방된 힘을 마음껏 발산하는 중이었다.
“괴물 같은….”
“베리엘보다 이쪽이 더 문제라니.”
처음 힘의 한계를 가늠하려던 이들은 죽은 지 오래였고.
그 끝이 고갈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던 이들 역시 두려움에 빠졌다.
아무리 많은 병력을 쏟아붓고.
모든 힘을 다해 부딪쳐본들.
감히 저 진조의 영역에 접근할 수 있다는 상상이 되질 않았기 때문이다.
승리를 확신하던 우리엘 역시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분명, 전성기의 힘을 발동하는 데 제약이 있을 텐데….’
이미 여러 루트를 통해 엘리스와 진혁의 계약관계에 대한 정보의 파편들을 모아왔다.
모종의 수를 썼더라도 계약이 끊어진 현 시점에서 그 선이 존재할 터.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엘리스는 조금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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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콰콰콰…콰아아앙!
“후우….”
또 다시 한 차례 몰아친 엘리스가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속전속결로 끝내고 싶었지만, 예상 외로 길어지는 싸움.
이미 전성기를 구현할 수 있는 기간은 진즉에 끝났다.
허나, 이런 압도적인 위용을 보일 수 있는 건 시련의 탑에 존재하는 절대적인 성유물의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순혈의 왕관’.
만약을 위해 준비해둔 히든 카드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었다.
물론. 이건 일종의 양날의 검이다.
적에게 현재 왕관의 위치를 들켰다간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벌어질 수 있었으니까.
‘최대한 들키면 안 돼.’
엘리스가 반투명해진 왕관을 다시 한 번 고쳐잡았다.
진혁이 걸어준 황도십이궁(黃道十二宮). ‘염소 자리’.
평화로이 풀을 뜯는 한 마리의 초식동물처럼.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효과를 지닌 별자리다.
머리에 직접 타격만 받지 않는다면, 결계는 앞으로도 몇십 분간 유지될 터.
그 정도 시간이면 남은 놈들을 전부 쓸어버리고도 남는 시간이다.
[엘리스가 고유 성창 ‘개벽의 계시록’ – ‘레드 스콜’을 발동합니다!]엘리스의 등 뒤로 엄청난 수의 폭풍이 몰려왔다.
‘블러드 레인’이 소나기를 뿌리는 수준이라면.
‘레드 스콜’은 붉은 피가 하늘을 가리는 영역이다.
조금 더.
조금만 더.
1초라도 빨리 더 많은 적을 몰살시켜야 한다.
엘리스가 왕관의 잠재력을 한계까지 끌어모았다.
덕분에 레드스콜의 위력이 한 단계 더 상승했지만, 진혁이 펼쳐둔 결계의 영향력이 약해졌다.
파츠츠!
핏방울이 작살의 형태로 변했다.
도망갈 곳 따윈 없다.
엘리스의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스킬의 범위였으니까.
콰콰콰콰콰!!
콰콰쾅!
몰아치는 폭풍 속.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당장 벗어나라!”
“피해라. 맞서 싸우지 말고 도망치란 말이다!”
이 지옥에서 버틴다는 건 죽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딱 한 명.
우리엘만은 엘리스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안전한 곳에 꽁꽁 숨겨두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런 거였나.”
은은하게 번지는 피보라 사이로 희미한 무언가가 보였다.
워낙에 생존에만 급급했기에 엘리스를 유심히 관찰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으나, 마지막까지 의심을 지우지 않고 있던 우리엘은 그 찰나를 관찰할 수 있었다.
왕관.
이제야 모든 의문이 해결되었다.
동시에.
싸움을 반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활로가 보였다.
왕관의 존재는 더 이상 베리엘과 디아블로 간의 영역전쟁의 문제가 아니다.
마계의 모든 마왕들과.
그들 위에 군림하는 마신까지도.
이번 전투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는 소리였으니까.
에덴 역시도 무언가 움직임을 보이겠지.
고민은 길지 않았다.
우리엘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걸렸다.
“그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판이라도 키워보겠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 죽느니 혼돈을 만드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우우웅!
손에 든 철퇴가 맹렬하게 빛을 뿜어냈다.
[우리엘이 고유 성창 ‘이삭의 제단’을 발동시킵니다!]신성력의 본질은 희생.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바쳐 그보다 더 숭고한 것을 이루는 것이다.
우두둑!
…콰득!
철퇴의 표면에 금이 죽죽 일어났다.
수천 년을 사용하던 애병기가 이제 막 소멸하려 하고 있었다.
물론.
부서지는 건 마지막 임무를 끝마쳤을 때의 이야기고 아직은 아니다.
‘한 번만 제대로 적중시키면 된다.’
우리엘이 모든 마력을 쏟아 부은 상태에서 어깨를 크게 뒤로 젖혔다.
그리고 한 개의 목표를 향해 철퇴를 내던졌다.
파아앙!
소닉붐이 연이어 일어나며 눈부신 빛줄기가 허공으로 뻗어나갔다.
“……!?”
위기를 감지한 엘리스가 반사적으로 피를 끌어모아 실드를 펼쳤다.
[Lv??? ‘블러드 실드’가 발동됩니다!!]그러나 이삭의 제단이 발동된 철퇴는 평범한 실드로는 막을 수 없었다.
콰아앙!
엄청난 충격이 실드를 꿰뚫었다.
“아아악!”
엘리스의 입에서 처음으로 비명이 터져나왔다.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 철퇴는 이내 구름을 뚫고 사라져버렸다.
“감히… 짐의 몸에 생채기를 내?”
엘리스가 볼에 흐르는 피를 어루만졌다.
신성력에 당한 상처는 쉽게 재생되지 않았다.
“허나, 유일한 무기마저 버린 공격이 통하지 않았구나. 차라리 그 힘을 이용해 다른 기회를 노렸더라면….”
말을 하던 엘리스가 멈칫했다.
뭔가 이상하다.
정말로 다른 기회를 노렸더라면.
그랬다면 더 위협적이고 강한 타이밍이 있었을 텐데….
어째서 이토록 도박적인 공격을 한 걸까?
의문이 순식간에 한 가지 결과로 이어졌다.
설마….
엘리스가 천천히 머리 위로 손을 뻗었다.
파츠츠…! 파칙!
그곳엔 스파크가 일어나는 순혈의 왕관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애초에 내가 노린 건 네가 아니었다.”
우리엘이 엘리스를 정면에서 바라봤다.
정확히는 그녀의 머리 쪽을.
“그 왕관이 바로 내 목적이었지.”
완벽하게 허를 찌르는 한 수.
이건 전황을 완전히 바꿀 만큼 치명적이다.
[마계의 모든 존재들이 엘리스 폰 아타락시아를 바라봅니다.] [마신 ‘????’가 순혈의 왕관의 존재를 인지합니다.]연이어 올라가는 상태창.
여태껏 침묵하던 이들이 일제히 관심을 표명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고인물 코퍼레이션 전체를 상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정도 리스크를 감수할 만한 이유도 없었고.
그러나, 엘리스 하나만 죽이고 왕관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면.
그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쿠쿠쿠쿠쿠!
마계의 전역에서 서로 다른 빛의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
고인물 코퍼레이션이 쉬고 있는 올림포스의 저택.
한바탕 열매 사건이 일단락되었다.
적당히 쉬어가는 타이밍에 장난질을 친 대가를 10배 정도 얻어맞긴 했지만.
“아야야, 저 녀석은 장난도 모르나.”
진혁이 여기저기 까진 피부에 마데카솔을 발랐다.
알싸한 기운이 스며들자 입에선 저절로 앓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죽여 버리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라.”
천유성이 여전히 눈에 살기를 가득 머금은 채 으르렁댔다.
테레사와 안드리아는 둘의 모습을 보며 웃기에 바빴다.
‘그래도 적당히 휴식도 하면서 시간 잘 보냈네.’
잠도 자고 배도 채웠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를 확보했다.
진혁은 확보한 또 한 가지 붉은빛 과실을 만지작거렸다.
과거 하데스와 데메테르 사이에서 인연이 깊은 신화 속 과실 ‘석류’였다.
신화에 따르면 저승의 음식을 먹게 될 경우 명계의 주인의 허락 없인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특징이 있는데, 페르세포네는 이걸 먹음으로써 영원히 저승에서 나갈 수 없는 몸이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데메테르가 개입해 3개월간은 밖에서 머물 수 있게 되었고.
페르세포네는 비로소 짧은 자유를 얻었다.
그리고 이 석류는 그때를 기념해 올림포스에 안치해둔 기념물이었다.
‘좋은 카드를 손에 넣었어.’
이걸 천유성에게 먹여서 영영 저승에 가둬버릴 수도 있었지만….
이번 싸움에 이기기 위해선 그보다 더 유용한 활용처를 찾아야 한다.
진혁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가능성과 변수 그리고 각 개인의 스펙과 잠재력을 고려해. 이번 전쟁에 이기기 위한 최선의 루트를 물색했다.
때마침.
동이 트기 시작했다.
이제 길었던 전투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그럼, 오늘도 어제처럼 나눠서 갈 건가요?”
테레사가 데메테르와의 일전을 떠올리며 물었다.
제법 많이 쓰러뜨리긴 했지만, 아직 올림포스의 주신급들은 많이 남아 있다.
제우스와 헤라는 물론, 페르세포네와 헤파이토스 헤르메스 아프로디테 등이 말이다.
게다가 아킬레우스를 포함해 신화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대영웅들과 신수들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다.
그 모든 걸 소수 정예로 돌파하려면 누군가는 미끼가 되어야 할 터.
테레사는 진혁이 제우스와의 1:1을 하기 위해 판을 만들어줄 생각이었다.
“아닙니다. 제우스도 더 이상 주신들을 잃으면 안 된다는 걸 알 테니, 굳이 전력을 분산시켜두지 않을 거예요.”
“네? 싸우는 걸 피할 거라는 말씀인가요?”
“이상한 말이군. 그렇다면 우리가 정상에 갈 때까지 가만히 있을 거란 뜻이냐?”
천유성도 의문에 가세했다.
“아마 그럴 거야.”
“우린 싸우지도 않고 마지막에 도착할 거고?”
“응.”
“빌어먹을. 그걸 말이라고….”
너무나 태연한 진혁의 모습에 천유성이 눈썹을 찌푸렸다.
그래도 더 이상 뭐라하진 못했다.
지금까지 진혁이 했던 말이 틀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적어도 시련의 탑에 관해서만큼은.
곧. 일행이 모두 준비를 끝마쳤다.
진혁이 앞장 섰고 나머지 멤버들이 뒤를 따랐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몇 시간이 지난 동안 적들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진혁이 말한 것처럼 올림포스의 정상에 도달할 때까지 말이다.
“무혈 입성이라… 정말이었군. 대체 놈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천유성이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무 안심하진 마.”
“그건 또 무슨 소리냐?”
“이제부터가 본 게임이거든.”
제우스가 병력을 배치하지 않은 건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전사들을 갈아넣는 것보다….
……깊숙이 들어온 적들을 죽여 버릴 훨씬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었으니까.
“진혁 님! 저기 앞에…!”
큰 바위 위에 올라가있던 안드리아가 뭔가를 발견했다.
정상의 입구에 거대한 무언가가 서 있는 게 보였다.
“…….”
그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공기가 달라진 게 느껴졌다.
헤라클레스.
타이탄들을 궤멸시켜버린 최강의 반신이다.
쿠쿠쿠쿠!
엄청난 압박감이 피부를 통해 전해졌다.
말이 반신이지. 사실 무력만으로는 주신들조차 박살 내 버릴 수 있는 게 헤라클레스라는 존재였으니까.
진혁이 ‘서리혼령의 창’과 ‘홍련’을 각각 한 손에 쥐었다.
그리고 헤라클레스가 있는 정면을 향해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