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78)
578화. 신화 속 전쟁의 종막 (2)
“크으으….”
제우스의 입에서 깊은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죽지는 않았지만, 워낙에 강력한 공격에 당했기에 아직까지 전신이 후들거렸다.
그럼에도 번개의 권역은 빠른 속도로 몸의 상처를 복구했다.
“역시… 강하긴 강하네. 인간적으로 아니, 주신적으로 그 정도 했으면 좀 뻗을 법도 한데….”
무한동력이라고 하더니.
번개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제우스를 죽이기란 보통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예전에도 이 녀석과 열흘간 치고받고 싸웠던 악몽이 새록새록 떠올랐으니까.
진혁이 재차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한 번 더 같은 방식으로 공격한 다음에 확실하게 숨통을 끊을 생각에서다.
힐끗.
또다시 별자리의 움직임을 관측한 제우스가 결심을 굳혔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현실을 받아들인 것이다.
“죽을 만큼 치욕스럽구나.”
이런 모멸감은 단연코 처음이었다.
그렇기에.
“감히 내게 이걸 쓰게 만든 대가는 톡톡히 받아내도록 하겠다.”
[제우스가 ‘신속의 왕관’을 소환합니다!]아공간이 일그러지며 은빛을 띤 굉장히 얇은 왕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저게 뭔지 알고 있다.
진혁이 긴장과 기대 섞인 눈으로 왕관을 바라봤다.
제우스에게 반드시 얻어야 하는 게 3가지 있는데.
첫 번째는 올림포스의 층계 지배권.
두 번째가 놈이 보유한 고유 성창 ‘뇌신’이다.
그리고 마지막이 50층에 도달하기 위한 열쇠이자 탑에서 가장 중요한 성유물 중 하나인 ‘왕관’이었다.
‘드디어 꺼내는 건가….’
신속의 왕관은 속도와 민첩을 극한까지 끌어올려주는 성유물.
공격에 특화된 제우스에게 장점을 극대화해줄 수 있는 아이템이다.
그러나 정작 제우스는 이 왕관을 사용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본신의 힘만으로도 능히 전지전능할진대.
보조구의 도움 따위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걸 썼다는 건 자존심을 뛰어넘을 정도로 화가 났다는 거겠지.
우우우웅!
왕관을 머리에 쓰자 주변의 공기가 달라졌다.
패도의 왕관과 마찬가지로 심상치 않은 파장이 일렁이며 퍼져나갔다.
애초에 기본 스펙도 뛰어난 제우스에게 날개가 달린 셈이다.
지금부터는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척!
진혁이 가장 가벼운 무기인 두 자루의 단검을 꺼내 들었다.
각기 다른 단검에 검붉은 강기가 솟구쳤다.
그리고 그 순간.
팟!
제우스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왼쪽….
아니, 오른쪽이다.
방어를 하려고 검을 교차했지만, 오른쪽에서 느껴지는 충격은 없었다.
대신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다.
투쾅!
진혁의 몸이 앞으로 튕겨나갔다.
번개가 실린 주먹이 척추를 강타한 것이다.
콰콰콰콰콰…콰콰콱!
몇십 미터가량 날아가고 나서야 몸을 가눌 수 있게 되었다.
“큭!”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재차 자세를 잡았다.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는 제우스는 잔상마저 몇 초 있다가 보일 지경이었다.
[12개의 과업 – ‘폭풍의 사격’이 발동됩니다!]잔류월광으로 만든 분신들이 일제히 화살을 발사했다.
동시에 밤하늘의 별자리에서도 무수히 많은 유성들이 떨어졌다.
하지만.
콰콰콰쾅! 콰콰콰콰콰!
아까와는 상황이 반대다.
있는 대로 화살을 쏟아붓고 있었으나, 화살들은 제우스의 몸을 스치지도 못했다.
잔상에 잔상을 남긴 제우스가 진혁의 측면을 잡았다.
……벌써!?
단검이 움직이는 속도보다도 제우스의 번개가 반 박자 더 앞섰다.
이번에도 공격을 허용하면 타격이 너무 크다.
“큭!”
진혁이 ‘고속검’을 발동해 종이 한 장 차이로 번개를 튕겨냈다.
콰아앙!
또다시 거대한 섬광이 튀어올랐다.
카카카카캉!
검이 아스트라페로 만든 창에 맞춰 움직였다.
동시에.
[고유 성창 ‘8개의 늪’이 발동됩니다!]독으로 만든 웅덩이들이 이 일대를 녹색으로 물들였다.
닿기만 해도 살이 타들어가는 맹독이다.
그러나 아무리 강력한 독이라도 닿지 않는다면 무쓸모.
“크하하하! 왕관이라고 해서 다 같은 왕관이 아니라는 걸 알겠느냐! 누가 소유하고 있는지에 따라. 그리고 소유자의 격에 따라 이처럼 전혀 다른 위력을 뽐낼 수 있느니라.”
자신감에 가득 찬 제우스가 더욱 속도에 박차를 가했다.
확실히 큰소리칠 만하긴 하다.
이 정도로 얻어 맞아 본 건 오랜만이네.
이미 분신 중에 삼 분의 일 가량은 소멸했고. 대결계를 지탱하는 황도십이궁 역시 여기저기 금이 간 상태였다.
마력과 체력의 고갈 역시 예상치를 웃돌고 있었고.
콰앙!
진혁의 복부가 또 다시 뒤집어졌다.
번개가 내부의 장기를 갈가리 찢어버리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카각!
진혁의 칼끝 역시 제우스의 갑옷 표면을 스쳤다.
조금씩 익숙해져 간다.
이제 몇 번만 하면 속도감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흠!?”
제우스가 두 눈을 부릅떴다.
분명, 상대는 자신의 그림자도 보지 못해야 정상이건만….
어째서인지 공방을 거듭할수록 이쪽의 움직임을 따라잡고 있었다.
‘이게 익숙해질 수 있는 종류이던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자신은 신속의 왕관을 얻을 당시 올림포스의 모든 주신들을 동원하고 나서야 간신히 확보하는 데 성공했었다.
그마저도 운과 인력으로 밀어붙여 성공한 거지. 마지막까지 상대의 움직임을 파악하진 못했다.
절대 인정할 수 없다.
“그럴 리가 없어. 네놈 따위가… 나도 하지 못한 걸 할 수 있을 리 없단 말이다!”
[뇌신(雷神), ‘번개 질주’를 발동합니다!]제우스의 몸이 한 줄기 번개로 변했다.
음속을 돌파한 신체가 진혁의 전후좌우를 누비며 최후의 일격을 날릴 준비를 했다.
* * *
‘예상했던 대로야.’
도발을 하면 최속을 사용할 거라 확신했다.
이제는 예측할 수 있는 범위조차 넘어섰지만….
…그건 상대도 마찬가지다.
제우스 역시 신속의 왕관에 익숙하지 않을 테니까.
서걱!
빛이 점멸할 때마다 몸에 상처가 생겼다.
괜찮다.
전부 자상에 불과하다.
게다가 ‘네메시스’의 특성상 이 정도 상처로는 전투에 아무 지장도 없었다.
진혁이 죽죽 그어지는 핏줄기 속에서 예리하게 타이밍을 엿봤다.
지금!
진혁이 전신에 있는 마력을 한곳으로 모았다.
“그깟 거에 맞을 성싶더냐!”
제우스가 어림도 없다는 듯 공격이 미치지 않는 아슬아슬한 부분까지 몸을 피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공격은 제우스의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콰아앙!
노린 곳은 제우스가 아닌 지면.
[고유 능력 ‘어스 퀘이크’가 발동됩니다!] [빙하조형 ‘얼음장벽’이 발동됩니다!]지면이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졌다.
동시에 갈라진 틈 사이로 얼음 가루들이 솟구쳤다.
균형감각과 속도를 한꺼번에 빼앗는다.
물론.
이런 장난질로는 기껏해야 본래 속도에 몇 퍼센트를 낮춘 것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크아악! 네 놈이 끝까지 이 몸을 모욕하는 것이냐!”
제우스가 양손에 번개를 실은 채 도약했다.
하지만.
‘그 정도면 충분해.’
고작 몇 퍼센트.
가뜩이나 익숙하지 않은 속도도 제어가 되지 않을 텐데, 그나마 애써 찾으려 했던 감마저 잃게 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진혁이 속으로 타이밍을 쟀다.
정확히 0.068초.
노리는 곳은 심장이다.
번개가 가슴에 닿는다는 걸 느끼기도 전에 진혁의 단검이 좌우로 가로질렀다.
퍼억!
서걱!
서로 다른 파육음이 울려퍼졌다.
* * *
심장에서 정확히 몇 센티미터 벗어난 지점.
제우스의 주먹이 몸을 뚫고 반대쪽으로 튀어나와 있었다.
반면, 제우스 역시 목덜미에 깊숙한 상처를 입은 채 피를 분수처럼 뿜어내는 중이었다.
“커억, 컥….”
제우스가 헛바람 새는 소리를 내뱉었다.
덜덜 떨리는 팔과 다리.
치명상을 입은 탓에 몸을 제대로 운신하기 힘들었다.
“멍청…한…. 같이 죽는 걸 택한 것…이냐?”
뇌신 상태의 공격을 받은 이상 진혁 역시 무사하지 못할 터.
실제로 타들어 간 상처는 재생되고 있지 않았다.
진혁이 입 안에 가득 찬 피를 내뱉었다.
빌어먹을.
솔직히 말해 더럽게 아프다.
“뭐, 나도 죽긴 하겠지.”
이건 힐러가 아니라 가브리엘이 직접 오더라도 살려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난 아무래도 상관없어. 즉사만 하지 않으면 되거든.”
처음부터 목표는 딱 한 가지.
심장과 머리만 지키면서 상대를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동귀어진의 상황만 연출할 수 있다면 이후에 승리는 보장된 것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곧이어 헐떡이던 숨이 멈췄다.
진혁이 그 자리에서 고꾸라졌다.
쿠웅!
차갑게 식은 몸이 땅에 닿은 순간.
[별의 가호: 부활의 조건을 달성했습니다.]끊어진 의식이 다시 이어졌다.
당연한 말이지만, 제우스에게 입은 상처는 거짓말처럼 사라져 있었다.
툭툭.
몸에 묻은 흙먼지를 털고 난 진혁이 태연스레 너스레를 떨었다.
“나만 팔팔해져서 좀 미안한데?”
정말이지 다시 한 번 생각해도 사기라는 생각이 든다.
“괴물… 같은 놈.”
제우스는 여전히 숨을 헐떡인 채 아주 천천히 상처를 회복시키는 중이었다.
“괴물은 너지. 목이 반쯤 떨어져 나가고도 여전히 살아 있으니까.”
“이런 식…의 비겁한 승부를… 내고 만족할 셈이더냐? 제대로 싸웠…다면 내 승리다.”
“정정당당한 시체가 되느니 비겁한 생존자가 되는 걸 선호해서 말이야. 무엇보다 시련의 탑에선 강한 자가 강자가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야.”
진혁이 지면에 꽂혀 있던 발뭉을 뽑았다.
툭.
칼날이 제우스의 목덜미에 닿았다.
‘검의 무덤’과 ‘멸천만독’이 스며든 발뭉이 무시무시한 공명음을 내뱉었다.
제우스가 진혁을 정면에서 노려봤다.
그러나 다른 적들과는 달리 생명을 구걸하진 않았다.
한 신화를 이끌던 수장답게 마지막 남은 자존심만은 지키겠다는 뜻이리라.
그런 적을 욕보일 생각은 없었다.
이미 원하는 목적은 모두 달성하기도 했고.
[복사 조건: 올림포스의 최고 주신 제우스의 능력을 복사하기 위해선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최강의 수단을 전부 쓰게 만든 뒤, 그를 쓰러뜨려야 합니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질을 사용한다면 고유 성창의 복사는 제한됩니다.]진혁이 ‘세계의 기억’에 저장된 ‘뇌신’을 바라봤다.
[고유 성창 ‘뇌신(雷神)’]입수 난이도: 측정 불가
온몸에 번개를 두를 수 있게 되며 아스트라페를 비롯한 모든 종류의 번개를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공격과 방어가 동시에 가능한 최상위 고유 성창.
올림포스와 전쟁을 치르면서 너무나도 많은 걸 손에 넣었다.
진혁이 단칼에 검을 휘둘렀다.
서걱!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일검.
제우스의 목이 떨어져 나갔다.
그것으로 길고 길었던 신화 속 전쟁에 종막이 내려왔다.
동시에.
띠링! 띠링! 띠링!
엄청난 상태창들이 눈앞을 가득 채워나갔다.
대부분은 레벨업을 알리는 상태 메시지였고.
몇몇은 제우스가 소유하고 있는 성유물과 특수 아이템들이었다.
[‘신속의 왕관’을 획득했습니다.] [플레이어 강진혁이 2개의 왕관을 소유했습니다.] [고인물 코퍼레이션이 3개의 왕관을 소유하게 됩니다.] [믿을 수 없는 업적에 탑에 존재하는 모든 이들이 경악합니다.] [‘태고의 존재’들이 움직일 수 있는 계기가 확보됩니다.]하지만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그런 것 따위가 아니었다.
[……을 획득하셨습니다.]‘이게 여기서 나온다고?’
품속에서 나온 건 보면서도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