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79)
579화. 신화 속 전쟁의 종막 (3)
[‘은둔자의 마을 지도’를 획득하셨습니다.]기묘한 문양이 새겨진 낡은 지도.
이건 네크로노미콘을 찾기 위한 단서 중 하나가 틀림없다.
하지만, 이걸 어떻게 제우스가 가지고 있는 거지?
자존심 높은 신격 답게, 제우스 역시 50층 정복에 대한 열망이 엄청나다는 건 알고 있었다.
나름대로 많은 시간과 자본을 투자했었겠지.
그럼에도 올림포스 따위가 네크로노미콘의 단서 중 하나를 가질 정도는 아닐 텐데….
설마.
진혁이 지도의 끝을 지그시 쥐었다.
‘니알라토텝이 장난질을 친 건가.’
제우스에게 일부러 이걸 맡긴 뒤, 이쪽 손에 들어오게 냅뒀다.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게 앞뒤가 맞았다.
이 지도에 표시된 곳은 매우 위험하고 알려지지 않은 곳이었으니까.
날 상대로 함정을 판다라….
‘재밌네.’
진혁의 입 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완벽한 사냥을 하느라 열심히 머리를 굴린 건 인정하지만 글쎄.
나중에 웃게 되는 게 누구일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진혁이 지도를 아공간 인벤토리 한구석에 잘 보관해두었다.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사멸자의 탄환(x12)’을 획득하셨습니다.]입수난이도: 측정 불가
내용: 고대 룬어가 새겨진 탄환은 ‘죽이지 못하는 것’을 죽일 수 있는 주술이 걸려 있으며, 제대로 된 사용자와 총이 갖춰질 경우 최강의 무기로서 사용되어질 수 있습니다.
극악의 확률로만 출현한다는 소모성 특수 아이템.
세계관상 사멸자는 레인저의 시조격이라 할 수 있는 고대의 탑 랭커이다.
먼 과거에 탑을 40층대까지 올랐지만, 그 위협적인 등반을 불편하게 여긴 태고의 존재들에 의해 제거당했다.
언제나 그렇듯 말이다.
그런데 놈들에 의해 완전히 흔적이 지워진 레인저의 탄환이 떨어질 줄이야.
이것 역시 우연일까?
아니면 최초로 탑을 등반한 특전 보상일까?
확실한 건 비장의 카드 하나가 손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 자가 남긴 유품도 찾아봐야겠네.’
이것 역시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격일 테지만. 시도는 해봐야 한다.
진혁이 길게 기지개를 켰다.
올림포스의 일도 정리되었으니 당분간은 지금까지 모은 단서들을 토대로 책의 추적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다음은….
띠링!
개인 상태창이 활성화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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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강진혁
성별: 남
레벨: 303
힘 119 민첩 131 체력 148 마력 682 간극 100 행운 10 적응형 78 정기 307.29
보유한 스탯 포인트: 66
보유한 코인: 36,259,454
직업: 룬의 지배자
고유 성창: 역천(逆天)의 륜, 페이즈 2, 8개의 늪, ‘백야(白夜)’ ‘파이널 제네시스’, ‘다운 폴’, ‘플레어 이클립스’, ‘라스트 마이스터’, ‘철련화’, ‘플레이그’, ‘달들의 속삭임’, ‘잔류월광’, ‘네메시스’, ‘뇌신(雷神)’.
고유 능력: ‘융합(融合)’, ‘검의 무덤’, ‘별의 가호’, ‘아누비스의 심판’, ‘혈마기(血魔氣)’, ‘만다라(曼茶羅)’, ‘1초 무적’, ‘천독(千毒)’, ‘하얀 맹수’, ‘만상공유(萬祥共有)’, ‘태양의 성역’, ‘흑천마황공(黑天魔皇功)’, ‘트리플 매직’, ‘거신의 일격’, ‘화룡의 숨결’, ‘고속검(高速劍)’, ‘툼그레이브의 오른팔’, ‘버서커’, ‘바람의 영역’, ‘음영극살(陰影亟殺)’, ‘태초의 불꽃’, ‘혈폭(血爆)’, ‘검은 눈물’, ‘툼그레이브의 다리’, ‘괴력난신(怪力亂神)’, ‘군단의 핵’, ‘고대 결계’, ‘천마신공(天魔神功)’, ‘멘트라 테이밍’, ‘니힐리즘’, ‘멸천만독(滅天萬毒)’, ‘적토승마(赤兎乘馬)’, ‘기계군주’, ‘극진태권도’, ‘몽마의 맹세’, ‘해류의 의지’, ‘배교자의 황금사과’, ‘섭식성장(攝食成長)’, ‘굴종의 손아귀’, ‘어스 퀘이크’, ‘산성 더듬이’, ‘포이즌 로드’, ‘카스카 디아슬라브, ‘시스템 조작(한정)’, 12개의 과업.
스킬: 스킬의 내용이 너무 많아 ‘접어 두기’ 상태로 전환됩니다.
제우스를 처리하고 올림포스의 모든 권한을 이어받은 대가는 기대 이상이었다.
오른 레벨이 무려 22.
스탯으로 치면 66 포인트를 받은 셈이다.
극악이라 평가받은 300레벨대의 경험치 양을 생각해 봤을 때. 믿을 수 없는 결과였다.
하긴, 최고 주신 중 하나를 처리한 거니 이 정도는 되어야지.
전투를 할 때마다 상승하는 정기 스탯이 70가량 오른 것도 달달하긴 마찬가지였다.
‘뇌신과 네메시스는 마력과 체력 스탯에 모두 영향을 받으니 이번엔 체력 쪽 위주로 투자해야겠어.’
[체력이 148 → 198로 상승합니다.] [마력이 682 → 698로 상승합니다.]우우웅!
스탯이 분배되자 전신에 은은한 빛이 서렸다.
꽤나 많은 스탯을 올린 덕에 성장한 게 온몸으로 느껴졌다.
자 이제 마지막으로….
진혁이 새로 얻은 올림포스의 권능을 발동시켰다.
[임시 지배자의 권한으로 ‘주신 회의’가 소집됩니다.]새로운 노예들을 만날 시간이 도래했다.
* * *
꿀꺽….
“크흠.“
”…….“
여기저기서 불편한 헛기침과 침묵이 교차했다.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주신 회의를 해왔었지만.
상석에 앉은 자가 바뀐 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에헤이. 다들 편하게 앉아요. 편하게. 먹을 거랑 마실 것도 좀 자시고. 내가 크로노스 님 대신 임시 취임했다고 기강 빡세게 잡거나 갈구거나 하는 사람 아닙니다.”
진혁이 제우스의 자리에 앉아서 나머지 신들에게 음식을 권유했다.
물론, 양 발을 탁자 위에 올려둔 채 손가락만 까딱이는 오만함을 잃진 않았다.
“크윽…!”
“먹으면 될 거 아니오. 먹으면.”
“젠장, 저 자리에 앉으면 하나같이 성격이 저리 되는 건지….”
“앞으로도 고생길이 훤히 보이네요.”
“그래도 크로노스가 이 자리에 없는 걸 다행으로 생각합시다.”
주신들이 깜짝 놀라 식기류를 들었다.
상큼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자, 표정이 꽤나 볼만해졌다.
‘너무 맛있어서 저런 거겠지.’
진혁이 뿌듯한 미소를 자아냈다.
역시, 민초는 다같이 나눠먹을 때가 가장 맛있는 법이다.
‘무슨 이런 끔찍한 음식이….’
‘차라리 명예롭게 죽을 걸 그랬어.’
‘하아, 넥타르와 암브로시아가 그리워요.’
‘탑 밖은 정말 지옥이 따로 없구나. 이런 걸 맛있게 먹다니.’
‘그러니 저런 괴물 같은 플레이어가 나오는 거겠죠.’
독약을 먹는 것처럼.
주신들이 비명을 속으로 삼켰다.
그나마 유일하게 아르테미스만은 행복한 감정을 숨기지 않은 채 민초를 와구와구 퍼먹었다.
진혁이 약속한 대로 우라노스의 것을 비롯한 각종 아이템들을 모아 아폴론을 부활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아직 유아기에 불과한 정신 상태이긴 했지만, 시간만 충분하다면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 터.
아르테미스로서는 진혁에게 충성을 맹세한 대가를 충분히 받게 되었다.
한편에서는 엘리스를 비롯한 아타락시아의 혈족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이번에도 완벽하게 이겼군요. 승리를 축하드립니다. 로드시여.”
벨루스가 잔에 담긴 와인을 들어올렸다.
“……모두가 애써준 덕분이지.”
엘리스가 담담히 그 말을 흘려넘겼다.
둘 사이에 흐르는 묘한 위화감.
기류가 뒤틀릴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수리부엉이로부터 벨루스의 진짜 정체에 대해 들었으니까.
그럼에도 이토록 불편한 관계를 끊지 않는 건, 아군보다 적을 더 가까이 곁에 두어야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다시 예상치 못한 계략을 사용하려 할 거야. 놈들에게 있어 난 계약자를 치기 위한 검이라고 했으니.’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내야만 한다.
그전까진 혹시 상대가 눈치를 채고 잠적할 여지를 줘선 안 된다.
엘리스가 끓어오르는 배신감과 분노를 애써 삭혔다.
하지만.
‘……라고 생각하며 날 모른 척 하고 있는 거군.’
벨루스 아니, 또 다른 운영자는 이미 모든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다.
애초에 벨루스의 정체를 알려준 게 자신들이었으니, 엘리스의 연기를 간파하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그나저나 일이 골치 아프게 됐어.’
운영자 중 하나인 25년 째가 엘리스를 이용하는 것에 실패한 건 물론, 진혁에게 목숨까지 잃었다.
‘융합’과 ‘복사’라는 사기적인 고유능력을 이용해 시스템 조작까지 가져갔으니 앞으로는 더더욱 강해질 수밖에.
그래도 진혁이 ‘은둔자의 마을 지도’를 챙긴 게 불행 중 다행이다.
은둔자의 마을이라면 진혁조차 완벽하게 알고 있는 곳은 아니었으니.
허를 찌를 수 있는 기회도 훨씬 많을 것이다.
특히 그 마을엔 과거 탑을 올랐던 최상위 랭커도 있으니까.
‘니알라토텝이 역시 쓸모가 많아.’
신속의 왕관이 넘어간 시점에서 50층의 개입이 가능해졌다.
모든 게 이쪽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상황.
이제는 제대로 된 사냥을 시작할 시간이다.
* * *
현대로 돌아온 지 정확히 2주일이란 시간이 흘렀다.
올림포스의 몰락으로 인해 탑 전체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다.
모든 관리자들이 밤낮을 새워가며 비상체제에 들어갔고. 나머지 세력들은 전력을 가다듬으며 다음 수를 생각했다.
마치 폭풍전야와 같은 시간.
상층부를 지배하던 거대 세력의 패배는 그만큼 커다란 충격을 야기했다.
“흐음.”
그러나 정작 폭풍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진혁은 여유롭게 휴가를 보내는 중이었다.
어차피 다음 움직임 전까진 시간이 필요한 데다.
나머지 신격들이 쩔쩔매는 걸 구경하는 게 너무나 재밌었기 때문이다.
“계약자. 그대 차례니라.”
엘리스가 테이블 위를 탕탕 내리쳤다.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NO2 자리를 두고 하는 텍사스 홀덤.
그냥 하면 심심하니 뭐라도 걸자는 심정으로 대충 던진 거였는데….
어째서인지 참여한 모든 이들이 눈에 불을 키고 달려들었다.
진혁이 여기저기서 느껴지는 살벌한 살기에 흠칫 몸을 떨었다.
‘뭐 대단한 감투라고 저리 난리인 거야?’
길드 마스터를 제외한 다른 이들에게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게 그 정도로 큰 건가?
아니면 대외적으로 부길드마스터라고 알려지는 인지도 때문에?
길드 마스터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활동 불능이 됐을 시 다음 마스터가 될 수 있는 관한도 있긴 하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살짝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하긴, 우리 길드가 많이 커지긴 했지.’
며칠 전 김희웅에게 들었을 때, 길드에 들어오고 싶다고 한 지원자의 수가 7천 명이 넘었다고 했다.
최소 B급 이상의 각성자들로만 요건으로 내걸었음에도 말이다.
바로 그때.
“계약자!”
엘리스가 다시 한 번 소리를 질렀다.
매판 지기만 했던 엘리스로서는 잔뜩 달아오를 수밖에 없었다.
“알았어. 알았다고.”
진혁이 마정석을 테이블 위에 후두둑 쏟아 넣었다.
판돈으로 걸 수 있는 건 개인의 자유.
값비싼 것이든 아니면 무형의 자산이나 정보든.
그야말로 뭐든지 된다.
그리고 그 가치를 판단하는 건 딜러인 ‘릭 헤네시’였다.
“크흠. 흠. 강진혁 플레이어님. 제가 다같이 보는 자리에 초대해달라고 한 건 사실이었습니다만, 단지 딜러만 해달라고 부르시는 건….”
“아 참! 릭 씨는 현대 커피 드셔본 적 없으시죠? 마침 제가 좋은 원두를 좀 구해놨는데….”
“강진혁 플레이어님이 상급 마정석 20개를 배팅하셨습니다.”
릭의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완전히 프로 딜러 뺨치는 솜씨로 마정석을 긁어모았다.
“받고. 추혼검의 새로운 초식이 담긴 비급서를 걸겠다.”
천유성이 빳빳한 책 한 권을 던졌다.
저건 미친놈인가.
추혼사영이랑 목숨걸고 새로 개발한 걸 고작 이런 거에 던진다고?
“크리스마스날 에덴의 연회에 참석할 수 있는 참가권이에요. 그날은 저와 하루 종일 같이 있을 수 있죠.”
테레사가 생긋 웃으며 성스러워보이는 양피지를 올렸다.
성녀도 약간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데….
눈이 살짝 풀려 있는 게 또다른 인격이 튀어나와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구미호 꼬리로 만든 모피랑…으으음. 혼령 추가할게요. 그리고 정신병동 3동도요.”
야이…. 넌 5층의 주인이라는 게 정신병동을 걸면 어떡하냐.
갈수록 머리가 아파진다.
“난 대장장이 풀세트와 공방을 걸겠다!”
오룬 영감님! 당신 그거 인생 전부 갈아 넣은 거 아니었어?
“내가 질 콤보수는 13개. 이길 수 있는 콤보는 133개야. 응.”
프레이 역시 단창 두 개를 테이블에 던졌다.
“모기이이!”
고구마가 입에 있는 마정석을 우루루 뱉었다.
“위대하신 고구마 대장님께서 나머지 신수들과 정령수들을 대표해 올인을 하겠다고 하십니다. 반드시 부길드마스터가 돼서 간악한 주인을 혼수상태로 만든 다음 모든 걸 꿀꺽… 아 아니라. 헤헤.”
운디네가 한 마디 덧붙였다.
다들 제정신이 아니다.
누가 1등이 될진 모르겠지만, 나머지는 전부 지옥구경을 하게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