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81)
581화. 은둔자의 마을 (2)
잠시 뒤, 코스프레가 모두 끝났다.
큼지막한 해적모를 쓴 진혁이 갈고리 손을 만족스럽게 바라봤다.
‘역시 해적의 상징은 갈고리지.’
폼생폼사.
멋에 살고 멋에 죽는 게 바로 해적이다.
그리고 진혁의 옆에는 얼굴에 기다란 검상을 가진 천유성이 서 있었다.
콘셉트는 어릴 적에 모든 걸 잃고 오롯이 복수만을 원하는 살인귀다.
그 누구도 믿지 않고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는. 중2병 걸린 검사.
그게 바로 천유성이 연기해야 할 캐릭터였다.
“빌어먹을. 왜 나는 이딴 콘셉트인 거냐?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데.”
천유성이 툴툴거렸다.
딱 어울린다는 말은 애써 참았다.이
미 옷을 입혔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으니까.
그나저나 이 자식 가슴이랑 복근이 장난이 아니긴 하네.
괜히 여자들이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게 아니다.
바로 그때.
나머지 멤버들도 저마다의 복장을 입고 나타났다.
“진혁 씨. 아무리 해적으로 위장한다고 해도 이건… 너무 노출이 심한 것 같지 않아요?”
“으으으…. 정신병동이 그리워지려 해요.”
“보온성보다는 활동성에 초점을 둔 옷이야. 응.”
테레사와 안드리아 그리고 프레이가 저마다 한 마디씩 내뱉었다.
굉장히 고혹적이며 퇴폐적인 미.
여 해적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복장이다.특
히 세 명은 워낙에 미인이었기에 옷이 날개가 된 꼴이 되었다.
오룬 역시 거대한 등치에 걸맞은 근육질 힘캐 코스프레를 했고.
마지막으로….
우리 위대한 여왕님은 이번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모른 채 자기 욕망을 채우기 바빴다.
“짐이 선장할 거다! 짐이 할 거란 말이다!”
떼를 쓰는 엘리스가 진혁의 모자를 빼앗기 위해 폴짝폴짝 뛰었다.
“얌전히 있으면 이따가 줄게.”
“정말이냐? 약속한 것이다?”
“그래그래.”
진혁이 애써 어린애를 달랬다.
지금은 최대한 모두의 비위를 맞춰 주는 게 중요했다.
‘내가 고르긴 했어도 대박이네.’
일부러 노리고 준비하긴 했지만, 이건 기대 이상이다.
나중에 편집해서 올리면 조회수 하나는 확실히 뽑아낼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으니까.
‘적어도 옷값이랑 여기서 쓰는 비용은 충당해야지.’
나름대로 투자를 많이 한 만큼 최대한 멤버들을 굴릴 생각이었다.
곧, 일행들이 마을로 향했다.
그렇게 안개를 뚫고 얼마나 걸었을까?
마침내 마을의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제부터가 진짜다.
“지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네요?”
검문에 대비하던 테레사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마을의 입구는 그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게 훤히 뚫려 있었기 때문이다.
“지킬 필요가 없으니까요.”
사람도 법도 필요없다.
오롯이 강자가 모든 걸 결정했고. 약자는 그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게 이곳의 단 하나뿐인 법칙이었다.
저벅.
진혁이 마을의 안으로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띠링!
[은둔자의 마을에 입장했습니다.] [내부의 안개가 걷힙니다.] [일주일간 생존 시 첫 번째 퀘스트가 완료됩니다.] [#1. 생존]난이도: AA
내용: 이곳에 있는 모든 거주자들과 동, 식물. 심지어 무생물까지도 당신의 생명을 위협해 올 것입니다. 그런 마을에서 살아남는다면 당신은 은둔자가 될 최소한의 자격을 획득할 수 있게 됩니다.
보상: 악명 +100.
모두의 앞에 상태창이 나타났다.
‘호오.’
진혁이 흥미롭다는 눈으로 상태창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과거 이 마을에 왔을 때는 이러한 퀘스트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하루하루 버티는 것에 전력을 다했을 뿐이지.
하지만, 이번엔 동료와 함께 온 것 때문일까?
니알라토텝이 개입했기 때문에?
아니면 다른 변수가 작용한 걸 수도 있다.
뭐가 트리거가 된 건진 모르지만, 확실한 건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영역이 열렸다는 것이다.
두근! 두근! 두근!
모처럼 심장이 기분 좋게 고동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지긋지긋하게 반복해온 과정들.
익숙함을 넘어 권태롭기까지 한 길에 새로운 자극거리가 생겼으니까.
“보상이 악명이라는 건…. 이곳을 클리어하려면 악명이 일정 수치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냐?”
천유성 역시 상태창을 꼼꼼히 읽은 뒤 입을 열었다.
“아마도 그럴 것 같아.”
“흐음. 별일이로군.”
“뭐가?”
“언제나 능글맞던 네놈이 확신 없이 추측성으로 말하는 게 신기해서 그렇다.”
“내가 신도 아니고. 모르는 게 있을 수 있지. 이번엔 긴장 좀 제대로 해야 할 것 같아.”
“그런 것치곤 너무 신난 표정인데?”
“크흠! 착각이야 착각. 목숨이 달렸는데 신나긴 무슨.”
진혁이 재빨리 표정을 관리했다.
“됐고. 일단은 머물 곳부터 정한 다음에 정보를 수집….”
그런데 말을 이으려는 순간.
부우웅!
바로 뒤에서 희미한 바람 소리가 울려퍼졌다.
천유성이 즉시 칼을 뽑았다.
카아앙!
날붙이와 날붙이가 한 점에서 격돌했다.
촤촤촤촤촤…!
사슬에 감긴 낫이 지면을 휩쓸고 지나갔다.
기습이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니다.
기척을 완전히 가린 암기들이 사방에서 쏟아졌다.
“제 뒤로 피하세요!”
[테레사가 ‘오러 방패’를 소환합니다!]신성력이 가미되어 있지 않은 거대한 방패가 나타났다.
“왼쪽은 내가 맡을게. 응.”
프레이는 한 쌍의 단창을 꺼내들었고.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어요.”
안드리아는 구미호의 꼬리를 개방했다.
콰콰콰콰쾅!
콰아앙!
매섭기 짝이 없는 기습이 모조리 막혔다.
“뭐야? 한 명도 안 죽었다고?”
“신입들이 제법이구만.”
“끌끌끌. 그래 봤자 새파란 애송이들이지.”
“그래. 악명 수치가 전부 한 자릿수잖아. 으음? 아니 잠깐, 맨 앞에 놈은 왜 악명이 1,000이 넘는 거지? 방금 막 들어온 거 아니었나?”
“오류겠지. 처음부터 그렇게 높은 악명을 가진 놈은 없어.”
“하긴 어지간히 원망을 많이 쌓지 않고서야 어림도 없는 일이니.”
그림자 틈에서 숨어 있던 이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넝마 쪼가리를 입은 동양인들이다.
표창과 낫 그리고 각종 암기를 사용하는 탑의 도망자들이라면….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단 한 가지다.
“일본 신화 쪽에서 온 놈들이냐?”
“……!?”
“…….”
“너… 그걸 어떻게?”
이죽이던 남자들의 얼굴에서 여유가 한꺼번에 사라졌다.
“세력 다툼에 밀린 그림자들에 관해서라면 들어본 적이 있거든. ‘닌자’라 불리는 도망자들이었지 아마?”
카가각!
진혁의 얼굴 바로 옆에서 불꽃이 튀었다.
아슬아슬하게 단검이 날아온 톱날 검의 궤도를 틀었다.
“아차, 이거 비밀이었던가?”
진혁이 한 손으로 입을 가로막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 되었다.
“네 이놈! 대체 정체가 무엇이냐!”
“죽이면 안 된다. 산 채로 잡아라!”
“적당히 가지고 놀 생각이었는데… 평범한 은둔자가 아니었구나.”
파츠츠!
각종 암기에 흉흉한 기운이 실렸다.
닌자 특유의 인법이 발동되려는 것이다.
확실히 나름대로의 실력을 갖추긴 했다.
그러나.
단지 그뿐이다.
[고유 능력 ‘검의 무덤’이 발동됩니다!]콰아앙!
2m 가까이까지 솟구친 강기가 폭발했다.
“워낙 폐쇄적인 곳에 갇혀 있느라 잘 모르나 본데…. 우리 해적단이 밖에서 좀 날렸거든.”
이제 막 들어온 신입이라 해서 우습게 봤다간 큰코다칠 거다.
진혁을 비롯한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멤버들이 고유 능력을 해방했다.
순식간에 마을 입구에 거대한 마력이 몰아쳤다.
쿠쿠쿠쿠쿠쿠!
압도적인 격차.
고작 입구에서 푼돈이나 뜯으려던 이들이 상대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확실하게 찍어눌러야지.’
신고식을 톡톡히 해둬야 앞으로 마을에서의 일정이 편안해진다.
그럼에도 닌자들은 꼬리를 말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더 거칠게 포위망을 좁혀왔다.
[인법 ‘이중 수리검’이 발동됩니다!] [환술 ‘암둔철화술’이 발동됩니다!]각종 인법과 환술 그리고 암기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커엉! 컹! 컹!”
늑대와 대형 사냥개들이 달려들었고 하늘에선 매와 수리 등의 맹금류들이 달려들었다.
“가라 유성아.”
“어이가 없군. 내가 왜 네놈 말을 들어야 하지?”
“그거야 내가 선장이고 넌 선원이니까.”
진혁이 모자를 툭툭 건드렸다.
[해적왕의 모자]입수 난이도: AAA
내용: 이 모자를 쓴 플레이어는 한 무리의 우두머리로 지정되며, 구성원이 명령을 어길 시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게 됩니다.
요검 류화를 돌려주는 대가로 맺은 ‘선상 계약’.
불복종은 곧 죽음이다.
비싼 값을 치르고 코인 거래소에서 구매한 이벤트 아이템인 만큼 그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대놓고 하는 협박에 천유성이 어금니를 뿌드득 갈았다.
“다 죽여버리면 되는 거냐?”
천유성이 살벌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다.
해적 코스프레를 했다고. 정말로 인격까지 해적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아니, 생포해야 해.”
“그건 또 왜?”
“그냥 죽이면 악명이 별로 안 오르거든.”
악명을 올리는 데는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퀘스트를 깨거나. 혹은 악명이 높은 놈을 처리해 악명을 흡수하거나. 아니면 악당들이 혀를 내두를 만큼 악랄해지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건….
당연하게도 마지막 방법이다.
“쳇, 어쩔 수 없지.”
혀를 찬 천유성이 눈 깜짝할 사이에 적진 한복판으로 파고들었다.
* * *
잠시 뒤.
30명의 은둔자들이 모조리 포로로 잡혔다.
나름대로 탑에서 이름을 날린 거주자들이었지만, 신격들과 싸우던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적수가 되긴 역부족이었다.
완전히 무장해제된 이들이 팬티만 입은 채 포박되었다.
“……졌다. 몸값이라면 우리 쪽 대장이 지불할 테니 정당한 포로로서 대우해 다오.”
가장 고참격인 남자가 당당히 요구조건을 내걸었다.
물론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촤아악!
진혁이 가차 없이 채찍을 휘둘렀다.
“끄아아악!”
채찍에 맞은 남자가 고통에 가득 찬 비명을 질렀다.
“무, 무슨 짓이냐?”
“코인이라면 준다고 하질 않았나!”
옆에 있던 놈들이 화들짝 놀라 외쳤다.
“코인은 필요 없어.”
“그럼… 아이템이나 다른 걸 지불할 용의도 있다.”
“고마운 제안이긴 한데 그것도 별로 메리트는 없을 것 같아. 이미 내가 가장 원하는 걸 손에 넣었거든.”
진혁이 생긋 웃었다.
세상 부드럽고 따스한 미소였다.
그러나 1초 뒤에 이어지는 말은 그 어떤 미소로도 안심이 되지 않는 종류였다.
“너희들 몸뚱어리를 말이야.”
오싹하고.
알 수 없는 미지의 공포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이후 약 1시간 동안 포로로 잡힌 이들은 지옥을 경험해야 했다.
“역시, 여기선 얼음하고 불을 연계해 공격하는 게 낫겠네요.”
“그렇지. 그래야 피해도 더 크고 적이 당황할 거야. 다시 한 번 해보자.”
진혁이 빙하조형으로 만든 얼음 가루를 사방에 흩뿌렸다.
“네! 이번엔 제대로 해볼게요!”
파이팅을 외친 안드리아가 여우불을 집어던졌다.
쩌저적!
퍼어엉!
불과 얼음이 한 자리에서 만나자 무시무시한 냉기와 열기가 뿜어졌다.
“끄아악!”
“으아아악!”
사력을 다해 도망치던 이들의 몸이 얼어붙고 타들어 갔다.
가만히 내버려 둔다면 몇 분 안에 죽을 만한 중상이다.
하지만.
“다들 걱정 마세요. 제가 꼭 살려드릴 테니까.”
테레사가 진혁이 곤죽으로 만들어놓은 은둔자들을 열심히 치료했다.
“끄으으… 안 돼… 이제, 이제 그만!”
“차라리 그냥 죽여줘!”
“살려주지 마. 제발 그냥 이대로 죽게 내버려 달란 말이다!”
죽음의 천사.
그들의 눈엔 성녀가 그렇게 보였다.
한쪽에선 엘리스와 프레이의 요리 실험이 펼쳐지고 있었다.
“요리를 잘하면 연인에게 호감을 살 수 있대 응.”
“호오. 그렇단 말이지. 정성이 담긴 요리라면 짐이 또 어딜 가서 빠지지 않느니라.”
엘리스가 냄비에 온갖 조미료와 소스를 부어 넣었다.
본인이 좋아하는 김치볶음밥과 토마토 스파게티. 치킨 위에 초콜릿 소스와 땅콩버터를 듬뿍 얹었다.
“아 고기는 덜 익혀 먹으면 배탈이 날 수도 있으니 소독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겠구나.”
콸콸콸!
냄비 안에 세제가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으으읍. 우우웁!”
“끄으으으… 커억! 쿨럭!”
숟가락에 담긴 정체불명의 합성물을 본 이들이 세차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미 대부분은 입에 게거품을 물거나 토를 하다가 기절한 상태였지만.
엘리스와 프레이의 열정은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