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84)
584화. 사멸자의 유물 (2)
아직 동이 채 트기 전.
모두가 잠들어 있는 와중에도 진혁은 밤새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사멸자라는 거대한 변수가 등장한 만큼 그에 따른 대비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다른 아포칼립스라면 몰라도 사격에 관해서 만큼은 내가 불리해.’
경험과 센스 등은 이쪽이 우위였지만….
상대에겐 그걸 메우고도 남을 다수의 네임드급 ‘성유물’들이 존재했다.
지금 스펙만으로도 50층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힘을 보유하고 있다는 소리다.
반면.
‘나는 예전에 쓰던 무기들이 하나도 없지.’
아무리 장인이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곤 하지만, 그건 어중간한 놈들을 상대할 때나 가능한 말이다.
상대 역시 총에 관해서 만큼은 절정에 오른 강자.
어설프게 덤볐다간 오히려 크게 당할 수 있다.
그리고 이건 호랑이를 사냥하기 위한 첫 번째 준비과정이었다.
치이익!
[룬어가 새겨졌습니다.] [새로운 조건이 개방됩니다.]돌과 바위 위로 각기 다른 고대 룬어들이 각인되었다.
“휴우.”
이걸로 총 18개째.
대결계의 초석이 되는 작업을 하는 건 역시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도 이 정도는 해둬야겠지.
조금 있으면 거대한 폭풍이 몰려올 테니까.
“하아암. 계약자. 대체 언제 끝나는 것이냐? 촉촉하고 고귀한 이 몸의 피부를 유지를 위해선 푹 자야 한단 말이다.”
엘리스가 옆에서 볼을 잔뜩 부풀린 채 툴툴댔다.
“그리 피부에 신경 쓰는 애가 그걸 다 먹고 있냐?”
진혁이 바위 위에 한 가득 펼쳐진 음식들을 가리켰다.
치킨과 피자 족발 파스타 등 기름진 음식은 물론, 각종 디저트들까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코인 거래소에서 무려 5,000코인을 넘게 주고 구매한 터무니없는 양.
당연한 말이지만, 대부분은 이미 바닥을 드러낸 상태였다.
“크, 크흠! 레이디에게 먹는 걸로 뭐라 하는 건 실례 아니더냐? 그런 건 조금 조심스럽게 말해야 신사인 법이니라.”
“대체 어느 나라 레이디가 그걸 다 먹어치우는 건지 모르겠네. 아무리 너라도 그러다 살찐다?”
“흐응. 짐은 아무리 먹어도 날씬함을 유지할 수 있느니라.”
엘리스가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치켜들었다.
하여간 신진대사가 넘쳐나는 진조 놈들은 아무리 관리를 안 해도 외모가 일정하다더니.
최고의 축복이란 축복은 죄다 누리고 있네.
“됐고. 이번엔 저기 가서 혈계 마법으로 내 흔적을 지워줘. 꼼꼼하게 해야 해.”
“이토록 많은 조공을 바쳤으니 그 정도는 윤허하마.”
엘리스가 날개를 파닥이며 반대쪽으로 날아갔다.
이제 마지막 각인만 새긴다면 모든 일이 마무리될 것이다.
그런데 엘리스의 각인이 새겨진 바로 그때.
콰아앙!
조용하던 마을에 거대한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계약자?”
“저건….”
두 명이 동시에 반응했다.
원래 은둔자의 마을에 살인이나 방화는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상이다.
매일 새벽까지 전투가 벌어지는 것 역시 부지기수였고.
하지만, 적어도 바운티 헌터가 고인물 코퍼레이션 밑으로 들어가고. 나머지 세력들이 한 자리에서 비상 회의를 할 경우엔 아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지독하게 평화롭고 조용한 게 정상이라는 말이다.
그렇다는 건.
그 모든 걸 뒤엎어버릴 만한 일이 발생했다는 뜻.
진혁이 마력이 집중된 곳을 바라봤다.
‘북쪽… 창고 쪽인데.’
아직 마을의 전체 지도를 손에 넣지 못했기에, 정확히 모든 구역을 파악하진 못했다.
하지만 북쪽 창고에 대량의 ‘녹색 가루’가 보관되어 있다는 건 확인해 뒀다.
평소에는 마약류로 사용되지만, 특정 배합을 거칠 경우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되어질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가사 상태에 빠져 있던 무언가를 원래대로 깨우거나 하는.
[아포칼립스의 전조가 발생됩니다.]때마침 푸른 상태창이 점멸했다.
진혁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따라와. 바로 움직여야 해.”
아마 숙소에 있는 다른 멤버들도 이변을 깨달았을 것이다.
저리 흉흉한 기운이 퍼지는데 편하게 잠만 자고 있을 순 없을 테니까.
“그래. 확실히 심상치 않아 보이는구나.”
엘리스가 양 날개를 활짝 폈다.
“구마야. 넌 이 메시지를 마더한테 전해줘. 여기에 적힌 대로만 행동하라고.”
“모기모기!”
편지 한 장과 큼지막한 마정석을 건네받은 고구마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상보다 일이 빠르게 터졌지만, 이쪽도 나름대로의 준비는 끝마쳤다.
남은 건 어느 쪽이 준비한 칼날이 더욱 예리한지 여부다.
‘어디, 얼마나 재밌는 판을 깔아놨는지 확인해볼까.’
콰앙!
진혁이 자리를 박차고 앞으로 달렸다.
* * *
같은 시각.
은둔자의 마을을 지배하는 상위 랭커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녹색 가루’와 ‘병약한 자의 한숨’, ‘잃어버린 뼛조각’이 반응합니다!]콰아앙!
다시 한 번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조금 전의 폭발과의 차이점이라면 연기가 옅은 녹색을 띠고 있다는 점이었다.
“흐음. 순조롭군요.”
니알라토텝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여러 명이 움직여주는 덕분에 확실히 일처리가 빨랐다.
“이대로라면 1시간 이내에 아포칼립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시간이라…. 놈들의 반응은요?”
“외곽에 있던 강진혁과 엘리스는 바로 이쪽으로 향하고 있고. 나머지 놈들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남자가 작은 주머니 속에서 큐브 조각을 꺼냈다.
잘그락, 잘그락!
[‘그림자를 거두는 액자’가 발동됩니다!]공간이 직사각형 형태로 도려내졌다.
그 사이로 진혁과 엘리스를 포함한 고인물 코퍼레이션 멤버들이 보였다.
“쥐새끼들답게 달려드는 것 하나는 빠르군요. 바라던 바입니다. 이번에는 이쪽도 제법 든든한 분들을 섭외했으니까요.”
니알라토텝이 지팡이를 내리쳤다.
기다렸다는 듯이 주위로 다수의 남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호오. 저놈들이 우리 애들을 그토록 상하게 했던 겁니까?”
“……확실히 하나하나가 만만치는 않겠군요.”
“나름대로 사선을 넘어 이곳까지 온 강자들이니까. 하지만, 그래봤자 저 인원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겁니다.”
11명의 올드 가드.
50층의 사냥개들이 대거 이번 사냥에 동원되었다.
완벽하게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숨통을 물어뜯기 위해서.
그리고 그중에는….
긴 금발을 늘어뜨린 아름다운 외모의 남성과 여성도 있었다.
골드 드래곤 ‘알테라’와 ‘아덴’.
쌍둥이 드래곤들로 에이션트급에 오른 고룡들이기도 했다.
“저 둘만 처리하면 이번 로드뿐 아니라 앞으로의 모든 로드 계승을 저희 골드 일족에게 맡겨주신다는 말씀이죠?”
“약속…은 분명히 지켜주셔야 하는 겁니다. 니알라토텝 님.”
“태고의 약속은 반드시 이루어질 테니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무엇보다 저희로서도 순종적이고 능력 있는 골드 일족이 로드가 되길 바라고 있기도 하고요. 성질 더러운 레드나 블랙은… 어휴. 말을 아끼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인간 놈의 뼛속까지 공포를 새겨주도록 하죠.”
두 드래곤이 투지를 불태웠다.
바로 그때.
퍼퍼퍼퍽!
콰콰콰콰콰콰!
얼음과 피로 만든 꼬챙이들이 입구를 강타했다.
일격에 여러 방어 술식이 걸린 대문이 날아갔다.
“끄아아악!”
“아아악!”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평범한 빙계 마법이 아닌, 대마도사가 펼친 대마법에 진조의 혈계 마법이 중첩된 상태다.
어지간한 방어 마법으로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이제 시작이다.
“멍청하긴! 우리 유인에 그대로 걸려들다니.”
“탑에서는 제법 날린 모양이다만, 이쪽은 전혀 다른 싸움터라는 걸 깨닫게 해주마!”
각 진형의 은둔자들이 침입자를 맞이했다.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마을의 구조와 각종 함정과 술식들.
지형과 지물의 이점을 살린 사냥터는 압도적으로 은둔자들에게 유리했다.
[6성급 술식 ‘그림자 습격’이 발동됩니다!] [Lv29 ‘땅거미’가 발동됩니다!]벽에서 가시들이 튀어나왔다.
“키에에에!”
지면이 꺼지면서 그 안에 있던 거대한 거미가 아가리를 쩍하고 벌렸다.
닌자들이 담벼락 위에서 거대한 표창과 수리검을 쥔 채 도주 경로를 완벽하게 계산했다.
강기가 가득 실린 칼날이 눈부시게 타올랐다.
전후좌우.
어디로 움직이든.어떤 식으로 대비하든.
빠져나갈 길이 없는 포위망이다.
그게 맞는 말이다.
맞는 말이긴 한데.
하필이면 상대가 너무 좋지 않았다.
[고유 능력 ‘화룡의 숨결’이 발동됩니다!]화르륵!
시야를 물들이는 거대한 불꽃이 뿜어졌다.
일순간 불꽃이 모든 것을 붉게 물들였다.
뒤이어 끔찍한 열기가 이어졌다.
“화염마법이다!”
“수, 수중벽을 펼쳐라!”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살이 타들어갈 것만 같다.
그래도 고도의 훈련을 반복한 닌자들답게 대응 역시 빨랐다.
쿠쿠쿠쿠쿠!
물로 이루어진 벽이 화염을 가로막았다.
그게 실수였다.
퍼어엉!
불길이 급속도로 식자 수증기로 인해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그 틈을 이용해 진혁이 발밑에서 달려드는 마수를 노렸다.
[고유 능력 ‘툼그레이브의 오른팔’이 발동됩니다!] [고유 능력 ‘거신의 일격’이 발동됩니다!]검게 변한 진혁의 오른팔에 상상을 초월하는 마력이 응집되었다.
일점으로 축적된 기운.
콰직!
“키에에에!”
집채만 한 땅거미의 머리통이 한 방에 우그러졌다.
지금이다.
“엘리스!”
“조심하거라. 든든하게 배를 채워서 컨디션이 최상이니까.”
[엘리스가 광역스킬 ‘블러드 익스플로젼’을 사용합니다!]옅게 흩어졌던 핏방울들이 급속도로 팽창했다.
거의 동시라고 해도 좋을 찰나.
퍼퍼퍼퍼펑!
골목이 붉은 폭풍에 휩싸였다.
* * *
연쇄적으로 이어진 공격으로 인해 일대가 쑥대밭으로 변했다.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호흡이다.
게다가 근접전에서 중, 장거리를 아우르는 간격은 상대하는 입장에서 최악이었다.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첫 번째 관문이 돌파되면서 진혁과 엘리스가 내부 깊숙이 파고들었다.
관문을 맡은 닌자들의 표정이 험악하게 구겨졌다.
자신들의 실책으로 인해 적들의 침입을 허용해 버린 것이다.
“그리 치욕을 갚는다며 난리를 치더니 이렇게 허무하게 뚫리는 거냐? 이럴 거면 그냥 우리한테 맡기지 그래?”
“기습이나 암살만 할 줄 알지. 정면 승부는 형편없군.”
그러자 나머지 두 세력의 리더들이 온갖 비아냥을 늘어놨다.
마피아 연합인 ‘바운티 헌터’와 암살집단인 ‘닌자’에 이은 ‘고문술사와 플레쉬 이터’들이었다.
사람의 가죽을 뒤집어 쓰고 있는 이들의 집단 ‘고문술사’.
이들은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데다, 한 번 사건을 터뜨렸다 하면 너무나 대형으로 터뜨렸기에 탑의 가장 음지인 은둔자의 마을로 내쫓겼다.
또한 식인과 대량 학살을 즐기는 플레쉬 이터 역시 집단 공격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함부로 지껄이지 마라. 네놈들이라고 다를 것 같으냐?”
닌자 집단의 우두머리가 으르렁댔다.
아무리 니알라토텝이 강제 동맹을 결성하게 했어도 평소에는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사이.
기회만 생긴다면 언제라도 서로의 목에 칼을 꽂을 수 있다.
“그거야 지켜보면 알겠지. 이번엔 우리 차례다. 이번에 새로 개발한 고문 도구를 빨리 사용하고 싶어 미칠 것 같군.”
“보아하니 상대 쪽에서도 다른 루트로 동료들을 보낸 모양인데…. 산 채로 잡은 다음 아주 천천히 살점을 발라내 먹어치워주지.”
모처럼 탑에서 들어온 신선한 놀잇감과 먹잇감들이다.
하나씩 처리하는 손맛이 상당할 터.
은둔자들의 마을을 부유하는 망령들이 본격적인 전쟁의 개시를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