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93)
593화. 태고의 존재 ‘툴차’ (1)
“어떻게…?”
니알라토텝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부릅떴다.
우둔한 골짜기는 이 일대 전체에 걸쳐 공간이동을 금하는 마법이 펼쳐져 있었다.
정확한 좌표를 아는 자가 아니라면 공간이동을 시전하는 즉시 몸이 분해되어 버린다는 뜻이다.
그런데 눈앞에 보이는 게이트는 작은 균열 하나 없이 완벽함을 자랑했다.
설마, 이곳의 좌표가 새어나갔다는 말인가?
그것 외엔 설명할 길이 없었다.
우우웅!
곧이어 게이트가 열리며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가진 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드디어 왔네. 뭐 이리 좌표를 삼중에 사중으로 꼬아놓은 건지….”
“크하하! 오늘 밤은 아주 진탕 마셔보자고.”
“어디, 얼마나 근사한 연회를… 으응?”
가정 먼저 문을 열고 나타난 건 북유럽의 신 ‘헤임달’이었다.
잔뜩 기대에 찬 얼굴로 군침을 臺리던 헤임달의 표정이 이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먹음직스러운 고기와 감미로운 음악.
잘 익은 과일과 술.
온갖 종류의 빵과 수프 등은 간데없고. 대신 무지막지하게 불길한 마력을 뿜어내는 장소가 펼쳐진 탓이었다.
[고유 능력 ‘오딘의 눈’이 발동됩니다!]한 걸음 뒤에 걸어오던 오딘이 대번에 주위를 훑었다.
불길한 기운도 기운이었지만, 그보다 위험한 건 마주하고 있는 니알라토텝이었다.
“아무래도 제대로 함정에 빠진 것 같구나.”
몇 가지 단서로 상황을 파악한 오딘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크하하! 미친 인간이라는 건 여러 번 느꼈지만, 이건 가면 갈수록 가관이로구만. 설마 우리를 이런 식으로 쏠 줄은 몰랐습니다. 아버지.”
토르 역시 광소를 터뜨렸다.
당연한 말이지만, 진혁은 이들이 가는 목적지에 대해서 일절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여러 세력이 한자리에 모여 화합의 시간을 가지며 만찬을 즐기자고 말해뒀을 뿐이다.
당연히 아무 의심 없이 연회에 참여하려던 신들은 난데없는 지옥 속으로 걸어들어온 꼴이 되어버렸다.
“……빌어먹을.”
“…미치겠군. 하아.”
“어이가 없네요.”
그 옆에 있던 헤라클레스와 헤파이토스 그리고 아르테미스와 아폴론 역시 당황스럽긴 마찬가지였다.
고인물 코퍼레이션과 강제 동맹을 맺고 피 터지게 싸우던 북유럽과 만찬을 가지게 된 것도 기가 막힌 일인데.
알고보니 그 모든 게 미끼였을 줄이야.
터져나오는 욕과 분노를 참느라 몇 번이고 입술을 깨물어야만 했다.
“……차라리 제우스가 나을 뻔 했어.”
올림포스를 새롭게 대표하게 된 크로노스는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하지만, 후회해봤자 이미 늦었다.
이곳이 정확히 어떤 곳인지까진 몰랐지만, 50층의 존재들이 절대 존재를 알리고 싶지 않아하는 금지에 관한 소문은 들어봤다.
분위기로 보건대 여기가 바로 그 장소가 틀림없을 것이다.
결국.
이 장소를 본 것만으로도 살생부의 꼭대기에 이름을 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한 마디로 쉽게 말해 망했다는 소리다.
반면, 니알라토텝 역시 원치 않게 상층부의 주신들과의 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이곳의 위치가 만천하에 퍼진다면 비밀을 들킬 위험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져나갈 것이기 때문이다.
“……강진혁.”
“강진혁…!”
이곳에 모인 모든 이들이 한데 입을 모아 누군가를 불렀다.
“이 썩을 놈의 인간 놈이!”
“이런 짓을 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거냐!”
하늘이 있다면 제발 벼락이라도 떨어지길 기도하면서.
* * *
아마 지금쯤이면….
여러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을 것이다.
‘적당히 미끼를 뿌려서 골짜기로 보냈으니 니알라토텝으로선 갈 수밖에 없을 테지.’
그리고 그곳에서 새롭게 합류한 신격들과 만난다면?
이야. 생각만 해도 즐거운 대연회가 열릴 것이다.
왜인지 모르게 귀가 간지럽긴 했지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시련의 탑에선 욕을 많이 먹을수록 잘하고 있다는 방증이었으니까.
그리고 톡히 은둔자의 마을은….
……경악과 공포의 감정이 가장 잘 반영되는 곳이기도 했다.
[현 상황이 은둔자의 마을 전체에 상영되는 중입니다.]허공에 나타난 스크린에선 지금까지 일들이 순차적으로 방영되는 중이었다.
행복한 주신들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만찬 대신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현실이 여과 없이 전해졌다.
“저게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세상에나….”
“신들마저 사지로 몰아넣다니. 믿을 수가 없어.”
각 세력의 살아남은 잔당들이 치를 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동시에.
띠링! 띠링! 띠링!
무려 1,460,000,
생중계를 통해 영상이 공개된 지 30분 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당연히 악명이 쌓인 만큼 이곳에서의 영향력과 개개인의 능력 역시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그리고 그 업적은 단순히 스탯이 오른 것 이상의 결과를 낳았다.
“으으으….”
“아, 안 돼. 절대 못 이겨.”
“저런 악명 수치는… 들어본 적도 없다고.”
거대 세력들의 잔당들이 올드 가드들의 통제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태고의 존재들에 대한 공포보다 진혁과 고인물 코퍼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 더 커져버린 탓이다.
“멍청한 놈들. 포위망을 풀면 다 죽여버리겠다. 니알라토텝 님께서 꼬리를 만 놈들을 가만히 두실 것 같으냐!”
“싸워라. 당장 싸우란 말이다!”
아무리 목청껏 소리를 지르고 몇몇을 베어버렸지만, 이미 패닉에 빠진 은둔자들을 되돌릴 순 없었다.
급속도로 번지는 두려움.
사기는 이미 바닥에 떨어진 지 오래였다.
바로 그때.
콰아앙!
한편에서 굉음과 함께 먼지 폭풍이 솟구쳤다.
익숙한 다수의 마력들이 느껴졌다.
“아, 다들 왔….”
진혁이 반갑게 모두를 맞이하려 했다.
“갑자기 싸움을 포기하다니 이상하군. 덕분에 쉽게 이곳까지 오긴 했다만.”
“조금 전에 저희 악명이 올라서 그런 것 아닐까요? 100만인가 150만이 올랐다는 상태창이 뜨던데요.”
“아마도 그런 것 같아요. 진혁 님이 워낙 악마 같은 짓을 자주 해야 말이죠.”
“하긴, 제 또 다른 인격도 진혁 씨 이야기만 꺼내면
절레절레 하더라고요.”
“흐음. 뭐 하나 반박을 할 수가 없군. 당장 학회에 제출해도 오류 하나 없는 완벽한 정론이다.”
천유성과 테레사, 안드리아가 한마음 한뜻으로 재잘거렸다.
반갑다는 말은 전부 취소다.
뒷담도 아니고 사람을 앞에 두고 아주 못하는 말이 없네.
그래도 든든한 원군이 새로 합류해줬다.
“주군. 음영대 37명. 적을 전부 섬멸했습니다.”
“멀얼얼! 오랜만에 망치로 철이 아닌 걸 두드렸더니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구만.”
반대쪽에선 월영을 포함한 음영대와 오룬도 함께 보였다.
좋아.
이걸로 불리했던 전황이 다시 한 번 반전을 맞이하게 되었다.
“아무래도 엄청난 놈이랑 손을 잡게 된 것 같군. 확실하게 내게 걸린 제약을 풀어줄 수 있는 거겠지?’’
사멸자가 권총을 고쳐잡으며 물었다.
“물론이야. 애써 손에 넣은 노예… 아니, 동료를 잃어버릴 수야 없지. 니알라토텝이 마을 어딘가에 당신의 생명력을 구속하는 아티팩트를 남겨뒀을 테니 다 쓸어버리고 느긋하게 찾기만 하면 돼.”
“알겠다. 그럼, 너희 쪽에 합류해 싸우도록 하지.”
철컥!
총탄이 장전되며 과거 탑을 오르던 등반자가 다시 한 번 적들에게 이빨을 드러냈다.
당연히 아포칼립스의 배신은 올드 가드들로선 뼈아플 수밖에 없었다.
“큭!”
크림슨이 측면에서 들이닥친 지원에 어금니를 부러져라 깨물었다.
엘리스에 대한 압박을 조금씩 거세게 하고 있는 타이밍에 재를 뿌릴 줄이야.
조금만 더 했다면 완전히 승기를 굳힐 수 있었건만.
이제는 모든 게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대장!”
“피해야 합니다!”
전력이 분산되면서 폭주하는 엘리스를 막는 게 불가능해졌다.
[고유 성창 ‘개벽의 계시록’ – 불러드 아포칼립스가 발동됩니다!]붉게 물든 하늘 아래로 수많은 꼬챙이들이 쏟아졌다.
콰콰콰광!
콰콰과과!
“감히 짐에게 불손하게 덩빈 죄. 네놈들의 미천한 목숨으로 갚도록 하여라.”
악명이 오르면서 더욱 생긴 여유.
거기에 ‘순혈의 왕관’이 더해지자 그야말로 또 다른 아포칼립스가 탄생한 꼴이 되었다.
“끄아아악!”
“아아악!”
어중간한 서열의 올드가 드들은 온몸이 꿰뚫려 죽었고.
그나마 최상위 서열에 해당하는 올드 가드들만이 간신히 폭우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말도 안 된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광역기다.
“누님….”
“…….”
알테라와 아덴 역시 궤멸 직전의 상황에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모든 게 절체절명의 순간.
“킥…! 아주 놀고들 자빠졌네.”
이질적인 음성이 파고들었다.
거의 동시라고 해도 좋을 찰나.
쿠웅!
공기의 밀도와 온도가 180도 달라졌다.
“컥!?”
“어으억?”
숨이 턱하고 막히는 듯한 기분. 지독한 압력에 전신의 세포들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대상의 존재를 인식한 모든 이들이 심각한 데미지를 입습니다!] [물리 방어력과 마법 방어력이 59%만큼 감소합니다!] [저항력과 신성력을 비롯한 모든 보조 스탯들이 비활성화됩니다!]다르다.
격이 다르다.
사멸자 역시 상식 밖의 괴물이었지만, 지금 현현하는 존재는 아예 궤를 달리하는 심연의 무언가였다.
‘결국… 왔나.’
진혁이 녹색 연기 속에서 다가오는 적을 바라봤다.
온갖 종류의 스탯을 올리고 능력들을 줄줄이 겹쳤다 한들, 세포들이 비명을 지르는 걸 막을 순 없었다.
죽음의 무희 ‘툴차’.
슈브니구라스와 니알라토텝에 이어 또 다른 50층의 존재와 대면하는 순간이었다.
“설마 이 정도까지 상황을 반전시키다니. 이건 기대했던 것보다 더 재밌네. 슈브니구라스 님이 한 번 물러나신 것도 이해가 돼.”
톨차가 진심으로 감탄했다는 듯 양손을 마주쳤다.
기괴한 박수 소리가 숨 막힐 듯한 적막 속에 울려퍼졌다.
하지만, 아주 잠시뿐이었다.
흥미와 찬사가 담긴 감정은 이내 심연과도 같은 실망으로 이어졌으니까.
“반면. 50층의 사냥개라는 놈들은 맡은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구나. 어설픈 등반자들만 잡아대며 현실에 안주하더니 아주 꼴 좋게 되었어.”
“투… 툴차 님. 저희는….”
크림슨이 재빨리 변명을 늘어놓으려 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말을 하기도 전에….
쿠쿠쿠쿠쿠!
녹색 불길로 만들어진 회오리들이 사방에서 치솟았다.
“으… 으… 우어어어….”
“크어억?”
보는 것만으로도 대상의 정신이 붕괴되고 전신의 피부에 물집이 잡혔다.
툴차는 절망하는 이들의 사이를 천천히 가로질렀다.
퍼퍼퍽!
퍼억!
뼈가 박살나고 살이 으깨지며 은둔자들과 올드 가드들이 한 줌의 핏물로 변해 사라졌다.
죽은 시체들은 이내 툴차의 몸 속으로 서서히 흡수되기 시작했다.
“그래도 네놈은 가장 쓸만하니 다시 한 번 기회를 주도록 하지. 방금 전에 죽지 않은 머저리들을 모아 강진혁이란 인간을 제외한 나머지를 처리해라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
“가, 감사합니다…. 지엄한 명령 어김없이 수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크림슨이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전투가 가능한 올드 가드는 총 넷.
엘리스 역시 툴차의 등장으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받았으니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었다
임무에 성공해 살아남거나. 아니면 쓰임새가 다한 사냥개의 말로를 걷거나.
주어진 선택지가 두 개뿐이라면 전력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크림슨이 고유 성창 ‘보옥의 창’을 발동합니다!]묵빚을 머금은 창의 주위로 서로 다른 색의 보석들이 떠올랐다.
“다들 들었겠지? 지금부터 전력을 다해 상대한다.”
“예…!”
“알겠습니다. 대장.”
올드 가드들이 남은 마력을 모조리 쏟아 부으며 전의를 불태웠다.
“그럼, 나는 인간과 놀아보도록 할까. 과연, 조금이나마 이 몸을 재있게 해줄 수 있을지 기대되는구나.”
톨차가 진혁이 있는 곳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이제부터가 본 게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