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96)
596화. 태고의 존재 ‘툴차’ (4)
쿠쿠쿠쿠쿠!
공기가 요동친다.
시련의 탑에서 최상위 고위종으로 분류되는 드래곤.
그들이 보유한 최강의 스킬이 바로 ‘브레스’다.
보통이라면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상태이상에 걸리고 전신이 벌벌 떨려야 정상이었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거주자들에 해당하는 이야기일 뿐. 50층에 군림하는 툴차에게 있어 브레스 따위는 별 다른 위협이 되지 못했다.
자신이 다루는 녹색 불길이 수백 배는 더 뜨겁고 강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지금 마주하고 있는 브레스는 일반적인 드래곤의 브레스와는 무언가 달랐다.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두 개의 검이 점점 더 크기를 더해나갔다.
툴차의 시선이 고구마에게 향했다.
얼핏 보기엔 블랙 드래곤의 일종으로 보인다. 그것도 아직 헤츨링에서 벗어나지 못한 어리디 어린.
“평범한… 드래곤이 아니란 거냐?”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 아래 층계에 대해서 별다른 관심은 없었다.
벌레들은 아무리 발악해봤자 벌레인 법.
강물은 결코 폭포를 거슬러 올라가지 못할 거라 확신했으니까.
그러나 그 고정관념은 지금 이 시점을 기점으로 산산히 박살났다.
오싹!
너무나 오랜 만에 느껴보는 생소하고 이질적인 감정.
본능이 경고를 보냈다.
저 검은 위험하다고.
화르륵!
텅 빈 공간에 모인 마력을 모조리 빨아들인 검이 어느새 완전한 형을 갖췄다.
그 위로 진혁이 복사한 역병의 소용돌이가 불꽃이 뻗어나갈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실제로 이길 수 있다는 듯 확신에 가득 찬 표정과.
자신의 스킬을 이용해 가능성을 끌어올리는 빌드업까지.
그리고 그 모든 과정과 행동들이 툴차의 자존심을 제대로 건드렸다.
“남의 능력을 가지고 잘도 까불어대는구나. 이런 준비를 했다고 해서 감히 나에게 대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라면….”
툴차의 입 역시 쩍하고 벌어졌다.
우우웅!
수억 가지 질병이 원형의 형태로 압축되었다.
“착각도 대단히 큰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괜히 날고 기는 수많은 주신들과 거주자들이 50층 앞에서 무릎을 꿇은 게 아니다.
아무리 많은 준비를 하고 확률을 올리기 위해 발악을 한들. 가능성이 0인 것은 언제나 0에 수렴하게 되어 있었다.
“뭐, 기술과 힘의 차이는 인정할게.”
진혁이 툴차의 브레스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말마따나 정면 승부에서 태고의 존재를 이기는 건 어불성설이다.
하지만.그 차이를 메꾸기 위해서 준비한 게 바로 동료들 아닌가?
“내 경험상 다구리 앞에 장사 없더라고.”
아자토스의 궁전에서라면 몰라도. 아직 수많은 제약을 덕지덕지 달고 있는 지금이라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
콰콰콰콰콰콰콰콰!
첫 번째 검이 허공을 갈랐다.
콰아아앙!
툴차의 브레스와 단죄의 검이 한 점에서 격돌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폭풍이 몰아쳤다.
1초 남짓한 찰나엔 두 브레스가 비슷비슷해 보였으나 둘 사이에 전력 차는 확연했다.
툴차의 브레스가 고구마의 고유성창을 압도하며 몰아붙였다.
바로 그때.
콰콰콰콰콰!
진혁의 검이 허공을 갈랐다.
두 번째 브레스는 그 위력과 크기가 작았지만, 대신 고구마의 검보다 훨씬 더 빨랐다.
“멍청하긴! 빠르기만 할 뿐 위력은 반도 안 되는… 응?”
조소를 터뜨리던 툴차의 표정이 삽시간에 일그러졌다.
단죄의 검이 향한 방향이 자신이 아닌 전혀 다른 곳이었던 것이다.
퍼퍽!
검이 꽂힌 곳은 지면.
붉은 화염이 땅을 따라 눈 깜짝할 사이에 퍼져나갔다.
동시에.
[황도십이궁(黃道十二宮) ‘사수자리’가 깨어납니다!] [7성급 결계 ‘푸른 전격’이 발동됩니다!] [3성급 결계 ‘마력 결정화’가 발동됩니다!] [2성급 결계 ‘목표 포착’이 발동됩니다!] [5성급 결계….]처음부터 노린 것은 힘과 힘의 대결이 아닌 상대의 허를 찌르는 것.
장황하게 판을 깐 것처럼 보였지만, 그 조차도 전부 눈속임에 불과했다.
우우우웅!
결계와 결계가 불규칙적으로 발동되며 푸른 선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켰다.
‘단죄의 검’을 통해 공급받은 대량의 마력이 모든 결계의 효과를 대폭 상승시켰다.
수십 개의 화살들이 툴차의 등을 노렸다.
브레스를 사용하느라 마력을 쏟아붓고 있는 툴차로서는 날아오는 화살에 완전히 뒤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런 짓을 했다간 네놈도 무사하지 못할 텐데?”
고구마 혼자의 브레스로는 앞으로 몇 초 밖에 버티지 못할 터.
아무리 허를 찌른다고 해도 공격을 한 당사자들이 죽는다면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일 아니던가?
하지만, 이미 진혁은 그에 대한 방비도 세워둔 지 오래였다.
일명 고대종 실드.
튼튼한 고구마를 정면에 앞세운 채 그 뒤에서 몸을 잔뜩 웅크리는 전략을 내세웠다.
“모기?”
“미안, 구마야. 나중에 맛있는 마정석 잔뜩 줄게.”
[한정 고유성창 ‘태고의 사수자리’가 발동됩니다!]12성급 대결계와 툴차에게서 얻은 능력이 하나로 합쳐졌다.
콰콰콰콰쾅!
눈부신 보라색 별빛들의 향연.
쏟아지는 화살들이 선에서 선으로 이어지며 한 폭의 장관을 연출했다.
동시에.
“모기이이이!”
방패막이가 된 고구마의 구슬픈 비명 소리가 울려 퍼졌다.
***
한 차례 거대한 폭풍이 휩쓸고 지나갔다.
태고의 존재와 진혁의 고유성창이 한 자리에 작렬하면서 주변 일대는 그야말로 새로운 장소로 변해 있었다.
감히 생명체 따위가 살아 남을 거라 상상할 수조차 없는 공간.
그곳에서 전신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여성이 홀로 서 있었다.
푸슉! 푸슈슉….
화살이 꽂힌 자리에서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 어떠한 공격에도 꿈쩍하지 않던 툴차의 몸에 처음으로 제대로 된 상처가 생겼다.
벌어진 틈으로 보랏빛 연기가 스멀스멀 흘러나왔다.
대량의 촉수들을 소환해 공격을 상쇄시켰으나, 그럼에도 충격은 상상 이상으로 막대했다.
[아직 172개의 제약이 걸려 있는 상태입니다.] [1분 후에 새로운 제약이 추가됩니다.]만약 50층에서 제약 없이 싸웠다면 그깟 화살 따위로는 몸에 흠집 하나 내지 못했을 거다.
허나, 이곳은 온전한 권능을 발휘할 수도, 원래의 모습으로도 현현할 수 없는 아래층.
더군다나 아래 층에 오래 머물수록 추가적으로 채워지는 족쇄는 너무나 뼈아프게 다가왔다.
“크으…윽.”
툴차의 입에서 낯선 신음이 흘러나왔다.
상처 그리고 피.
태고의 존재에게 있어 고통이란 너무도 생소한 감각이었다.
바로 그때.
“와. 진짜 단단하긴 단단하네. 그걸 맞고도 견딘다고?”
반대편 연기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고구마를 실드로 내세운 채 전신에 상처 하나 없이 쌩쌩한 진혁이었다.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연신 감탄사를 내뱉는 꼴을 보자하니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다.
우우우웅!
툴차의 양 손바닥을 따라 한 쌍의 고리가 떠올랐다.
풍차를 연상케하는 외형에 녹색 회오리가 고속으로 회전했다.
“그거 비슷한 걸 본 적 있어. 인도 애들이 사용하는 차크람인가 뭔가 하는 거잖아?”
자유자재로 궤도를 바꾸는 투척 무기.
다루기 까다로운 만큼 예측도 어렵긴 하다.
하지만, 이미 비슷한 종류와 수백 번을 싸워봤기에 그다지 큰 위협은 되지 않았다.
척!
진혁이 다른 무기들을 역소환하고 다시 두 자루의 단검으로 바꿨다.
“이 몸이 다루는 차크람은 그런 것과는 아예 다를 거다. 기대해도 좋아.”
“그렇게 말하는 놈 치고 제대로된 것들이 없긴 하더라고. 속 빈 강냉이가 눅눅하기까지 하다고 해야 하나?”
“속이 비었는지 아닌지는 한 번 베어 보면 느낄 수 있겠지.”
부우웅!
툴차의 왼손에 있던 차크람이 허공을 따라 사라졌다.
콰앙!
곧바로 툴차가 그 자리를 박찼다.
선풍이 질풍이 되어 내달린다.
엄청난 속도로 거리를 좁힌 툴차가 녹색 고리를 휘둘렀다.
카카카카칵!
단검을 비스듬이 세워막으려는 순간, 눈부신 불꽃이 피어올랐다.
워낙에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차크람이 칼날을 갉아먹으려 한 것이다.
자연스레 손을 빼게 되면서 몸에 허점이 들어났다.
바로 그때, 직전에 집어 던졌던 또 다른 차크람이 진혁의 허벅지를 노렸다.
콰콰콰콰!
가까스로 치명상은 피했지만 완전히 피하는 데는 실패했다.
길게 솟구치는 피.
얕은 상처임에도 통증이 지나치게 심각하다.
“큭…!”
진혁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녹색 빛으로 변한 상처 부위는 별의 가호와 만다라로도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다.
‘제약을 이렇게 걸어뒀어도 사기적인 건 변하지 않는다는 건가. 하긴 혈통빨은 진짜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긴 하지.’
분명 이쪽도 눈부신 성장을 했다.
그런데도 50층의 존재들이 가진 격은 차원이 달랐다.
생명이 걸려 있는 아슬아슬한 긴장감.
역시….
‘재밌네.’
진혁의 입가가 씰룩였다.
어중간한 주신들이랑 싸울 때는 절대 느낄 수 없는 흥분과 스릴.
생사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할 수 있는 게임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마약과도 같았다.
“……그 상처를 입고도 웃다니. 미친 게로구나.”
당연히 툴차의 입장에선 진혁의 행동이 이해할 수 없었다.
날다람쥐 같던 진혁에게 있어 다리를 당했다는 건 너무나도 치명적인 손실이었으니까.
“뭐, 조금 불리해지긴 했는데, 핸디캡이 있는 건 나만이 아니니까.”
“……너. ‘제약’에 관해서까지 알고 있는 거냐?”
“아니었으면 내가 미쳤다고 너하고 1:1을 하고 있겠어?”
“네크로노미콘부터… 정말로 지나치게 많은 걸 알고 있네. 우리 중에 배신자가 있는 걸까? 아니면 그 망할 그레이트 올드 갓 놈들이 움직인 걸까? 그것도 아니면 하아… 모르겠구나. 다 필요없고 네놈을 잡아서 아주 오랫동안 고문을 해야 할 것 같아.”
“궁금한 게 많나 본데, 미안하지만 넌 영원히 그 답을 알지 못할 거야.”
진혁이 쥐고 있던 단검을 툭하고 바닥에 떨어뜨렸다.
푹!
단검에 깃든 마력이 트리거가 되며 지면을 따라 또 다른 결계가 발동되었다.
“진부하네. 또 화살 세례라도 퍼부을 생각인 거냐?”
사수자리가 제법 강력하긴 했으나, 단지 그뿐.
역병의 차크람을 다루는데다 처음과 달리 방심하지 않고 있는 지금 상태에선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
단 한 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조금 특별한 걸 준비해봤어.”
‘시스템 조작’을 통해 바꾼 건 마력 수치만이 아니다.
시간 개념.
지금 둘은 몇 분 안 되는 대화를 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그 정도 시간이 흘렀다는 건….
“설마….”
툴차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동시에.
[제약이 추가됩니다!] [제약이 추가됩니다!] [제약이….]서로 다른 색의 족쇄와 쇠사슬들이 툴차의 몸을 구속했다.
덕지덕지 붙은 굵은 구속구들은 하나같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애초부터 너와 정정당당하게 싸워서 이길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도 않았어.”
전성기를 흉내낸다고 한들 11년에 걸쳐 쌓아올린 스탯과 아이템들에 도달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상대를 끌어내리면 된다.고고한 왕좌 위에서.
같은 진흙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