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98)
598화. 종말의 신화 ‘크툴루’ (1)
그오오오….
낮고 굵은 울음소리.
아자토스의 촉수들이 무시무시한 파공음을 내뱉으며 남자의 주위를 둘러쌌다.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붕괴되고 공간이 증발해버린다.
가히 시련의 탑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들의 정점에 위치한 존재다운 위압감이다.
남자는 묵묵히 그 시선을 받아냈다.
그러면서 작은 수정구를 허공에 던졌다.
우우웅!
수정구가 눈부신 빛을 뿜어내며 한 편의 영상을 띄웠다.
[시스템이 존재해서는 안 되는 영상에 강하게 경고합니다!]영상이 재생되려는 찰나에 붉은 상태창과 경고음이 연신 점멸했다.
시련의 탑에 있어 근원적으로 위배되는. 절대 공개되어서는 안 되는 종류였기 때문이다.
“쳇, 하여간 오지랖은. 이제부터가 중요한 대목인데 귀찮게 하네.”
그러나 남자의 손짓 한 번에 상태창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Lv ‘F’의 권한으로 인해 경고가 묵살됩니다!]영상이 이어졌다.
그곳엔 단검을 든 인물이 서 있었다.
수많은 서고와 그보다 많은 능력들의 틈 사이에 둘러싸인.수
많은 태고의 존재들을 상대로 단 한 치도 물러나지 않는 자가.
바로 플레이어 ‘강진혁’이다.
“이 녀석이 당신이 이룩한 모든 것들을 박살내며 정상에 오르고 있는 놈이야. 과거에 탑의 정상에 도달했었고 이번에도 그걸 반복하려고 하고 있지.”
“…….”
촉수에 달려있는 눈알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자신이 보고 있는 걸 도저히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야 그럴 수밖에.
지금 저 화면 안에는 슈브니구라스와 니알라토텝을 비롯해 온갖 크툴루의 존재들이 모여 있었다.
범우주적인 초월체들.
하나같이 단신으로 탑의 멸망을 초래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하지만 그런 태고의 정점들이 단 한 명의 인간에 의해 박살이 나고 있었다.
-콰콰콰쾅!
-투콰앙!
형형색색의 고유 성창과 스킬들이 쏟아졌고. 눈부신 광휘가 시야를 어지럽혔다.
심지어 그 중 몇몇은 아자토스마저 처음 보는 종류의 능력들이었다.
“당신이 얼마나 강한지는 알고 있어. 하지만, 놈은 과거에 당신을 쓰러뜨렸지. 그리고. 그때보다 더욱 강해진 지금은 훨씬 더 빠르고 날카롭게 당신의 목덜미를 노릴 거야.”
한 치의 과장도 없는 진실.
과거의 거울이 미래를 비추고 있다.
아자토스가 묵묵히 영상을 바라봤다.
자신의 자식들과 자신이 몰락하는 과정을.
또한 탑의 정상이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는 광경을.
[영상이 종료되었습니다.]수정구에서 빛이 사라지고 난 후에도 거대한 공간엔 길고 긴 침묵이 맴돌았다.
마치, 세상의 모든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촉수들이 다시 한 번 움직이기 시작했다.
수많은 눈알들이 묻는다.
‘어떻게 하면 이 결말을 피할 수 있느냐고.’
남자가 빙그레 웃었다.
“이제야 좀 대화가 통하겠네.”
세상 잔인하면서 그 누구보다 개구쟁이 같은 미소로.
***
“크윽…!”
우둔한 골짜기에 있던 니알라토텝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곳에 온 지 벌써 1시간이 지났건만, 쉽사리 승기를 잡을 수가 없었다.
워낙에 많은 신격들과 거주자들이 성가시게 굴었기 때문이다.
“정면에서 맞서지 마라!”
“최대한 시선을 분산시켜. 한 번이라도 잡히면 그대로 끝장이다!”
헤라클레스와 토르가 가장 위험한 최전방을 담당하고. 로키와 아르테미스 아폴론 등이 측면에서 원거리 공격을 가했다.
거기에 오딘이 정신계열과 물리계열을 섞은 마법을 사용하면서 니알라토텝을 견제하는 데 혼신의 힘을 다했다.
판이 이 정도로 깔렸으니 레드 드래곤 일족이 움직이기에 훨씬 더 수월해졌다.
“어차피 놈은 우리에게 로드 자리를 양보해줄 생각이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우리 힘으로 우리의 왕좌를 쟁탈한다.”
[‘홍염의 브레스’가 발동됩니다!]쩍 벌어진 입에서 모든 것을 태워버릴 수 있는 겁화가 만들어졌다.
이글거리는 불덩이가 한 줄기 선이 되어 뻗어나갔다.
무려 5개의 브레스.
최강의 공격력을 지닌 화염의 창이 한 곳을 태워버리기 위해 뿜어진 것이다.
콰콰콰콰콰콰!
…퍼어엉!
니알라토텝의 실드와 브레스가 정면에서 충돌했다.
몇십 겹이나 되는 파공성에 골짜기 전체가 격렬하게 떨렸다.
하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일격에도 니알라토텝의 실드를 깨트리는 덴 실패했다.
“도마뱀들이… 감히 주제도 모르고 주인을 물어?”
줄기줄기 흘러나오는 살기.
니알라토텝이 노도와 같은 마력을 폭발시켰다.
보랏빛 칼날들이 모여 주위의 모든 것을 꿰뚫어버리기 위해 움직였다.
[오딘이 ‘지배자의 안개’를 발동합니다!]이번엔 오딘이 움직였다.
궁니르가 번뜩이며 지평선을 따라 은은한 안개가 피어올랐다.
마력의 농도를 흐트러뜨리고 공격 궤도를 왜곡하는 능력이다.
니알라토텝의 칼날들이 방향을 잃고 그 자리에 떨어졌다.
푹! 푸욱!
일진일퇴.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는 균형은 좀처럼 깨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태고의 존재를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아주 조금이나마 사기가 오를 수 있었다.
어쩌면.
그리고 조금만 더 하면.
불가능한 적을 물러나게 만드는 게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으면서.
철컥! 마더를 비롯한 바운티 헌터들 역시 공포를 억누르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개미들의 힘이 모여 공룡을 위협할 수 있는 힘이 만들어졌다.
가장 큰 건 시간이 지날수록 채워지는 시스템의 제약이었다.
뿌드득….
니알라토텝이 어금니를 갈았다.
지독하게 물렸다.
그 외엔 표현할 길이 없었다.
‘이 정도로 대비를 했다는 건… 빌어먹을. 툴차 쪽도 쉽지 않을 수도 있겠어.’
크림슨을 비롯한 최정예 올드가드들과 골드 일족인 알테라와 아덴.
분명, 차고 넘치는 전력이 틀림없었으나 어째서인지 안심이 되지 않았다.
툴차 쪽이 자신보다 시간적으로 훨씬 더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강진혁이란 놈이라면 능히 그 격차를 뒤집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쉽지… 않겠어.”
상황이 좋지 않다.
예상했던 최악의 경우의 수보다 훨씬 더.
***
서걱!
깔끔한 검격이 그어졌다.
“커…어억?”
친위대의 목에서 헛바람 새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분수처럼 뿜어져나오는 피.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움직임을 놓친 게 패인이었다.
“괴…물 같은 놈.”
전투를 지켜보던 올드 가드 서열 2위 ‘뱅가드’가 마른침을 삼켰다.
최대한 전투를 관망하며 진혁의 습관과 약점을 찾으려 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둘씩 쓰러져 가는 부하들을 보자 공포스러운 감정만 가득 차올랐다.
하긴, 서열 1위의 크림슨조차 승기를 잡지 못했는데….
그보다 약한 자신이 무얼 할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이제 와서 물러설 수도 없는 노릇.
바로 뒤엔 온몸을 비틀고 있는 툴차가 있었다.
당장에 공포를 억누르지 못해 주인을 버렸다간 훨씬 더 비참한 결과가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다.
어차피 주어진 길은 하나뿐이었다.
우우웅!
창끝에 묵빛 강기가 피어올랐다.
방어를 도외시한 채 모든 마력을 한 점에 불어넣는다.
동귀어진.
설령 자신이 죽더라도 반드시 상대를 박살내겠다는 집념이 느껴졌다.
“이야. 충성심 하나는 알아줘야겠네. 자기 목숨보다 주인한테 잘 보이는 게 중요하다 이거잖아? 아니면 저 아줌마가 너희 쪽 세계에서는 알아주는 아이돌쯤 돼서 그런가?”
“뭐라 지껄이든 날 흔들 순 없을 거다.”
이미 각오를 굳힌 뱅가드는 진혁의 이죽임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상대의 급소만을 바라볼 뿐이다.
“좋아. 그럼, 나도 상대에 대한 예를 갖춰 진지하게 상대해줘야겠네.”
진혁이 자세를 잡았다.
두 개의 단검을 교차하며 무게중심을 잔뜩 낮췄다.
속도를 최대한으로 살릴 수 있도록.
오싹! 전신에 소름이 돋는다.
모든 신경이 서로에게 집중된다.
뱅가드와 진혁 모두 정점에 이른 실력자.
눈 깜짝할 사이에 상대의 간격에 도달할 수 있다는 걸 그 누구보다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다리 근육이 움찔대며 최고속을 낼 수 있는 조건이 갖춰졌다.
각종 능력들이 발현되며 보이지 않는 수싸움이 이어졌다.
단 한 번의 실수나 오판이 죽음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팽팽했던 긴장이 정점에 이른 바로 그 순간.
타앙!
난데없이 한 발의 총성이 울려퍼졌다.
⁕
아주 짧은 정적이 흘렀다.
“무, 무슨…….”
상황 파악이 안 된 뱅가드가 멍하니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봤다.
심장이 있어야 할 자리엔 선명한 구멍이 생겨 있었다.
“고생했어. 아주 나이스한 타이밍이야.”
진혁이 뱅가드의 뒤쪽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뒤쪽에 있던 사멸자가 똥 씹은 표정으로 진혁과 총을 번갈아 바라봤다.
진혁의 신호를 미리 받았기에 쏘긴 쐈다만 이토록 찜찜한 기분이 드는 건 처음이었다.
“비겁…한. 일대일 승부에…. 다른 자를 개입시키다니…. 네 놈에겐 명예도 뭣도 없는 건가.”
“난전 중에 무슨 놈의 일대일이야? 그게 밥이라도 먹여주냐? 무엇보다 난 예전부터 명예 점수는 최하위였어.”
티모대령은 원래 다른 애들이 싸울 때 조용히 은신해 있다가 뒤통수에 독침을 날리는 게 특기다.
욕이란 욕은 다 먹고 그걸 즐길 수 있는 경지에 오른 지 이미 오래전.
굳이 쉽게 이길 수 있는데 어려운 길로 갈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다.
쿠웅!
뱅가드마저 쓰러지면서 방해꾼이 완전히 사라졌다.
이젠 우리 안에 갇혀 있는 맹수를 사냥할 시간이다.
[아공간 인벤토리가 개방됩니다!]두 개의 단검 대신 ‘서리혼령의 창’과 ‘발뭉’을 꺼내든 진혁이 툴차가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오지 마라! 당장 꺼지란 말이다!”
생전 처음 죽음을 맞이한 툴차가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렀다.
두렵겠지.
몸은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고 어설픈 공격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으니까.
“이제 조금 해볼 만해지긴 했네.”
가장 효과가 좋은 172번 제약과 33번 제약이 발동되지 않은 건 아쉽다.
허나, 지금으로도 절반의 승산은 먹고 들어가는 셈이다.
[무한의 서고가 개방됩니다!] [고유 성창 ‘파이널 제네시스’가 발동됩니다!]서고에 있는 책이 뽑히며 시야가 새하얗게 물들기 시작했다.
모든 게 백색으로 변해버린 세계.
진혁이 남아 있는 모든 마력을 한꺼번에 폭발시켰다.
콰아아앙!
‘빙하조형’으로 만든 눈보라와 얼음 기둥들이 일제히 툴차를 향해 쇄도했다.
눈사태가 거듭 크기를 키우며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이 거대해졌다.
“크아아아!”
툴차가 쇠사슬에 묶인 팔을 들어올렸다.
역병으로 만들어진 회오리들이 바람을 가르며 눈사태의 한복판을 날려버렸다.
제약을 덕지덕지 달고 있다고는 생각하기 힘든 위력이다.
순식간에 눈이 녹으며 대량의 물이 만들어졌다.
“안됐지만, 눈을 녹였다고 해서 결과가 달라지진 않을 거야.”
물방울들이 모여 해일이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