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599)
599화. 종말의 신화 ‘크툴루’ (2)
콰콰콰콰콰콰!
“크아아악!”
거친 물보라가 툴차가 있는 곳을 강타했다.
압도적인 위력.
얼음이 녹아 만들어진 칼날같이 차가운 수온에 모든 것을 분쇄시켜버릴 듯한 수압이 합쳐진다.
진혁이 범람한 물속을 바라봤다.
수미터가량 잠긴 수면 아래로 툴차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쇠사슬에 걸려 제대로 떠오르지도 못한 채 발버둥 치고 있는 걸.
[빙하조형 ‘아이스 에이지’가 발동됩니다!] [백야(白夜) – ‘심층결빙’이 발동됩니다!]쩌저저적…!
물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진혁이 다리에 마력을 집중했다.
‘네메시스’로 인해 헤라클레스의 신체를 불러온 다리. 거기에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바바리안 족의 ‘어스 퀘이크’가 발동되었다.
콰콰콰쾅!
수백 킬로가 넘는 얼음 덩어리들이 산산이 부서져 하늘로 튀어올랐다.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지는 표면.
그 위로 검은 초승달이 드리웠다.
‘흑월야’가 얼음이 있는 곳을 수백 조각으로 난도질했다.
모든 걸 초토화시켜 버린 넝마 쪼가리 속에서 살아 있을 수 있는 생명체는 존재할 수 없어 보였다.
하지만.
두근!
저 밑에서 들리는 심장 소리는 여전히 툴차가 살아 있다는 걸 말해줬다.
“단순히 능력만으로 숨통을 끊는 건 무리인가.”
숨 쉴 새 없이 몰아붙였건만 치명상을 입히는 데 실패했다.
역시 네크로노미콘이 없다면 태고의 존재를 완전히 소멸시키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상대의 기세가 완전히 꺾였다는 것.
깊은 얼음 속에서 숨을 죽인 툴차는 싸움을 포기한 채 도주할 기회만을 엿보고 있었다.
‘흐음. 죽이는 게 불가능하다면 앞으로의 계획을 위한 미끼로 써먹어 볼까나.’
적당히 겁도 줬겠다.
툴차 정도면 포석으로 써먹기도 나쁘지 않다.
쿠쿠쿠쿠쿠!
진혁이 마력을 끌어모았다.
상대가 속을 만큼 완벽한 연기를 하려면 그에 걸맞은 연출을 해야 할 터.
[고유 성창 ‘다운폴’이 발동됩니다!]위에서….
……아래로!
거대한 유성이 떨어졌다.
콰콰콰콰콰쾅!
한 줄기 빛이 지면을 그대로 증발시키면서 툴차가 있는 심층부까지 내려갔다.
더 이상 얼음 따위는 방패막이가 되지 못한다고 말하는 듯이.
순식간에 가장 아래까지 도달한 진혁 앞에 툴차가 나타났다.
“기어이… 끝을 보자는 말이냐? 내가 작정하고 싸운다면 네놈도 무사하긴 힘들 텐데?”
“원래 이 바닥이 둘 중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거 아니었어? 게다가 지금처럼 유리한 상황이면 목숨 정도야 얼마든지 걸어야지.”
슬쩍.
어깨를 으쓱이면서 오른쪽 시야를 살짝 뒤튼다.
고개를 미세하게 기울이는 것에 불과하지만, 툴차에게 있어 그 틈은 너무나 커 보일 수밖에 없었다.
[태고의 권능 – ‘무곡의 천’이 발동됩니다!]반투명하면서 하늘거리는 천들이 주위를 빼곡하게 메웠다.
잠깐의 한눈을 판 대가로 완벽한 포위망이 만들어진 것이다.
“나를 눈앞에 두고 한눈을 팔아? 미치기라도 한 것이냐?”
뭐, 미친 짓이 맞긴 하지.
저 괴물을 상대로 시선을 돌리다니.
죽고 싶다고 기도를 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콰콰콰콰콰!
수많은 천들이 그대로 몰아쳤다.
진혁의 안면이 그대로 갈려나갔다.
아니, 통째로 갈려 나갔다고 생각했다.
만약 ‘1초 무적’이 없었다면 말이다.
“아야야….”
진혁이 앓는 소리를 내며 비틀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툴차가 질렸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킥…! 진짜 어이가 없군. 어지간한 동족보다 더 질긴 놈이야.”
제약을 달고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차라리 지금 죽이지 못하더라도 나중에 만전의 상태일 때 전력을 다해 찍어눌러야만 하리라.
그리고 애초에 당장의 목적은 달성했다.
도망갈 수 있는 틈을 만들었으니까.
스슥!
무곡의 천들이 툴차의 쇠사슬을 부드럽게 감쌌다.
[일시적으로 시스템의 제약이 완화됩니다!] [‘모든 것의 시작과 끝’으로 가는 게이트가 개방됩니다!]보랏빛 빛이 일렁이는 게이트가 나타났다.
⁕ ⁕ ⁕
‘좋아.’
진혁이 잔뜩 연기를 하며 곁눈질을 했다.
예상했던 대로 툴차는 전투 대신 도주를 선택했다.
그것도 위험을 무릅쓰고 게이트를 여는 방식으로.
‘큰 위협이 닥치면 고속 이동 대신 공간 이동을 선호하는 버릇은 여전하네.’
만약 끈질기게 지구력전을 요구하는 도주를 선택했다면 일이 몇 배는 복잡해졌을 거다.
성공 확률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졌을 테고.
그러나 한 번 상대해본 적이 있었기에, 완벽한 함정을 팔 수 있었다.
우우우웅!
툴차가 모든 신경을 게이트에 쏟는 사이 진혁이 무한의 서고에 있는 능력들을 불러왔다.
[‘염혼의 낙인’과 ’역병창궐‘을 융합합니다!]선택한 것은 대상의 정신을 구속하는 ‘염혼의 낙인’과 툴차로부터 새로 얻은 ‘역병창궐’이다.
두 개의 능력이 허공에서 맹렬하게 충돌하며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황금색이 아닌 붉은색이었다.
[융합에 일부 실패했습니다!]처음으로 실패를 알리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워낙에 다루기 까다로운 능력을 융합하려 한 결과다.
물론.
이 실패는 진혁이 바라는 바이기도 했다.
[고유 능력: 역병의 꼬리입수 난이도: B~S(한정적인 경우에 한해서 능력의 랭크가 변동됩니다.)
내용: 지속 피해용 스킬로 대상의 몸에 역병을 깃들게 합니다. 역병의 종류는 총 12가지이며 능력의 숙련도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역병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역병에 걸린 대상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7번째 역병 ‘코르나’를 사용한다.”
우우우웅!
엷게 퍼뜨린 불꽃들이 얼음 사이를 타고 툴차의 몸에까지 닿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태고의 존재 정도 되는 놈들에겐 ‘염혼의 낙인’이 먹히지 않는다.
완전히 정신을 굴복시켰다면 모를까. 희석시킨 불꽃으로 툴차의 정신에 개입하는 건 어림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오히려 익숙한 역병을 슬쩍 섞어놓는 것쯤은….
가능하다.
‘얼마든지 가능하고말고.’
진혁이 비릿한 눈으로 멀어져가는 툴차를 응시했다.
[대상의 의식 한 부분에 ‘역병의 꼬리’가 눌어붙어 있는 상태입니다.]아마 툴차는 모를 거다.
수억 가지 역병을 다뤘기에, 코르나를 자신이 다루는 역병 중 하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하지만, 역병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그리고 그 역병들이 시너지를 내면 낼수록.
코르나는 전혀 다른 변종으로 변할 것이다.
태고의 존재들을 내부에서 무너뜨릴 하나의 히든 카드가 만들어진 순간이다.
그렇게 툴차가 패주하자 올드 가드를 비롯한 모든 적들이 단숨에 무너졌다.
“투, 툴차 님이 사라지셨어.”
“설마, 저 인간에게 졌다는 말인가?”
“그런 말도 안 되는….”
둘의 전투가 끝나길 기다리던 모든 이들이 입을 벌렸다.
절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태고의 존재가 한낱 필멸자에게 진다는 건 감히 상상에서조차 할 수 없는 능멸이었으니까.
허나, 파이널 제네시스가 소멸한 시점에서 진혁이 홀로 걸어나오고 있으니 그 결과를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과연, 짐의 계약자답구나.”
“뭐, 항상 날 이기던 고인물이었으니, 당연히 저런 놈쯤은 이겨야지.”
“역시, 진혁 씨예요. 믿고 있었어요.”
“헤헤…. 마력을 거의 다 썼는데 다행이에요. 진짜.”
“모기이이이!”
“와아아! 주인이 이겼다.”
“절대악은 언제나 승리한다고 했잖아?”
“그럼그럼.”
“조금 아깝긴 하네. 이 지옥에서 탈출하나 약간은 기대했었는데.”
“다들 조용히 해. 머리 아파.”
희비가 완전히 엇갈렸다.
진혁의 승리를 의심치 않던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멤버들은 환호성을 터뜨렸고. 반면 크림슨은 어금니를 깨물며 최후의 항전을 준비했다.
툴차와 니알라토텝 편에 선 알테라와 아덴 역시 독박을 쓰긴 마찬가지였다.
“누님….”
“어쩔 수 없다. 여기서 계속 싸웠다간 다 같이 죽을 뿐이야.”
“알겠습니다. 퇴로를 열도록 하죠.”
두 드래곤이 용언을 통해 공간이동을 준비했다.
“흐음. 서양 용들은 예의범절이라는 것도 없군.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미요오오!”
당연히 그걸 가만히 두고 볼 말랑흑두루미와 후라이드가 아니었다.
“계속 싸우면 서로 피를 보게 될 텐데? 감당할 수 있겠느냐?”
“우리 회사는 한 번 문 적은 죽을 때까지 뜯어먹는 성향이라서 말이지.”
타협은 없다.
거친 불과 돌풍이 몰아치며 처절한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 ⁕ ⁕
[시련의 탑에 새로운 신화가 나타났습니다!] [고인물 코퍼레이션이 탑의 정상 층으로 갈 수 있는 ‘격’을 확보했습니다!] [1년에 한 번 개최되는 ‘신들의 연회’에 일원으로서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상층부의 거대 세력의 일원으로서 다른 거주자들과 플레이어들을 후원하거나 사도를 삼을 수 있게 됩니다.] [코인 거래소에서 거점을 강화할 수 있는 아이템들을 구매할 수 있게 됩니다.] [이 모든 업적은 내일 하루 ‘명예의 전당’에 기록됩니다!]연이어 나타나는 상태창.
전투가 끝난 직후 시련의 탑은 기존과 완전히 달라졌다.
진혁이 태고의 존재를 상대로 이긴 것이 알려지면서 엄청난 파급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그야 그럴 수밖에.
최강의 사냥개라 평가받는 올드 가드 중 80% 이상이 죽거나 전투 불능이 되었고. 우두머리 격이던 크림슨은 엘리스와 1:1을 벌이다가 결국 목숨을 잃었다.
사실상 억겁의 세월 수족처럼 부리던 이들이 전부 사라진 셈이다.
툴차 역시 간신히 목숨만 건진 채 패주했고. 북유럽과 올림포스와 맞선 니알라토텝 역시 우둔한 골짜기에서 반반 싸움을 가져간 게 고작이었다.
50층을 지배하는 이들로서는 생전 처음 겪는 뼈아픈 패배였을 것이다.
물론, 이 사실은 진혁을 비롯한 극소수만 알고 있는 정보긴 했지만.
제리: 와. 이게 말이 되냐? 맛이 가네. 맛이 가.
다라: S급 정보상들도 저런 괴물이 있다는 거 자체를 몰랐다고 함.
쪼재: 상층부 전투는 진짜 규격 외네. 영화 속 한 장면인 줄 알았음.
로코맨: ㅁㅊ. 시련의 탑 극악 중에 극악이라 평가받았는데, 정말로 정상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차린이어린이: 강진혁이 혼자 다른 게임하고 있다는 루머가 많이 돌았는데, 진짜 사실이었누. 인류 멸망각이라 연애 안 할랬는데 내년엔 여친 구해야겠다. 소리 질러!
아옳주디: 이쯤 되면 경쟁상대가 아예 없긴 하겠다. 라이벌도 어느 정도 급이 맞아야 라이벌이라 하지.
천외천의 톱 랭커.
인류는 더 이상 두려울 게 없다.
강진혁, 고인물 코퍼레이션과 함께라면 더 이상 90일의 제약에 벌벌 떨며 지내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렇게 모든 것이 순탄하게 흘러갔다.
가면을 쓴 플레이어가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진.
저벅.
“…….”
‘플레이어 언노운’. 한때 강진혁과 경쟁하며 독자적인 루트를 개척해온 베일에 싸인 랭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