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
6화 국립중앙박물관 (3)
“후회하게 될…거다! 이 일은 반드시 기억하겠어!”
민정우가 진혁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뭐랄까.
아직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 하는 모양이었다.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 말이다.
진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이해 못 한 것 같은데. 제가 왜 지도를 태웠는지 모르겠어요?”
10층까지의 정보가 필요 없다, 이 말은.
곧 10층까지의 정보를 모두 알고 있다는 뜻이 된다.
“설마…….”
그제야 민정우가 두 눈을 크게 떴다.
“무사히 탑 10층까지 오르고 싶으면 까불지 말고 제가 하라는 대로 하세요.”
좌로 밀착이라고 하면 좌로 붙고. 우로 밀착이라고 하면 우로 붙으란 소리다.
혹시 아나?
말을 정말 잘 들으면 떡이라도 하나 줄지?
“지도까지 태운 걸 보면 아무래도……. ‘정보 탐색’에 관련된 고유 능력을 갖고 있는 것 같군. 자신감을 부릴 만해.”
민정우가 멋대로 가정했다.
그리고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진혁을 바라봤다.
“하지만, 내가 그딴 말을 왜 들어야 하지? 자네를 불로 지져 버린 다음에 원하는 정보만 빼내면 될 텐데?”
지금이야 마력이 바닥난 상태지만.
마력만 회복된다면, 사람 하나 태워 버리는 것쯤은 일도 아니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고문과 협박.
확실히 효율적인 수단이지.
만약에.
“일대일로 싸워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야…….”
진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었다.
동시에 양손에서 붉은 불꽃이 일어났다.
[Lv1 ‘불의 원소’가 발동됩니다!]화르르륵!
거대한 화염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저, 저건 설마?”
민정우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민정우는 순간, 비명이라도 지를 뻔했다.
“어떻게…… 나와 같은 능력을 갖고 있다니…….”
아니.
같은 능력이 아니다.
더 강하고 뜨거운 불꽃.
틀림없다.
최소한 한두 단계는 높은 수준의 화염 마법이다. 보유한 스탯과 스킬에 대한 이해도가 달랐기에 벌어진 격차였다.
꿀꺽.
민정우의 목을 따라 마른침이 넘어갔다.
설령 마력이 온전한 상태였다 하더라도.
‘이길 수 있을까?’
고민하던 민정우가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불가능하겠지.’
작은 불꽃으로 더 큰 불꽃을 집어삼키는 것이 가능할 리가 없다.
이유리가 돌파당한 게 이제야 이해가 됐다.
그녀가 갖고 있던 석상으론 턱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딱 하나.
앞뒤가 맞지 않는 게 있었다.
“그런 힘을 갖고 있으면서도 왜 숨기고 있던 거지? 처음부터 힘을 보였으면 나 따위는 간단하게 죽일 수 있었을 텐데.”
“이유?”
진혁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결계를 뚫고 민정우 앞에 섰다.
“그걸 일일이 당신에게 설명해야 되나요?”
“그, 그건…….”
“질문하는 것도 명령하는 것도 제가 하는 거니, 영감님은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됩니다.”
눈을 마주친 민정우가 흠칫 몸을 떨더니 이내 시선을 피했다.
“대답은?”
“알……겠네.”
역시나.
완전히 꼬리를 말았다.
진혁이 불꽃을 거둬들였다.
“나중에 제 쪽에서 연락하겠습니다. 그때까지는 아래층에 있는 여자애 데리고 레벨업이나 열심히 하세요.”
써먹으려고 해도 너무 약하면 오히려 짐만 되기 마련이었다.
‘적어도 쓸모가 있을 정도까진 알아서 성장 좀 해 놔라.’
진혁이 등을 훤히 드러낸 채 계단을 따라 아래로 이동했다.
저벅.
기습을 당하면 그대로 허용할 정도로 무방비한 모습이었다.
“…….”
하지만, 민정우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설프게 협박하면 오히려 반격할 기회를 노리지.’
사람 심리라는 게 그렇다.
발끈하면 복수하고 싶어지는 법이거든.
그러니 뼛속에 각인시켜 놔야 한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감히 덤벼선 안 된다고 생각하도록.
그래야 비로소 완전히 자유자재로 부릴 수 있는 장기 말이 탄생하는 것이다.
***
진혁이 박물관을 벗어나 살고 있는 동네로 돌아온 건 아침 해가 뜰 무렵이었다.
정말로 긴 하루였다.
마치 몇 개월을 압축해서 하루에 쑤셔 넣은 것처럼.
“으으으!”
진혁이 기지개를 켰다.
팔과 다리를 천천히 풀어 주자 뻐근했던 몸이 조금 가벼워지는 게 느껴졌다.
‘시련의 탑이 개방되는 건 저녁이니 그때까지 밥 좀 먹고 눈도 좀 붙이도록 할까.’
푹 쉬고 잘 먹는 것도 활동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무엇보다 컨디션이 안 좋으면 제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쉬기 전에 먼저…….
확인해 봐야 할 게 있다.
“상태창.”
진혁이 허공을 향해 중얼거렸다.
그러자.
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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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강진혁
성별: 남
나이: 27세
레벨: 1
힘 8 민첩 8 체력 8 마력 11
보유한 스탯 포인트: 0
직업: 없음.
고유 능력: 융합(融合)
스킬: Lv1 ‘불의 원소’, Lv1 ‘진실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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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창이 바뀌었다.
비어 있던 고유 능력과 스킬창에 새로운 글자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크…….”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가장 사기적이라고 평가받는 고유 능력을 손에 넣었으니 그럴 수밖에.
이제 막 출발선을 벗어난 단계긴 했지만, 기대감에 전신이 떨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침착하자.’
진혁이 떨리는 심장을 가까스로 진정시켰다.
‘최우선으로 해야 할 건 가능한 많은 고유 능력과 스킬들을 손에 넣는 거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능력들의 종류는 5만개 이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뜻이다.
‘우선순위를 정해 가장 필요한 능력들부터 모아야겠어.’
민정우로부터 ‘불의 원소’를 얻을 때는 복사 조건이 그리 까다롭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레벨 1짜리여서 그렇고.
랭크가 높고 레벨이 높을수록 복사하는 조건도 더욱 까다로워질 게 틀림없었다.
물론, 서둘러선 안 된다.
너무 급하게 일을 처리하려 하다가는 오히려 일이 꼬여 버린다.
역사적으로 봐도 서두르다 망해 버린 케이스가 쌔고 쌨으니까.
반면교사(反面敎師).
‘나는 그들이 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 절대로.’
……라고, 대부분의 고인물들이 생각하고 있겠지.
실제로 국립 중앙 박물관에 나타난 고인물들의 수는 진혁을 포함해 4명뿐이었다.
이해는 한다.
리스크를 줄이고 싶다는 그 마음.
하지만, 조심하고 신중하게 행동하게 행동하면서 남들보다 앞서나가길 바란다고?
그동안 남들은 손가락이나 빨고 있어 주기로 약속이라도 받았나?
세상은 언제나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자들을 위해 웃어 주는 법이다.
안전한 길만 찾는 겁쟁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제발, 계속해서 그렇게 행동해라.
‘그동안 나는 앞으로 나아갈 테니.’
몸이 하나인 터라 모든 기연을 독식할 순 없겠지만…….
대신, 가장 맛있고 중요한 건 오롯이 혼자서만 독식하겠다.
‘너희는 나머지 부스러기들이나 나눠 가지라고.’
진혁이 피식 웃으며 상태창을 닫았다.
‘그나저나 이제 슬슬 한계네.’
생각이 정리되자 이번엔 참고 있었던 욕구가 솟구쳤다.
꼬르륵!
배에서 격한 진동이 느껴졌다.
밤새 움직이느라 위가 텅 비어 있던 탓이다.
‘이럴 땐 역시 국밥이지.’
뜨겁고 뽀얀 국물. 듬뿍 들어간 고기. 새콤달콤한 깍두기까지.
7천원으로 든든하게 해결할 수 있는 메뉴로는 이것만 한 게 없다.
‘이 돈으로 다른 거 사먹을 바엔 뜨끈한 국밥 한 그릇 사먹고 말지’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어디, 하나 정도는 열었을 텐데…….’
찾았다.
간판부터 3대는 족히 해 왔을 법한 포스가 느껴지는 국밥집을.
진혁이 곧장 24시간 순대 국밥집으로 들어갔다.
덜컹! 따르―릉!
문이 열리며, 요란한 종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식당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다.
“세상에나…….”
“이게 진짜였다니.”
수십 명이 넘는 손님도 종업원도 그리고 사장님도.
모두 뉴스에서 나오는 긴급 속보에 시선을 빼앗긴 상태였다.
-정부는 ‘시련의 탑’이라 명명된 정체불명의 건축물에 대해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이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공무원들을 위주로 ‘각성자 협회’라는 특수 부서를 신설하게 되었습니다.
“호오.”
진혁도 흥미롭다는 얼굴로 중얼거렸다.
‘각성자 협회라니…….’
생각했던 것보다 정부의 대응이 빨랐다.
게다가 고유 능력을 각성한 이들로 부서를 구성했다는 걸 보면, 이번 일을 꽤나 유연하게 받아들이기로 결정한 게 틀림없었다.
‘이건 의외로군.’
적어도 몇 주는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부의 이토록 빠른 대처는 역시나 오늘 새벽에 있던 일 때문이겠죠?
-예. 그렇습니다. 국립 중앙 박물관에서 최소 23명이 사망하고 50명 이상이 부상을 당한 사건이 일어났는데요. 부상이 심각한 사람들이 있어 사망자는 계속해서 늘어날 전망입니다.
-저런. 대체 왜 그런 짓을…….
-아무래도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던 유물들을 노렸던 것 같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 전 세계 각지에서도 같은 사건이 발생한 상황이고요.
영국의 대영 박물관,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 미국의 자연사 박물관.
‘역시나.’
다른 나라의 플레이어들도 움직였다.
레플리카를 얻기 위해서.
그리고 탑에 오를 준비를 하기 위해서.
-우선, 내부 CCTV 영상을 한번 보시죠.
화면이 바뀌었다.
나타난 것은 두 명의 남녀가 전투를 펼치는 장면이었다.
아누비스 석상을 거대화시킨 여자도 놀라웠지만.
콰아앙!
날아오는 창을 맨손으로 쳐내고.
콰콰콰콰!
그림에서 호랑이를 불러내는 부분은 경악 그 자체였다.
호랑이가 다섯 개의 석상을 찢어발겼을 때는 아나운서마저도 잠시 할 말을 잃어버린 듯 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게 상식을 아득히 초월해 버린 일이었으니까.
-……미, 믿기 힘드시겠지만, 과장 없는 현실입니다.
몇 초 간의 침묵이 흐른 뒤에야 아나운서가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식당 안이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말도 안 돼. 저게…… 사람이 할 수 있는 거라고?”
“세상에나.”
“대체 누구지?”
비교적 나이가 있는 손님들은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반면.
“저, 저거. 얼마 전에 시련의 탑 커뮤니티에 떴던 그 사람이잖아!”
“아. 맹그로브 나무를 나무 파편으로 처리했던 영상?”
“맞네. 저 반사 신경, 움직임! 그 고인물이다!”
젊은 층들은 대번에 알아봤다.
현재 모든 포털 사이트와 커뮤니티에서 가장 이슈가 되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진짜 궁금하다. 정체가 뭘까.”
“정부에서 비밀리에 개발 중이었던 최종병기일 수도.”
“유명 BJ란 이야기도 있어.”
추측성 발언이 난무했다
옆에 있던 진혁이 멋쩍게 볼을 긁적였다.
대놓고 저런 말들을 듣자니 귓가가 간질거렸다.
바로 그때.
TV에 새로운 사람이 나타났다.
40대 초중반의, 날카로운 인상을 갖고 있는 남자였다.
-……각성자 협회를 맡게 된 한상진이라고 합니다.
얼굴을 가로지르는 검상과 차가운 눈동자가 돋보이는 남자다.
‘한상진이라…….’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협회장을 맡을 정도면 꽤 좋은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려나.
아니면.
시련의 탑을 오랫동안 플레이해 봤기 때문이려나.
가능하면 전자였으면 좋겠다.
그래야 언젠가 만났을 때 능력을 복사할 수 있을 테니까.
진혁이 입맛을 다시는 사이, 한상진이 말을 이어 나갔다.
-제가 이렇게 나온 이유는 각성하신 분들을 모집하기 위해서입니다. 등급에 따라 차이가 있을 테지만, 최저 연봉 6천에 7급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약속드리겠습니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한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파격적이다 못해 눈이 돌아갈 만한 대우였다.
나름대로 각성자들을 모으려고 하는 것 같긴 하다만, 글쎄…….
기회의 땅을 내버려 두고 공무원이 되려고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물론, 방송에 나오셨던 분은 예외입니다. 제가 협회장의 이름을 걸고 제안 드리죠. 저희와 함께하시면 원하는 게 그 무엇이든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 드리겠다고.
왜 이렇게 요란하게 난리를 치나 했더니.
‘목적은 나였나.’
그저 그런 플레이어 100명보다는 숙련된 한 명이 훨씬 더 높은 가치를 지닌다.
한상진도 그걸 알고 있기에, 백지 수표를 들고서 회유에 나서려는 것이다.
하지만,
‘완전히 나를 호구로 보네.’
어떤 대가를 지불한다고 해도 어디에 소속될 생각은 없었다.
알고 있는 정보를 공유할 생각도 없었고.
진혁이 힐끗 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바라봤다.
이제 12시간 남았다.
정확히 저녁 7시.
시침이 새로운 시간을 가리킬 때.
시련의 탑이 개방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