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00)
600화. 플레이어 언노운(Unknown) (1)
고인물 코퍼레이션이 툴차를 쓰러뜨린 지 정확히 3일째가 되던 날.
KDS 방송국에 뜻밖에 인물이 찾아왔다.
콰앙!
“구, 국장님!”
긴 생머리를 한 직원이 국장실의 문을 박차고 난입했다.
보통이라면 사표를 눈코입에 골고루 꽂아줘도 이상할 게 없는 만행이다.
“커억…! 모, 모란이가… 내 모란이가…!”
애지중지 키우던 난을 송두리째 잘라버린 강병찬이 손발을 바들바들 떨었다.
과거 강진혁에게 당한 뒤로 온갖 조리돌림을 당하며 좌천까지 당했고. 그 뒤로도 1년이 넘게 실패한 방송의 책임자라는 꼬리표를 달고 살았다.
승승장구만 하던 엘리트에게 있어 처음 겪는 수모.
그런 지옥 같은 삶에서 유일한 빛이 되어준 게 바로 모란이었다.
언제나 한결같이 그 자리에 있어 준 소중한 동반자.
다시 한 번 국장의 자리에 오를 수 있게 해준 마음의 지주를 베어버리게 하다니….
“이, 이… 이 대리. 날씨도 추운데 아주 정신 줄을 놨지? 내일부터는 역 앞에 있는 붕어빵도 사먹지 못하는 신세로 만들어주겠어.”
강병찬이 가위를 역수로 움켜쥐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 대리는 자신이 본 것을 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구, 국장님! 지금 현관 입구에….”
“입구에 뭐! 대통령이라도 왔어?”
“아니, 언노운이… 플레이어 언노운이 왔어요!”
“……뭐 뭐라고!?”
당장이라도 가위를 휘두를 기세였던 강병찬이 우뚝 멈췄다.
언노운이라면 한국의 모든 언론인들이 기를 쓰고 섭외하려 했던 랭커.
강진혁과 동일 인물이라는 추측이 무성하긴 했으나,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정확한 팩트가 밝혀진 적은 없었다.
“강진혁은? 지금 강진혁은 어디 있지?”
“현장에 있는 특파원을 통해 확인해봤는데, 이상한 내기 하느라 정신없는 중이에요. 고구마인지 뭔지 하는 애완동물이랑 그 엘리스라는 은발의 아가씨랑 먹기 대회를 열었다고 하더라구요.”
혹시나 해서 물어봤는데 역시나 강진혁은 아니다.
현재 강진혁은 나머지 멤버들과 함께 시그니엘에서 주최하는 뷔페 파티에 참여하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진짜란 말인데.’
강병찬이 혹시나 해서 한 가지를 더 물었다.
“그 사람을 2번 출입구로 안내한 건가?”
“네. 측정불가 판정 나왔어요. 만약을 대비해 4번이나 체크했는데도 결과는 똑같았구요.”
측정 불가라면 마력 측정치가 최소 S급 이상.
안전을 위해 고안된 보안 장치의 한계치를 아득히 뛰어넘는 결과였다.
강병찬의 표정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지금까지 따사로운 햇살 아래 모란이를 가꾸던 중년의 남자는 더 이상 없다.
“크하하하! 우리 모란이가 저승길 가는 길에 아주 근사한 열매를 선물해줬구만.”
“호호호. 국장님 제 해고는 없는 거죠?”
“어디 해고뿐이겠는가? 성과 회의 때 고과도 확실하게 반영해줘야지. 보너스도 두둑이 넣어주고.”
“감사합니다!”
“그것보다 어서 아래로 내려가서 언노운 씨를 모셔오게. 아니, 이럴 게 아니라 내가 직접 내려가야겠어. 아직 로비에 있지?”
“예. 어디 못 가게 확실히 붙들어 놓으라고 전해뒀어요.”
강병찬이 늦을세라 허둥지둥 아래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뛰었다.
머릿속에선 지난 세월 동안 당해왔던 온갖 수모가 스쳐지나갔다.
그러나 그 고통스러운 시간은 이걸로 모두 끝이다.
언노운과 함께라면…! 그에 관한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 재수 없는 강진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돌릴 수도. 운이 좋다면 그놈을 밀어내고 새로운 스타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새로운 대서사시의 첫 페이지를 자신이 함께한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고무적이었다.
⁕ ⁕ ⁕
‘대체 무슨 꿍꿍이인지….’
언노운과 대화를 나눈 강병찬이 초조한 듯 손톱 끝을 깨물었다.
기묘한 가면을 쓴 채 불편한 침묵을 유지하는 게 불안해 죽을 것만 같았다.
온갖 좋은 조건과 인센티브를 제시해도.
가장 핫한 아이돌과 함께 방송을 하자고 꼬드겨도 도무지 제대로 된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언노운이 원하는 건 단 한 가지였다.
가장 피크 시간에 생방송을 할 것.
어떤 주제인지는 상관없으며 그저 방송을 하기만 하면 충분하다고 했다.
‘뭐가 됐든 우린 목적만 이루면 돼. 오히려 출연료 싸게 화제의 랭커를 섭외하게 됐으니 남는 장사지.’
강병찬이 머릿속에 있는 고민을 훌훌 털어냈다.
방금 한 말 대로 이쪽이 손해 볼 일은 절대 없었다.
이미 몇 시간 전부터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언노운이 KDS, ‘시련의 탑에 오르다’에 나온다는 게 전 세계에 공개되었으니까.
심지어 한국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보기 위해 난리가 난 상황이었다.
“국장님! 이제 곧 시작합니다!”
생방송까지 남은 시간은 단 1분.
이제는 뭐가 됐든 쇼를 시작할 시간이다.
“뭣들 하고 있어? 마지막으로 세팅 확인하고. 조명과 대본도 다시 확인해. 인터넷 반응은 내 컴퓨터에 실시간으로 띄워주고!”
강병찬이 서둘러 직원들을 진두지휘했다.
같은 시각.
시그니엘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지켜보는 이들이 있었다.
바로 진혁과 고인물 코퍼레이션에 소속된 멤버들이었다.
“언노운이라면 예전에 한참 유명했던 플레이어잖아?”
“응. 초창기 때 진혁이 형이랑 투톱을 이뤘던 사람이지.”
모처럼 합류하게 된 유연화와 이태민이 진중한 얼굴로 화면을 바라봤다.
“흐응. 언노운이 계약자와 동일 인물이라는 건… 아얏!”
말을 하던 엘리스가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깜짝 놀라 고함을 질렀다.
진혁이 가장 아픈 부분을 제대로 꼬집은 탓이다.
“이상하긴 하네요. 이 타이밍에 갑자기 생방송이라니. 그것도 평소엔 거의 활동을 하지 않다가요.”
“느낌이 별로 좋지 않군.”
테레사와 천유성도 팔장을 낀 채 유심히 생각을 정리했다.
가장 복잡한 사람은 단연 진혁이었다.
‘거참 하다 하다 내 행세를 하는 놈이 다 있네.‘
솔직히 말해 어이가 없다.
지금까지 유명세를 타려고 언노운 행세를 한 놈은 여럿 있었지만, 그 중에서 대놓고 방송까지 나온 놈은 처음이었으니까.
‘그래도 생방송에 직접 나올 정도면 어느 정도 검증은 거쳤다는 뜻이긴 한데….’
KDS의 강병찬 국장이 쓰레기이긴 해도 멍청이는 아니다.
예전 이종수 때부터 돈이 되는 일이라면 기가 막히게 냄새를 맡았으니.
분명, 뭐가 있긴 있는 게 분명하다.
바로 그때.
대기 중이던 방송이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올라프 여러분! ‘시련에 탑을 오르다’의 메인 MC 김현지입니다! 오늘은 모두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게스트 분을 모셨는데요! 바로 한때 최강의 랭커를 꼽으면 항상 언급이 되던 플레이어 언노운 님입니다!”
토끼 머리띠를 한 MC가 텐션을 올렸다.
그런데.
“…….”
김현지가 소개를 하라며 슬쩍 마이크를 들이밀었지만 언노운은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싸해지는 공기.짧지만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
당황한 김현지가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언노운 님이 첫 생방송이다 보니 어색하셔서 그런가 보네요. 너무 부담 갖지 마시고 우선 간단하게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자기 소개….”
김현지의 말에 언노운의 입가에 미미한 진동이 일어났다.
자조 섞인 말투에선 다양한 종류의 감정이 배어 있었다.
“만약 제가 제 정체를 밝힌다면 엄청난 파장이 일어날 겁니다. 무엇보다 제 목숨도 위험하게 되겠죠.”
“네? 그게 무슨 뜻인가요?”
“제가 굳이 방송국에 찾아와 생방송을 고집한 건 이유가 있습니다. 최대한 많은 이들이 이 방송을 봐야만 했거든요.”
달칵….
언노운이 가면에 손을 갖다 댔다. 잠금장치가 풀리면서 천천히 베일에 가려져 있던 얼굴이 드러났다.
바로….
‘플레이어 강진혁’의 모습이.
“뭐야?”
“강진…혁이잖아?”
“강진혁이 언노운이라는 설이 사실이었다는 말인가?”
거대한 동요가 일어났다.
추측과 심증으로 가득했던 가설이 사실이 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호성은 이내 의문으로 바뀌었다.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 뇌리를 강타했던 것이다.
“잠깐, 말이 돼? 강진혁 플레이어는 지금….”
지금 시그니엘에서 열린 파티에 있다.
양쪽 모두에 특파원이 있으니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는 건….
가짜.
둘 중에 하나가 진짜 행세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동요가 더욱 커졌다.
혼란에 빠진 기자들이 미친 듯이 셔터를 눌러댔고.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와 관련된 댓글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빨리! 뭐하고 있어?”
강병찬 국장이 미친 붕어처럼 입을 뻐끔이자, 넋을 놓고 있던 김현지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그, 그럼… 현재 시그니엘에 있는 강진혁 플레이어가 가짜란 건가요? 설마, 툴차라고 명명된 네임드 몬스터와 싸운 것도…?”
“예. 툴차와 싸운 건 저자가 아니라 저입니다. 그리고 알려진 사실과 달리 전 툴차를 이기지 못했습니다. 모든 공격을 하더라도 소용없었으니까요.”
애초에 천외천의 존재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천재지변이기에 천외천이라 불리는 거다.
언노운은 담담하게 자신의 패배를 고했다.
그러면서 한 가지를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바로 그때. 놈이 나타났습니다. 저와 똑같은 모습과 행동을 하는 가짜가 말입니다. 지금 제 행세를 하고 있는 자는 툴차로부터 명령을 받았습니다. 단순히 전투에서 승리를 하는 것이 아닌, 우리 세상으로 나가 모든 것을 무너뜨리라고요! 그리고 진실을 아는 건 오직 저 하나뿐이기 때문에 전 그동안 몸을 숨긴 채 진실을 폭로할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손가락이 화면을 향한다.
정확히는 화면 밖에 있는 누군가를 향해서.
“그동안 날 몰래 죽이려고 부단히도 노력했던데. 이 많은 사람들이 증인으로 나선 이상 아무리 너라고 해도 어쩔 수 없을 거다.”
동시에.
[고유 능력 ‘혼돈의 눈’이 발동됩니다!]우우웅!
TV를 통해 보라색을 띤 은은한 빛이 점멸했다.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자신도 모르게 언노운의 말에 공감하게 되었다.
위화감이 옅어지고. 대신 그 자리에 짙은 공포감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가짜….”
“적어도 둘 중에 하나는 연기를 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하하하. 이게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모두가 이 어처구니없는 사실에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다들 겁이 나시는 건 이해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없어요. 제가 진실을 말하는 순간부터 또 다른 게임이 시작되었으니까요.”
띠링!
[아포칼립스 ‘언약’의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첫 번째 봉인이 해제됩니다.] [적색 현상 수배 이벤트가 발동됩니다!]내용: 진짜 강진혁을 찾고 가짜를 소멸시키십시오.
실패 시: 7일 동안 7개의 봉인이 순차적으로 풀리게 되며, 모든 봉인이 풀릴 경우 시스템의 제약이 사라지게 됩니다. 이 경우 탑의 모든 존재들이 자유롭게 층계 이동을 할 수 있게 됨은 물론 탑 밖으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제한 시간: 7일
성공할 경우 40층까지의 층계 공략이 성공한 것으로 간주됩니다.
인류가 안전할 거라는 믿음과 확신이 최정점에 이른 지금.
그 모든 걸 무너뜨릴 수 있는 최악의 이벤트가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