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06)
606화. 불타오르는 세계 (3)
탑 중층부에 서식하는 ‘이모탈 오크’.
개개인의 전투력 역시 매우 뛰어났으나, 오랜 세월 계승해 온 주술과 각인이야말로 이 부족을 오크라는 카테고리를 초월하게 만든 원동력이었다.
중층부의 대형 몬스터들을 포식하며 당당히 일축을 담당하는 포식자.
그것이 바로 이모탈 오크들이 누리고 있는 지위다.
심지어 몇 천이 집단을 이루어 몰려다니는 이모탈 오크들은 거대 세력들마저도 직접적으로 상대하기 꺼려했다.
그럴진대….
고작 일개 먹잇감에 불과한 인간이 덤비다니.
그것도 손가락으로 헤아리기에도 우스운 숫자로 말이다.
쿵! 쿵! 쿵! 쿵!
지축을 뒤흔드는 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크오오오!”
“크르르…!”
여기저기서 사냥을 하던 오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십 수백… 그리고 수천.
폐허를 빼곡히 메운 오크들은 거대한 군단을 연상케 만들었다.
“들리느냐? 이미 저 위에는 수많은 동족들이 네놈들을 산 채로 씹어먹기 위해 모였다. 이 정도 차이면 오히려 먹을 게 몇 점 없는 게 문제겠지.”
“뭐, 바글바글하게 몰려오긴 했네. 아웃브레이크 때문에 난리라는 건 대충 알긴 했는데, 예상보다 랭크 업이 빨리 됐나 봐? 귀찮게시리 말이야.”
진혁이 위에서 느껴지는 발소리를 감지했다.
어지간한 세력은 하루아침에 쓸어버릴 수의 병력이다.
“아직까지 여유를 부려대는군. 하긴 네놈들이 자랑하는 랭커인지 뭔지 하는 것들도 덤벼오는 족족 우리가 잡아먹었는데, 방금 게이트를 타고 이쪽에 왔으니 모를 만도 하겠지.”
대장격인 오크가 가볍게 글레이브를 휘둘렀다.
운철로 만든 칼날이 지반을 무 자르듯 가볍게 베어버렸다.
서걱!… 쿠쿠쿵! 콰콰콰쾅!
잘린 파편들이 떨어지며 건물 밖이 훤히 보였다.
그곳엔 다수의 오크들이 방진을 완성해 있었다.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빠져나갈 수 없을 만큼 완벽한.
“취이익! 오십도 안 되는 놈들을 사냥하려고 뿔나팔을 사용한 것이냐?”
“이거야 원, 뜯을 것도 없겠군. 모처럼 포식하나 기대했는데.”
“워낙 건방진 인간이라 위대한 전사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이해해다오.”
“호오. 그렇다면 손발의 끝부터 천천히 먹어줘야지. 주제 파악을 할 수 있게 말이야.”
“머리는 내 거다.”
잔인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은 오크들이 서서히 투기를 끌어올렸다.
“전사들을 서포트한다.”
“마법을 쓰는 인간이 있다면 성가시니 그 녀석들부터 철저히 무력화시켜라.”
주술사들이 각종 마법을 캐스팅했다.
검은 마법진 위로 무수히 많은 자연 마법들이 나타났다.
물, 불, 번개. 흙.
적어도 6서클 이상의 고위 마법들이다.
그 순간.
진혁의 머리 위로 은은한 무언가가 소환되었다.
“저게 뭐지?”
오크 하나가 진혁의 머리 쪽을 가리켰다.
***
[‘패도의 왕관’이 소환됩니다!]탑의 절대자를 상징하는 성유물이 완전한 형을 갖췄다.
동시에, 발뭉을 쥔 손에 검붉은 마력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쿠쿠쿠쿠!
흉흉하고 불길한 기운이다.
오싹하고.
“뭐, 뭐야 저건?”
“이 기운은….”
“말도 안 된다. 그럴 리가 없어.”
비웃던 오크들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
압도적인 격차.
어떻게 하면 상대를 최대한 고통스럽게 가지고 놀지 생각하던 포식자들은 더 이상 없다.
대신, 거대한 뱀 앞에 선 생쥐가 된 피식자들만이 있을 뿐.
“거, 겁먹지 마라. 그래봐야 한 며어억…!”
퍼퍽!
가까스로 목소리를 높이던 오크 지휘관의 상반신이 사라졌다.
충격파로 인해 그 뒤에 있던 수십 마리의 오크들 역시 한 줌의 핏물이 되어 사라졌다.
육체를 분자 단위로 분해시켜 버릴 만큼의 마력 밀도.
얼마나 마력이 강력한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괴물이다.
오크들의 본능이 최고조의 경고성을 보냈다.
절대 저 인간과 싸워선 안 된다고.
“도망…쳐! 다들 이 자리에서 벗어나라!”
수천의 무리 중 가장 강력한 전사가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렀다.
한 명의 부족원이라도 살리기 위해선 도망만이 유일한 방법이었으니까.
“히이익!”
“비켜라! 비키라고!”
“내가 먼저다!”
뒤늦게 정신을 차린 오크들이 무기와 갑주마저 버린 채 달리기 시작했다.
“동정심 따윈 가질 필요 없어. 전부 쓸어버려.”
진혁이 짧게 명령했다.
“알겠다.”
“그러하마.”
“빨리 끝낼게요.”
멤버들이 저마다의 무기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천유성이 ‘검의 노래’를 발동합니다.] [엘리스가 ‘블러드 스피어즈’를 꺼냅니다.] [테레사가 ‘천사의 노래’를 사용합니다.]서걱! 퍼퍼퍼퍽!
콰아앙!
검광이 번뜩이고 피로 만든 꼬챙이와 눈부신 십자가가 지면을 강타했다.
손속에 일말의 자비마저 없어졌기에, 오크들의 피해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심지어 테레사마저 목숨을 거두는 데 조금의 망설임도 없어진 상태였다.
변할 수밖에 없었다.
운영자와 그 위에 있는 ‘남자’의 결계에서 지내는 동안. 고인물 코퍼레이션은 매일매일이 생사의 칼날 위에 서 있어야만 했기 때문이다.
끝없이 쏟아지는 몬스터 웨이브 속에서 살아남다 보니, 무언가를 죽이는 게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아마… 이것 역시 그 녀석이 노린 거겠지.’
이유는 알고 있다.
‘재미와 흥분’.
지루하고 따분함을 느낀 절대자가 새로운 자극을 찾기 위해서 벌인 짓이 틀림없다.
좋아. 살 떨릴 듯한 말초적인 자극을 원한다면 얼마든지 어울려주지.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 걸 뼈저리게 후회하게 만들어주겠다.
이 오크들을 처리하는 건 그걸 위한 첫 번째 관문이었다.
‘어디, 얼마나 성장했나 볼까.’
콰앙!
자리를 박차고 도약한 진혁의 주위에 4개의 고대 마법진이 나타났다.
‘트리플 매직’과 ‘결계’로 인해 완전히 개방된 공간으로부터 눈이 부신 고서클 마법들이 발사되었다.
콰콰콰콰콰콰콰!
“크아아악!”
“꾸에엑!”
건물 전체가 화염에 휩싸이자 오크들의 몸이 산 채로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살이 타는 매캐한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조금 떨어진 곳에선 ‘빙하조형’에 당한 오크들의 몸이 빠른 속도로 얼어붙었다.
당연히 굼떠진 오크들은 손쉽게 요리할 수 있는 좋은 사냥감이었다.
스킬들이 부드럽게 이어졌다.
진혁의 손끝에서 각기 다른 채도의 녹색 운무가 퍼져나갔다.
치이익!
눈 깜짝할 사이에 살이 썩어들어가는 맹독은 대량 학살에 최적이었다.
만약 운철로 만들어진 갑주만 버리지 않았더라면 생존 확률이 훨씬 더 높았을 테지만, 이미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오크들에게 그런 생각 따윈 남아있지 않았다.
천 마리가 넘는 오크들이 늪에 갇힌 채 목숨을 잃었다.
나머지도 얼마 못 가 전부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콰아앙!
진혁의 측면에서 녹색 화염이 폭발했다.
“큭!”
진혁이 깨진 결계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평범한 주술사들과 달리 10서클에 해당하는 주술을 쓰는 놈이다.
방금 막 공간이동을 펼쳤는지 새로 생겨난 마법진에서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장로’.
이모탈 오크들 중에 가장 강력한 녀석이 나타났다.
그리고 놈이 등장했다는 건….
“크르르….”
“강자다. 장로님을 지키면서 왕관을 쓴 놈을 최대한 압박한다.”
“모처럼 만에 사냥할 가치가 있는 놈이군.”
부족 최강의 전사들이라 할 수 있는 친위대 역시 함께 있다는 뜻이 된다.
숫자는 총 다섯.
장로 하나에 친위대 격 오크 다섯이 참전했다.
탓! 툭…!
가벼운 몸놀림으로 질주한 친위대가 각기 다른 방향에서 진혁을 노렸다.
검은 글레이브에 맺힌 붉은빛 오러가 태양처럼 타올랐다.
거의 같은 찰나.
[장로 메드마쉬가 고유 능력 ‘플레어 호라이즌’을 발동합니다!]장로가 쥔 지팡이에서 7개의 불덩이가 시계 방향으로 회전했다.
캐스팅 시간이 긴 대신 브레스에 육박하는 위력을 낼 수 있는 화염 마법이다.
범위도 상당해서 저걸 쏘게 냅뒀다간 어떤 변수가 만들어질지 몰랐다.
“강진혁!”
“알고 있어.”
천유성의 외침에 진혁이 ‘검의 무덤’을 발동시켰다.
서로 다른 ‘추혼검’의 초식이 하나로 합쳐졌다.
수없이 반복하며 서로를 이해한 검은 이미 최적의 검로를 그려내는 중이었다.
“크오오오!”
친위대가 3m 이내까지 접근했다.
일검에 장로까지 처리하지 못한다면 ‘플레어 호라이즌’이 뿜어질 터.
최강의 검격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조금 더….
‘제11초식’.
다섯 개의 글레이브가 사각에서 날아왔다.
고작해야 1초.
그 시간이 지나면 칼날이 목에 닿을 것이다.
조금만 더….
발뭉을 잡은 손에 힘이 풀렸다.
강하게 휘두르는 것이 아닌, 검의 무게를 이용해 가벼운 곡선이 그어졌다.
……지금!
‘이검일합(二劍一合)’.
두 개의 검이 하나로 합쳐졌다.
교차된 검격이 폭풍처럼 날아갔다.
자신이 어떻게 당했는지 조차 인지하지 못할 속도.
폭풍에 휩쓸린 친위대들이 수십 조각으로 잘게 나뉘어 사라졌다.
“……!?”
뒤에서 캐스팅을 하던 장로가 두 눈을 부릅떴다.
설마, 한 번에 친위대들이 전부 죽을 거라곤 예상하지 못한 탓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친위대들 덕에 검의 위력이 몇 단계 감소했다는 점이다.
콰득!
추혼검이 장로의 실드를 박살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내 승리다…!”
캐스팅을 끝낸 장로가 브레스를 발사했다.
위력이 조금 줄은 것 빼곤 모든 게 완벽한 공격이다.
단 하나.
훨씬 더 강력한 스킬을 더 빠른 시간 내에 사용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것만 빼면.
[엘리스가 고유 능력 ‘블러드 로드’ – ‘검은 밤의 주인’을 발동합니다!]퍼퍼퍼퍼퍽!
붉은 회오리에 쌓인 꼬챙이가 녹색 화염을 꿰뚫었다.
거침없이 뻗어나간 꼬챙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창공을 뚫고 반대편 하늘로 사라졌다.
미약하게 남아 있는 실드뿐 아니라 브레스를 쏜 장로마저도 꿰뚫은 채.
그것으로.
오크 족이 살아남을 수 있는 모든 수단이 사라졌다.
***
같은 시각.
한국 최후의 거점 중 하나인 각성자 협회에서 미묘한 마력이 일렁였다.
‘드디어….’
계속해서 감각을 곤두세운 채 기다리던 언노운이 눈을 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 마침내 찾아온 것이다.
“결계에서 탈출하는 데 성공하다니… 대단하군. 그분께서 말씀하신 기대주다워. 어떤 의미에서는 존경스러울 지경이라니까.”
그 지독한 곳에서 전원 생존할 줄이야.
만약을 대비해 지난 5일간 철저하게 준비해온 보람이 느껴졌다.
“안 그런가, 협회장?”
언노운이 옆에 서 있는 한상진에게 고개를 까딱였다.
“맞습니다. 정말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상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염혼의 낙인에 당한 한상진은 언노운의 명령에 절대 복종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진짜 정보들을 주며 천천히 신뢰를 쌓은 뒤 한 번에 모든 걸 앗아간 원수.
이제야 누가 진짜인지 알게 되었지만 때는 너무 늦었다.
협회의 모든 것들이 언노운의 손에 넘어갔으니까.
아주 교묘하게 전력을 분산시켜가며 아웃브레이크의 피해를 극대화한 것도 뼈아픈 결과 중 하나였다.
“슬슬 마지막 무대를 준비하지. 배우도 다 갖춰졌고. 대중들의 불만도 최대치에 이르렀으니 강진혁과 고인물 코퍼레이션을 처리하기 수월할 거야.”
아웃브레이크로 인한 몬스터도.
아포칼립스 속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도.
플레이어와 각성자들마저도.
모두가 진혁의 목을 노리는 칼날이 될 것이다.
언노운이 카메라를 향해 몸을 돌렸다.
생방송이 가능하게 세팅된 방송실에선 마지막 한 방을 위한 모든 준비가 끝마쳐진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