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07)
607화. 언약(言約)의 전투 (1)
언노운이 방송으로 세상에 어필하고 있는 사이. 진혁 역시 조그만한 취미생활을 즐겼다.
[녹화 방송이 시작됩니다.]“짜잔! 뷰튜버 친구들! 오늘은 괴식 먹방 진혁이와 함께하는 즐거운 실험 시간이에요! 게스트로는 녹색 피부를 가진 요괴 친구들이 함께 해주기로 했어요.”
진혁이 활짝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같은 분위기에 방송을 하긴 좀 그렇긴 한데 그래도 이해해주세요. 시련의 탑에 1달 이상 영상 업로드를 하지 않으면 방송이 영구 정지 처리 되거든요.”
“끄아아악!”
“주, 죽여줘!”
이모탈 오크들이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
생전 경험해 보지 못한 끔찍한 고통에 목부터 식도까지 타버릴 것만 같았다.
“흐음.”
진혁이 펄펄 끓는 솥에 몇 가지 조미료를 추가했다.
와사비와 민트 초코 그리고 까나리 액젓까지 듬뿍.
퍼어엉!
보라색 연기가 솟구쳤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 위로 해골 모양이 생겨났다.
추가로 방금 전 도로에서 갓 잡은 곱등이 5마리와 씨알 굵은 바퀴벌레까지 첨가되었다. 살기 위해 팔다리를 열심히 움직이고 있는 걸 보니 입 안에서 톡톡 뛰어다닐 것만 같았다.
이 정도면 되겠지.
진혁이 국자 한 가득 액체를 퍼올렸다.
자 어디 보자.
누가 가장 잘 먹으려나?
먹성 좋은 오크들이니 아주 배부르게 먹일 수 있을 것이다.
진혁이 국자를 들고 오크들의 앞을 천천히 거닐었다.
다들 온몸을 벌벌 떨며 자신이 선택되지 않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아무리 발악을 해도 누군가는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는 법.
“으으읍… 읍읍! 꾸에엑! 쿨럭 꺽꺽… 끄르르… 꿀꺽!”
결국 불쌍한 오크 하나가 게거품을 물며 진혁이 만든 요리를 맛봐야만 했다.
바닥이 전부 빌 때까지 계속해서.
꿀렁꿀렁!
찐득찐득한 요리가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다음엔 진혁이 상처 난 곳에 마트에서 직접 공수해 온 맛소금을 뿌렸다.
“우아아아악!”
번쩍하고.
두 눈에 별이 스쳤다.
상처에 소금이 녹아들자 참을 수 없는 격통이 뇌수까지 파고들었다.
오크가 전기의자에라도 앉은 것처럼 온 몸을 마구 뒤틀었다.
“이래도 말 안 할 거야? 응? 이래도?”
언약의 발동을 앞당기려면 특정 장치를 해둔 곳이 있을 터.
그걸 알아내는 게 급선무다.
“상위 오크들이라 그런지 제법 강단이 있구나. 그래봤자 짐의 입장에선 귀여울 뿐이지만 말이다. 헌데… 바보 성녀는 명색이 성녀라면서 그렇게 고문을 해도 괜찮은 것이냐?”
엘리스가 열심히 십자가로 오크들을 찌르고 있는 테레사를 바라봤다.
테레사가 십자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환하게 웃었다.
“사람들을 구하는 일이니까 괜찮아요.”
피 칠갑을 한 순백의 성녀를 보자 소름이 오소소 일어섰다.
진조라 해도 섬뜩한 기분이 들 정도였으니까.
“됐다 말을 말자. 말을 말아.”
“정보를 얻으면 빨리 움직이는 게 좋을 것 같다. 우리가 결계 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아포칼립스가 너무 빠르게 진행됐어.”
천유성이 텅 빈 도시를 불안하게 바라봤다.
설마하니 그토록 번화하던 판교 일대가 이 모양이 될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플레이어 ‘언노운(UnKnown)’이 상급 확성기를 사용합니다!]퍼퍼퍼펑!
요란한 폭죽 소리와 함께 허공에 황금색 상태창이 나타났다.
플레이어 언노운.
여유롭게 저딴 걸 하고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가짜 놈은 아포칼립스 속에서도 잘 지내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 나도 보고 싶었어.’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어차피 운영자들 그리고 그 위에 군림하고 있는 놈과 닿으려면, 좋으나 싫으나 놈이 만들어놓은 판때기에서 칼춤을 춰야 한다.
나머지 멤버들도 고문하는 걸 멈춘 채 고개를 치켜들었다.
[현상금 인벤트가 발동됩니다!] [현재 플레이어 강진혁이 ‘판교역’에 있습니다!] [강진혁을 제거할 경우 SS등급의 성유물 2개와 최상급 마정석 20개 그리고 2억8천만 상당의 경험치가 보장됩니다.] [또한 강진혁이 보유하고 있는 아이템을 모두 획득할 수 있게 됩니다.] [그와 파티를 이룬 이들에 한에서도 같은 수준의 현상금이 각각 책정됩니다.]말 그대로 터무니없는 보상.
이 정도 되면 관심이 없는 이들마저 살인자로 돌변하게 만들 것이다.
심지어 인류를 구한다는 명분마저 있으니 어느 누가 이런 기회를 마다하겠는가?
“차라리 시원시원한 보스들과 싸울 때가 훨씬 더 재밌었는데… 정치질이랑 모략질 하는 게 취미인 놈이랑 싸우려니 영 껄끄럽네.”
그래도 마냥 손해만 보는 것은 아니다.
상대 역시 일개 플레이어의 신분으로서 이 일을 벌였을 터.
플레이어가 특수 아이템을 이용해 발동시킨 퀘스트엔 반드시 그 대가가 따른다.
그건 설령 운영진들이 선별해 온 놈이라고 해도 예외는 아닐 테지.
띠링!
예상이 맞다고 말하는 것처럼 또 다른 상태창이 이어졌다.
[불리한 상황에 대한 밸런스 조정으로 플레이어 강진혁은 코인 거래소에서 ‘거래 등급’에 해당하는 아이템 한 가지를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몬스터 웨이브와 운영자 그리고 플레이어들까지.
다방면의 적을 홀로 맞서는 건 시련의 탑이 존재하는 취지에 맞지 않는다.
탑의 난이도가 극악인 건 사실이지만 불가능한 걸 하라고 요구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선택은 잠시 보류할게.”
[선택의 제한 시간은 3H : 0M : 0S입니다.]3시간.
그 안에 승부를 본다.
진혁이 오크들을 향해 생긋 웃었다.
지금까지가 방송을 겸한 사냥하고 재밌는(?) 볼거리였다면….
[방송이 ‘19세용’으로 조정됩니다.]이제부터는 웃음기 싹 빼고 철저하게 이기기 위한 어른들의 방송을 할 시간이었다.
“히이익?”
“취이익!”
오크들의 얼굴이 사색으로 변했다.
* * *
1시간 뒤.
예술의 전당 앞엔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곧 이어 진혁이 올 거라는 언노운의 방송과 함께 현상금 이벤트가 발동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서초 IC 인근에는 육군 제30 기계화 보병사단과 UDT 특수부대를 포함한 군병력까지 대기 중인 상태였다.
그리고 현재.
단군과 발해 싸울아비 등 한국의 대형 길드들 역시 랭커들을 총동원해 예술의 전당 인근에 자리를 잡았다.
“빌어먹을. 이게 대체 무슨 짓인지…. 탑을 오르기도 바쁜 와중에 우리끼리 물고 뜯어야하다니.”
단군 길드의 이창희가 품 속에 있던 술을 꺼내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 옆에 있는 동료들을 향해 건넸다.
술 한 잔을 시작으로 모두가 마음속에 담고 있던 말들을 늘어놨다.
“……만약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된다고 해도 브레이크로 나온 몬스터들을 정리하는 데에만 몇 년은 걸릴 거라고 하더군요.”
“그것도 앞으로 6시간 안에 가짜를 죽였을 때의 이야기야. A급까지야 어찌어찌 막아도 S급 아웃브레이크가 뜨기 시작하면 답이 없다고.”
아직까지 유럽에서 S급 리치인 베이로둠이 공격대를 쓸어버렸던 악몽이 가시지 않았다.
잠시 뒤엔 그런 놈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소리다.
“그나저나 언노운 쪽은 괜찮은 겁니까? 아무리 협회장님이 증거를 봤다곤 하지만, 찜찜한 구석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 옆나라에 있는 예언자 양반은 10분 전에도 긴급콜을 보내왔습니다. 생각을 다시 해보라고요.”
일본 사무라이 길드의 타케시.
미래를 보는 것으로도 유명한 랭커는 진혁의 무고함을 계속해서 어필해왔다.
덕분에 일본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언노운이 아닌 진혁과 나머지 고인물 코퍼레이션 멤버들을 지지하는 중이기도 했다.
분위기가 묘해졌다.
다들 무엇이 정답인지 확신할 수 없었으니까.
그때였다.
“쓸데없는 생각들 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놈을 죽일지나 생각하시죠. 어차피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얼마 없다는 걸 모르십니까?”
갈색 피부를 가진 외국의 플레이어들이 다가왔다.
인도의 랭커인 데쉬무크였다.
온 몸이 근육질에 짧은 머리카락을 지닌 데쉬무크는 자신의 키를 훌쩍 넘는 도끼를 어깨에 걸치고 있었다.
‘간다라’.
천세의 가호를 받은 이들은 어찌 된 일인지 몰락했던 과거를 완전히 지워버리고 부흥에 성공했다.
신화에 나오는 엄청난 양의 성유물을 바탕으로 개개인의 스펙을 몇 배나 올렸다는 말이다.
더군다나 한상진은 천세의 랭커들을 VIP대접하고 있었기에 아무리 단군 길드라 할지라도 그 말을 무시하기 힘들었다.
“언노운을 너무 믿었다간 우리가 당할 수도 있다. 만약 놈이 언약이 되기까지 시간을 끌고 있는 거라면….”
“그 점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누명을 쓴 놈은 그 누명을 벗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곳에 모습을 드러낼 테니까요. 게다가….”
데쉬무크의 입 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당장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언노운이 가지고 있는 정보뿐. 순순히 따르는 척하다가 여차하면 둘 다 죽여버리면 그뿐입니다.”
“…….”
이창희가 입을 꾹 다물었다.
뭐 하나 틀린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강진혁 플레이어의 신병은 우리가….”
이창희가 말을 이어하려던 바로 그때.
우우웅!
측면에서 밝은 빛이 점멸했다.
콰콰콰콰콰콰!
엄청나게 뜨겁고 눈부신 광채가 모두의 안구를 강타했다.
“아아아악!”
“끄아아아! 내, 내 눈이…!”
“앞이 안 보여!!”
여기저기서 비명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것도 잠시 비명을 모조리 덮을 만한 탄성이 울려 퍼졌다.
“왔다! 강진혁이다!”
이 모든 비극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나타난 것이다.
각 나라의 랭커들이 대번에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해 벌떼처럼 몰려들었다.
⁕ ⁕ ⁕
“이것 참… 바글바글하게도 모였네.”
진혁이 머리를 긁적였다.
말 그대로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랭커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인 광경은 탑 안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일이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나 이번 전투에서 가장 까다롭다고 할 수 있는 인도의 거머리들이었다.
“순순히 잡혀줄 생각은 없는 건가?”
간다라 길드의 리더인 쿠마르가 가장 앞에 섰다.
“너희야말로 순순히 비켜줄 생각은 없는 거야? 언노운만 죽이면 깔끔하게 일이 마무리 될 텐데?”
“그럴 순 없다. 지금까지 정황상 네놈이 가짜일 확률이 훨씬 더 높으니까.”
스릉! 쿠마르가 기괴하게 생긴 곡도를 뻗었다.
아무래도 싸움은 피할 수 없어 보였다.
물론.
싸움을 피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여태껏 그렇게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대가가 꽤나 초라하네. 이쯤 되면 차라리 언약이 일어나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배가 부르면 과거의 은혜 따윈 까맣게 잊어버리는 게 머리 검은 짐승인 법.
지금 칼을 들이밀고 있는 인간들을 보자니 역겨움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동시에 눈이 차갑게 식었다.
“막으면 베겠어. 시간이 없는 건 피차 마찬가지인 것 같으니까.”
“니라샤 때를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그 수모를 갚기 위해 그 동안….”
콰아앙!
긴 장검이 말을 하고 있던 쿠마르의 목을 노렸다.
허나, 칼날이 목을 꿰뚫기 바로 직전, 양 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데쉬무크와 안티아가 각자의 무기를 교차해 그 공격을 막았다.
“진짜 죽일 생각으로 들어오는데?”
“무시무시한 힘이군.”
쿠쿠쿠쿠쿠!
날붙이와 날붙이가 격돌하며 엄청난 마력이 솟구쳤다.
언약이 완전히 일어나기 전까지 남은 시간은 약 27시간.
그렇게.
“방심하지 마라. 놈은 현존하는 최고의 괴물이니.”
인류의 존폐를 건 싸움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