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1)
61화. 천수천안관음(千手千眼觀音) (2)
진혁이 아공간 인벤토리에서 오래된 나무 조각 하나를 꺼냈다.
회랑에서 얻은 성유물.
‘멀린의 지팡이’의 파편이다.
“그건……?”
천수관음의 미간이 좁아졌다. 눈동자를 빠르게 굴리며,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자세를 취했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탓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팔 하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너 자신을 탓해라.
진혁이 두 개의 아이템을 하나로 합쳤다.
우우우웅!
[‘멀린의 지팡이 파편(AAA)’와 ‘천수관음의 보옥(AA)’이 융합합니다!]강렬한 빛과 함께 성유물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융합에 성공하였습니다!] [멀린의 지팡이(불완전)]입수 난이도: S
내용: 아서왕을 섬기던 잉글랜드의 대마법사이자 현인, 멀린. 이 지팡이는 그가 생전에 사용하던 성유물로서 마법계열 능력을 극한까지 발휘할 수 있게 만들어 줍니다. (단, 완전한 재료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에, 능력의 최대 상승폭이 제한됩니다.)
잠시 뒤, 빛이 사라진 자리엔 보옥이 박혀 있는 나무 지팡이가 놓여 있었다.
‘드디어 이걸 손에 넣었다.’
진혁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 또한 빠르게 뛰었다.
비록, 완전한 성유물은 아니었지만.
‘상관없어.’
이 정도면 충분하다.
애초에 완전한 멀린의 지팡이는 3차 전직을 끝낸 대마도사만이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좋아. 다음은.
진혁이 ‘탐식의 눈’을 통해 천수관음의 상태창을 엿봤다.
녀석과 싸우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게 한 가지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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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천수관음
성별: 무(無)
나이: 30,985살
레벨: ??
힘 ?? 민첩 ?? 체력 ?? 마력 ?? 카르마 ??
고유 능력: 만다라(曼茶羅)
스킬: ‘탐식의 눈’의 레벨이 부족해 개별 스킬창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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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잠깐, 잠깐만…….
이거 잘못 본 거 아니지?
진혁이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떴다.
하지만, 복사 조건에 적혀 있는 내용은 달라지지 않았다.
‘시스템이 갈수록 미쳐 가는구나.’
저번에 캐드릭에게 네크로맨서에 관한 수업을 들으라고 했을 때만 해도 어이가 없었지만.
이건 어떻게 된 게 갈수록 가관이다.
‘노래와 조형물이라……고?’
그것도 적절히 어울려야 한다는 추가 사항까지 붙었다.
진혁이 검지로 미간을 꾹꾹 눌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상대를 능욕하라는 명제를 이렇게 창조적으로 꾸밀 줄이야.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게 느껴졌다.
허나, 아무리 기괴한 조건이라도 포기할 순 없다.
25층 아래에서 ‘만다라’를 얻을 수 있는 건 이곳 하나뿐이었으니까.
“후우.”
크게 한숨을 내쉰 진혁이 ‘방송 시스템’을 활성화시켰다.
스트리밍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BJ를 위해 갖춰져 있는 몇 가지 기능 중 하나.
바로.
[BGM을 선택해 주세요.]방송 배경음악이다.
‘빙계 마법과 어울리는 음악은 역시 이것밖에 없지.’
노래를 선택한 진혁이 사운드를 최대로 올렸다.
곧바로 익숙하면서 아름다운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한겨울, 전 세계를 달아오르게 만들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대작 ‘겨울왕국’.
그리고 거기서 사용됐던 메인 히트곡 ‘Let It Go’다.
[Let It Go~! Let It Go~! Can’t hold it back any more.]점점 높아지는 곡조에 얼굴이 뜨거워진다.
뭐랄까.
과거의 추억에 젖어드는 기분이랄까?
간만에 들으니 감회가 새롭다.
반면, 뜬금없는 노래에 천수관음의 얼굴은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네놈! 이게 무슨 짓이냐?”
노도와 같은 음성이 터져 나왔다.
생과 사를 가르는 진검 승부.
그 와중에 웃기지도 않은 짓거리를 해 대니 그럴 수밖에.
“부탁인데 이유는 묻지 마라.”
나도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으니까.
물론.
“대답해라! 인간!”
녀석에게 구렁이 담 넘듯이 넘기는 게 통할 리 없다.
대노한 천수관음이 마력을 끌어올렸다.
쿠쿠쿠쿠쿠!
손에 쥔 무기에 황금색 기운이 덧씌워졌다.
검강과도, 신성력과도 다른 힘.
만다라(曼茶羅).
삼라만상을 구현화한 불교 최강의 능력이 지금 이 순간 발동되었다.
“장난은 이제 끝이다. 지금부터는 전력을 다해 네놈을 찢어발겨 주마.”
어지간히 열 받긴 한 모양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인간들을 학살해 온 천수관음이지만, 지금까지 만다라를 꺼내 든 적은 없었으니.
“근데, 괜찮겠어?”
진혁이 어깨를 으쓱했다.
“무슨 뜻이냐?
“만다라까지 발동하고 지면 변명할 거리도 없을 텐데, 괜찮겠냐고?”
이게 내 전력의 100%다! 라고 말한 놈치고 이기는 꼴을 못 봤는데.
어떻게 하나같이 그런 낯간지러운 말을 뱉어 대는 걸까?
나 같으면 그냥 조용히 있겠다.
아. 하긴, 노래나 틀면서 싸우는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닐지도 모르겠네.
“이…… 망할 놈의 인간 따위가! 고작해야 100년도 살지 못하는 미물 주제에 감히 누구에게 패배를 논한단 말이냐!”
지면에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시작이다.
콰콰콰콰콰콰!
거침없이 다가오는 황금색 물결.
하지만, 지면을 박살내던 만다라의 기운은 진혁의 바로 코앞에서 멈췄다.
[빙하조형(氷河造形) ‘블리자드’가 발동됩니다!]파츠츠츠!
얼음 가루들이 형(形)을 갖춰 나갔다.
3m 크기의 거대한 육망성.
눈과 얼음으로 만들어진 대마법진에서 새하얀 냉기가 피어올랐다.
‘끝내주네.’
진혁이 두 손으로 지팡이를 붙잡았다.
손이 격렬하게 떨렸다.
폭주하는 마력을 제어하는 것조차 만만치 않았다.
‘과연, 상위 버전의 스킬이라 이건가.’
새로 얻은 스킬, ‘빙하조형(氷河造形)’.
조금 전 사용했던 ‘얼음 조형’과는 아예 구조 자체가 다르다.
얼음 조형이 공기 중에 녹아 있는 수분을 응고시켜 얼음으로 활용한 거였다면.
멀린의 지팡이를 손에 얻은 지금은 냉기 자체를 창조할 수 있었으니까.
“서양의 잡술 따위가……!”
천수관음이 어금니를 갈았다.
“서양의 잡술이라…….”
진혁이 피식 웃었다.
그렇게밖에 생각하지 못한다면, 크게 실수하는 거다.
***
전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
나무 위에 있던 리챠오와 멜레나는 허탈한 한숨을 토해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군.”
“검……뿐만 아니라 빙계 마법도 저렇게 대성을 했다고? 다중 클래스라는 게 가능한 거였어?”
전투가 지속될수록 지켜보던 리챠오와 멜레나의 동공은 커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보고 있는 모든 것들은 자신들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것뿐이었으니까.
천수관음이 보여 주는 압도적인 무력.
과연 네임드 몬스터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의 힘이었다.
하지만, 그걸 정면에서 막아내는 진혁 또한 인간의 범주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것도 아득히 말이다.
“보조 수준이 아니야. 마인 협회 내에서도 저 정도 수준의 빙계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리챠오가 도중에 말끝을 흐렸다.
차마, 근접계열의 플레이어보다 뛰어난 마법사가 없다는 말을 하긴 힘들었기에.
그리고 그 심정은 멜레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입술을 달싹이던 멜레나가 결국 결코 해서는 안 될 말을 내뱉었다.
“우리 둘이 덤빈다고 해서 이길 수 있을까?”
대인전에 특화된 전투계열 흑마법사가 무려 둘이나 왔다,
설령 상대가 S급 판정을 받았다고 해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전력이다.
하지만 멜레나에겐 확신이 없었다.
과연 저 괴물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힘들겠지.”
리챠오도 굳은 얼굴로 작게 중얼거렸다.
냉정하게 봤을 때 둘만으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어쩌면, 최악의 상황마저 가정해야 하는 상황.
“포기하자, 리챠오. 우리만으론 안 돼. 적어도 간부급이 오지 않는 이상은…….”
“아니. 그랬다간 우리가 지금껏 쌓아 올린 입지가 한 번에 무너진다.”
“그럼 어쩌라고? 죽을지도 모르는데 위험을 감수하자는 거야?”
“아니.”
리챠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모한 도박을 할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임무를 포기할 생각도 없다.
“성유물을 사용하겠다.”
만에 하나를 위해 마인 협회에서 가지고 온 성유물.
한 번 사용하면 다시 사용하기까지 무려 3개월이란 제약이 걸려 있던 터라, 가능하면 사용하고 싶지 않았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다른 방법이 없다.
임무를 완수하려면 갖고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할 수밖에.
***
이것 봐라?
‘캐드릭만 온 게 아니었군.’
진혁이 힐끗 옆쪽을 바라봤다.
전장과는 멀리 떨어져 있는 나무 위.
그곳에서 낯선 마력이 희미하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눈치 채지 못한 걸 보면, 적어도 캐드릭보다 더 윗줄에 있는 놈들이다.
아마 확실하게 끝내기 위해 마인 협회에서 준비한 히든카드들이겠지.
‘잘됐어.’
이번 기회에 마인 협회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아볼 수 있게 됐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한 바로 그때.
콰아아앙!
손목에 저릿한 충격이 전해졌다.
“어디서 한눈을 팔고 있는 것이냐.”
천수관음이 던진 창이 얼음벽을 반쯤 뚫고 들어왔다.
부르르 떨리는 창날.
재빨리 빙하조형을 발동하지 않았다면, 그대로 손과 함께 몸까지 꿰뚫어 버렸을 것이다.
그래. 이 녀석이 있었지.
마인 협회 놈들을 심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은 눈앞에 있는 골칫거리부터 처리해야 된다.
츠츠츠츠!
순식간에 20개가 넘는 얼음 화살이 만들어졌다.
확실히 예전에 얼음 조형으로 만들었던 것과는 크기부터 다르다.
3m가 넘는 거대한 흉기는 화살이라기 보단 오히려 고래를 잡는 작살에 가까웠으니까.
하지만, 이것만으로 천수관음에게 치명상을 주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만다라는 상대의 마력을 갉아먹는 능력 외에도 공격의 궤도를 예측하는 힘 또한 가지고 있었으니.
괜히 공수 모두가 완벽한 능력이란 평가를 받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중거리와 근거리를 모두 활용한다.’
아무리 예측하는 힘이 뛰어난들, 읽을 수 있는 공격의 한도가 있을 터.
진혁이 지팡이에 마력을 주입했다.
그러자 지팡이가 손가락 한 마디 크기로 줄어들었다.
이 정도면 움직이는 데 방해가 되진 않을 것이다.
‘좋아.’
고개를 끄덕인 진혁이 곧바로 아공간 인벤토리에 보관하고 있던 단검을 꺼냈다.
검신을 따라 스멀스멀 흘러나오는 검은 기운.
만다라에 대항하기 위해, ‘검의 무덤’까지 발동했다.
“지금까지 멀리서 얼음 덩어리만 날려 대더니 이제야 직접 다가올 생각인가 보구나.”
“노래가 끝나기 전에 슬슬 결판을 내고 싶거든.”
어느새 ‘Let It Go’도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쿠쿠쿠쿠쿠쿠!
두 개의 마력이 맞부딪치며, 푸른 스파크가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지금이다!’
20개의 얼음 화살과 함께.
콰앙!
진혁이 자리를 박차고 앞으로 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