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12)
612화. 천세의 신격들 (2)
완전히 바뀌어버린 세계.
익숙했던 을씨년스러운 풍경은 간데없고 대신 그 자리에 웬 연꽃과 목탑들로 가득한 장소가 펼쳐져 있었다.
“……평화로운 오후의 티 타임이었다. 매일 피로 만든 강을 보다 지쳐서 모처럼 피냄새 좀 지우려고 연 소중한 시간이었단 말이다.”
베리엘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그런데.
대체 왜!
“내게 허락된 몇 안 되는 행복을 박살내느냔 말이다!”
감정에 북받치다 못해 터져나오는 절규.
저렇게 말하니 살짝 미안하긴 하네.
그래도 명색이 마왕인데 너무했나?
“아니 그게 아니라….”
“아니긴 뭐가 아니냐!”
“아니… 정말로 방해할 생각은 1도 없었는데 쟤들이 천세의 사도가 마계의 사도보다 100만배는 좋다고 하잖아.”
“뭐…라고?”
베리엘의 눈썹이 역팔자로 휘었다.
지금까지 진혁에게 향하던 분노가 대번에 방향을 틀었다.
쿠쿠쿠쿠쿠쿠!
들고 있던 포크에 붉은 마력이 실리자 딸기 타르트가 통째로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좋아. 걸렸다.
“내가 내 욕하는 건 참아도 항상 날 도와주고 응원해주는 위대한 마왕이 모욕당하는 건 못 참겠더라고. 특히나 여러 신격들과 싸워본 나로서는 마계가 얼마나 강력한 세력인지 잘 알고 있거든.”
“크흠! 그건 구구절절 맞는 말이긴 하군. 그런 거라면 당연히 화가 날만 하다. 인정하마.”
적절하게 흔들다 치켜세우고.
동시에 동질감까지 심어준다면 마왕 하나 구워삶는 거야 일도 아니지.
“그래서 한 판 붙으려고 했어. 게다가 저쪽이랑은 아직 제대로 된 결판을 내지 못 했잖아?”
과거 제국에서 니라샤를 비롯한 간다라 길드와 격돌한 적이 있다.
비록 승리하긴 했으나, 그건 한 번의 전투에 국한된 것일 뿐.
신화와 신화 간에 전쟁에서 최종 승리한 건 아니었다.
미완결의 책갈피는 그때 종결짓지 못한 싸움을 이어서 하게 해주는 계기가 되리라.
“좋다. 안 그래도 눈엣가시 같은 놈들 이번 기회에 아주 씨를 말려버리겠다. 모처럼 만에 티타임을 망친 대가도 치르게 해야 하기도 하고.”
베리엘이 손 마디 관절을 우두둑 꺾었다.
“진심이냐? 고작 그딴 이유로 우리와 전쟁을 벌이겠다고?”
당연히 천세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는 상황.
한 세력의 흥망을 결정 짓는 일을 겨우 이런 걸로 결정하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일까?
하지만.
“마계에서 밥 먹을 때 건드리는 건 삼족을 멸할 만큼의 중죄다.”
그건 마왕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애초에 마계에선 심심하다는 이유 만으로도 동족을 죽이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베리엘이 흑창 ‘키샨’을 소환합니다!]검게 물든 창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냈고.
그렇게.
마계와 천세 간에 전쟁이 시작되었다.
***
“크르르….”
“컹! 커엉! 컹!”
이족 보행을 하는 검은 이리들이 어금니를 드러냈다.
철천지 원수를 사냥할 생각에 벌써부터 잔뜩 흥분한 모습이었다.
“우리 아이들도 네년의 피가 그리운 모양이구나.”
락타크가 혀로 곡도를 핥았다.
날붙이에 새겨진 고대 문자들이 은은한 남색 빛을 띠었다.
웨어울프 족이자 최강의 혈통이라 칭송받는 ‘검은 이리’. 태초부터 30층대 후반을 지배하던 이들은 어느 날을 기점으로 더 이상 그 영광을 이어나가지 못 하게 되었다.
상식을 아득히 초월하는.
불사의 진조가 탄생했기 때문이었다.
[‘엘리스 폰 아타락시아’.]아타락시아 가문을 새롭게 이끄는 은발의 흡혈귀는 기존의 균형을 완전히 박살내며 검은 이리들을 몰아붙였다.
고작 100년.
그 짧은 기간 동안 일족 최강의 전사들이 수도 없이 목숨을 잃었고 광활했던 영토는 반토막으로 쪼그라들었다.
진조 한 명이 새로 개입한 대가로는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치른 셈이다.
하지만 일방적인 승리도 잠시.
멍청한 뱀파이어들은 승기를 잡자마자 토사구팽을 시전했다.
너무나 강대해진 엘리스를 견제하기 위해 오히려 그녀를 타락한 자들의 회랑에 유폐시켜버린 것이다.
저벅.
락타크가 앞으로 나섰다.
“어찌 보면 놈들에게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덕분에 이토록 달콤한 복수의 시간을 갖게 되었으니까.”
“말이 길구나. 승리의 감상은 이긴 후에 내뱉는 걸 추천한다만?”
“크하하! 그래. 그것도 맞는 말이군. 아무리 압도적인 전력 차여도 이길 때까진 이긴 게 아니지.”
광소를 터뜨리던 락타크의 두 눈이 붉게 물들었다.
“물어뜯어라.”
차갑고도 짧은 명령.
세월의 분노를 표현하기에 그 정도면 충분했다.
콰앙!
탓!
“크오오오!”
“캬오오!”
검은 이리들이 번개처럼 쇄도했다.
가볍고 빠르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유연한 몸놀림은 야생의 맹수 그 본연의 것이었다.
[엘리스가 ‘블러드 레인’을 발동합니다!]엘리스가 반사적으로 블러드 스피어즈를 꺼내들었지만,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검은 이리들을 맞추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퍼퍼퍽!
“깨갱!”
“깨애앵!”
몇 마리의 희생을 거듭한 끝에 좁혀진 거리.
이제는 이빨이 목덜미를 파고들기에 충분하다.
바로 그때.
카앙!
카카카캉!
다수의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스스슥! 스윽…!
데카서스 가의 오필리아와 아타락시아의 벨루스를 비롯해. 수많은 뱀파이어들이 그림자에서 솟구쳤다.
전원이 아타락시아를 상징하는 망토를 걸친 채 눈부시게 빛나는 레이피어를 꺼내든 상태였다.
“늑대 고기는 비린내가 많이 나는데….”
“어디서 감히 닦지도 않은 이빨을 들이밀어?”
뾰족한 송곳니. 불어온 바람에 은발이 부드럽게 흩날렸다.
“그대도 일족을 불렀으니… 짐도 짐의 일족을 불러도 괜찮겠지?”
엘리스가 생긋 웃었다.
“물론이지. 그 더러운 핏줄을 한꺼번에 쓸어버릴 수 있게 됐는데 어찌 싫어할 수 있겠는가?”
원하는 건 상대 종족의 멸족.
씨 한 마리도 남겨두지 않아야만 비로소 서로에게 내일이 찾아 올 수 있다.
[고유성창….] [고유성창….]검은 이리와 뱀파이어를 이끄는 두 가주가 각자가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능력을 개방했다.
[‘검은 밤의 사신’이 발동됩니다!] [‘개벽의 계시록’이 발동됩니다!]예술의 전당 위로 핏빛 그림자가 드리웠다.
⁕ ⁕ ⁕
사라락…. 사락.
모래 시계 속 알갱이들이 빠르게 떨어졌다.
‘언약’이 발동되기 전까지 이제 남은 시간은 10시간 여.
그 이후에는 탑 전체가 붕괴될 수 있는 위험이 도래할 것이다.
“아직까진 순조롭군. 간다라 쪽은 괜찮겠지?”
“마지막에 확인한 바로는 심상 세계로 끌어들이는 데까지 성공했어요.”
“그럼… 변수는 없겠지.“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까진 알지 못한다.
허나, 아무리 진혁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천세 신격들 전체와 싸워서 이길 확률은 없을 것이다.
특히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조력을 받을 수 없는 지금이라면 더욱더.
‘왕관이나 다른 능력들이 있다고 한들 결국 마력은 고갈될 테니까.’
현재 추산으로 약 1.000 이상의 마력.
대단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숫자로 정해진 유한한 수치에 불과하다.
jj와 2닭의 시선이 위로 향했다.
쿠쿠쿠쿠!
콰드득! 우두둑!
그곳엔 당장이라도 현실로 뚫고 나오려는 수많은 촉수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각종 결계들이 사력을 다해 촉수들의 침입을 억누르고 있었으나, 이제 곧이다.
그런데 바로 그때.
저벅.
두 운영자 앞에 낯익은 존재가 나타났다.
“넌…?”
“어떻게 여길 알고 왔지?”
jj와 2닭의 눈동자가 급속도로 팽창했다.
몇 겹의 결계와 다중 차원을 접목시켜 만든 장소가 여기다.
허락된 이들을 제외하고는 절대로 진입이 불가능한 제3의 허상 공간.
심지어 상급 관리자들마저 이런 곳이 있는지 눈치 조차 채지 못할 진데….
그걸 혼자서 파훼하고 들어왔다고?
이런 일이 가능한 존재는 그리 많지 않았다.
“재미난 일들을 많이 벌려놨군. 운영자들이 스스로 아포칼립스를 일으키려 하다니.”
수리부엉이가 천천히 허상 공간 안으로 진입했다.
파츠츠…!
서로 다른 스파크가 맞부닥쳤다.
형언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마력과 마력의 폭풍이 일어났다.
“끝까지 우릴 방해할 생각인가?”
노인의 주위로 푸른 결정들이 생겨났다.
마치, 빙하기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혹한의 냉기가 몰아쳤다.
“그대가 끝까지 잘못된 편에 설 생각이라면… 옛 동료로서 어떻게든 막을 생각이다.”
“그게 잘못되었다는 거다. 이미 그분께선 이 이야기의 끝을 예견해 놓으셨다. 아무리 우리가 발악한다고 해도 미래는 바뀌지 않아.”
“끝없는 자유를 추구하기에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탑을 설계했으면서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로구나. jj여. 시련의 탑은 언제나 그렇듯 시작은 정해져 있지만 끝은 정해져 있지 않아.”
“그때나 지금이나 의견 차이는 좁혀지지 않는군. 강진혁이 다시 한 번 탑의 정상에 도달할 수 있을 리는 없을 테고 만에 하나 모든 관문을 돌파했다고 하더라도 엘리스가 다른 선택을 할 것이라 생각하는 건가?”
“……글쎄.”
수리부엉이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속으로 삼켰다.
솔직히 말해 jj가 했던 말의 답은 알 수 없다.
단지.
지금 중요한 건….
최소한 진혁에게 그 때를 맞이할 수 있는 기회라도 만들어주는 것 뿐.
화르륵!
수리 부엉이의 양 손에 녹색 화염이 솟구쳤다.
“언약이 일어나는 건 반드시 막겠다.”
설령 이 자리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 ⁕ ⁕
모두가 동시다발적으로 전투를 치르고 있는 사이, 진혁과 베리엘은 천세의 신격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콰콰콰콰콰콰!
흑창이 연못을 가로 질렀다.
닿는 것을 오염시켜버리는 저주 받은 창의 특성으로 인해 연꽃들이 검게 물들었다.
그러나.
거침없이 뻗어나가던 창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막혔다.
콰아앙!
화염으로 이루어진 벽이 하늘에 닿을 듯 솟구쳤다.
인도의 3대 절대신 바로 아래 위치한 ‘로카팔라’에 위치한 주신.
‘아그니’였다.
“천만 대군이라도 불러오는 줄 알았더니 고작 둘이라…. 이거야 원 제대로 몸도 풀지 못 하겠네.”
아그니가 부드럽게 불길을 어루만졌다.
그 옆에는 마찬가지로 로카팔라에 위치한 서쪽을 상징하는 신 ‘바루나’도 함께 있었다.
콸콸콸콸!
순식간에 연못의 수위가 높아지며 거대한 물방울들이 떠올랐다.
“뭐가 그리 불만이야? 이번 기회에 강진혁과 마계에서 가장 강한 마왕을 한꺼번에 정리하면… 그 다음엔 그 멍청한 도마뱀 놈들만 상대하면 되는데?”
“하긴, 덕분에 골칫거리들이 많이 사라지긴 했지.”
고인물 코퍼레이션 덕분에 성가신 적들이 상당수 소멸했다.
이번 일만 잘 마무리된다면 모든 전력을 고대룡들을 상대하는데 투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힘 좀 더 써봐. 베리엘. 명색이 마계의 마왕이 이것 밖에 안 돼?”
“빌어먹을. 나 혼자서 뭘 어쩌란 말이냐? 저놈들은 같은 편을 저리 꾸역꾸역 데리고 오는데? 너야 말로 뭔가 더 생각해둔 게 없는 것이냐? 설마 우리 둘이서만 신화 전체를 상대할 계획은 아니었을 것 아니냐?”
“조금만 더 버텨봐.”
그렇게 볶아대지 않아도 그 다음 계획을 세워둔 상태다.
아무렴 고작 둘이서 45층과 전쟁을 벌였겠는가?
베리엘은 어디까지 선발대로서 시간을 끄는 용도일 뿐.
[미완결의 책갈피 추가 부록 – 라그나로크 전쟁의 재림] [남은 시간 0H : 1M : 15S]추가 노예들을 소환할 때까지 앞으로 1분 가량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