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18)
618화. 전쟁 속에 전쟁 (1)
심상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틈.
이건 브라흐마가 더욱 완벽한 승리를 위해 안배해둔 방법 중 하나였다.
계속해서 일어나는 아웃브레이크의 특성상 S급에 해당하는 다수의 보스 몬스터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제아무리 고인물 코퍼레이션과 진혁이라 해도 버텨낼 수 없을 테니까.
“……계약자.”
엘리스가 아페르망의 반응을 한 박자 늦게 눈치 챘다.
워낙 희미한 마력이긴 했지만, 틀림없이 다른 차원으로 이어지는 잔향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만약 계약이 이어지고 있지 않았다면 엘리스 역시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멍청한 인간들은 이럴 때에 다들 뭐하는 거냐!”
당연히 그 분노는 갈팡질팡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향했다.
진정 고마운 이를 몰라보고 뒤통수를 치려고 하는 머저리들.
그리고 그런 이들이라도 구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계약자를 보니 더욱더 울화통이 터졌다.
최소한….
이럴 때 자기 밥그릇 차지하기 위한 게 아니라 진심으로 도와주는 이들이 있다면….
바로 그때.
[S급 ‘기간트 메둘라스’ 게이트가 개방됩니다!]또 다른 아웃브레이크가 발생했다.
기간트 메둘라스는 섭식성장을 하는 곤충형 마수굴.
군집생활을 하는 곤충형 몬스터들의 특성상, 일단 완전히 입구가 열린다면 수적으로 감당이 되질 않는다.
물량전에서 고전하고 있는 지금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된 셈이다.
“크르르….”
“샤아아악!”
균열 사이로 거대한 곤충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날카로운 이빨과 녹색 갑피로 둘러싸인 외형은 보기만 해도 상대의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다.
“마, 막아라…. 저건 막아야 돼!”
심상치 않은 상황을 느낀 건 대형 길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진혁을 처리하는 게 우선이라곤 하지만 그것마저도 이제는 확신이 없어진 게 사실이다.
한상진은 연락이 두절됐고. 언노운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지 한참이나 지났으니까.
어쩌면 진짜와 가짜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마저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는 중이었다.
“우와아아악!”
“제발 적당히 좀 해라. 빌어먹을!”
“아끼지 말고 다 쏟아부어. 곧 있으면 포션 배급 들어갈 거야!”
[김수민이 Lv15 ‘아이스 브링어’를 발동시킵니다!] [장승현이 Lv18 ‘무차별 일격’이 발동됩니다!] [박태현이 Lv18 ‘두억시니’를 소환합니다!]동시다발적으로 몰아치는 스킬과 고유 능력들.
단군 길드와 발해 길드의 일부 플레이어들이 아웃브레이크를 막으려 했다.
콰콰콰콰쾅!
콰아앙!
형형색색의 폭발이 게이트의 입구에 작렬했다.
전원이 A랭크 이상으로 구성된 실력자들이 퍼부은 공격이다.
하지만.
“크오오오오!”
1m가 넘는 갑피를 가진 장수풍뎅이는 그 모든 공격에도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말벌이 비행하는 것만 같은 무시무시한 날개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퍼퍼퍼퍽!
이내 딜러 진형에 피분수가 솟구쳤다.
“쿨…럭!?”
날카로운 뿔에 꿰뚫린 박태현이 자신이 소환한 두억시니와 함께 그대로 숨을 거뒀다.
“시부럴! 이대로 다 뒈질 겁니까? 아직까지 우리끼리 자존심이나 세우다간 끝장이란 말입니다! 뇌에 똥만 가득 차서 카악… 퉤!”
이창희가 목에 핏대를 세웠다.
이미 단군 길드에 정면으로 반기까지 든 마당에 잃을 게 무엇이 있겠는가? 이제는 고향 사투리까지 걸쭉하게 섞어가며 다른 길드의 랭커들을 몰아붙였다.
“끄아아악!”
“아아악!”
“사, 살려줘!”
이 와중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몬스터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실력이 어중간한 이들은 잠시도 버티지 못할 만큼 S급 게이트의 위력을 상상을 초월했다.
결국. 발해 길드의 송천화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창희 플레이어님의 동료가… 아까 전에 협회 지하 구금실로 간 게 맞습니까?”
“눈깔이 삐꾸도 아니고. 아까 전에 간 거 못 봤수?”
“……맞다는 거군요. 알겠습니다.”
송천화가 귀에 손을 갖다댔다.
그리고 무언가 중얼거렸다.
동시에.
“키에에에에!”
조금 전 박태현을 즉사시킨 장수풍뎅이가 또 다른 먹잇감을 찾기 위해 비행했다.
본능적으로 강자를 찾아 포식한 뒤 성장하는 습성.
노린 것은 홀로 수많은 적들을 상대하고 있는 유연화였다.
“하아…. 하아….”
이미 몇 시간째 홀로 싸우고 있는 유연화는 이미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계에 달해 있었다.
그렇지만….
‘내가 쓰러지면 오빠와 나머지 사람들이 위험해.’
소수정예는 혼자서 수십, 수백 명의 몫을 했을 때 비로소 존재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포기할 수 없다.
[유연화가 태청화랑도 – ‘임전무퇴(臨戰無退)’를 발동합니다!] [공격력과 방어력이 5분간 50%만큼 상승합니다!] [임전무퇴가 종료된 이후 모든 스탯이 0으로 하락합니다!]배수의 진.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촛불처럼. 5분간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생각이다.
유연화가 정면에서 날아오는 빠른 비행체에 정면으로 맞섰다.
이미 수천, 수만 번 반복해온 발차기가 거대한 곤충에 맞춰 움직였다.
부우웅!
바람을 가른 발이 한 자루의 흉기가 되어 작렬했다.
콰아앙!
위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720도 돌려차기.
태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화려한 일격이 정확히 장수풍뎅이의 안면에 꽂혔다.
속도도 타이밍도 그리고 위력까지도 완벽하다.
그러나.
단지 그것뿐이다.
“크오오오!”
충격을 받았는지 잠시 움찔거리긴 했으나, 장수풍뎅이는 여전히 건재했다.
거대한 날개를 활짝 편 채 집게발을 높게 치켜들었다.
“아….”
유연화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날카로운 집게발이 그보다 더욱 매서운 마력을 머금은 채 횡으로 가로질렀다.
바로 그 순간.
[공간이동이 이루어졌습니다.]짧은 메시지와 함께.
투콰아앙!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굉음이 울려퍼졌다.
장수풍뎅이의 가슴이 움푹 파였다.
폭풍처럼 몰아친 충격파가 이내 대기를 꿰뚫고 반대편 건물에까지 이르렀다.
“버텨주느라 고생했다. 연화야.”
“할…아버지?”
뒤차기 자세를 푼 유천영이 유연화의 옆에 섰다.
“지금부터는 우리에게 맡기거라.”
쿠쿠쿠쿠쿠!
유천영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투기가 흘러나왔다.
“아주 사람을 햇빛도 안 드는 곳에 처박아만 두고…! 새내기 대학생한테 너무하는 것 아니야? 사장이란 놈은 사원들 수감생활 하는 동안 코빼기도 비치지도 않고!”
“껄껄껄. 그래도 우리 사장이 고과는 확실하게 따져주는 성격 아닌가? 나중에 다 챙겨줄 테니 너무 섭섭하게만 생각하지 말게나. 안 그런가?”
“그럼요. 밑바닥에 있던 절 길드 마스터까지 만들어주신 게 바로 그분 아닙니까? 보너스에 특진 그리고 휴가까지 달달하게 넣어주실 겁니다.”
이유리와 민정우, 그리고 김희웅을 비롯해 감금당해 있던 수많은 조력자들이 나타났다.
송천화의 공간이동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단숨에 보강된 전력.
이제는 더 이상 홀로 일당백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래도… 쉽지 않을 거예요. 엘리스 씨를 비롯해 다들 힘내주고 있긴 하지만 아웃브레이크 속도가 너무 빨라요.”
“그 부분도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때마침… 도와주겠다는 친구들을 만났으니까.”
감금실에 찾아온 건 이창희와 송천화 쪽만이 아니었다.
저벅. 저벅.
공간이동의 빛이 완전히 걷히며 다수의 인물들이 추가로 보였다.
일본 ‘사무라이 길드’.
27명 전원이 전 세계 300위 안에 드는 랭커들이었으며 추가적으로 약 1,000명에 이르는 길드원들도 서울에 도착하기 직전이었다.
도쿄 역시 아포칼립스를 방불케하는 상황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결코 보내서는 안 되는 전력을 보낸 셈이었다.
“정말로 이게 맞는 겁니까?”
사무라이 길드의 NO.3인 무라타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믿으세요.”
타케시가 한 점 흔들림 없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진혁의 위업과 그 정체를 마주한 적 있다.
“이 전쟁은 강진혁 주신… 아니, 플레이어님의 승리로 끝날 겁니다.”
그 분은 빛이자 소금이며 인간을 초월한 탑의 유일 신이다.
고작 이 정도 고난 따위야 즐거운 유희 거리로밖에 여기지 않는 게 바로 그분이란 말이다.
그렇게.
서울에서의 전투에 작은 변수가 추가되었다.
* * *
“끄으으….”
“케헥… 컥! 커억….”
타들어가는 듯한 갈증과 푹푹 빠지는 유사(流沙).
“컹! 컹!”
“크르르….”
거기에 죽음의 사도라 할 수 있는 수천의 쟈칼들까지.
탑의 거대 세력 중 하나인 ‘이집트‘의 전사들은 그야말로 물밀듯이 인드라의 병력을 쓸어버렸다.
아무리 강력한 뇌신의 정예들이라 해도 완벽하게 함정에 빠진 이상 살아날 구멍이 없었다.
이대로 가다간 전멸이다.
적어도 인드라를 제외한 나머지에게 가능성은 존재하지 않았다.
“저, 저럴 수가….”
“공간이동의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거늘. 대체 언제 저들을 불러온 거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
이게 어떻게 된 건지 아직까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재밌군. 비슈누를 제외하고 이 정도로 결계에 일가견이 있는 자가 있을 줄이야.”
브라흐마가 한 방 먹었다는 듯 실소를 머금었다.
얼얼할 정도로 뼈아프게 맞았지만, 분노보다는 감탄의 감정이 조금 더 앞섰다.
수많은 전투를 치르면서 이번처럼 완벽하게 허를 찔린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단은 손실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겠지.
병사들이야 얼마든지 죽어도 큰 타격은 없으나, 루드라에 이어 인드라까지 잃는다는 건 계획에 없는 일이었다.
고작 전쟁이 시작된 첫날에 말이다.
“가네샤.”
“예!”
“10만을 줄 테니 병력을 이끌고 인드라를 구해 사원으로 오거라. 전부 다 잃어도 되니 인드라만은 반드시 구해야 한다.”
“설마, 후퇴하는 겁니까? 겨우 한 번 수를 주고 받았을 뿐입니다. 아직….”
“모기에 물린 피해 정도라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굳이 기세가 잔뜩 오른 벌집에 달려들어 줄 필요 또한 없지.”
이미 외부와의 백도어를 만들어뒀다.
시간이 지난다면 언노운과 운영자들이 S급 보스들을 이 심상세계로 들여보내 줄 터.
그렇게 한다면 전력 차는 영원히 좁혀지지 않고 계속해서 벌어질 거다.
게다가 곧 있으면 틈을 통해 ‘아수라’와 그를 따르는 요수들까지 합류할 예정이었다.
천세의 모든 신격들과 엇비슷한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최강의 전투 집단.
‘아무리 괴물 같은 놈이라고 해도 물량 공세에는 답이 없을 거다.’
브라흐마가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결정을 내린 이상 이제부터는 지구전에 들어가 집요하게 상대를 물어뜯을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런 브라흐마의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진혁이 지그시 입술을 깨물었다.
‘여전히 더럽게 침착하긴 하네.’
적당히 도발하면 혹시나 더 달려들까 했는데, 너무도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이 브라흐마답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보통이라면 열이 뻗쳐서 죽자 살자 몰아붙일 텐데 말이다.
적의 전력을 더 깎아내지 못한 건 아쉬웠으나 브라흐마의 이동방향을 통해 다음으로 움직일 계획이 세워졌다.
‘사원 쪽으로 간다는 건 아수라를 맞을 준비를 한다는 거군.’
협력 관계이긴 하나, 통제가 불가능한 분노의 화신. 그런 아수라에게 얕보이지 않으려면 브라흐마나 시바 비슈누 같은 최고 3신이 억제기 역할을 해줘야 한다.
하지만, 주력을 그쪽에 배치한다는 건….
다른 한 쪽에 구멍이 생긴다는 뜻.
‘최초의 연꽃’.
천세를 상징하는 성유물이며 동시에 수많은 신격들이 마력의 원천으로 사용하고 있는 특수 아이템이다.
이것만 확보할 수 있다면….
이 전쟁의 흐름을 완전히 이쪽으로 끌고 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