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22)
622화. 고인물이 거대 세력을 무너뜨리는 법 (2)
그렇게 약 30분이 지났을 무렵.
“포로를 데리고 왔습니다.”
밖에서 대기하던 병사가 보고를 올렸다.
“들어오라 해라.”
가네샤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곧이어 한 무리의 요수병들이 포로들을 이끌고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검은 복면을 쓴 채 전신이 쇠사슬에 구속되어 있는 모습.
심상치 않은 마력이 느껴지는 걸 보니 틀림없이 연합군에 소속된 주요 신격들이 틀림없었다.
“좋아. 진짜로 해냈군.”
가네샤의 입 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정말로 먹음직스러운 걸 봤다는 듯 거대한 코가 연신 꿈틀거렸다.
저 중에 한 명은 자신의 먹잇감으로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약속한 대로 우리가 데리고 온 포로들에 대한 공은 제대로 보장해줘야 한다. 인간 제물 10만과 올림포스에서 입수한 넥타르 300단지를 말이다.”
“그런 건 걱정하지 마라. 확인이 끝나는 즉시 수레로 갖다줄 터이니. 그럼….”
어디 누구를 잡아왔나 한 번 볼까?
가능하면 이름이 알려진 네임드 주신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흡수할 수 있는 마력의 양도 훨씬 더 많을 테니까.
그런데.
가네샤가 복면을 벗기기 위해 다가갔을 때.
“……응?”
이변이 일어났다.
구속되어있을 거라 생각했던 이들의 쇠사슬들이 동시에 풀려버린 것이다.
“지금이다!”
촤롸롸롸롸….
쇠사들이 흉기가 되어 가네샤를 덮쳤다.
근처에 있던 요수병들 역시 삽시간에 돌변해 주위에 있던 친위병들에게 달려들었다.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
완전히 방심하고 있던 터라 피해는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빠르고 간결하게.
곡선과 직선을 오가는 검의 궤적이 천세의 병사들 사이를 휘저었다.
“크아아악!”
“아아악!”
피보라와 함께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잘린 팔다리가 양탄자를 붉게 물들였다.
노리는 건 단 하나.
천세의 주신들이다.
“이, 이 버러지들이… 감히!”
가네샤가 헬버드를 들어올렸다.
허나, 그보다 복면을 쓴 죄수들이 파고드는 게 더 빨랐다.
카카카카캉!
긴 사거리를 가진 헬버드를 상대로 거리를 좁히면서 간격을 내어주지 않았고. 더더욱 날카롭고 집요하게 만다라를 벗겨냈다.
이대로라면 당한다.
오싹한 미래가 스쳐지나간 순간.
[브라흐마가 특수스킬 ‘창초의 창’을 발동합니다!]지면으로부터 푸른 창들이 솟구쳤다.
퍼퍼퍼퍽!
가장 가까이서 가네샤에게 접근하던 복면인의 몸이 그대로 꼬치구이가 되어버렸다.
수십 개의 창이 계속해서 다른 침입자들을 노렸다.
쿠쿠쿠쿠쿠…!
마력을 재배열한 뒤 물질을 재구성하는 영역.
각각의 창들은 성유물에 육박하는 위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쳐라!”
“모조리 죽여야 한다!”
거기에 브라흐마가 기존에 대기시켜둔 친위대들까지 가세하자 기습의 묘미가 아예 사라졌다. 소수정예의 이점이 오히려 독 안에 든 쥐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 * *
“크아아악!”
“아아악!”
채 1분도 안 되는 사이에 침입을 한 모든 이들이 싸늘한 시체로 변해버렸다.
“제아무리 강진혁이라 해도 기습에는 어쩔 수 없나 보군. 하긴, 당황할 만하긴 하겠지.”
브라흐마가 손수 만든 창 하나를 움켜잡았다.
그리고 느긋하게 시체들 사이를 거닐며 숨이 붙어 있는 것들을 완전히 끝장내었다.
“브, 브라흐마 님. 이들이 적이라는 걸 알고 계셨던 겁니까?”
아직까지 혼비백산한 가네샤가 목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1초라도 늦었더라면, 죽은 건 이들이 아니라 자신이었을 것이다.
“이해해주게. 만약 미리 말했더라면 적들이 눈치챘을 게야.”
“물론… 그건 그렇습니다만.”
이해는 하지만, 미끼로 사용된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그래도.
갈기갈기 찢긴 가증스러운 인간 놈들을 보면 체증이 조금은 가실 것만 같았다.
가네샤가 가장 성가시게 굴었던 놈의 복면을 천천히 벗겼다.
이게 분명 강진혁일 것이다.
자, 억울함에 일그러진 표정이 과연 어떨….
“응?”
가네샤의 목소리가 그대로 굳었다.
“설마….”
허둥지둥 다른 복면을 벗겨본다.
한 명, 두 명. 세 명….
복면을 벗기는 숫자가 늘어날수록 손가락 역시 더욱더 격렬하게 떨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복면 속에선 단 한 명도 고인물 코퍼레이션에 소속된 인물이 없었으니까. 전원이 요수들로 구성된 암살대의 모습은 가네샤를 패닉에 빠지게 만들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당황한 건 브라흐마 역시 마찬가지였다.
‘요수들을 모종의 방법으로 세뇌시킨 건가. 아니면 둘 사이에 무언가 거래가 있었나? 헌데 어째서 자신들은 이번 작전에 빠진 거지?’
가능성은 여러 가지였으나 정답을 도출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었다.
확실한 건.
‘나보다 한 걸음을 더 멀리 봤군.’
그것만으로도 놀라울진대….
문제는 이런 짓을 벌이면서까지 상대가 무얼 원하고 있는지 예측이 안 된다는 것이다.
상식 밖의 일이 연이어 일어나고 있는데 여전히 안개 속에서 헤매는 꼴이 될 줄이야.
지금껏 수많은 전쟁을 치러왔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대체… 뭘 노리고 있는 것이냐.”
브라흐마가 불안한 눈으로 협곡을 바라봤다.
⁕ ⁕ ⁕
같은 시각.
다수의 요수병들을 세뇌시키는 데 성공한 진혁이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쯤이면 브라흐마가 뒤통수 한 대 씨게 맞고 어리둥절하고 있겠지.’
굳이 그럴 듯한 판을 만들어놓고 요수들만 보낸 게 이해가 안 될 거다.
하지만.
그 모든 건 지금 이 순간을 위한 빌드업이었다.
진혁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곳엔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거점이 자리잡고 있었다.
‘탄탄하네. 허점이 거의 안 보여.’
수백 개의 결계가 얽히고설킨 요새. 교묘한 병력의 배치와 조합. 그리고 터무니없는 마력을 가진 주신들까지.
수십만의 병력과 주신들을 동원한다고 하더라도 이곳을 함락시킬 수 있을까? SSS급 대군용 성유물들을 대거 준다고 해도?
글쎄, 쉽지 않겠지.
단신으로 천세의 모든 신격들과 동등한 균형을 유지했던 아수라는 그리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었다.
진혁이 인피면구를 벗어던지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양손에 단검을 든 채 정문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적이다!”
진혁의 모습을 확인한 요수병들이 다급히 경보를 울렸다.
자로 잰 듯 일사불란하게 방어진형을 갖추며 언제 어디서 공격을 받더라도 대응할 수 있는 채비를 갖췄다.
그런데.
너무나 태연하게 다가오는 진혁의 주위엔 그 누구도 함께 있지 않았다.
단신으로. 천세 최강의 군대 중 하나에게 쳐들어온 것이다.
“어이가 없군.”
“죽고 싶어 환장이라도 한 건가?”
기가 막힌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연합 전체가 몰려와도 승부를 장담하기 힘들 텐데, 고작 한 명이서 다가오는 게 가소롭다 못해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때. 누군가 침입자의 정체를 알아봤다.
“아니, 저 녀석 강진혁이다. 혼자서 왔다고 해서 방심하면 안 돼.”
“강진혁?”
“고인물 코퍼레이션을 이끄는 그놈?”
“호오. 천세의 콧대 높은 놈들이 긴장깨나 한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비웃음이 사라졌다.
이번 전쟁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이자 수많은 신화들을 박살 내 버린 주역이라면 결코 약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강의 등반자. 그래 몇 번인가 들어봤다. 헌데, 과연 소문만큼 강할지 궁금하군.”
강자와의 싸움을 즐기는 요수들 입장에선 진혁의 존재가 호승심을 자극할 뿐이었다.
쿠웅! 쿵!
다른 요수들보다 덩치가 족히 2배는 더 큰 근육질의 거한.
라뭉크.
군단장급에 해당하는 요수들의 지휘관으로 과거 올림포스와의 전쟁 당시 타이탄들을 맨 손으로 찢어 죽인 것으로도 유명한 괴물이었다.
“싸우려고 온 건 아니고. 아수라랑 가볍게 대화만 좀 나눈 다음에 조용히 돌아갈게.”
“크하하하! 아수라 님과 대화를 나누겠다고? 언제부터 전쟁 중에 대화라는 걸 하게 된 거지? 아니면 패배할 것 같으니 혓바닥을 놀려 비루한 목숨이라도 건지려고 하는 것인가?”
“시비를 거는 거라면… 후회할 텐데?”
“그럴 리가.”
라뭉크가 양 손에 든 거대한 대검을 치켜들었다.
녹색 요기가 검신 전체를 완전히 집어삼켰다.
대화 따위는 필요 없다는 듯, 엑스자로 교차된 검이 진혁의 몸을 토막내기 위해 움직였다.
부우웅!
무시무시한 속도와 위력이다.
타이탄들을 학살했다는 위명에 어울릴 만큼.
단.
[고유능력 ‘검의 무덤’이 발동됩니다!] [고유능력 ‘괴력난신’이 발동됩니다!] [고유능력 ‘요수화’가 발동됩니다!]어지간한 괴물은 아직까지 제대로 된 괴물을 만나지 못한 모양이다.
콰아아앙!
교차하던 대검이 우뚝 멈췄다.
진혁이 정확한 궤도를 읽고 그 틈을 끼어든 것이다.
“흡?”
너무나 손쉽게 첫 번째 공격이 막히자, 라뭉크가 재빨리 검을 회수했다.
방금 한 번의 공방으로 깨달았다.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이할 것이라는 걸.
[라뭉크가 고유능력 ‘괴이환신’을 발동합니다!]야차가 사용하던 괴력난신의 상위 능력.
은은하게 빛나는 12개의 팔이 라뭉크의 등 뒤로 생겨났다.
“죽여 버리겠다!”
각각의 팔에 쥐어져 있는 5m가 넘는 태도(太刀)가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움직였다.
수십, 수백 개로 갈라지는 참격이 공간을 가득 메웠다.
동시에.
‘천마신공’
두 자루의 단검이 사라졌다.
제8 초식.
자아낸 것은 부드러운 곡선.
곡선은 이내 달의 형을 이루었고.
달은 무수한 참격을 그대로 지워버렸다.
‘애월(哀月)’
압도적인 마력에 흠잡을 곳 없는 초식이 합쳐졌고. 거기에 무수히 많은 경험이 더해지자 완전무결한 검이 만들어졌다.
라뭉크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사라지는 자신의 검격을 멍하니 바라봤다.
눈으로 보면서도 현실감이 없는 일이다.
그러나 놀라움도 잠시 초승달과 그믐달이 그대로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
서걱!
“크아아악!”
고통보다는 공포가 앞섰다.
여태껏 상대해왔던 주신들과는 다르다.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고 한들 이길 수 있는 가능성 따윈 보이지 않았다.
덜덜덜.
사시나무처럼 떨리는 몸.
“자 이제 누가 겁쟁이지?”
홍련의 검신에서 녹색 요기가 길게 뿜어져나왔다.
그런데 마지막 일격을 가하려던 바로 그때.
콰아앙!
묵직한 충격이 측면에서 가해졌다.
진혁의 몸이 그대로 튕겨나갔다.
몇 미터나 날아가며 충격을 흡수했건만, 실드를 뚫고 전해지는 통증은 예사롭지 않았다.
‘완력은 헤라클레스와 아니, 그보다 한 단계는 더 위로 봐야하나.’
욱씬 하고.
검을 잡은 손끝이 끝에서부터 저려 왔다.
이 정도 위압감을 줄 수 있는 건 단 하나밖에 없다.
“감히 내 영역에 겁도 없이 들어온 걸로도 모자라 행패를 부리다니. 그만한 각오는 하고 온 거겠지?”
아수라.
천세 최강의 공격력을 지닌 주신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놈의 요수들은 앞뒤 다 자르고 일단 칼부터 휘두르는 게 종특인가. 윗물부터 브레이크가 없으니 아랫물까지 브레이크가 없는 게 이해가 되는 시점이다.
“기껏 천세 놈들한테 뒤통수 맞고 있는 걸 알려주려고 왔는데, 손님 대접이 너무 박한 거 아냐?”
“……뭐?”
진혁의 말에, 지독한 살기를 내뿜던 아수라가 멈칫했다.
“그게 무슨 말이지?”
“말했잖아. 천세 측에서 너희들을 전부 죽이려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개소리도 가지가지 하는구나. 난데없이 나타나서 천세의 배신을 논하다니. 그런 어설픈 수작이 먹힐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어설픈 수작이라….
뭐, 갑자기 나타나서 증거도 없이 허황된 말을 늘어놓으면 믿기 힘들 수밖에 없긴 하지.
하지만.
아무렴 아무 것도 없이 블러핑을 칠까?
진혁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허공에 거대한 화면이 나타났다.
[영상이 재생됩니다.]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쇼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