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27)
627화. 웅크란 대사원 (1)
“당장….”
브라흐마의 목소리가 격렬하게 떨렸다.
설마….
설마하며 부정했던 일이 현실로 이루어질 줄이야.
놈이 도대체 어떻게 그런 정보들을 알고 있는 건지. 공중요새 비마나는 어떻게 조종할 수 있었는지.
수천 개의 의문점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허나. 지금 당장은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지금 당장 전투를 멈춰라!”
‘최초의 연꽃’은 천세의 상징임과 동시에 45층을 유지하는 힘의 원천. 만에 하나 그걸 잃는다면 천세는 더 이상 위층으로 갈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다.
그것만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다른 모든 걸 희생하는 한이 있더라도.
하지만.
[베리엘이 ‘흑창 키샨’을 투척합니다!] [가브리엘이 ‘성역의 선포’를 발동합니다!]콰아아앙!
우우우웅!
서로 다른 빛이 어우러졌다.
후퇴를 감행하려던 천세의 군대에 마기와 신성력이 동시에 작렬했다.
“크아아악!”
“아아악!”
팔다리가 잘려나가고 온 몸이 그대로 타들어간다.
무시무시한 마력의 폭풍이 연이어 작렬하며 엄청난 수의 희생자가 나왔다.
지금까지는 일부러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는 듯한 기세.
“절대로 적을 돌려보내선 안 된다!”
“쳐라!”
오딘과 크로노스가 남아 있는 병력을 독려해 공세로 전환했다.
[각 신화의 절대자가 특수 스킬 ‘종족의 함성’을 발동합니다!] [신화에 소속된 구성원들의 사기가 250%만큼 상승합니다!] [체력이 낮아질수록 공격력과 투지가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여기저기서 각종 버프와 광역 스킬들이 발동되었다.
전 영역에 거쳐 하늘이 쩌렁쩌렁 요동칠듯한 함성이 솟구쳤다.
“큭!”
난데없는 반격에 브라흐마가 혀를 찼다.
분명 아직까지 비교도 할 수 없는 전력 차다.
그런데.
최초의 연꽃이 있는 곳으로 움직이기 위해 등을 보인 순간 모든 게 달라졌다.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어 뜯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천세의 입장에서는 막대한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퇴각 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 ⁕ ⁕
같은 시각.
비마나에 탄 진혁이 최초의 연꽃이 있는 웅크란 대사원에 도착했다.
이곳은 45층 전체에서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해 있으며 동시에 가장 대자연의 기가 풍부한 장소다.
‘경비가 상대적으로 헐거운 곳이기도 하지.’
외부의 불순한 기운이 섞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
덕분에 이곳에 진입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다.
물론.
천세 역시 가장 중요한 성유물을 아무 방비도 없이 방치해뒀을 리는 없다.
진혁이 천천히 숲의 입구를 살폈다.
얼핏보면 평범해 보였지만, 아무 생각 없이 이 안으로 들어갔다간 영원히 밖으로 빠져나올 수 없다.
“미궁인가.”
천유성 역시 입구에서 풍기는 미묘한 위화감을 감지했다.
닳고 닳은 유연화와 이태민 역시 마찬가지였고.
“공략이 쉽지 않겠네.”
“S급 탐지 드론도 7대나 보내봤는데, 전부 수신이 끊겼어요.”
1분 안에 몇 킬로미터를 탐색할 수 있는 광역 탐지 드론으로도 파악이 안 된다. 하루 이틀 만에 해결될 거리가 아니라는 소리다.
“어떻게 할 거냐 계약자.”
엘리스가 힐끗 진혁을 바라봤다.
이제는 무슨 상황이 생겼을 때 진혁의 결정을 믿고 따르는 게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다. 심지어 천유성 역시 툴툴거리긴 했어도 묵묵히 따라줬으니까.
“안타까운 일이지만, 나도 몇 시간 안에 이 안을 완벽하게 공략하는 건 불가능해. 내가 아니라 브라흐마나 시바 비슈누가 이 자리에 있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거야.”
완벽한 해법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는 법.
저벅.
멤버들의 뒤로 새로운 인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흐음. 저희가 딱 맞춰왔나 보군요.”
“주군. 임무를 모두 완성했습니다.”
“애초에 성공 확률이 72.5%였어. 응.”
페시스와 월영 그리고 프레이였다.
이들에겐 웅크란 대사원의 주위에 있는 7개의 탑을 무너뜨리는 일을 맡겼었다.
이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선 대사원에 펼쳐진 결계를 약화시켜야만 했는데,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게 7개로 구성된 ‘번뇌의 탑’이었던 것이다.
각 탑에는 나름 네임드 급 신수와 수호신들이 지키고 있었지만, 세 명이 각자의 일을 완벽하게 완수해줬다.
“페시스 씨는 선두에서 길 안내를 부탁드립니다.”
최단기간 공략을 위해선 반드시 페시스의 도움이 필요하다.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페시스가 싱긋 웃었다.
진혁의 시선이 옆으로 향했다.
“연화랑 태민이는 여기에 남아서 비마나를 지켜줘. 아마 지금쯤이면 저쪽에서도 눈치를 채고 주력을 보내 연꽃을 지키려 할 거야.”
대군전에서 가장 큰 화력을 뽐낼 수 있는 게 이태민의 기계군단이다.
혼자서도 수천의 병력과 싸울 수 있는 만큼 방어에는 최적화 되어 있을 터.
윙맨으로는 오랫동안 합을 맞춘 유연화가 매칭되었다.
“그리고 유성이 넌 입구 쪽을 부탁할게. 최대한 적의 추적이 늦도록 저지해줘.”
“혼자서 말이냐?”
천유성의 눈썹이 역팔자로 휘었다.
적의 최우선 순위는 비마나의 재탈환 보다 최초의 연꽃을 지키는 것.
가장 위험한 임무를 홀로 맡게 되었으니 당연히 꺼려질 수밖에.
“제일 믿음직하고 강한 사람한테만 맡길 수 있는 일이야. 여기서 너 말고 가능한 사람이 누가 있겠어? 나? 에이. 난 어림도 없지.”
“크흠… 뭐, 틀린 말은 아니군.”
“그치? 게다가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부선장인 네가 이럴 때 나서줘야 나머지 멤버들도 든든하지 않겠어?”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다만.”
“해주겠다는 거야?”
“그 전에….”
천유성의 손이 검의 손잡이에 닿았다.
스산한 살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이번에도 날 이용만 하다가 버리려는 건 아니겠지?”
수십, 수백 차례동안 당하면서 이제는 의심병이 전신을 지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무리 의심한들 진혁은 표정하나 바꾸지 않은 채 초롱초롱한 시선으로 천유성을 지긋이 바라봤다.
“넌 내가 가장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 중 하나야. 그럴 일은 절대로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한 점 흔들림 없는 목소리와. 신념이 깃든 손이 천유성의 어깨에 올려졌다.
“알겠다. 마지막으로 믿어보지. 가장 강한 사람이 최후방을 맡는 게 맞기도 하니까.”
천유성이 일을 수락했다.
그렇게 각자의 역할이 정해지고.
진혁은 입구에 있는 거대한 조각상 앞으로 향했다.
해태와 비슷한 모습의 조각상으로부터 검붉은 마력이 뿜어졌다.
쿠쿠쿠쿠쿠!
드론들에게 반응하지 않았던 조각상이 침입자들의 접근에 반응을 보였다.
“신성한 지역에 함부로 들어가려는 자.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쩌렁쩌렁한 음성이 울려퍼졌다.
“게이트 가디언인가.”
“시작부터 쉽지 않겠네요.”
“그럭저럭 강해. 응.”
피부까지 저리는 마력이다.
음성만으로 이 정도라는 건 제법 강력한 신수라는 뜻이겠지.
하지만.
이 녀석은 무턱대고 침입자들을 공격하지 않는다.
[‘신성한 수호자’가 삼문답을 던집니다. 모든 질문에 정답을 맞출 경우 무사히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며 하나라도 오답을 말할 경우 수호자의 진노를 맞이하게 됩니다!]이집트의 스핑크스처럼 상대에게 게임을 제안하는 문지기 역할을 할 뿐이다.
‘뭐, 이 게임에 휘말리는 것 자체가 놈들이 노리는 거긴 하지만.’
수호자가 내는 문제들은 하나같이 정답을 맞출 수 없는, 자기만 아는 내부정보들로 이루어져있기에 사실상 맞추기가 불가능한 것들.
심지어 오답을 말할 경우 전체 능력치에 디버프가 걸린다.
특히 암속성 능력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경우 기존 디버프에 2배에 해당하는 추가 패널티를 받게 되어 있는데.
삼문답에 말린 다음 싸우느니 차라리 질문을 하기 전인 지금 싸우는 게 유리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금부터 3가지 질문을 할 테니. 정답을 맞춰라.”
수호자가 시퍼런 안광을 번뜩이며 침입자들을 하나하나 바라봤다.
그 누구라도 자연스레 말려들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들면서.
“웅크란 대사원은 천세의 주신들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성지다. 하지만, 몇몇 허락받은 고승들이 ‘이것’을 할 경우 입장이 허가되는데, 그게 무엇인지 말하여라.”
“…….”
진혁은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3초. 2초. 1초….
일정 시간이 지나자 수호자가 킬킬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우두둑!
돌덩이들이 부서지며 거대한 체구의 해태가 이빨을 드러냈다.
디버프를 건 뒤, 산채로 우적우적 씹어먹을 생각에서다.
바로 그때.
투욱.
해태의 발밑에 굵직한 마정석 하나가 떨어졌다.
평범한 마정석과는 조금 다른, 마정석 안에 묘한 회오리가 일고 있는 게 특징이었다.
“이, 이건…?”
해태의 목소리가 격렬하게 떨렸다.
참을 수 없이 감미로운 향기가 세포 구석구석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훗.’
진혁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참을 수 있을 리가 없겠지.
고대종 고구마마저도 꼬리를 모터처럼 돌리게 만든 특제 영양식을 고작 신수 따위가 어떻게 거절할 수 있단 말인가?
더군다나 고행 때문에 평소 이슬만 먹고 살아온 수호자로서는 지금의 향기가 더욱더 치명적일 수밖에.
[‘멘트라 테이밍’이 발동되어 있는 상태입니다.]추가로 신수와 환수들을 길들이는데 특화된 고유능력까지 사용한 이상, 결과는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3가지 질문에 대한 정답을 한번에 말할게.”
진혁이 또 하나의 마정석을 꺼내 수호자 앞에 흔들었다.
“정답은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마정석 사탕이야.”
“마…정석 사…탕.”
수호자가 좀비처럼 진혁이 했던 말을 따라했다.
“어때. 정답이야. 아니야?”
“…….”
아주 잠깐, 내적 고민이 스쳐지나가는 듯 하더니 이내 결심을 굳혔다.
“정답이다.”
[삼문답을 통과했습니다.] [‘고승의 열쇠’ 1개를 획득하셨습니다.]진혁이 수호자의 입에서 나온 열쇠를 받았다.
그리고 입구에 있는 미세한 균열 속으로 열쇠를 밀어넣었다.
철컹!
[웅크란 대사원으로 가는 또 다른 입구가 개방됩니다!] [고승들이 다니는 특수통로를 발견하셨습니다.] [미궁의 난이도가 50%만큼 하락합니다!]“진혁 님은… 언제나 제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으시는군요.”
페시스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처음 이 미궁을 보고 어떤 식으로 공략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진혁과 함께라면 제 아무리 극악의 미궁이라 하더라도 통과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 * *
약 1시간 뒤.
[게이트가 개방됩니다!]쿠웅!
웅크란 대사원의 입구 근처에 다수의 게이트가 열렸다.
거머리처럼 달라붙는 연합의 추격을 뿌리치고 최초의 연꽃을 지키기 위한 선발대가 도착한 것이다.
선두에 선 건 파괴의 신 ‘시바’.
천세의 3주신 중 하나이며 무력 하나만큼은 모든 주신 중에서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주신이었다.
“인간들은 어디에….”
게이트에서 넘어온 즉시 마력을 탐지하던 시바의 감각에 무언가 걸렸다.
천유성이었다.
“많이도 몰려왔군.”
나무에 기대 쉬고 있던 천유성이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1시간 동안 푹 잔 듯 기지개까지 켜면서.
“고작 한 명이서 입구를 지키고 있던 건가.”
시바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 정도로 자신들을 우습게 본다는 사실에 미치도록 분노가 치밀었다.
동시에 저 한 명을 산채로 갈아마신 뒤 단숨에 진혁의 머리까지 뜯어버릴 거라 다짐했다.
그때.
“사실, 싸우기 전에 한 가지 고백하자면 내가 원래 사기를 많이 당해왔었다. 그 빌어먹을 놈에게 아주 골수까지 빨아먹혔었지.”
천유성이 뜬금없는 말을 내뱉었다.
“빌어먹을 놈이라면… 강진혁? 설마, 같은 편에게 당하면서 지내왔다는 거냐?”
“알고 지내는 놈들이 더 무서운 법이거든.”
“하…. 그래서. 멍청한 네놈의 하소연이나 들어달라는 거라면….”
“아니,”
천유성이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번에는 사기가 아니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뿐이다.”
천유성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갑자기 엄청난 수의 마력이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이번에는 천유성과 다르게 낯선 마력이 아니었다.
“너희는….”
시바의 입이 쩍하고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