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31)
631화. 7일간의 언약 (2)
우우웅!
두 개의 왕관으로부터 엄청난 마력이 주입되었다.
저릿저릿!
혈관을 따라 퍼져나가는 터질 듯한 요동.
‘확실히 끝내주긴 하네.’
지난 번, 일시적으로 융합했던 왕관에는 약간의 상처가 남아 있었지만, 여전히 시련의 탑 최강의 성유물로서 그 격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움찔하고.
쉐이드 리퍼와 계시록의 네 기사가 눈살을 찌푸렸다.
탑의 아포칼립스를 실행하는 이들로서 왕관의 위압감이 얼마나 대단한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오.”
언노운의 입에서 흥미롭다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왕관을 모두 쓴 진혁을 직접 마주한 적은 이번이 처음.
정보로 전해 들은 것과 눈앞에서 마주하는 것과는 하늘과 땅만큼의 격차가 존재했다.
그러나 단지 그것뿐.
[언노운이 특수 스킬 ‘언약의 궤’를 발동합니다!]한 번 언약이 발동된 이상 이쪽이 지는 확률 따윈 없다.
스산한 기운이 아포칼립스 기수들과 슈브니구라스의 사도들을 휘감았다.
[‘공포 내성’이 발동됩니다!] [아포칼립스 ‘언약’이 진행되는 7일간 모든 능력치가 30%만큼 상승합니다!] [패시브 능력 ‘침식’이 추가됩니다! 침식 상태의 존재에게 공격을 당할 경우 피해량이 2배가 됩니다.]연이어 나타나는 상태창들.
가뜩이나 까다로운 아포칼립스를 더욱더 까다롭게 만들었다.
진혁이 엘리스와 테레사를 바라봤다.
두 명 다 마음의 준비를 끝냈는지 최대한 마력을 다리에 집중한 채 일점 돌파할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페시스는 가장 확률이 높은 루트에 대한 탐색을 끝마쳤다.
팽팽하게 조여진 공기에 빈틈이 생긴다.
‘고속검’과 ‘검의 무덤’으로 강화된 칼날.
……지금!
진혁이 두 개의 단검을 좌우로 교차했다.
콰콰콰콰콰콰!
극한까지 압축된 검격이 전방을 덮쳤다.
진혁과 나머지 멤버들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카카캉!
네 명의 기사가 진혁의 검을 받아냈다.
지면이 움푹 파일 정도로 묵직한 일검이었지만, 갑주를 쪼개기엔 역부족이었다.
허나, 그걸로 충분하다.
탓!
콰앙!
“이쪽입니다!”
페시스의 안내를 따라 나머지 멤버들이 탈출을 감행했으니까.
“크오오오!”
“그오오!”
곧바로 검은 양과 염소들이 반응했다.
심연에서 올라온 슈브니구라스의 사도들이 검은 창들을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퍼퍼퍼퍽!
콰아앙!
“킥킥!”
“키에에!”
창의 표면에 벌어져 있는 수십 개의 입들이 키득거렸다.
닿는 즉시 살점을 물어 뜯는 태고의 성유물들이다.
“닿았다간 위험해.”
엘리스가 본능적으로 창들에 거부감을 보였다.
송곳니를 뾰족 세운 채 거리를 최대한 벌렸다.
엘리스가 이런 반응이니, 당연히 다른 멤버들이 느끼는 위압감은 더욱더 컸다.
그러자 이번엔 비슈누가 나섰다.
“놈들은 나에게 맡겨라.”
[비슈누가 고유성창 ‘거절의 장(帳)’을 발동합니다!]황금빛 장막이 펼쳐졌다.
‘거절의 장(帳)‘은 일시적으로 한 가지 성질을 특정하여 그 성향의 모든 공격을 무효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다.
대군 방어의 끝이라 불릴 수 있는 능력 중 하나로 수많은 창들의 공격을 그대로 받아냈다.
[테레사가 고유능력 ‘별의 가호’를 발동합니다!]거기에 테레사의 고유능력이 발동되자 신성한 기운이 거절의 장을 강화시켰다.
척척 맞는 손발.
무엇보다 페시스가 빼곡히 모여있는 적들 사이에서 최적의 루트를 찾아내는 게 가장 큰 역할을 했다.
이거라면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품을 수 있었다.
“저 조합은 살짝 성가시긴 하군요.”
언노운이 턱을 쓰다듬었다.
하지만, 말과 달리 표정은 개미들이 개미굴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게 재밌어 보이는 듯싶었다.
바로 그때.
네 명의 기사들을 돌파한 진혁이 언노운의 코앞에 나타났다.
‘신속의 왕관’의 버프를 받은 진혁의 신법은 단거리 공간이동을 연이어 펼치는 경지에 도달해 있었다.
빠르고 가볍게.
툭.
두 개의 단검이 심장과 목젖을 동시에 노렸다.
카카카캉!
언노운이 똑 닮은 단검을 꺼내 궤도를 비틀었다.
“놀랐잖습니까. 한창 구경하고 있는데. 진혁 씨는 관전 매너라는 것도 없나요?”
“가면이나 쓰고 있는 음습한 놈이 매너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큼직한 독버섯을 콧구멍에 넣어버리기 전에 나한테 집중하는 게 좋을 거야.”
“저런,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시선을 보내서 질투라도 나셨답니까?”
“그럼. 우리 사랑스러운 언노운 양의 맨얼굴을 볼 수 있는 건 나뿐이니까.”
그러고 보니.
저 가면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꽤나 궁금하다.
다른 외형을 갖고 있을까?
아니면, 나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까?
진실을 알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멀지 않았다.
진혁의 검이 기묘한 각도로 움직였다.
검마가 남긴 초식들과 수많은 전투 경험을 바탕으로 습득한 초식이 새로운 검로를 만들었다.
카카카카캉!
화려하기 짝이 없는 검격이 폭풍처럼 몰아쳤다.
검과 검이 부딪치면서 생긴 불꽃으로 인해 허공이 온통 붉게 물들었다.
‘이쪽이 화려하게 날뛸수록 나머지가 탈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져.’
무리를 해서라도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진혁이 모아두었던 마력을 한꺼번에 방출했다
.[‘무한의 대서고’가 개방됩니다!]
수많은 책들이 나타나며 기존에 복사해뒀던 능력들이 순차적으로 발동됐다.
[고유능력 ‘어스 퀘이크’가 발동됩니다!]쿠쿠쿠쿠쿵!
거대한 요동과 함께 지면이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지기 시작했다.
“크오오오!”
“그오오”
검은 양과 염소들이 균형을 잃고 비틀댔다.
조금 전에 놈들이 올라오면서 생긴 균열로 인해 어스퀘이크의 효과는 몇 배나 더 강력할 수밖에 없었다.
콸콸콸!
용암이 역류하며 공기가 급속도로 달아올랐다.
“하하하. 아주 힘이 넘치는 인간이네?”
“방심하지 마라. 토르나 로키보다 더 성가신 놈이니까.”
“흐음. 그런가요? 분명 뭔가 있어 보이긴 했습니다만,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뭐가 됐든 언약에 방해가 되면 치워버려야 한다.”
네 기사가 갈라진 지면 위에서 진혁을 포위했다.
[묵시록의 네 기사가 ‘요한계시록의 서막’을 발동합니다!]“히이잉!”
“히잉!”
서로 다른 색을 지닌 네 필의 말이 소환되었다.
기사들이 말 위에 올라 천천히 고삐를 당겼다.
역병, 전쟁, 기근, 죽음.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것들로 구성된 아포칼립스가 진혁을 노렸다.
두두두두…콰아앙!
지근거리에서 가해지는 차징.
네 개의 직선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교차했다.
무게와 가속력에 더해진 충격파가 이어졌다.
엄청난 파괴력이다.
물론, 적중한다면 말이지.
네 명의 기수가 진혁을 짓밟기 바로 직전, 진혁의 신형이 사라졌다.
모두의 시선이 재빠르게 움직였다.
기습을 한다면 기사 중 하나의 후방을 잡았을 거라 생각하면서.
“이참에 아주 다 죽어보자고.”
목소리가 들린 건 좌우가 아니었다.
저 높이.
천장에 닿을 듯이 뛰어오른 진혁이 새삼 불길한 미소를 지었다.
[고유성창 ‘다운 폴’이 발동됩니다!]본디 이건 밀폐된 공간에서 쓸 만한 능력이 아니다.
위력이 너무나 막강했기에, 모든 걸 생매장시켜 버릴 수 있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미…쳤군요. 진혁 씨야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을 테지만, 당신 동료들은 당신처럼 튼튼하지 않을 텐데요?”
언노운이 기가 막힌다는 듯 물었다.
“글쎄. 평소에 열심히 단련했으면 살아남겠지 뭐. 안 그래?”
자칫하다간 양측 모두를 박살 내 버릴 수 있는 힘.
그러거나 말았거나 이미 도박에 중독되어버린 고인물의 눈동자엔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대한 기대감만이 가득 차 있을 뿐이었다.
진혁의 몸이 한 줄기 유성이 되어 낙하했다.
투콰콰콰콰쾅!
대사원의 기둥들이 수수깡처럼 박살 나며 터무니없는 충격이 이 일대를 집어삼켰다.
⁕ ⁕ ⁕
“으으으….”
“쿨럭… 컥!”
보랏빛 촉수들이 휩쓴 자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은 운영자들이 뒹굴었다.
구속과 제약을 벗어버린 태고의 존재들은 운영자들의 계산마저 뛰어넘고 있었다.
“이럴 수가….”
JJ의 얼굴에 허망한 빛이 스쳤다.
깊게 파인 주름에선 절망만이 맴돌고 있었다.
“당신들은 우리를 정상을 지키는 한낱 파수견처럼 생각하곤 했죠. 뭐, 나름대로 장막 뒤에서 정체를 숨긴 채 우리를 조종하고 있다고 생각했나 본데… 그건 너무 우리를 얕잡아 본 겁니다.”
니알라토텝이 여유 있게 말을 이어나갔다.
완벽하게 승리한 자만이 보일 수 있는 여유를 내뿜으면서.
“크윽!”
2닭이 니알라토텝을 향해 손을 뻗었다.
[관리자의 고유권한 ‘시스템 조작’이 발동됩니다!] [대상의 능력을 봉인합니다!]관리자가 모든 거주자들 위에 설 수 있던 이유.
그것은 단순히 정보량 때문만은 아니었다.
타인의 스펙 자체를 바꿔버릴 수 있는 사기적인 힘이 뒷받침된 덕분이지.
하지만.
우우웅!
니알라토텝은 시스템 조작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여전히 고고하게 발걸음을 옮기며 운영자들과의 거리를 좁혔다.
“당신들은 그 남자를 꽤나 믿더군요. 하지만 그거 아십니까? 시스템 조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게 바로 그 남자라는 걸요.”
오롯이 더 큰 재미와 자극을 위해서….
……운영자들 보단 태고의 존재들과 함께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분이 우리를 배신했다고?”
“거짓말하지 마라!”
“그럴 리가 없다. 그럴 리가 없단 말이다!”
여기저기서 분노에 찬 탄성이 터져나왔다.
시련의 탑이란 거대한 생명체를 만들고 또 번영시켜나가려는 대의. 그 일념 하나만으로 뭉친 게 그 남자와 자신들과의 관계였다.
그런데 배신이라니.
그게 가당키나 한 말이란 말인가?
하지만 시스템 조작에 아무런 반응이 없는 니알라토텝을 보며, 이곳에 있는 모든 운영자들은 부정하고 싶은 쓰디쓴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너만이라도 도망쳐라.”
JJ가 아직까지 멀쩡한 2닭을 뒤로 밀쳤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어차피 모두가 빠져나가는 건 틀렸다. 애초에 그럴 힘도 남아 있지 않고.”
그럴 바엔 가장 가능성 높은 자를 빼낸다.
아직까지 탑에 흩어져 있는 소수의 동료들과 만나서 이 사실을….
거기까지 생각하던 JJ가 자조섞인 웃음을 내뱉었다.
이제 와서 다른 운영자들을 만난다고 한들 무엇이 달라질까?
어차피 희망 따윈 남아 있지 않은데.
“수리부엉이를 찾아라.”
처음부터 그 남자를 믿어서는 안 된다고 했던 유일한 운영자.
한결같이 탑의 자유를 추구해야 한다고 하던 이가 떠올랐다.
그게 안 된다면 차선책으로는 강진혁을 찾아야 한다.
적어도 둘 중 하나라면 이 망가져버린 탑을 구할 수 있을지도 몰랐으니까.
“영감!”
“가라!”
“……빌어먹을.”
JJ의 얼굴을 본 2닭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결심을 완전히 굳힌 이상 설득할 방법은 없겠지.
“꼭 복수해줄게.”
그 말을 남기고 몸을 돌렸다.
“3류 드라마 같은 신파극은 사양이다만… 뭐, 막상 이런 상황이 되니 왜 사골 같은 클리셰라는 게 존재하는지 알 것 같기도 하군. 그럼….”
JJ가 정장 안에 넣어둔 담배를 꺼내 물었다.
치익!
불이 붙으며 보라색 마력이 목구멍을 따라 폐부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었다.
[성유물 ‘이그나이트 플라워’를 태웠습니다.]생명과 힘을 등가교환해 주는 일종의 자폭제.
이미 살아나갈 생각 따윈 없었다.
[진명(眞名)이 해방됩니다.] [JJ….] […… 아르마 에스턴이 고유성창 ‘무간(無間)의 밤‘을 발동합니다!]빛조차 사라진 칠흑같은 심연 속.
“어디 한 번 덤벼 보거라. 태고의 버러지들아.”
니알라토텝의 앞으로 검은 섬광이 뻗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