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40)
640화. 불확실한 미래 (2)
둥둥둥! 북소리와 노랫소리가 한데 어우러진 성벽 안.
그 흥겨움 속에서 소외된 몇몇 이들이 차디찬 외곽에서 모닥불에 몸을 녹이고 있었다.
“빌어먹을 다들 시원하게 한 잔씩 들이켜는데 우리만 이게 뭐야?”
“제비뽑기에서 졌으니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몇 동이 정도는 남겨준다고 했으니 기다려보자고.”
북유럽과 올림포스의 전사들이 툴툴대면서 난간에 털썩 기대 앉았다.
최소한의 방어병력만 남겨둔 채 축제를 즐기는 시간.
극악의 확률을 뚫고 꽝을 뽑은 이들은 최악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오지도 않을 적을 기다리면서 말이다.
“이 타이밍에 누가 온다고 그러는 건지.”
“맞는 말이야. 게다가 주술인지 마술인지 부리는 요상한 것들이 수십 겹씩 방어벽을 쳐놨다는데, 이곳까지 온다면 들켜도 벌써 들키지 않았겠어?”
그로스라는 거대한 별이 져버린 이상 적들에게 반격할 힘 따윈 남아있지 않을 거다.
적어도 오늘 밤만큼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바로 그때.
스르륵….
지면에서 검은 그림자가 솟구쳤다.
“어…?”
“뭐, 뭐야?”
손이 반사적으로 뿔나팔로 향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손보다 상대의 움직임이 한 발 더 빨랐다.
빠각…! 콰직!
“컥!?”
“켁….”
채 인지조차 하지 못할 속도.
목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두 명의 경비병이 그대로 쓰러졌다.
꿀렁이는 그림자들 위로 하얀 이빨이 돋아나더니 순식간에 시체들을 먹어치웠다.
“킥킥! 은근히 재밌는데 이거?”
“여기에 놀러 온 것도 아니고 경거망동하지 마라.”
“그보다 얼마나 남은 거지? 한참 죽인 것 같은데도 안쪽까지 들어가질 못 하고 있는데?”
“이게 마지막이에요.”
종말을 알리는 네 기사가 언노운의 주위를 호위하듯 섰다.
“좋습니다. 이걸로 방해받을 걱정은 없겠군요.”
언노운이 저 멀리 보이는 축제의 현장을 바라봤다.
승리에 고취되어 목소리를 높이는 놈들을 보자니 가면에 난 상처가 격하게 쑤셔왔다.
철컹!
언노운의 양손에 화려한 문양을 가진 한 쌍의 단검이 나타났다.
목표는 엘리스와 테레사.두 멤버의 혼에 피와 검은 기운을 주입하는 것이다.
“놈들이 승리에 취해 곯아떨어지면, 그때부터가 새로운 싸움의 시작이 될 겁니다.”
언노운이 다시 한 번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
같은 시각.
축제 한복판에 있는 진혁은 열과 성을 다해 요리를 만들었다.
[이세계 식당이 발동됩니다!]고급 재료와 각종 소스를 아낌없이 쏟아부었기에 근사한 향기가 코끝을 찔렀다.
“많이들 먹어.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주고.”
“오! 주인 진짜야? 다 먹어도 돼? 뭐든?”
“달그락. 달그락. 너무 기뻐서 해골에서 눈물이 나오려 한다.”
“모기기이이!”
“미요오오!”
“고귀한 이 몸에게 딱 어울리는 먹잇감이로군. 그래도 간이 조금 짠 것 같긴 하다만, 이 정도야 너그럽게 이해해주지.”
“헤헤. 주인이 잘해주니까 너무 좋은데…. 정말 좋긴 한데….”
“수상하다. 독이라도 든 건 아니겠지?”
“아니면, 음식에 이상한 계약 조항이 적혀 있거나….”
소환수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기뻐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의심이 가득한 눈망울을 이리저리 굴렸다.
“그런 것 없으니까 마음 편히 먹어.”
“그래도….”
“자꾸 의심하면 내가 기분이 살짝 나빠지려 하네?”
“아, 아니다. 맛있게 먹겠다. 욤뇸뇸.”
“나도나도. 아무 불만 없이 잘 먹고 있다!”
정령수들이 황급히 쌓여 있는 마정석을 입으로 가져갔다. 고구마와 후라이드를 비롯해 신수들 역시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웬일이냐 계약자가?”
“그러게 말이다. 네놈이 이런 호의를 대가 없이 베풀 놈이 아닌데.”
“조금 전에 혼자 어딜 가시더니 그게 잘 풀렸나봐요. 아주 웃음꽃이 활짝 피었는데요?”
“형이 저렇게 기분 좋아하는 거 진짜 오랜만에 보네요.”
“흐음. 오빠가 현지에 있는 예쁜 소녀한테 고백이라도 받았나봐?”
다른 멤버들도 저마다 한 마디씩 늘어놨다.
젠장. 선행을 베풀면 베푼다고 뭐라 하네.
그래도.
모처럼 다들 즐거워해주는 모습을 보니 훈훈한 마음이 든다. 생각보다 전쟁이 잘 풀리고 있는 것도 마음의 곳간을 풍족하게 하는 데 일조했다.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모두가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휴식을 취하러 자리를 비웠을 무렵. 진혁은 오룬과 헤파이토스가 있는 대장간을 찾았다.
화르륵! 화르르륵!
거친 불꽃과 망치질 소리.
상남자의 땀냄새가 듬뿍 배어 있는 공간에선 두 명의 대장장이가 사력을 다해 걸작을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오오….”
진혁이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어느새 단검이 제법 그럴듯한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외형과 마력.
은은한 보랏빛이 칼날을 따라 피어올랐다.
‘모양도 너무 멋있는데?’
한 쌍의 뱀이 칼을 집어삼키고 있는 듯한 외형. 눈이 시리게 빛나는 광채 역시 이 단검이 걸작 중에 걸작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크흠! 왔는가?”
“이런, 너무 오래 걸렸나보구만 우리가.”
“아닙니다. 오히려 한창 집중하고 있는데 제가 방해를 한 것 같아 죄송하네요.”
“껄껄껄! 아닐세. 마침 좀 막히는 부분이 있어서 고민이 되었거든.”
“막히는 부분이요?”
헤파이토스의 말에 진혁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새로운 무기를 완성시키는 것에 있어서 차질이 있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게… 아무래도 보라색 마력을 주입하는데 있어서 재료가 부족하네. 그대가 열심히 준비해준 것은 알겠다만 아무래도 더 양질의 재료가 있어야 할 것 같아.”
“면목이 없구만.”
헤파이토스와 오룬이 머리를 긁적였다.
진혁이 짜증을 낼 것이 불 보듯 뻔했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진혁의 표정은 이야기를 들었을 때보다 더 밝아져 있었다.
“아니 뭐 대단치도 않은 게 걱정이라고…. 그 부분은 이 정도면 해결되겠습니까?”
[아공간 이벤토리가 개방됩니다!]거대한 공간이 좌우로 갈라지며 엄청난 양의 아이템들이 쏟아졌다.
콰콰콰콰콰콰!
그로스로부터 얻은 ‘샤가이의 뿌리’와 ‘최상급 마정석’ 그리고 태고의 사체로부터 나온 온갖 부산물들이었다.
순식간에 대장간 한켠이 막대한 마력을 보유한 아이템들로 가득 찼다.
“헉!”
“이, 이건….”
헤파이토스와 오룬의 동공이 터질 듯이 튀어나왔다.
그야 그럴 수밖에.
지금까지 온갖 종류의 무구와 아이템들을 제작해온 두 거장이였으나, 단언컨대 50층에 존재하는 재료를 다룬 경험은 없었다.
그 누구도 간 적 없는 신세계에 갈 수 있는 기회.
대장장이로서의 장인정신이 불타오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오오오! 이거라면, 가능하지.”
“암. 가능하고 말고! 2시간, 아니 1시간만 주게!”
두 대장장이가 망치를 들어올렸다.
자신들의 실력을 대폭 상승시킬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에 대한 압도적인 감사를 표현하면서.
“아, 그럼 기왕 하시는 김에 한 가지만 더 부탁드려도 될까요? 제가 마침 필요한 물건이 하나 있어서요.”
“뭐든 말만 하게.”
“이거입니다.”
진혁이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종이를 받아든 헤파이토스가 턱수염을 연신 쓰다듬었다.
“흐음. 꽤나 흉물스러운 걸 만들어달라 하는구만. 109개의 저주를 견딜 수 있는 인형이라니, 그것도 몇몇 종류는 나도 처음 보는 종류이네만.”
“가능할까요?”
“가능하다면 가능해. 워낙 좋은 재료들이 있으니까. 헌데, 이건 어디에 쓰려고 하는 건가?”
저주의 숫자도 숫자지만, 그 조합법과 배합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정교하고 복잡하다.
대체 이 무시무시한 걸 어떻게 생각했는지. 아니, 그건 둘째치고 이걸 가지고 무얼 할지가 궁금했다.
“혹시 그런 말 아십니까?”
“응? 무슨 말?”
“너무 많이 알면 일찍 죽는다는 말이요.”
오싹.
헤파이토스와 오룬의 목구멍을 타고 마른 침이 넘어갔다.
어느새 뜨겁던 몸은 차갑게 식어버렸다.
“적어도 올림포스에 사용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하하하! 사실 난 망치만 다뤄서 궁금한 것 따윈 없네. 의뢰가 들어오면 그걸 묵묵히 하는 게 제일이지 안 그런가?”
“헤파이토스 어르신도 그러셨습니까? 이 늙은이도 세상만사엔 통 관심이 없습죠.”
제법 죽이 잘 맞는 두 대장장이가 애써 진혁으로부터 시선을 돌렸다.
그렇게. 다시 한 번 고난이도 작업이 이어졌다.
샤가이의 뿌리가 용광로에 서서히 녹으면서 기존의 단검들 속으로 스며들었다.
우우웅!
순간, 눈 부신 빛이 점멸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무기가 완성된 것이다.
쿠쿠쿠쿠쿠쿠!
거대한 빛기둥이 대장간의 굴뚝을 뚫고 하늘까지 솟구쳤다.
진혁이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다 아이템의 세부능력치를 확인하고 그대로 함성을 내질렀다.
……대박이다!
[퍼스트 블레이드] – 보라색입수 난이도: 측정불가
공격력: 7,200,000
내구도: 2,300,000,000 / 2,500,000,000
무게: 200g
내용: 태고의 존재의 뿌리에 최고의 아이템들을 녹여 만든 걸작. 시련의 탑에 존재하는 최고의 대장장이들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했으며 성유물 중에서 최상급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신병이기입니다.
특수효과: 그로스를 죽일 때 사용하던 ‘뱀 자리’의 능력을 발동할 수 있으며 ‘샤일록의 잔혹한 거래’를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숙련도가 일정 수치 이상을 달성할 경우 숨겨진 2개의 특수 효과가 추가로 개방됩니다.
‘샤일록의 잔혹한 거래’ : 두 가지 조건을 저울에 올려놓고 일정한 대가를 지불할 경우 다른 조건을 달성할 수 있는 거래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단, 이 거래는 30일에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완성된 아이템의 수준이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었기에 전신에 전율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공격력이 무려 720만이라니.
기존에 최강이라 여겼던 서리혼령의 창이나 발뭉보다 몇 십배나 높은 수치 아닌가?
심지어 내구력도 마음껏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든든한 데다, 성장 가능한 특수 효과까지 붙어 있었다.
‘아스클레피오스의 능력을 끌어다 쓸 때 확실히 쏠쏠하긴 했지.’
매섭고 날카롭게.
그로스를 압박하던 맛이 일품이었다.
“허억.허억.허억….”
“마음에 드는가?”
헤파이토스와 오룬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근육이 경련까지 하는 걸 보니 가지고 있는 체력과 마력을 모조리 쏟아 부은 게 틀림없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마음에 들어요.”
성능과 모양.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게 없다.
진혁이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서걱!
재료용으로 놔둔 대검 한 자루에 얇은 실금이 생겼다.
그것도 잠시.
쿠웅!
반으로 잘린 칼날이 그대로 떨어졌다.
나름 B랭크에 해당하는 양손 대검이 일격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가벼워.’
겨우 200g.
흠잡을 데 없는 무게 균형 또한 만족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진혁이 두 자루의 단검에 서서히 마력을 주입했다.
쉬쉬싯!
단검의 표면을 따라 유형화된 뱀들이 떠올랐다.
이걸 온전히 다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떠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그게 벌써부터 기대되어 미칠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