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42)
642화. 무한의 수레바퀴 ‘샤일록’ (2)
따악! 샤일록이 손가락을 튕겼다.
“예! 예! 바로 갑니다!”
“후우.후우. 히이익!”
“킥킥! 가자가자!”
그러자 아기자기한 도깨비들이 끙끙대며 거대한 상자를 들쳐메고 나타났다.
족히 24마리의 도깨비들이 달라붙어야 할 만큼 화려하게 장식된 보물 상자의 크기는 거대했다.
“귀엽지 않습니까? 저희 상단에 소속된 직원들이죠.”
“이야 다들 깨물어주고 싶게들 생겼네요. 이런 애들을 저리 부려먹는 걸 보니 탑 노동청에라도 신고해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후후. 제가 듣기론 그쪽 회사가 훨씬 더 악독하다고 들었습니다만….”
“헛소문이네요.”
“뭐, 진실이야 굳이 캐물을 필요는 없겠죠. 그것보다 어디 보자. 여기 어디에 있을 텐데….”
샤일록이 안쪽에서 큼지막한 항아리를 꺼냈다.
그리고 주사기를 꺼내 안에 든 걸 조심스레 뽑아냈다.
꿈틀꿈틀.
투명한 유리 안에서 검은색 알갱이들이 요동치는 게 보였다.
한 눈에 봐도 더럽게 불길해 보이는 독액이다.
샤일록이 저토록 자신만만해 하는 걸 보면 평범하게 알려진 종류는 아니겠지. 자신이 특별히 개량하고 보완해 만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괜히 내가 이런 인체 실험에 응했겠어?’
적어도 독에 관해서만큼은 극단적인 내성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수없이 많은 전투와 경험을 통해 모아둔 능력들이 있었으니까.
[고유능력 ‘멸천만독’이 발동됩니다!] [고유능력 ‘포이즌 로드’가 발동됩니다!] [고유능력 ‘역병의 꼬리’가 발동됩니다!]대비는 단단히 해두었다.
아, 시작하기 전에 잠깐.
“이것들은 제가 다시 가져가겠습니다.”
진혁이 저울 위에 올려진 발뭉과 마정석 그리고 코인들을 회수했다.
이미 몸을 지불하기로 한 것만으로도 충분하고도 남았기 때문이다.
사실 발뭉은 저울추의 무게를 시험해보기 위해서일 뿐, 어지간해선 버릴 생각이 없기도 했고.
“흐음. 알겠습니다.”
샤일록이 발뭉을 보며 살짝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하지만, 이미 더 큰 것을 얻었기에 억지를 부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주사기가 몸 속에 들어온 순간, 은은한 녹색 빛이 전신을 감쌌다.
욱씬하고.
독액이 혈관을 따라 전신에 퍼지는 게 느껴졌다.
화끈하고 저릿한 감각이 뇌수까지 파고들었다.
“후후. 탑 각지에 있는 아주 특별한 광물과 독충 그리고 독수들로부터 모은 독을 제 나름의 방식으로 재조합했습니다. 보아하니 강진혁 플레이어님께서도 독에 대해 좀 조예가 있으신 것 같긴 한데… 아마 지금까지와는 많이 다를…응?”
말을 하던 샤일록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분명, 다양한 종류의 몬스터와 거주자 심지어 환수나 신수 등에게도 즉각 효과를 발휘한 맹독이었다.
신마저도 죽일 수 있는 액체.
그걸 목표로 만든 게 바로 이 걸작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상대의 몸에는 별 다른 반응이 없었다.
보통이라면 구멍이란 구멍에서 죄다 피를 토하며 쓰러져야 정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괘, 괜찮으신 겁니까?”
“음…, 매콤달콤하긴 한데 뭔가 화끈하게 톼악 하고 쏘는 맛이 떨어지네요. 뭐랄까. 핵불닭볶음면을 기대하고 왔더니 오동통통한 너구리를 먹은 기분이랄까요?”
“그게 무슨 알아듣지도 못하는 헛소리십니까! 제가 얼마나 노력하고 또 연구한 결과물인데… 그걸 앞에 두고 한다는 소리가….”
“미안미안. 조금 더 진지하게 해보겠습니다. 으아아악! 내 몸이 타들어간다. 아야야. 됐나요?”
진혁이 온몸을 쥐어뜯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그게 샤일록의 심기를 제대로 건드렸다.
“……집어치우십쇼! 다음으로 가겠습니다!”
역정을 낸 샤일록이 보물 상자에서 두 번째 아이템을 꺼내들었다.
조금 전의 독액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흉흉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저건 시련의 탑에 존재하는 ‘저주’ 중에서도 최상위급에 속한 성유물이었으니까.
“독에 대한 내성이 높은 건 인정하죠. 하지만, 이건 그딴 걸로는 어림도 없을 겁니다.”
샤일록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겠지.
안 그래도 강력한 성유물인데, 저기에다가 마족 특유의 마기와 50층에서 존재하는 저주까지 섞어놨다.
무한의 수레바퀴가 태고의 존재들과도 접점이 있다는 루머가 있었는데, 더 이상 그게 루머가 아니게 된 순간이었다.
[‘적그리스도의 십자가’가 개방됩니다!] [‘음울한 한숨’이 추가됩니다!] [‘지평선의 저주’가 추가됩니다!]연이어 나타나는 붉은색 상태창과 함께.
거꾸로 매달린 붉은 십자가에서 불길한 기운이 뿜어졌다.
순식간에 진혁의 핏줄이 급속도로 팽창했다.
“크윽!”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통증이 느껴졌다.
여유롭게 견뎌냈던 독과는 다르게 지금의 저주는 손을 쓸 방도가 없었다. 기본적으로 펼쳐둔 결계들과 방어마법들이 몇 초도 안 되는 찰나에 파훼되었고. 온갖 종류의 저주와 독에 단련이 된 기본 스펙까지 꿰뚫어버렸다.
온 몸의 면역 체계가 한꺼번에 무너져버린 것이다.
“쿨럭!”
진혁의 입에서 검은 피가 왈칵 흘러내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악화되어가는 저주의 특성상 ‘1초 무적’은 소용없다. 죽은 후에도 계속 남아있는 ‘사념’의 효과로 인해 별의 가호 또한 무용지물이긴 마찬가지였고.
“후후. 이제야 표정이 조금 볼 만해지셨군요.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번에는 쉽지 않을 거라고. 지금이라도 포기하시고 패배를 인정하신다면 특별히 자비를 베풀어드릴 생각도 있습니다. 단, 앞으로 저희 상단과 전속 계약을 하신다는 조건 하에 말입니다.”
그야말로 모든 이득을 한꺼번에 취할 수 있는 한 수다.
물론 진혁 입장에서는 욕이 나올 수밖에 없는 짓거리일 수밖에 없었다.
개소리를 아주 정성껏 늘어놓네.
하지만, 확실히….
여유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괜찮다.
이쪽에겐….
헤파이토스로부터 받은 저주인형이 있었으니까.
진혁이 말라비틀어진 인형을 꺼냈다.
“나도 이판사판이야.”
[‘109개의 저주’가 발동됩니다!] [인형으로부터 나온 저주는 사용자의 동의를 얻기 전까지 이 일대 전역을 부유합니다.]일일이 언급하기 힘든 흉물스러운 저주들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판도라의 상장을 연 것 같은 광경.
“키에에에!”
“크아아아!”
109개의 저주를 견딜 수 있는 저주 인형은 말이 좋아 견디는 거지, 사실상 온갖 종류의 저주들을 풀어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뭐, 뭡니까 이건!?”
샤일록이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다.
부유하던 저주들이 샤일록의 주변에 있던 도깨비들의 몸속으로 들어갔던 것이다.
“쿨럭!”
“켁! 케엑….”
두 눈에 시뻘겋게 선 핏발. 도깨비들이 괴로워하다가 그대로 쓰러졌다.
샤일록이 두 눈을 부릅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고유성창 ‘잔혹한 거래’로 인해 상대방을 해하기 위한 모든 수단은 금지되어 있을 터. 헌데 어째서 저런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건 저도 살기 위한 방어기제인 거라 공격수단에는 포함되지 않을 겁니다.”
진혁이 날아다니는 원념과 저주들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이독제독.
독으로 독을 제압한다는 말이 있듯, 저주로 저주를 완화시키는 것 역시 가능하다. 이미 수도 없이 많은 경험을 쌓은 진혁은 침착하게 저주와 저주들을 합쳤다.
약해진 연결고리를 잇고. 서로의 시너지를 무너뜨릴 수 있는 게 포인트다.
[‘적그리스도의 십자가’의 효과가 완화됩니다!] [‘지평선의 저주’의 빛이 희미해집니다!]목적은 완벽한 정화가 아니다.
최대한 치명적인 저주가 몸을 집어삼키는 것을 지연시키며 시간을 버는 것이지.
그렇게만 해도 109개의 저주에 노출된 샤일록과 도깨비들은 자신의 목숨까지 저울에 올려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풀썩!
쿠웅!
샤일록을 따라온 도깨비들이 실이 끊어진 인형마냥 픽픽 쓰러졌다.
수많은 성유물들로 몸을 보호하던 샤일록 역시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원념과 저주들을 견디긴 어려웠다.
결국.
“졌습니다! 젠장, 졌다고요!”
거대한 체구의 발록이 백기를 들어올렸다.
[두 번째 실험이 종료됩니다!]항복과 함께 저주들이 해제되었다.
이걸로 두 번째 고비를 넘었다.
목적지까지 거의 다 도달한 것이다.
진혁이 여유 있는 미소를 짓자 샤일록의 표정이 왈칵 구겨졌다. 자신만만하게 준비한 카드들이 전부 박살이 났을뿐더러, 아끼던 도깨비들과 저주를 방어하기 위해 착용하고 있던 성유물까지 상해버린 것이다.
‘이게 다 얼마짜리들인데….’
엄청난 재력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자신의 것이라면 한 푼도 손해 보지 않으려는 성격. 그런데 이런 참사는 자린고비 샤일록으로서는 100년은 피눈물을 흘릴 만큼 충격적인 결과였다.
이제는 자존심 때문에라도 져선 안 된다.
샤일록이 마지막 비장의 카드를 꺼냈다.
내기에서의 승리뿐 아니라, 진혁이라는 거대한 대어를 낚기 위해서.
⁕ ⁕ ⁕
쿠쿠쿠쿠쿠쿠!
몰아치는 거친 마력.
엘리스가 등 뒤에 떠오른 붉은 고리 너머로 한 쌍의 날개를 펼쳤다.
[고유성창 ‘개벽의 계시록’이 발동됩니다!]“우리가 올 줄… 알고 있었습니까?”
벨루스가 엘리스를 정면에서 바라봤다.
“네놈이 배신자라는 것쯤은 이미 진작에 알고 있었느니라. 단지 그 목적과 배후를 파악하기 위해 잠자코 지켜보고 있었을 뿐.”
엘리스가 거만하고 고고한 표정을 자아냈다.
아타락시아의 거대한 휘장을 뒤로한 채.
“호오… 항상 군것질과 강진혁에게만 미쳐 있는 줄 알았는데, 겉보기와 다르게 생각이라는 걸 좀 하셨나 봅니다. 제 정체를 간파했다는 것 정도까진 생각했습니다만, 설마 이 기습마저 예측하셨을 줄이야.”
“누가 누구한테 미쳤다고 그래!”
엘리스가 단숨에 블러드 스피어즈를 난사했다.
콰콰콰콰콰쾅!
벽이 순식간에 벌집으로 변해버렸다.
수많은 꼬챙이들이 저택을 박살 내고 반대쪽에 있는 숲까지 날아가 박혔다.
자욱한 먼지가 솟구쳤다.막는 것도 피하는 것도 쉽지 않은, 그야말로 궤를 달리하는 일격이었다.
“크흠…”
벨루스가 전신에 박힌 창을 응시했다.
콸콸콸 쏟아지는 피는 누가 보더라도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이었다.
하지만.
“손이 거치신 건 여전하신가 봅니다.”
벨루스는 태연하게 몸에 박힌 창들을 붙잡고 뽑아내기 시작했다.
“……너.”
엘리스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그야 그럴 수밖에.
방금 전 공격은 고유성창을 발동시킨 상태에서 퍼부은 광역기다. 아무리 첫 일격이기에 손속에 사정을 뒀다고 하지만, 정통으로 맞고도 태연할 정도는 아니었다.
당황스러운 마음이 앞섰지만, 그것도 잠시 더 예리하고 강력한 피를 머금은 꼬챙이들이 벨루스를 향해 쏘아졌다.
퍼퍼퍼퍽!
콰콰콰콰콰콰쾅!
족히 2배는 더 거대한 블러드 스피어즈들이 벨루스의 몸을 걸레짝으로 만들었다.
즉사를 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그런데도.
전신이 꼬챙이에 꿰뚫린 벨루스의 손가락이 또 다시 꿈틀거렸다.
‘뭔가 이상해.’
엘리스가 그 모습을 보며 입술을 일자로 꾹 다물었다.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거부감.
정확히 말하면 공격이 안 통한 게 아니다.
혈족 특유의 실드를 박살 내고 몸까지 꿰뚫어버렸으니까.
그렇다는 건, 방어력 자체가 강한 게 아닌 터무니없는 재생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봐야 옳으리라.
“재미난 능력을 감춰뒀구나. 네놈의 장기는 그 레이피어라고 생각했거늘.”
“아무렴, 제가 제 진짜 능력을 보여왔겠습니까. 하나뿐인 제 로드시여.”
벨루스가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