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44)
644화. 퍼스트 블레이드 (1)
엘리스가 벨루스와 싸우고 있는 한편.
테레사가 있는 곳에서도 격렬한 전투가 이어지는 중이었다.
우우웅!
눈부신 빛들이 구름을 뚫고 연이어 낙하했다.
쿠쿠쿠쿠…쿠콰콰콰콰쾅!
아름다운 별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떨어졌고. 기습을 감행하던 언노운과 계시록의 두 기사는 난데없는 광역기에 노출되었다.
지면이 쑥대밭으로 변하며 주위가 온통 유성이 떨어진 크레이터로 가득해졌다.
“듣던 대로 굉장하군.”
“동감이다. 상대해본 성녀 중에선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워.”
질병과 죽음을 관장하는 두 기사가 검을 고쳐잡았다.
신의 전령이라 할 수 있는 성녀들.
지금까지 시련의 탑에선 수천이 넘는 성녀들이 에덴의 휘광 아래 위명을 떨쳤지만, 그 중에서 테레사 드 로렌시아는 첫 번째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인간의 몸으로 대영웅의 반열에 오른 잔다르크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과연, 그 인간이 동료로 삼을 만하군요.”
언노운도 테레사의 강렬한 기세에 입맛을 다셨다.
단연 엘리스 쪽이 몇 배는 까다로울 거라 생각했었는데, 이쪽이나 저쪽이나 만만치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무리 강해봤자 상대는 강진혁이 아니다.
뛰어난 재능과 압도적인 실력.
기타 구구절절한 미사여구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다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천재의 영역에 지나지 않는다는 소리다.
진정한 의미의 고인물이 되려면 그걸 넘어선 ‘무언가’가 필요했다.
‘뭐, 강진혁에게 날개가 되어줄 수 있는 건 사실이니 미리미리 싹을 끊어둘 필요는 있겠지.’
작은 변수 하나 남기지 않는 게 그분의 뜻이며 의지다.
언노운은 자신에게 내려진 명령을 충실하게 수행할 생각이었다.
스릉!
홍련과 바너드에서 검붉은 강기가 솟구쳤다.
동시에 언노운이 두 기사들 사이로 가세했다.
[고유능력 ‘음영극살’이 발동됩니다!]“큽!?”
콰아앙!
테레사가 황급히 신성력이 실린 방패로 앞을 가로막았다.
그러나 언노운이 파고드는 속도가 몇 배는 더 빨랐다.
단거리 이동을 끝마친 언노운이 신성력이 미처 덜 펼쳐진 틈을 매섭게 파고들었다.
카카카카캉!
불꽃이 튀고 쇠와 쇠가 맞부딪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검의 무덤’을 완전히 발동시킨 언노운은 어지간한 방패술로는 완전히 막아낼 수 없었다.
……매섭다.
계시록의 두 기사도 벅찬 적들이었으나, 언노운은 그들보다 몇 배는 더 까다로웠다.
테레사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이미 검과 방패가 움직이는 속도는 예측이 아닌 예지의 영역에 도달해 있었다.
그럼에도….
파팟! 서걱!
몸의 상처는 계속해서 늘어났다.
이제는 막는 것보다 막아내지 못하는 검격이 더 많았다.
피를 많이 흘릴수록 의식 역시 조금씩 흐려졌다.
바로 그때.
-나에게 맡겨.
테레사의 귀에 간드러지는 목소리가 속삭였다.
타락한 버전의 어두운 목소리다.
“안 돼!”
테레사가 다급히 달콤한 유혹을 뿌리쳤다.
항상 위기에 처했을 때나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면 튀어나오는 또 다른 자아. 저 목소리에 응답한다면 자신은 점점 더 깊은 심연 속으로 빠지게 될 거라는 걸 그 누구보다 본인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멍청하긴. 일단은 살고 봐야 할 것 아니야? 그래야 이성을 유지하건 기도를 올리건 할 수 있지!
타락한 인격이 또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에는 목소리가 한층 더 감미롭고 달콤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
테레사는 입술을 꾹 다문 채 고개를 가로로 도리질 쳤다.
“싸움 중에 허공에 대고 중얼거리는 꼴이라니. 또 다시 다른 인격이랑 말싸움이라도 하고 있었나 보군요. 개인적으로는 그 인격의 말을 듣는 걸 추천합니다만….”
“전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 저를 위해서도. 그리고 모두를 위해서도.”
“흐음. 선택이야 당신 마음이니까요.”
언노운이 툼그레이브의 팔로 발뭉을 휘둘렀다.
단검과는 달리 대검엔 태산마저 쪼개버릴 것만 같은 묵직한 마력이 실려 있었다. 그걸 가능하게 하는 신체 역시 갖춰져 있는 상태였고.
검이 횡으로 가로질렀다.
그야말로 종이 한 장 차이.
간신히 직격을 빗겨내는 데 성공했지만, 충격을 완전히 흘려내는 덴 실패했다.
투콰앙!
테레사의 몸이 한참이나 옆으로 튕겨나갔다.
완벽하게 무너진 균형.
“빈틈이 늘었군.”
“처음같지 않은걸?”
질병과 죽음의 기사가 호흡을 고를 틈도 없이 최악의 고유능력을 꺼내들었다.
[두 기사가 고유능력 ‘종말의 검’을 발동합니다!]쏴아아아…!
‘죽음’과 ‘질병’의 힘이 깃든 검이 그나마 모인 한 줌의 신성력을 갉아먹었다.
“호흡을 맞춘다는 게 바로 이런 겁니다.”
언노운이 두 기사가 만들어준 신성력의 공백에 한 숟가락을 얹었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무림 최강자의 일검을.
[천마신공 – ‘마신일섬’이 발동됩니다!]검은 강기가 하나의 점으로 응집되었다. 하늘에 닿을 듯 솟구친 강기는 이내 흉흉하기 짝이 없는 수십 개의 선으로 나뉘어져 몰아쳤다.
그그그극… 콰아앙!
“아아악!”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함께. 끔찍한 고통이 전신을 집어삼켰다.
침실이 완전히 박살나며 테레사가 벽과 벽을 뚫고도 한참이나 더 멀리 날아갔다.
그리고 그곳엔….
……한계까지 밀리고 있는 엘리스가 서 있었다.
⁕ ⁕ ⁕
“바보 성녀! 괜찮아!?”
엘리스가 테레사를 향해 소리쳤다.
“…….”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다.
의식을 잃어버린 테레사는 얼핏 봐도 정상이 아닌 상태였다.
한 번이라도 더 공격을 당했다간 그대로 죽어버릴지도 몰랐다.
하지만, 테레사를 신경 쓰기엔 엘리스의 상황도 그리 녹록지 않았다.
시스템 조작으로 속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린 벨루스가 엘리스를 한계까지 밀어붙였던 탓이다.
“호오. 여기서 다 만나게 되는군요. 보아하니 성녀 사냥은 잘 안 되셨나 봅니다?”
“생각보다 더 팔팔해서 사냥이 쉽지 않았습니다. 엘리스 쪽도 아직인가 보군요. 설마, 오랫동안 함께 있던 정 때문이라거나 그런 건 아니겠죠?”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역대 최강의 가주를 사냥하는 거다 보니 조금 신중을 기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마저도 곧 끝날 테지만요.”
언노운과 벨루스가 태연하게 대화를 나눴다.
둘의 말대로 저울은 꽤나 한 쪽으로 기울어진 상태였다.
상대는 체력과 마력 손실이 거의 없었고. 네 명의 기사와 그 뒤로 쉐이드 리퍼까지 가세했었으니까.
퇴로는 없고 지원을 부를 순 없다.
천유성과 이태민 그리고 유연화는 성채의 외곽 결계를 맡기 위해 아까 축제가 끝난 직후 자리를 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바보 성녀를 버릴 수도 없겠지.
미우니 고우니 해도 그동안 쌓인 정이 있어서 이제는 남 같지 않다.
설령 이곳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운명을 함께할 수밖에.
엘리스가 테레사를 보호하듯 앞에 섰다.
“눈물겨운 전우애로군요. 뭐, 저로서는 순순히 포기하는 것보다 최후까지 발악하는 편이 더 좋긴 합니다.”
언노운이 아공간에서 기묘하게 생긴 플라스크와 유리병을 꺼냈다.
붉은 피와 검은 연기가 불길한 기운을 뿜어내며 타올랐다.
“무엇이냐 그건…?”
“으음. 뭐라고 설명하는 게 좋을까요?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의무와 책임을 내려놓을 수 있는… 일명 ‘행복해지는 약’이라고 해두죠. 곧 드시게 되실 테니 너무 궁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짐에게 그딴 게 통할 것이라 생각하는 건가?”
“아마 통할 겁니다. 생각하시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약이거든요.”
“오만한 놈이로구나. 그딴 말을 지껄이는 걸 보면.”
엘리스가 블러드 스피어즈를 다시 한 번 소환했다.
동시에 피로 만든 수많은 꽃들을 피워내기 시작했다.
[개벽의 계시록 – ‘블러드 로즈’가 발동됩니다!]우우웅!
붉은 고리가 빛나며 한 쌍의 날개가 활짝 펴졌다.
일대 다수의 전황. 이걸 뒤엎으려면 마력을 아끼지 말고 광역기를 난사하는 것뿐이다.
콰콰콰콰콰콰!
한 순간에 붉은 파도가 사방으로 범람했다.
주위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찢어버리는 선혈의 파도가 적들을 덮쳤다.
주위가 온통 붉게 물들자 엘리스가 가장 약한 적을 향해 몸을 날렸다.
‘질병의 기사’.
대인전에 특화된 다른 기사들과 달리 대군전과 학살에 특화되어 있었기에 상대적으로 기습에 취약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네 명의 기사가 특수스킬 ‘공유안(共有眼)’을 발동합니다!]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는 이미 완벽하게 갖춰져 있었다.
엘리스의 꼬챙이가 질병의 기사에게 닿기 바로 직전, 위기를 감지한 또 다른 기사들이 난입했다.
콰콰콰콰쾅!
꼬챙이들이 허무하게 막혔고 되레 엘리스의 위치가 노출되었다.
“키에에에!”
쉐이드 리퍼가 긴 낫을 휘둘렀다.
‘방어 무시’ 효과가 있는 낫은 순혈의 실드로도 막을 수 없다.
간신히 낫을 피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번엔 초고속으로 이동하는 벨루스에게 뒤를 잡혔다.
푹!
레이피어가 어깨를 찌르고 사라졌다.
“큭!”
엘리스가 어깨를 움켜쥐었다.
원래라면 바로 재생이 시작되어야 하지만, 마기의 영향인지 상처가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다.
슈우우웅!
원거리에선 언노운이 큰 장궁을 꺼내 마탄을 쏘아댔다.
‘네메시스’를 이용해 헤라클레스의 능력을 가져왔기 때문에, 화살 한 발 한 발의 위력이 상상을 초월했다.
콰아앙!
퍼퍼퍼펑!
직격당했다간 무사하기 힘들다.
엘리스가 마력으로 테레사를 띄운 채 이리저리 몸을 날렸다.
“야! 이 바보야! 어서 일어나기나 좀 해 봐! 하여간 도움이라곤 하나도 안 돼가지고…!”
엘리스가 테레사의 볼을 마구 꼬집었다.
“으으…으으… 아야야! 아파요! 아파요!”
그제서야 테레사가 눈을 떴다.
“각개 격파 하려는 계획 다 실패했다고! 빨리 일어나서 그 잘난 놈의 신성력인지 뭔지로 저 녀석들을 싹 다 날려버리란 말이야!”
“죄, 죄송해요. 힘이 아직 모이질 않아서….”
엘리스와 달리 마력이 떨어지는 테레사는 아직까지 회복할 시간이 더 필요했다.
“진짜 짐덩어리라니까. 쓸데없이 무겁기만 하고! 다이어트 좀 해 이 바보야!”
엘리스가 테레사의 머리카락을 마구 헝그러트렸다.
바로 그때.
파치칙…!
발 밑을 따라 검은색 육망성이 이어졌다.
[쉐이드 리퍼가 고유성창 ‘언약의 고하는 나팔’을 발동합니다!]“키에에에에!”
찢어질 듯한 비명과 함께 자욱했던 피 운무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창의 위력이 30%만큼 감소합니다!] [아포칼립스 ‘언약’을 주관하는 존재들의 기본 스탯이 15%만큼 증가합니다!]종말을 완성시키기 위한 마지막 주춧돌.
“일단, 팔 다리 정도만 가져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벨루스의 레이피어가 엘리스의 허벅지를 노렸다.
타이밍과 속도.
그리고 파고드는 각도까지.
도저히 막을 방법 따윈 없었다.
⁕ ⁕ ⁕
하지만, 울려퍼진 건 살을 꿰뚫는 소리가 아닌 날카로운 금속음이었다.
카아앙!
레이피어가 허공에서 막혔다.
보라색 빛을 머금은 화려한 단검과….
……그걸 쥐고 있는 탑의 고인물이 보였다.
“계약자!”
“진혁 씨!”
엘리스와 테레사가 동시에 외쳤다.
도저히 승산이 보이지 않던 지옥 같던 시간. 마침내 그 누구보다 든든한 지원군이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