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45)
645화. 퍼스트 블레이드 (2)
카가각….
검과 검에서 피어오르는 미묘한 열기.
“드디어 왔군요.”
벨루스가 강진혁을 보며 뾰족한 송곳니를 보였다.
“네가 우리 회사의 소중한 직원들 건드렸냐?”
진혁의 눈이 차갑게 식었다.
오싹하고.
주변의 공기가 급속도로 냉각되었다.
무섭도록 차가운 살기다.
자신도 모르게 전신에 소름이 돋을 만큼.
“호오. 그 얼굴. 무섭네요. 역시 자기 걸 건드는 건 참지 못하겠다는 겁니까?”
“사원을 해고할 수 있는 건 사장뿐이거든. 그런 의미에서 넌 해고야.”
“하하하! 제가 언제부터 당신에게 소속되어 있었다고 해고 타령이십니까? 처음부터 당신에게 충성을 맹세한 적은 없었습니다만?”
회랑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첫인상이 좋지 않았는데,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다.
동시에 운영자란 놈들과 그라는 녀석은 대체 언제부터 이 모든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소름 끼치는 놈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녀석을 생포하면 약간이나마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겠지.
진혁이 새로 얻은 검에 지그시 마력을 주입했다.
“……!”
벨루스가 레이피어를 재빠르게 회수하며 거리를 벌렸다.
본능적으로 교착 상태가 이어지면 안 된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눈치는 제법 빠르네. 칼침 한 방 예쁘게 놔서 평생 웃는 꼴로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그 검. 신격들을 데리고 무슨 대공사를 하는가 했더니. 결국엔 제작에 성공했나 보군요.”
“너희 같은 놈들과 싸우려면 제대로 된 무기가 있어야겠더라고.”
비록 예전에 썼던 것들에 비하면 조금 아쉽긴 하지만, 보라색 등급 중에서는 상급에 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진혁이 퍼스트 블레이드를 가볍게 회전했다.
단검이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며 역수 형태를 취했다.
드디어 이 단검의 위력을 시험해 볼 시간이다.
진혁이 부가적인 능력들을 모두 거둬들인 채, 기본기만으로 시작을 알렸다.
카아앙!
선과 선이 하나의 점으로 만났다.
“욱…!?”
벨루스가 그대로 한 걸음 뒷걸음질 쳤다.
팽창한 동공과 자신도 모르게 입에서 흘러나온 신음.
한 번의 공방전으로 많은 게 결정 났다.
“큰소리치더니 생각보다 별거 없는데? 설마, 이 정도 가지고 그렇게 큰소리쳤던 거야?”
“겨우 한 번에 기고만장하지 마시죠.”
이맛살을 구긴 벨루스가 재빨리 공격으로 전환했다.
애초에 이쪽의 장기는 속도.
정면에서의 힘 승부는 무식한 것들이나 하는 짓거리다.
[벨루스가 고유성창 ‘미몽의 흑익(黑翼)’을 발동합니다!]벨루스의 등 뒤로 검은 빛의 날개가 생겨났다.
뱀파이어 특유의 가늘고 긴, 마치 한 마리의 박쥐와 같은 날개였다.
“시작하겠습니다.”
부우우웅!
음속을 돌파한 벨루스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진혁과의 거리를 좁혔다. 검은 깃털들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엄청나게 빠르다.
무수히 많은 공격 루트를 경험해왔던 진혁마저 그 잔상을 놓칠 만큼.
촤아악!
말벌처럼 쏘아진 레이피어가 진혁의 볼을 스치고 지나갔다.
조금이라도 반응이 늦었다간 그대로 얼굴 한복판에 예쁘장한 구멍이 생겼을 것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쉴 틈도 없이 벨루스의 레이피어가 무수히 많은 점들을 만들었다.
파파파팟!
…카카카카카…카카카캉!
급소고 아니고 가릴 것 없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칼끝이 진혁의 전신을 노렸다.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화려한 불꽃이 흐드러졌고. 한폭의 아름다운 장관을 자아냈다.
콰아앙!
마지막 일격을 끝으로 짧은 공방전에 쉼표가 찍혔다.
“이래도 제가 우습게 보이십니까?”
벨루스가 칼 끝에 묻은 피를 할짝였다.
“조금은 재미있을 것 같긴 하네.”
“재미라… 아직도 그딴 말을 지껄일 여유가 있나 보군요.”
자존심이 구겼는지 벨루스가 더욱더 거세게 마력을 끌어모았다.
콰앙!
아까보다 2배는 더 빠른 속도.
이제는 그림자마저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 가볍고 부드러운 움직임에 지면을 디딘 곳에 발자국마저 생기지 않았으니까.
카아앙!
하지만.
진혁은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은 채 모든 공격을 받아치기 시작했다.
아니, 그뿐만이 아니라 반격도 하지 않으며 벨루스가 다음 공격을 할 수 있도록 기다려줬다.
“확실히 날개를 꺼낸 뒤로 조금 빨라지긴 했는데…. 이게 다야?”
레이피어라는 무기의 특성.
찌르기에 특화된 귀족의 검은 ‘벤다’라는 옵션을 버렸다.
‘공격 패턴이 그만큼 단조로워진다는 거지.’
선으로 이루어지는 베기보다 점으로 이루어진 찌르기가 훨씬 더 방어하기 까다롭긴 하지만, 그건 무기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이들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
엘리스에게 직접 레이피어를 가르쳐줄 경지에 오른 진혁에겐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진혁이 이죽이며 벨루스의 인내심을 건드렸다.
참을 수 없는 치욕일 수밖에 없으리라.
카아앙!
회심의 일격까지 튕겨나갔다. 레이피어가 갈 곳을 잃어버린 채 우뚝 멈췄다. 더 이상 아무리 공격을 해도 결과가 바뀌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아버린 탓이다.
“크아아아!”
괴성을 지른 벨루스가 레이피어를 던졌다.
동시에 양 손의 손톱이 검은색으로 타올랐다.
[미몽의 흑익 – ‘광아(狂牙)’가 발동됩니다!]길게 자란 송곳니와 손톱.
그리고 어느새 6개로 늘어난 날개가 활짝 펼쳐졌다.
쿠쿠쿠쿠쿠쿠!
붉은 피로 이루어진 스파크가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주변이 완벽한 결계로 봉인되어 있었지만, 외부에서도 충격이 감지될 정도로 막대한 마력이 폭발했다.
이제는 더 이상 운영자나 뱀파이어가 아니라. 상대를 죽여버리겠다는 일념에 가득 찬 광귀에 가까워 보였다.
“계약자…!”
엘리스가 비틀거리며 진혁에게 다가오려했다.
본능적으로 벨루스의 기운이 심상치 않다는 걸 간파한 것이다.
동귀어진. 최악의 경우엔 진혁과 함께 죽으려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머리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그리고 그런 엘리스에게.
“괜찮아.”
진혁은 부드럽게 웃어보이는 걸로 안심시켰다.
⁕ ⁕ ⁕
격렬하게 떨리는 대기.
벨루스의 동공이 검게 물들었다.
“…죽…여…버린다. 예전에 아무것도 없던 비루하기… 짝이 없던 꼴로. 네놈이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려보내 주겠단… 말이다. 더러운 네놈의 진조나 그 멍청하기 짝이 없는 성녀와 함께!”
이미 허용치를 넘은 힘에 몸은 붕괴되고 있었지만, 그 대가로 태고의 존재들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는 한 방을 손에 넣었다.
진혁이 작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무한의 서고에 있던 능력을 불러왔다.
[고유능력 ‘만상공유’를 발동합니다!]황금색 선이 천천히 엘리스에게 뻗어나갔다.
선명하고 밝은 빛이 둘 사이를 단단히 이어지게 만들었다.
[만상공유 ‘엘리스 폰 아타락시아’가 설정됩니다.] [고유성창 ‘개벽의 계시록’이 발동됩니다!]붉은 고리가 떠오르며 진혁의 주위로 아타락시아의 피가 모여들었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순혈의 권능.
진혁의 몸이 그대로 사라졌다.
콰아앙!
“끄…으억?”
벨루스의 몸이 지면에 박혔다가 그대로 튕겨 올랐다.
무지막지한 충격에 얼굴은 피범벅으로 변했고
곧바로 불사의 육체가 재생을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재생하는 속도보다 진혁이 가하는 충격이 훨씬 더 강력했다.
콰아앙! 콰콰콰쾅!
완전히 개방된 퍼스트 블레이드로부터 보라색 빛이 선명하게 타올랐다. 벨루스의 팔다리가 조각조각 잘려나갔다.
재생과 파괴가 반복되며 벨루스의 마력이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엘리스와 싸울 때 보였던 여유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마, 말도 안 되는….”
벨루스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이 상태라면 태고의 존재들과 맞붙더라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건만, 아무리 보라색 등급의 검을 손에 넣었다고 해서 이토록 격차가 극심하게 벌어졌단 말인가?
정기를 흡수하는 힘이나 간극 스탯이 있다고 해도 예상치를 아득히 뛰어넘는 결과였다.
아니면… 설마.
“만상… 공유… 때문에?”
엘리스와의 유대감이 절정에 이르렀고 모든 것이 시너지를 극대화시켰다면 지금의 격차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벨루스의 시선이 다시 한 번 진혁에게 향했다.
진조의 권능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모습.
진혁은 이미 인간이라는 범주를 초월해 있어 보였다.
“이럴 수가….”
놀라운 건 엘리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자신의 계약자가 평범하지 않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간으로서 굉장하다는 뜻.
경험도 힘도 그리고 격도.
태어날 때부터 고고했던 진조와 비교하면 보잘것없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보여준 성장 속도는 자신이 지금까지 보아왔던 그 어떤 강자와도 차원이 달랐다.
한낱 인간에서. 어느새 태고의 존재마저 위협하는 강자가 되었으니까.
‘전성기의 짐과도 어깨를 나란히 했을지도 모르겠구나.’
탑의 절대자.
그 수식어를 붙이기에 조금도 부족하지 않으리라.
엘리스의 심장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동시에 너무나 고마웠다.
이 든든한 계약자가 자신을 위해 싸워주고 있음에.
그런데, 바로 그때.
부우웅… 콰아아앙!
지척에서 신화의 힘을 머금은 화살이 날아와 지면을 강타했다.
“미안하지만 지켜보는 건 여기까지 해야할 것 같군요.”
한 걸음 뒤에서 전투를 관망하고 있던 언노운와 계시록의 사도들이었다.
‘네메시스’와 ‘적색 마탄’을 사용한 언노운이 품 안에서 촉수 문양이 새겨진 목걸이를 꺼냈다.
촤르륵!
[성유물 ‘심연의 고동’이 발동됩니다!]두근! 불길한 심장소리와 함께 지면을 따라 보라색 연기들이 피어올랐다.
“크르르….”
“크오오오!”
연기들은 이내 검은 염소와 양들의 형태를 이루었다.
본래라면 연합의 전력을 동원해야지만 간신히 버틸 수 있을까 말까 하는 전력이다. 저들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중, 상층부의 네임드급이었으니까.
게다가 저 중에는 일전의 전투에서 보지 못한 중형급의 새로운 몬스터들까지 끼어 있었다.
얼핏 보더라도 검은 양과 염소의 10배가 넘는 마력을 보유한 괴물들이었다.
그걸 고작 엘리스와 진혁만으로 막기는 불가능했다.
제아무리 진혁이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더라도.
“…….”
진혁의 표정에 그늘이 드리웠다.
“……쳇.”
벨루스와의 일전으로 힘을 다 소진해버린 엘리스도 얼마 남지 않은 마력을 쥐어짜내며 결사의 항전을 벌이려 했다.
그때.
저벅.
진혁과 엘리스 앞으로 테레사가 끼어들었다.
“제가 막아볼게요.”
테레사가 검과 방패를 들어올렸다.
“혼자서 말씀이십니까? 그건 무리입니다.”
“알고 있어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건 그 누구보다 테레사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방법밖엔 없어요.”
언노운을 쓰러뜨리지 않는 한 끝나지 않는 싸움. 그 대전제를 달성하기 위해선 진혁의 힘을 최대한 낭비하지 않는 게 핵심이었다.
다시 말해.
누군가는 희생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뜻이다. 아직 힘을 회복할 시간이 필요한 엘리스는 논외였으니 남은 건 한 명뿐이겠지.
테레사가 슬픈 웃음을 지었다.
“저에게 맡겨주세요.”
성기사의 역할은 아군의 원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기꺼이 한 목숨을 던져야 하는 포지션이다.
테레사의 결심이 느껴졌는지 진혁은 더 이상 테레사를 잡지 않았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제는 서로가 서로를 믿으며 최선을 다하는 것뿐.
진혁이 등을 돌리자 테레사의 앞으로 수많은 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멍청하긴. 뭘 위해서 희생을 하겠다는 거야? 어차피 이렇게 해봤자 보답같은 건 받지 못 할거라는 거 알고 있잖아?
또 다른 인격이 말을 걸어왔다.
테레사가 그 말을 곱씹으며 잠시 고민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미 결심은 내렸다.
“반드시….”
지켜야 할 소중한 사람이 있다.
목숨보다도 더 중요한 사람이.
비록 그 사람의 시선이 향하는 곳이 자신이 아니더라도.
미련하다 해도 좋다.
멍청하다고 욕해도 좋다.
그 끝이 해피 엔딩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포기할 순 없어.”
좋아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다. 거기에 다른 이유 따위는 필요 없다.
성녀의 검이 하늘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