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46)
646화. 고유성창 ‘세라핌’ (1)
[고유능력 ‘별의 가호’가 발동됩니다!]우우웅!
성기사 특유의 신성력이 전신에 깃들었다.
새하얀 빛이 주위를 은은하게 밝혔다.
그러나.
“크오오오!”
“키에에에!”
무수히 몰려오는 태고의 사도들은 그런 신성력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거침없이 거리를 좁혀왔다.
쿵! 쿵! 쿵! 쿵!
수많은 대군을 홀로 막아야 하는 압박감이 심장을 짓눌렀다.
“후우….”
호흡을 가다듬은 테레사가 방패로 전신을 가린 채 충격에 대비했다.
곧바로 엄청난 충격이 전신을 강타했다.
콰아아앙!
“큭!”
이를 악물고 버틴다.
육중한 헬버드와 둔기들이 미친 듯이 몰아쳤지만, 극한까지 끌어올린 신성력이 든든한 방패가 되어주었다.
첫 번째 격돌을 버틴 테레사가 즉시 검을 휘둘렀다.
서걱!
“케엑!”
검은 양의 목덜미가 쩍 하고 벌어졌다.
공격보다 방어에 특화된 성기사임에도 이토록 뛰어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상성 때문.
허나, 이건 양날의 검이다.
신성력 역시 태고의 존재들에게 위협적이지만, 반대로 말하면 태고의 존재들이 보유한 특유의 마력 역시 신성력을 다루는 이들에게 치명적이었으니까.
한 방 한 방이….
……평소보다 더 묵직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소리다.
“후우….”
호흡을 가다듬은 테레사가 더욱 거칠게 날뛰었다.
검과 방패가 빠르게 공수를 교대하며 마력을 끌어모았다.
[테레사가 특수스킬 ‘그리스도의 사도‘를 발동합니다!] [에덴의 사도가 지닌 권능으로 인해 앞으로 1시간 동안 신성력에 관련된 모든 스킬들의 효과가 10%만큼 상승합니다!] [고유성창 ‘하얀 불꽃’이 발동됩니다!]테레사의 몸 주위로 12개의 성흔이 떠올랐다. 은색으로 일렁이는 각각의 문양이 빛나며 모든 스탯과 능력들이 3배 가까이 상승했다.
하얀 불꽃이 흐드러지며 무시무시한 마력이 응축됐다.
그리고 그 순간.
쿠쿠쿠쿠…쿠콰콰콰쾅!
지면에서 수십 미터에 이르는 황금 십자가가 솟구치며 주위에 몰려 있던 태고의 사역마들을 한꺼번에 집어삼켰다.
“키에에에!”
“케에…!”
그대로 살이 타들어가며 뼈까지 한 줌의 가루가 되어 사라져버린다.
악을 정화시켜버리는 순수한 신성력의 위력이 제대로 발휘된 순간이었다.
하지만.
소멸시킨 건 전체에 비하면 극히 일부일 뿐.
아직까지 적들은 눈으로 가늠할 수조차 없게 많았다.
게다가 문제는 양산형 외에 진짜 까다로운 놈들의 관심까지 끌었다는 점이다.
막대한 신성력에 반응한 중형급 개체들이 테레사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네임드 몬스터 ‘우투만드’가 현현합니다!]“음츳…카…이르아…!”
정체불명의 말을 하는 거대한 체구의 몬스터.
근육질의 몸에 돋아난 수많은 입들에선 검보라색 연기가 스멀스멀 흘러나오고 있었다.
12사도의 가호로 인해 생겨난 광채마저 갉아먹어버리는 불길한 연기였다.
테레사가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콰아앙!
조금 전까지 서 있던 곳에 우투만드의 촉수가 내려꽂혔다.
촉수에 난 입들에서 알 수 없는 체액이 뿜어졌다.
치이익!
바위가 카라멜마냥 녹아내렸다.
간신히 공격을 피한 테레사가 신성력이 실린 검으로 우투만드의 몸통을 찔렀다.
푸욱!
검이 살속에 박히긴 박혔다.
그런데.
……얕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너무나 미약했다.
그 말을 증명하듯.
“즈트라…메카샨드라카!”
따가운 칼침에 열이 받은 우투만드가 거대한 촉수들을 일제히 뿜어냈다.
두두두두!
지면으로 파고든 촉수들이 테레사의 발밑에서 튀어나왔다.
투콰아앙!
밖으로 나온 촉수들 사이에서 입이 쩍하고 벌어졌다. 벌어진 입에 맺힌 이슬들이 한 줌의 연기가 되어 퍼져나갔다.
정체불명의 스산한 색깔이 눈에 거슬린다. 이상하다는 위화감도 잠시 연기가 테레사의 주위에 펼쳐진 신성력에 닿는 순간 신성력이 전혀 다른 형태의 기운으로 변질되어버리기 시작했다.
치이익!
“……큭!?”
테레사가 황급히 거리를 벌렸다.
말도 안 되는.
단지 닿는 것만으로도 영구적으로 보존되어야 할 스탯이 깎여나갔다. 이런 종류의 능력이 있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두근!
-받아들여. 그럼… 이기게 해줄게. 상대가 그 누구든지 간에.
신성력이 약화됨에 따라 내면 깊숙이 잠들어 있던 또 하나의 인격이 더욱더 강렬하게 유혹해왔다.
“조용…히 해.”
테레사가 사력을 다해 유혹을 뿌리쳤다.
그 와중에도 계속해서 공격은 이어졌다.
-킥! 계속 고집 부리다간 이번에야말로 죽게 될 거야. 별의 가호로 부활해봤자 이 상황 자체에서 벗어날 순 없을 테니까.
그 말대로다.
수백의 염소와 양들을 베고 몇이나 되는 우트만드들과 맞서싸워도 거대한 빙산의 일부분을 깎는 것조차 되지 못했다.
아무리 시간을 버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싸움이다.
“하아… 하아… 하아….”
이미 동공은 초점을 잃었고 들고 있는 검과 방패는 천근처럼 느껴졌다.
이제는 반격을 가하기는커녕 다음 공격을 막을 힘마저 남아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켜야 한다.
반드시.
반드시 지켜야 한다.
지켜내고야 말 것이다.
설령 그 대가가 목숨이라 하더라도.
하지만.
그 선택지에 원래의 인격을 버린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오롯이 스스로의 의지와 신념으로 움직일 생각이었으니까.
테레사가 피투성이로 변한 몸을 가까스로 일으켜세웠다.
동시에 테레사의 손이 왼쪽 가슴으로 향했다.
-너… 설마?
또 다른 인격이 깜짝 놀라 말을 걸었다.
지금 테레사가 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멍청하긴…! 멈춰! 당장 멈추라고!
검은 목소리가 고막을 찔렀지만, 테레사는 이미 결심을 굳힌 뒤였다.
‘에덴의 사도’가 됨에 따라 받은 권능 중 하나. ‘아크 크로스’. 모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함으로써 한 가지 비원을 이루게 하는 힘이다.
[성녀의 기도가 하늘에 닿았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아가페적 희생.
부모가 자식에게. 그리고 신이 인간에게 대가를 바라지 않고 베푸는. 무조건적인 사랑과 관용.
그것이 테레사의 두 번째 고유성창을 개방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우우우웅!
일그러진 하늘 사이로 신성한 빛줄기가 떨어졌다.
[고유성창 ‘세라핌’이 발동됩니다!]눈부신 광휘가 모여들어 테레사를 집어삼켰다.
“크으으으….”
“케에에에!”
눈을 찌르는 백색 화염에 태고의 사역마들이 고개를 돌리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곧이어 완전히 바뀐 테레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티끌 하나 묻지 않은 백색의 아름다운 날개. 특유의 금발 위엔 가시나무로 만든 면류관이 씌어져 있었다.
에덴이 가지고 있는 일곱 왕관 중 하나, ‘신성 왕관’의 레플리카다.
비록 열화판에 불과하긴 했지만, 본래 왕관이 지닌 능력의 30%를 발휘할 수 있을 터.
그것만으로도 터무니없는 능력을 보유한 셈이다.
은은하게 빛나는 광휘가 보라색으로 가득한 세계에 새로운 색을 드리웠다.
어둠이 몰려가고.새벽이 시작되었다.
게다가.
세라핌이 발동함으로써 또 하나의 부가적인 특수 능력이 이어졌다.
새롭게 고유성창을 각성한 신의 사도를 보호하기 위해서.
[결계가 균열이 생깁니다.]테레사와 계약을 맺은 대천사가 강림하는 것이다.
[대천사 ‘가브리엘’이 현현합니다!]우우우웅!
에덴을 대표하는 최강의 전력 중 하나.
“축제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나 보네요.”
가브리엘이 바글바글 몰려 있는 적들을 내려다보며 붉게 타오르는 검을 꺼냈다.
* * *
진혁이 눈 앞에 떠 있는 상태창을 바라봤다.
[복사조건: 벨루스의 능력을 복사하기 위해선 그가 가지고 있는 불사의 비밀을 파헤치고 그 능력을 무효화시켜야 합니다.] [복사조건: 에덴의 가호를 받고 있는 성녀 클래스는 특정 조건을 충족 시 두 번째 특수 고유성창을 개방시킬 수 있습니다. 단, 조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에 그 조건이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해내야만 하며, 특수 고유성창을 개방시키는 데 성공할 경우 그녀의 능력을 복사할 수 있게 됩니다.]이번 싸움을 통해 얻어야 할 두 가지 과제 중 하나가 해결되었다.
흐음.
‘확실히 이런 식으로 빌드업을 짜둔 게 여러 가지로 효율적이네.’
진혁이 고유성창을 발동시킨 테레사를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일부러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끔 유도한 뒤 계속해서 한계에 부딪히게 했는데, 그 작전이 제대로 먹혔다.
‘원래 성녀라는 포지션이 자기 희생. 숭고한 의지. 이런 게 중요한 거 아니겠어?’
정확한 각성 조건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대충 그러한 것들이 키워드라는 것쯤은 예상하고 있었다.
물론. 그 대가가 스스로의 생명이긴 했지만 상관없다.
이미 그걸 해결할 방법 또한 생각해 뒀으니까.
진혁이 새로 얻은 랜덤 박스를 만지작거렸다.
이걸 통해 얻을 수 있는 아이템 중 하나엔 절대 금제를 해소할 수 있는 것 또한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나중에 천천히 알려줘도 되겠지.’
일단은 저 눈물 겨운 성녀의 각성에 박수의 갈채를 보내는 게 우선이다.
가능하면 눈물도 몇 방울 흘리는 연기도 좀 해주고.
[고유성창 ‘세라핌’을 복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복사된 능력이 ‘세계의 기억’에 저장됩니다.]좋아.
이제 능력도 손에 넣었겠다…. 슬슬 이 싸움에 종지부를 찍을 시간이다.
“뭐가 그리 우스운 거지? 나 하나 간신히 감당하던 놈이… 이제는 더한 벽을 마주하게 생겼는데? 아니면… 설마, 테레사가 각성한 걸로 전황이 뒤집혔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벨루스가 테레사 쪽을 향해 손톱을 뻗었다.
확실히 고유성창을 각성한 테레사가 상극인 태고의 사역마들을 상대로 놀라운 활약을 보여주고 있긴 했지만, 완전히 기울어진 저울을 들어올릴 정도는 아니었다.
“뭐, 테레사 씨의 각성이 목표 중 하나이긴 했지만, 거기에 올인한 건 아니야.”
처음부터 ‘언노운’이라는 거대한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 준비해둔 유일무이한 카드가 있었다.
[아공간 인벤토리가 개방됩니다.]“너희가 먼저 기습을 해준 게 오히려 나쁘지 않았어.”
7일이란 시간을 꽉꽉 눌러 담아 난전을 유도하고 물량전을 펼쳤으면 훨씬 더 골치가 아팠을 것이다.
하지만, 핵심 전력이 고스란히 한 곳에 모인 덕분에 승산이 훨씬 더 올라갔다.
진혁이 아공간에서 그림 한 장을 꺼냈다.
오룬을 통해 완성시킨, 전성기를 재현할 수 있는 최강의 아이템이 나타났다.
[‘나폴레옹의 대관식’이 발동됩니다.]지금 이 순간을 위해 아끼고 아껴왔다.
복원을 또 다시 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이번의 승리는 이 모든 걸 투자해도 아깝지 않다.
그 정도로 이번 싸움에 걸려 있는 건 컸다.
파츠츠!
붉고 검은 스파크들이 진혁의 주위에 요동치며.
엘리스의 ‘개벽의 계시록’과 전성기의 ‘레인저’가 합쳐졌다.
진혁이 한 손에는 ‘퍼스트 블레이드’를.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붉은 문양이 새겨진 권총을 쥐었다.
“지긋지긋한 악연에 종지부를 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