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47)
647화. 고유성창 ‘세라핌’ (2)
“이건….”
“…….”
진혁을 마주한 적들의 표정이 180도 바뀌었다.
전신을 자극하는 살벌한 마력.
전성기를 재현하는 위대한 아이템의 힘은 주위의 모든 기세를 통째로 집어삼켜버렸다.
쿠쿠쿠쿠쿠!
흔들리는 지면 위에서 진혁이 천천히 총을 들었다.
벨루스가 그 모습을 넋을 잃고 바라보다 반 박자 늦게 정신을 차렸다.
“큭!”
총기류를 상대로 겨눌 수 있는 틈을 허용하다니….
……실책이다.
기다란 검은 날개를 활짝 편 채 벨루스의 몸이 공간을 가로질렀다.
그리고 그 순간.
[Lv??? ‘디맨션 불릿’이 발동됩니다!]진혁의 총구에서 불이 뿜어졌다.
타앙!
탄환이 독사의 형태로 변해 날아갔다.
단순히 몇 센티미터에 불과한 쇠붙이가 아닌, 공격 범위가 몇 미터를 아우르는 광역기였다.
쉬이잇!
벨루스의 양 손톱이 엑스자로 가로질렀다.
콰아아앙!
엄청난 충격파가 일어났다.
“크아아악!”
독사의 이빨에 가격당한 벨루스가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렀다.
불사의 육체는 즉각 재생을 시작했지만, 독니로 인해 당한 상처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다.
살이 타들어가고 뼈가 녹는다.
지금까지 접해 보지 못한 맹독이 신경을 타고 뇌수까지 파고들었다.
그러나 고통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진혁의 두 번째 공격이 이어졌다.
보라색 궤적을 그린 단검이 단숨에 벨루스의 목을 노렸다.
그런데 칼날이 목을 꿰뚫기 바로 직전.
카아앙!
제3자가 개입했다.
“아무래도 벨루스 혼자서는 무리겠군요.”
홍련과 바너드를 쥐고 있는 가짜. ‘언노운’이었다.
“그 무장으로는 지금의 나하고 상대가 안 될 텐데?”
“그건 그렇겠죠.”
언노운이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실제로 칼날을 막는 게 한계였고 교착이 이어질수록 버나드와 홍련이 비명을 지르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허나.
“굳이 당신과 일대일을 해줄 생각은 없습니다.”
괜히 다수의 아군을 이끌고 온 게 아니다.
부족한 아이템의 스펙쯤이야 얼마든지 양질의 병력으로 커버 칠 수 있었다.
콰콰콰콰콰콰!
계시록의 네 기사가 서로 다른 검을 휘둘렀다.
[절대 스킬 ‘언약의 집행검’이 발동됩니다!]네 검을 동시에 맞을 경우 반드시 대상의 목숨을 빼앗아버리는 절대 판정이다.
진혁이 종이 한 장 차이로 칼날을 피했다.
동시에 총구에서 또 다른 탄환들이 번개처럼 발사됐다.
콰아앙!
네 기사 중 질병의 기사가 온갖 병원균으로 뒤덮인 방패로 막았다.
그런데.
“쿨럭?”
기사의 두 동공이 급격하게 흔들렸다.
분명 제대로 된 타이밍에 방어를 했다.
마력 역시 충분하다 못해 넘칠 정도로 실어 두었고.
한데 어째서….
가슴팍에는 거대한 구멍이 생겨 있단 말인가?
탄환이 가로지른 관통 면이 마찰로 인해 붉게 달아올랐다.
질병의 기사가 비틀거리다가 그대로 고꾸라졌다.
“공격할 틈 자체를 주지 마라!”
기사의 방패로도 방어가 안 된다면 어지간한 아이템으로는 턱도 없을 터.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걸 보여줄 시간이다.
언노운이 ‘빙하조형’과 ‘태초의 불꽃’으로 만든 창을 소환했다. 수백 개의 창들이 원거리에서 진혁이 있는 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진혁의 능력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답게 각각이 보유한 스킬들의 위력은 위협적이기 짝이 없었다.
퍼퍼퍼퍼퍼퍼퍽!
얼음과 불꽃으로 인해 주위가 온통 수증기로 가득 찼다.
“키에에에에!”
쉐이드 리퍼 역시 낫을 높게 치켜들며 한 방을 날릴 기회를 엿봤다.
인과의 제약을 걸 수 있는 낫은 한 번 벤 대상에게 다양한 종류의 족쇄를 채울 수 있었다. 스치기라도 한다면…. 전투에 균형을 완전히 무너뜨려버릴 수도 있다는 소리다.
물론.
[성멸절기 ‘소유 성창’이 소환됩니다!] [개벽의 계시록 – ‘블러드 익스플로젼’이 발동됩니다!]언노운과의 1:1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이쪽 역시 고인물 코퍼레이션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준비해 두었다.
“모기이이!”
“감히 그 더러운 것들로 짐의 계약자에게 상처를 입히려 한단 말이냐?”
고구마와 엘리스가 준비했던 한 방을 터뜨렸다.
붉게 달아오른 검이 대기를 관통했고. 바닥을 가득 적신 피들이 보이는 모든 공간을 핏빛으로 물들였다.
쿠쿠쿠쿠쿠쿠…!
“크아아악!”
“으아아아!”
공격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계시록의 기사들이 몸을 웅크렸다.
언약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고대종과 진조의 전력이 담긴 공격에서 무사하기란 쉽지 않았다.
“빌어먹을. 버러지들이…!”
언노운이 즉시 무한의 서고를 개방하려 했다.
타앙!
그런데, 서고가 완전히 열리기 전에 또 한 발의 총성이 터졌다.
카아앙!
언노운이 가까스로 탄환을 튕겨냈다. 조금이라도 서고를 닫는 게 늦었더라면 질병의 기사와 같은 꼴이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탄환을 막은 대가는 생각보다 혹독했다.
콰득….
홍련과 바너드의 표면에 생긴 희미한 균열. 정면으로 막는 게 아니라 궤도를 비틀었음에도 무기가 상했다.
치가 떨릴 정도의 위력이다.
“제법이네. 그걸 튕겨내고. 그거 한 방으로 이마에 예쁘장한 구멍을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진혁이 총구에서 나오는 연기를 후하고 불었다.
“대관식의 힘으로 억지 각성을 한 거면서 기고만장하군요. 한 번뿐인 카드를 여기서 사용했으니 앞으로가 가시밭길일 텐데 말이죠.”
“조금 아깝긴 한데, 널 박살 내 버릴 수만 있다면 썩 나쁘지만도 않은 것 같아서.”
“후후. 뒷날을 생각 안 하는 건 언제나 한결같군요. 뭐, 좋습니다. 단세포 같은 그 성격을 예상하지 못한 것도 아니고. 그쪽에서 무식하게 밀고 나가겠다면 이쪽도 그에 걸맞은 걸로 상대해드리죠.”
언노운이 품 안에서 영롱한 푸른 빛을 띤 보석을 꺼냈다.
“……?”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여태껏 시련의 탑에 존재하는 온갖 종류의 아이템들과 성유물들을 봤었지만, 저런 색을 띤 보석은 본 적 없었다.
진혁이 ‘탐식의 눈’을 발동하기도 전에, 언노운이 보석을 그대로 꿀꺽 삼켰다.
그러자 그 순간.
콰콰콰콰콰콰콰!
언노운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이 아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하고 흉흉하게 변했다.
[‘영원의 혈석’을 복용했습니다!] [고유성창 ‘페이즈3’이 발동됩니다!]내용: 한 가지 무기에 관한 숙련도를 최대치까지 상승시켜줍니다.
[심상구현화. – 무기류]내용: 상상하는 아이템 하나를 현실로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단, 무기의 능력치에 따라 구현화할 수 있는 지속 시간이 달라집니다.
[가장 위대하고 음울한 궁전이 소환되려 합니다.]내용: 혈석을 복용한 대상자를 1시간 안에 죽이지 못할 경우 아자토스의 궁전이 이곳으로 현현하게 됩니다. 단, 이 효과는 아포칼립스 중에서 ‘언약’이 진행되고 있는 경우에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수없이 나타나는 붉은 상태창.
동시에.
촤르륵….
언노운이 반쯤 부서진 단검을 버리고 새로운 무기를 꺼내들었다.
칼날이 연이어 늘어지는 특성을 지닌, ‘사복검’이다.
“시간이라는 게 얼마나 소중한 건지… 아주 뼈저리게 느끼게 해드리죠.”
언노운의 가면이 기괴한 형태로 일그러졌다.
* * *
화르륵….
하얀 불꽃과 깃털들이 한 자리에 어우러졌다.
눈부신 왕관 사이로 흘러내린 금발이 부드럽게 하얀 갑주를 뒤덮었다.
“후회…하지 않을 거야?”
가브리엘이 복잡한 심정이 담긴 눈으로 테레사를 바라봤다.
에덴의 사도로 각성한 테레사의 생명력은 ‘세라핌’을 사용한 이후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다.
고유성창 중에서도 굉장히 특별한 축에 속하는 세라핌은 인간의 몸으로 대천사의 영역에 도달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분명 이번 싸움이 끝나는 즉시 아니, 어쩌면 격렬하게 싸움이 이어지는 중에 목숨을 잃어버릴지도 몰랐다.
“괜찮아요.”
하지만, 테레사는 자신의 결정을 조금도 후회하지 않았다.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있다면, 그를 위해 1분 1초라도 더 많은 시간을 벌 수 있다면 그걸로 족했다.
“하아. 역시 우리가 선택한 성녀답네. 둔한 것도. 미련한 것도. 그렇기에 안타까운 것도 한결같아.”
가브리엘이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잔다르크도 그렇고. 언제나 성녀로 임명된 후보들은 한결같이 손해만 보는 역할을 자처해왔다.
그렇기에.
“가만히 내버려둘 수가 없다니까.”
가브리엘이 테레사의 옆에 섰다.
“함께 해주시는 건가요?”
“내가 바보를 좋아하거든.”
순진한 바보들은 왜인지 모르게 가만히 지켜볼 수만 없다.
대천사와 성녀가 몸 속에 있는 신성력을 한꺼번에 방출했다.
우우우웅!
[성역(聖域) ‘Red sea’(홍해)가 발동됩니다!]테레사와 가브리엘의 주위로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두 개의 거대한 파도가 솟구쳤다. 적의 대군으로부터 자신들의 백성을 지킨 신화.
쏟아져오는 적들을 모조리 수장시켜버릴 신성한 파도가 좌우로 길게 갈라졌다.
⁕
“성가시군.”
은색 피부를 지닌 외소한 체구의 노인이 혀를 찼다.
대마도사 타마쉬.
태고의 존재들을 섬기며 동시에 이번 임무에서 태고의 사역마를 통솔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원래라면 손쉽게 쓸어버리고 원래 있던 50층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으나, 막상 전투가 시작되자 적들의 반격이 만만치 않았다.
자신의 모든 것을 불사르며 덤벼대는 가브리엘과 테레사의 조합이 상상 이상의 피해를 만들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대군형 광역 스킬인 ‘홍해’는 병력 차이가 많이 날수록 몇 배나 큰 위력을 발휘했기에 저 파도 사이에서 수백이 넘는 양과 염소들이 소멸해버렸다.
“언노운 쪽에서도 꽤나 궁지에 몰린 건가.”
타마쉬의 시선이 진혁과 언노운이 싸우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영원의 혈석’까지 사용한 걸 보니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진혁이라는 인간을 쓰러뜨릴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래도 저걸 꺼내든 이상 인간들 쪽에 승산은 없겠지.
모든 건 정해진 결말대로 흘러가게 되어 있었다.
타마쉬가 들고 있던 수정 지팡이를 가볍게 휘둘렀다.
[성유물 ‘그늘진 자수정’이 개방됩니다!] [끝없는 환영에 노출된 이들은 보고 듣는 모든 것들이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환영‘과 ‘환각‘에 특화된 타마쉬는 수많은 마법들 중에서도 특히 이 두 가지를 주력으로 다뤘다.
그리고.
환영을 통한 극한의 자기암시는 가뜩이나 강력한 태고의 사역마들을 몇 배나 흉폭하게 만들었다.
“움칫카투라마다… 이케트라야!”
“아스무트모 구라샤이카!”
중형급 우투만드들의 동공이 가늘어졌다.
홍해로 인해 한풀 꺾였던 기세는 더 이상 없다.
심지어 거대한 파도 역시 메마른 황무지로 보이게 만들었다.
거부감이 사라진 자리엔 압도적인 자신감과 적을 유린하겠다는 본능이 들어섰다.
“크르르….”
“키에에에!”
더욱 기세등등해진 검은 염소와 양들이 테레사와 가브리엘을 향해 돌진했다.
동시에.
[대마도 ‘이터널 메테오 스톰’이 발동됩니다!]파도 위로 거대한 운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건 환영이 아니다.
성역을 무너뜨리기 위해 특별히 준비해둔 최강의 공성병기지.
“오늘 밤엔 천사 고기를 맛볼 수 있겠군.”
타마쉬가 입맛을 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