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48)
648화. 한계를 넘어서 (1)
쿠쿠쿠쿠쿠…콰콰콰콰쾅!
주변을 감싼 결계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두 세력이 사력을 다해 전투를 벌이면서 퍼져나간 마력의 파장이 워낙에 거대했기에, 결계 밖에까지 그 여파가 새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미세한 잔향은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마저 눈치챌 수 있을 정도였다.
숙소에서 약 100m 떨어져 있는 공터에서는 천유성이 홀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후우.”
천유성이 거친 호흡을 가다듬었다.
모두가 축제를 즐기고 있던 와중에도 묵묵히 수련에 몰두한 지 벌써 2시간째.
새롭게 익힌 고유성창이 충분히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되었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다른 의미에서 빠르게 고동쳤다.
이거라면….
이 정도로 강력하고 패도적인 검술이라면 그 빌어먹을 고인물에게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후후…후후후후….”
천유성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묘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머릿속에는 발밑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며 항복을 구걸하는 진혁의 모습이 본편에 후속편에 후속편까지 방영되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움찔….
치열하게 훈련을 하면서 갈고 닦은 감각에 무언가 걸렸다.
분명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
평온한 공기와 익숙한 배경은 몇 번이나 봤던 그대로의 모습이었으니까.
하지만.
파치칙!
희미하게 튀는 스파크와 미묘하게 흔들리는 대기. 피부에 전해지는 건조한 온도마저 무언가 달랐다.
짙은 위화감이 신경을 건드렸다.
설마…?
천유성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무언가 있다.
그것도 엄청나게 날카로운 감각을 가져야만 인지할 수 있는.
“젠장!”
이만한 짓을 벌일 수 있는 자가 결코 좋은 의도로 이곳에 오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으리라.
결론을 내린 천유성의 몸이 용수철처럼 앞으로 튕겨나갔다.
콰앙!
지면을 박차고 단숨에 도달한 숙소.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몸이 투명한 무언가에 막혀 튕겨나왔다.
서걱!
검을 휘둘러봤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역시나, 결계가 쳐져 있는 것이다.
“그 녀석 짓은 아닐 테고.”
아무리 진혁이 장난질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이렇게까지 바보짓을 할 리는 없다.
이처럼 꽁꽁 싸매고 있음에도 안에서 느껴지는 살기는 심장을 차갑게 시켜버릴 것만 같았으니까.
‘만약 적이 기습한 거라면 이 안에 상황이 좋지 않을 텐데.’
연합 측 세력이 대부분 축제 이후 애프터 파티를 즐기고 있었기에, 숙소 쪽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자가 없을 거다.
다시 말해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다는 뜻. 도울 수 있는 자는 지금 당장은 하나뿐이었다.
이 기회에 빚을 하나 만들어두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무엇보다.
“언노운 따위에게 쓰러지는 건 용납할 수 없다.”
강진혁이란 거대한 태산을 무너뜨리는 건 단 한 명이어야 한다.
거대세력의 주신들이나 고대룡이나 태고의 존재 따위가 아닌….
오직.
“내가…!”
파츠츠츠…!
칼날을 타고 눈이 시린 하얀 검광이 솟구쳤다.
아름다운 눈꽃이 흐드러지며 천유성의 주위에 몰아쳤다.
쿠쿠쿠쿠쿠쿠!
폭풍이 일점을 향해 축약되는 광경.
일검에 실린 강기가 몇 미터까지 늘어났다.
[백야일섬검 – ‘화무십일홍’]모든 걸 쏟아내고 스러져버리는 불꽃처럼.
일격에 보유한 마력을 전부 쏟아 최강의 일격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다.
천유성이 모든 정신을 한 곳에 집중했다.
검을 잡은 손이 멈추고.
시간마저 멈췄다.
* * *
[언노운이 특수 스킬 ‘블랙 센티피드’를 발동합니다!]촤촤촤촤촤촤…!
사복검의 칼날이 검게 물들더니 이내 지네의 형태처럼 변해 꿈틀거렸다.
“이게 얼마나 위력적인지는 당신이 제일 잘 알고 있겠죠.”
언노운이 가볍게 손목을 움직였다.
그러자 사복검이 궤도를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좌에서 우로. 그리고 다시 곡선과 포물선을 그리며 진혁의 주위를 감쌌다.
워낙에 고속으로 움직이는 데다 박자까지 괴랄해 예측 자체가 안 되는 공격이었다.
하지만.
카카카캉!
진혁이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사복검을 쳐냈다.
이질적인 것의 대명사라는 사복검의 명성에 제대로 먹칠을 한 순간이다.
“약까지 먹은 것치곤 좀 아쉬운데, 설마 이게 전부는 아니겠지?”
진혁이 이죽였다.
“……설마요.”
언노운이 어금니를 깨물며 대서고에 있는 또 다른 능력을 불러왔다.
[고유성창 ‘잔류월광’이 발동됩니다!] [특수스킬 ‘지네들의 서식지’가 발동됩니다!]스스슥….
언노운의 모습이 수십 개로 늘어났다.
당연히 들고 있는 사복검 역시 수십 개로 늘어났다.
“하나는 어찌어찌 감으로 막을 수 있다지만, 이 많은 것도 감으로 막을 수 있을까요?”
“진짜 못 하는 게 없긴 하네.”
진혁이 기가 막히다는 듯 혀를 찼다.
거울을 마주하는 것마냥, 자신 있게 사용하는 능력들을 그대로 갖다 쓰는 걸 보는 게 참 미묘한 느낌이다.
적의 입장에서 온갖 능력들을 꺼내 쓰는 게 얼마나 사기적이면서 반칙인지 느낄 수 있기도 했고.
하지만.
같은 능력들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해도 그 스킬을 자연스럽게 연계할 수 있냐 없냐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무한의 대서고’가 개방됩니다!] [고유성창 ‘크로노 스피어’가 발동됩니다!] [고유성창 ‘뇌신’이 발동됩니다!] [고유성창 ‘풍신’이 발동됩니다!]연이어 나타나는 상태창.
츠츠츠…!
진혁의 총구와 단검에서 각기 다른 능력이 발현되었다.
콰콰콰콰콰콰!
곧바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수십 개의 사복검이 어지럽게 지면을 훑었고 진혁은 빠르게 몸을 날리며 언노운의 분신체들을 노리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탕!
총구에서 뿜어지는 무수한 빛줄기.
뇌신과 풍신이 합쳐진 크로노스피어가 가장 후방에 있던 본체를 향했다.
어떻게 똑같은 분신체들 사이에서 본체를 구별해냈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그보다 살아남는 게 우선이다.
생각이 채 머리를 떠나기도 전에 분신체들이 언노운의 앞으로 몸을 던졌다.
퍼퍼퍽!
“크아악!”
“쿨럭!”
붉은 피보라가 일어났다.
탄환은 다섯 명의 분신체를 죽이고 나서야 간신히 회전을 멈췄다.
“크윽….”
언노운이 몸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냈다. 적절하게 상쇄시켰다고 생각했는데도 온 몸에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혈석을 복용했는데도 이 정도란 말인가?’
압도적인 위력과 통찰력.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까다로웠다. 혼자서는 도저히 이길 수 있는 각이 안 보였으니까.
잔류월광으로 만든 분신들도 목숨을 연명하는 용도일 뿐.
기껏해야 몇십 분 정도밖에 버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에 시간은 내 편이다.’
아자토스의 궁전이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동시에 진혁으로부터 흘러 나오는 마력은 조금씩 옅어지고 있었다.
‘나폴레옹의 대관식’의 시간 제한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보아하니 기존의 3분보다 지속 시간을 늘리는 데 성공한 것 같긴 하지만… 아주 비약적으로 늘리는 건 무리인가 보군.’
언노운이 균열이 간 가면을 고쳐썼다.
동시에 옆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벨루스가 즉시 진혁의 후방을 향해 쇄도해왔다.
“멈춰!”
“네 상대는 우리다.”
“한눈 팔 여유 따윈 없을 텐데, 아타락시아의 가주여.”
엘리스가 말리려 했지만, 쉐이드 리퍼와 나머지 기사들이 발목을 붙잡았다.
엘리스가 막히자 벨루스를 붙잡을 수 있는 건 없었다.
“갈가리 찢어 죽여 주마!”
줄기줄기 살기를 뿜어내는 벨루스가 미친 듯이 손톱을 휘둘렀다.
사복검이 커버하지 못하는 곳을 절묘하게 노리면서.
‘천마군림보’를 발동한 진혁이 속도를 한 단계 높였다.
퍼퍼퍽!
투콰앙!
단검과 총구에서 뿜어진 탄환이 벨루스의 몸을 걸레짝으로 만들었다.
[불사의 육체가 재생을 시작합니다!]“크아아악! 아파! 아프다고! 죽인다! 아파!”
통증을 느끼긴 했으나, 벨루스의 생명력은 바퀴벌레처럼 질겼다.
“엄살 그만 피우고 더 몰아붙이세요. 당신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전위에서 공격을 받아내는 겁니다.”
“빌어먹을. 네 몸 아니라고 편하게 말하기는. 알았으니까 저 녀석이나 확실하게 박살내라. 팔다리를 잘게 찢어야 직성이 풀리겠으니.”
언노운과 벨루스의 합격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촘촘하고 매서워졌다. 반면, 대관식의 마력 공급이 줄어드는 진혁은 미세하게나마 허점을 드러내고 있었다.
쿵!
진혁의 등이 한 쪽 벽에 닿았다.
이리저리 빠져나가며 틈을 노리다가 마침내 코너에 몰린 것이다.
“킥킥! 좋아. 드디어 그 얼굴에 긴장감이라는 게 보이는구나.”
벨루스가 광소를 터뜨렸다.
거의 동시라고 해도 좋을 찰나.
콰아앙!
벨루스의 손톱이 진혁의 가슴을 아작내버렸다.
“커…억!?”
진혁의 몸이 기역 자로 꺾였다.
* * *
“계, 계약자!”
“모기이이!”
엘리스와 고구마가 동시에 고함을 질렀다.
절대로 당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진혁이 치명상을 입어버린 것이다.
아니, 상반신이 완전히 절단났으니 살아날 가능성은 이미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산산히 부서지는 육편.
그런데.
파편들은 피와 살덩이가 아닌 얼음으로 만든 가짜였다.
환술과 착시를 동반한 ‘빙하만화경’이다.
진혁의 목소리가 들린 건 벨루스의 등 뒤였다.
“드디어 마력을 다 써버렸네.”
진혁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점점 더 유리해지는 싸움에 벨루스가 가진 모든 마력을 쏟아붓게 만들었고. 승리를 확신할 수 있게끔 계속해서 판을 만들었다.
심장이 있는 곳에 총구를 가져다 댄 진혁이 아껴두었던 힘을 방출시켰다.
[Lv???? ‘디멘션 불릿’이 발동됩니다!]처음 사용했던 탄환도 기사 하나를 일격에 보낼 정도였지만, 지금 총구에 모이는 빛은 그보다 열 배 이상은 강력했다.
[고유성창 ‘세라핌’이 발동됩니다!]진혁의 등 뒤로 한 쌍의 날개가 더 나타났다.
머리에서 몇십 센티미터 떨어진 허공에서 ‘신성의 왕관’이 모습을 드러냈다.
테레사와 마찬가지로 신성의 왕관을 모조한 래플리카였다.
[세라핌 – ‘신성향의 사수’가 발동됩니다!] [개벽의 계시록 – ‘블러드 스피어즈’가 발동됩니다!]각기 다른 색의 날개에서 흘러나온 붉고 흰 마력이 탄환에 깃들었다.
그렇게 압축되고 압축된 최강의 한 발.
타앙!
한 발의 총성이 벨루스의 심장을 관통했다.
수백 개의 파장이 소닉붐을 만들며 결계의 반대쪽까지 퍼져나갔다.
“끄으으… 끄아아아악!”
벨루스가 고통에 가득찬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비명소리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멍…청하긴! 내가 불사의 몸이라는 걸 잊은 것이냐?”
벨루스가 거친 호흡을 토해내며 몸을 일으켰다.
그 말대로 상처 부위는 천천히 재생되고 있었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그래왔듯이.
불사의 힘에 치가 떨릴 법도 했으나. 정작 진혁의 말투는 느긋하기 짝이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알고 있지.”
애초에 노린 것은 한 발로 죽이는 게 아니다. 한계까지 몰아붙여 재생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을 때, 툴차에게서 가져온 역병 세포를 재생하는 벨루스의 몸에 섞어 두었다.
정확히는 가장 중요한 심장을 이루는 곳으로 말이다.
……!!!!????
벨루스의 얼굴이 드라마틱하게 변했다.
수천, 수만 번. 죽음에 이를 정도의 상처를 입어온 벨루스였지만, 지금 겪는 고통은 차원이 다른 종류였기 때문이다.
“불사의 육체라… 참 부러운 능력이야.”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삶이라니. 필멸자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축복이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만수무강하고 있을 때에 해당되는 소리.
“끄아아아악!”
1분 1초가 수백 수천 번 죽는 것 같은 격통을 느끼고 있을 때는 예외다.
벨루스가 온 몸을 마구 비틀었다.
당장이라도 이 고통에서 해방되고 싶었지만, 죽지 않는 몸 때문에 그럴 수조차 없었다.
짝! 짝! 짝!
진혁이 감탄에 가득 찬 표정을 자아내며 박수를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