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49)
649화. 한계를 넘어서 (2)
고통에서 탈출하는 법은 몇 가지 없다.
고통의 원인이 되는 걸 제거하거나. 혹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육체 자체를 없애버리거나.
둘 중에 하나만이 해답이리라.
그리고.
“끄으으으….”
그 중에서 합리적인 방법을 고르자면 당연히 전자일 테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격통을 겪고 있는 벨루스에겐 최선책을 강구할 여유 따윈 없었다.
지금 당장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무슨 대가를 치르던지간에.
그렇기에.
불사를 없애고 안식을 맞이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을 택하려 했다.
벨루스가 스스로의 손을 심장에 갖다 댔다.
“벨루스! 멈춰라! 놈이 능력을 복사하려는 거다!”
진혁의 노림수를 파악한 언노운이 고함을 질렀다.
또 다시 운영자의 능력을 손에 넣는 것만은 막아야 했기 때문에 목소리가 다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너무 늦었다.
벨루스의 손톱은 이미 심장을 파고들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바로 그때.
꾸욱.
진혁이 자살하려는 벨루스를 막아섰다.
“에헤이. 잠깐 기다려.”
“으으…? 왜, 왜 그러느냐!”
“그동안 우리 뒤통수를 친 것 치곤 너무 편하게 보내는 것 같아서. 그래도 워낙 급해 보이니까 특별히 한 가지 부탁만 들어준다면 곱게 보내줄게.”
“주… 죽는 것도 대가를 지불하고 죽으라고?”
벨루스의 얼굴이 경악으로 뒤덮였다.
살다살다 이런 악독한 놈은 처음이었다.
“싫으면 계속 고통받든가.”
파치칙!
빙하조형이 발동되자 벨루스의 손에 서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힘이 약화될 대로 약화된 벨루스는 이 조차도 뿌리치기 버거웠다.
아무리 심장에 닿으려 해도 닿을 수가 없다는 소리다.
“원하는 걸 말해라! 빨리!”
“별 건 아니고. 네가 쓰던 레이피어.”
그거 좋아보이더라고.
모르긴 몰라도 가주들이 쓰던 것보다 훨씬 더 상위등급의 검일 것이다. 명색이 운영자가 애병기로 선택한 물건이었으니까.
진혁이 싱긋 웃으며 손바닥을 폈다.
벨루스가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 아공간을 열고 레이피어를 꺼내 집어던졌다.
“고마워.”
진혁이 새로 얻은 아이템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서야 비로소 벨루스는 이 끝없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쿨럭…!”
벨루스가 검은 피를 울컥 토했다.
그것도 잠시 눈동자가 초점을 잃고 흐리멍텅해졌다. 마침내 심장이 파괴된 것이다.
털썩.
아타락시아의 2인자이자 탑의 운영자가 쓰러졌다.
[성유물 ‘블루 문’을 획득했습니다!]블루 문(Blue Moon)
입수난이도: 측정불가
공격력: 980,000
내구도: 1,130,000 / 1,500,000[
벨루스의 능력을 복사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고유 패시브 ‘밤의 귀족’
내용: 밤을 지배하는 귀족 뱀파이어. 그 이명에 걸맞게 뱀파이어와 관련된 각종 스킬과 능력들을 사용할 수 있으며 숙련도에 따라 신체를 변화시키거나 박쥐들을 부릴 수 있게 됩니다. 특히 피를 다루는 힘이 대폭 상승합니다.
[복사된 능력은 ‘세계의 기억’에 저장됩니다.]“쳇.”
진혁이 아쉽다는 듯 혀를 찼다.
조금 더 창의적이고 제대로 된 방법을 사용했더라면, 가장 가지고 싶었던 불사의 능력을 손에 넣었겠지만….
사기적인 패시브답게 이 정도 설계로는 창의성과 돌발성 부분에서 감점을 받은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나쁘진 않네.’
새로운 능력을 복사하는 건 언제나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것이 강자의 능력이라면 더욱더.
진혁이 ‘밤의 귀족’으로 얻은 패시브를 발동했다.
우우웅!
테레사와 엘리스의 능력이 사라지고 대신 벨루스의 검은 날개가 생겨났다.
이제 가장 커다란 적 중 하나를 쓰러뜨렸으니 남은 건 언노운 하나뿐이다.
“바로 이어서 해볼까?”
“흐음. 꽤나 무리하신 것 같은데 조금 쉬었다가 하시죠? 얼마든지 기다려드릴 수 있습니다.”
“이야. 넘치는 배려심에 눈물이 나려고 하네. 왜, 아예 내 능력이 끝나고 아자토스의 궁전이 현현한 다음에 싸우자고 하지?”
“그게 베스트이긴 하겠지만, 어차피 결국에 그렇게 될 겁니다.”
언노운의 가면에 기분 나쁜 미소가 떠올랐다.
벨루스를 잃은 건 꽤나 뼈아프다.
이쪽에 충성을 다하는 운영자인 데다 전투 스팩 역시 훌륭했으니까.
그럼에도 진혁의 힘을 거의 다 빼놨으니 마냥 손해는 아니었다.
그 말을 증명 하듯, 진혁이 쥐고 있던 권총이 그 형태를 잃고 서서히 소멸하기 시작했다.
띠링!
진혁의 눈앞에 붉은 상태창들이 연이어 점멸했다.
[‘대관식의 힘’을 80%이상 사용했습니다.] [능력의 재발동을 위해선 그림의 복원이 필요합니다.]있을 수 없는 일이다.
벨루스를 죽이고 언노운까지 상대할 수 있게 완벽하게 마력 배분을 해뒀으니까.
“아직 시간이 좀 더 남았을 텐데…. 설마?”
진혁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시간 감각을 뒤틀어버린 건가. 그렇게 가정한다면 앞뒤가 맞았다.
[현재 이곳엔 역천의 황도십이궁(黃道十二宮) ‘흑(黑)물병자리’가 펼쳐져 있습니다.]벨루스와 싸우고 있는 동안 언노운이 장난질을 쳐놨다.
약간의 위화감도 느끼지 못할 만큼 너무나 자연스럽고 완벽하게 쳐둔 결계다.
“아무렴 호랑이를 사냥하는데 제가 바보도 아니고.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었겠습니까?”
언노운이 어깨를 으쓱였다.
“한 방 먹었네.”
진혁이 쓰게 입맛을 다셨다.
이제 시간이 거의 없다.
기껏해야 몇 발.
그 안에 승부를 내지 못한다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모두 수포로 돌아가버릴 거다. 진혁이 재빨리 자세를 잡았다.
그러나 1:1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또 다른 변수가 개입했다.
“무슨…?”
진혁이 고개를 치켜드는 것과 동시에 머리 위로 뜨거운 열기가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우우웅!
거대한 유성우들이 진혁이 있는 곳으로 떨어졌다.
피할 공간 자체가 없을 정도로 전방위를 아우르는 광역기.
쿠쿠쿠쿠…콰아아아앙!
직경이 수백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바윗덩어리들이 지면을 강타하자 흙더미들이 하늘을 가릴 정도로 솟구쳐올랐다.
콰아아아앙!
충격파가 태풍처럼 몰아쳤다.
* * *
태고의 존재 중 하나이자, 아자토스의 마법병단을 이끄는 대마도사 ‘타마쉬’였다.
“상대가 생각보다 더 강한 모양이군.”
공간이동을 끝낸 타마쉬가 언노운의 주위에 나타났다. 테레사와 가브리엘 쪽에 여유가 생기면서 언노운에게 지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쇠심줄보다 더 질긴 놈입니다. 물론, 그것도 이제 끝이겠지만요.”
“그래야 할 거다. 아자토스께서도 언짢아 하시고 계시니까. 인간 한 명 따위에게 이리 질질 끌려다녀서야 어찌 그자와 대업을 이어나갈 수 있단 말인가? 아니면 인간 한 명에게 쩔쩔댈 정도로 그자의 힘이 보잘 것 없는 걸지도 모르겠군.”
얕잡아 보는 게 역력한 말투.
지고지순한 태고의 존재들 답게 자신의 종족 외엔 모든 게 그들 아래에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제 주인에 관한 이야기라면 조금 더 조심해서 말씀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50층 전체가 사라지는 꼴을 겪고 싶지 않으시다면.”
“호오. 그 말 책임질 수 있는 거겠지?”
“당신이야말로 감당할 수 있는 겁니까? 아자토스마저 인정한 제 주인의 계획에 재를 뿌리는 건데?”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졌다.
서로가 서로에게 협력하면서도 절대 주도권을 잃진 않으려 했다.
그래도 둘 모두 동의하는 게 있다.
지금 당장 최우선으로 해야 할 일은 강진혁이라는 골칫덩어리를 제거하는 것이라는 걸.
둘의 시선이 한 쪽으로 향했다.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언제든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쿠쿠쿠쿠쿠쿠!
언노운과 타마쉬가 승부를 결정짓기 위한 한 방을 꺼냈다.
[빙하조형 ‘천년결빙’이 발동됩니다!] [아마겟돈 ‘퍼스트 임팩트’가 발동됩니다!]하나의 거대한 유성이 극한의 얼음으로 뒤덮였다. 질량과 속도 그리고 마력이 완벽하게 조합된 일격이다.
운석의 반경 몇 킬로미터까지 둔화와 결빙효과가 강제되기에, 피하는 것마저 여의치 않았다.
아니, 저걸 그대로 떨어뜨렸다가는 이 일대의 지도 자체가 바뀌어버릴 것이다.
진혁이 퍼스트블레이드를 역수로 쥐었다.
피한다는 선택지가 사라진 이상 정면으로 맞서는 수밖에.
파츠츠츠…!
보랏빛 물결이 일렁였다.
마지막 남은 마력이 검신을 타고 칼날 밖으로 유형화되었다.
빠르게 다가오는 운석.
시야가 온통 얼어붙은 바윗덩어리로 가득 차버렸다.
쩌저적…!
운석이 가까워질수록 지면에 있는 모든 것들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마치, 빙하기가 도래하는 것처럼 말이다.
서리가 끼고 피마저 차갑게 식어버리는 상황 속. 제대로 몸을 움직이기는커녕 몽롱해지는 의식을 붙잡는것마저 쉽지 않았다.
진혁의 몸이 빠른 속도로 굳었다. 앞으로 몇 초만 지난다면 산 채로 냉동인간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한 줄기 선이 운석의 표면을 가로질렀다.
콰콰콰콰콰콰!
선과 선이 운석의 둘레에 길게 있더니 이내 보면서도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졌다,
터무니없이 거대한 운석이 반으로 갈라지며 수천, 수만 조각이 나버렸다.
“어이가 없군. 저런 게 가능하다고?”
타마쉬가 자신도 모르게 본심을 내뱉었다.
자신이 가진 태고의 마법 중에서 가장 위력이 강력한 걸 사용했건만, 그게 저토록 쉽사리 박살날 거라곤 상상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그걸 일격에 할 거라곤 더욱더.
“대관식인지 뭔지를 계속 사용할 수 있었다면 위험했겠어.”
“만약 할 수만 있었다면 말이죠. 하지만, 방금 걸로 거의 다 바닥을 드러냈을 겁니다.”
“그래. 반면 내 마력은 무한이지. 어디 언제까지 발버둥칠 수 있을지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여흥이겠구나.”
아까보다는 그 크기가 확연이 적다.
그러나 계속해서 몰아치는 운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지상으로 다가왔다.
한두번이야 베어버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죽을 때까지 이어지는 메테오 스톰에는 제 아무리 괴물이라 해도 버텨낼 순 없으리라.
특히나. 아자토스의 궁전이 선명하게 구현화되고 있는 지금이라면, 태고의 권능을 극한까지 발휘할 수 있었으니까.
진혁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웠다.
놈들의 말대로 이쪽이 이길 수 있는 카드는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쩌저적!
공간에 균열이 생기며 새로운 인물이 나타났다.
“뭐 하고 있는 거냐, 거기서 멍하니!”
시련의 탑에서 지긋지긋하게 마주했던 오랜 라이벌. 천유성이었다.
녹색 궤적이 다가오는 유성의 측면을 강타했다.
콰콰콰쾅!
바위 파편들이 여러 개로 쪼개졌다.
진혁의 머리를 덮치려던 작은 운석의 궤도가 크게 틀어졌다.
“너…!”
“당장 검을 들고 저 멍청한 것들을 날려버려라. 내가 아는 고인물은 이 정도로 포기하지 않는단 말이다!”
천유성이 목에 핏대를 세웠다.
하….
살다살다 저 녀석에게 이런 말도 다 듣게 될 줄이야.
그래도.
“덕분에 정신이 조금 드네.”
한순간이나마 까마득해졌던 스스로를 다잡을 수 있게 되었다.
진혁이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얼마남지 않는 마력.
이제 모든 것을 걸고 승부를 봐야 할 때가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