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53)
653화. 결전(決戰) (3)
저벅.
게이트 속에서 걸어나온 것은 검은 연기로 뒤덮인 남자였다.
걸음을 걸을 때마다 불길한 기운이 솟구쳤다.
“웬 놈이냐!”
“여기가 어디라고…!”
“멈추세요!”
상급 관리자들이 낯선 침입자에 즉시 반응했다.
“제가 제압하겠습니다.”
[바스카빌이 고유능력 ‘엔드리스(Endless)’를 발동합니다!]이 저택 안은 바스카빌이 창조하고 만들어낸 세계. 온갖 종류의 식물들이 남자의 주위를 애워쌌다.
겁 없이 이곳에 들이닥친 침입자의 전신을 구속해버리겠다는 생각에서다.
곧바로 해테이스가 붉은 채찍을 꺼내들었다.
“그것만으로 되겠어? 아예 팔다리에 붙은 살점 정도는 발라내야지.”
[해테이스가 고유능력 ‘죄악의 채찍’을 발동합니다!]촤촤촤촤!
가시넝쿨이 달린 채찍이 허공을 갈랐다.
두 상급 관리자의 고유능력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남자에게 향했다.
그런데.
콰아앙!
식물들과 채찍이 남자의 몸에 닿기 직전 그대로 튕겨나갔다.
제압하기 위해 약간 힘을 조절했다곤 하지만, 믿기 힘든 결과였다.
“전 대화를 하러 왔을 뿐입니다만…. 다들 진정하시고 차라도 한잔들 하시죠.“
“차 같은 소리하고 있네. 지금 누구 앞에서…!”
“흐음. 진정… 하시라는 말씀 못 들으셨나요?”
쿠쿠쿠쿠쿠쿠!
남자의 몸으로부터 무시무시한 기세가 범람했다.
온화한 말투와는 달리 마력에 살기가 가득 실려 있었다.
상급 관리자들의 몸이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큭….”
“이건….”
감히 마주하기도 힘든 위압감이다.
뼛속까지 잠식하는 공포는 제 아무리 상급 관리자라고 해도 받아내기 버거웠다.
그 정도로 눈앞에 있는 존재는 격이 달랐다.
“당신은….”
릭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유일하게 남자와 직접 마주한 적이 있었기에, 상대가 얼마나 만만치 않은 상대인지를 알고 있었다.
“릭 씨도 오랜만이군요.”
남자 역시 릭을 보더니 빙그레 웃었다.
흐릿한 얼굴 사이로 묘한 입 꼬리가 보였다.
릭이 굳은 표정으로 상대를 응시했다.
“여기엔 무슨 일입니까?”
“이런. 너무 그렇게 박대하지 마시죠. 저라고 뭐가 좋아서 관리자분들이 회의하는 곳에 오고 싶었겠습니까?”
남자가 너스레를 떨며 테이블 위에 놓인 찻잔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한 모금 마시더니 몸서리를 쳤다.
“쓰네요. 전 아무래도 차보다는 커피가 더 취향에 맞는 것 같군요.”
찻잔을 대충 내려놓은 남자가 다시 한 번 관리자들을 바라봤다.
“제가 온 건 단순히 공명정대하신 관리자들께서 한 세력 편을 들려고 하는 모습에 개탄을 금치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태고의 존재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공과 사는 구분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요?”
남자의 말에 상급 관리자들이 흠칫 몸을 떨었다.
방금 전에 결정된 사항을 도대체 어떻게 외부인이 알고 있는지. 비밀로 하고 있던 이 장소의 위치는 또 어떻게 아는 건지.
모든 게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의문점에 대해 생각하기도 전에 남자가 말을 이었다.
“…해서 저도 제 나름대로 손을 좀 썼습니다.”
”손을 썼다고?”
“예. 너무 허무하게 균형이 무너지지 않게 아주 살~짝 귀띔을 좀 했죠.”
현재 결계 밖에 있는 연합 측 세력에서 속고 있는 이들이 있다.
천세가 자신들을 토사구팽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 자들이.
하지만 그건 모두 진혁에 의해 설계된 것일 뿐.
진실은 아수라가 알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얼핏 듣기로는 아주 화가 단단히 났다고 하더군요. 저도 그리 화가 난 아수라는 처음 보는 것 같았습니다. 쯧쯧. 그렇게 사기 같은 거 치지 말고 마음 씀씀이를 곱게 해야 하는 법이거늘. 어쩌겠습니까? 그것도 다 강진혁이란 인간의 업보죠. 업보.”
아수라가 이끄는 ‘요계’.
비슈누가 직접 진실을 전했으니 이제 이들은 진혁과 나머지 세력들을 노리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아자토스의 궁전이 완전히 현현하는 것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말이다.
“그리고 여러분은 이번 싸움이 끝날 때까지 저와 함께 계셔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남자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콰앙!
콰콰콰쾅!
보랏빛을 머금은 식물들이 새롭게 자라나더니 저택을 완전히 봉쇄해 버렸다.
“…….”
“갇혔…어.”
“내 식물들이….”
상급 관리자들이 절망에 빠진 얼굴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 * *
“크으….”
베리엘이 입가에 묻은 피를 훔쳤다.
갑작스러운 기습을 허용한 탓에 꽤나 깊은 상처를 입었다.
일반적인 검상이나 마법에 의한 상처였으면 즉시 회복되고도 남았을 시간이었지만, 지금 입은 상처는 평범한 종류가 아니었다.
“갑자기 배신이라니. 무슨 생각인 거냐!”
“아수라…. 비슈누 네놈 까지도?”
아누비스와 호루스가 고함을 질렀다.
아수라를 비롯한 요계와 비슈누가 이끄는 친위대가 마계와 이집트의 앞을 가로막았다.
심지어 공중요새인 ‘비마나’까지 동원된 상태였다.
1분1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최악의 걸림돌에 걸리게 된 것이다.
“먼저 우리를 기만한 자들이 당신들입니다. 게다가… 알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맺은 동맹 따위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는 것쯤은 말이죠.”
비슈누가 비릿한 미소를 머금었다.
“한 놈도 남기지 않고 죽여 버리겠다. 특히 그 강진혁이란 인간은 뼈째로 씹어 삼켜주지.”
아수라가 여섯 개의 손에 각기 다른 모양의 검을 꺼내들었다.
헤라클레스나 토르까지 왔다면 모를까.
이 전력만으로는 천세의 주력군을 상대하긴 힘들다.
만에 하나 뚫을 수 있다고 치더라도 엄청난 피해를 감수해야만 할뿐더러, 상당한 시간을 잡아먹게 될 것이다.
두 세력이 정면에서 대치했다.
날카로운 기류가 전장을 휘감았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
비슈누가 당장이라도 달려갈 듯한 아수라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저희 역시 당신들과 전면전으로 피를 흘리고 싶진 않습니다. 뭐, 사실 저희끼리 치고박고 싸워봐야 서로에게 큰 손해 아니겠습니까?”
존폐를 걸어야 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아니라면 싸울 필요는 없을 터.
그렇다면….
“강진혁. 그 인간 한 명만 넘겨주시죠. 아니, 여러분께서 방관만 해주신다면 각 세력의 자치권을 보장해드릴 뿐만 아니라 기존에 다스렸던 영토보다 더 큰 영토를 드리겠습니다.”
“네놈이 뭐라도 된다고 그런 주제 넘치는 말을 지껄이는 거지?”
“물론, 제가 약속드리는 게 아니라 탑의 절대자께서 약조하신 일입니다.”
“절대자라… 어이가 없군. 요즘엔 개나소나 그 말을 내뱉더란 말이지. 올해에만 같은 말을 하는 놈을 12명은 더 만난 것 같더라고. 게다가 그게 설령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다.”
베리엘이 코웃음을 쳤다.
그러면서 대답 대신 자신의 애병기를 꺼냈다.
[흑창 ‘키샨’이 소환됩니다!]“미안하지만, 내 사도를 건들겠다는 말을 듣고도 고개를 숙일 생각은 없어서 말이야. 차라리 네놈 얼굴에 예쁘장한 구멍을 낸 다음에 천세 쪽 영역을 먹어치울 생각이다.”
쿠쿠쿠쿠쿠쿠!
마왕의 권능이 발현됨에 따라 검은 연기들이 줄기줄기 솟구쳐올랐다.
“이집트 분들도 같은 의견이십니까?”
비슈누가 팔짱을 끼고 있는 사막의 주신들에게 물었다.
“우리도 거절이다.”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요구로군. 그 인간이 기르는 고대종이 우리 이집트에서 태어난 아이라서 말이지.”
아누비스와 호루스도 어림도 없다는 듯 베리엘의 옆에 섰다.
“안타깝군요. 진심으로요.”
협상이 결렬되었다.
이제는 양측 중 하나가 살아남을 때까지 처절하게 물어뜯을 시간이다.
비슈누가 아수라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쳐라!”
“크오오오!”
“키에에에!”
엄청난 수의 요수병들이 앞으로 내달렸다.
“가자.”
“공격해라! 1초라도 빨리 보석을 파괴해야 한다”
사막의 병사들 역시 한 점을 향해 돌파를 시도했다.
* * *
쿠쿠쿠쿠… 콰콰콰콰쾅!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폭발음.
‘좋아. 일단 하나는 해결됐네.’
진혁이 부활한 엘리스의 마력을 확인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타락시아의 가주가 자신의 무장들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니 제 아무리 언노운이라 하더라도 쉽진 않을 거다.
진혁의 시선이 다른 쪽으로 향했다.
천유성도 계시록의 세 기사와 쉐이드 리퍼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기 시작했다. 실피드가 제 시간에 ‘클라우 솔라스’를 전달하는 데 성공한 모양이다.
‘테레사 씨야 나중에 싸움이 다 끝나고 나서 아담의 갈비뼈를 주면 되겠지.’
일명 백마탄 왕자님 모드.
절체절명의 순간, 모든 것이 끝이라 생각할 때 등장해서 새생명을 되찾게 해준다면….
테레사는 앞으로도 영원히 생명의 은인에게 충성을 다할 것이다.
새로운 무기를 얻게 된 천유성 역시 마찬가지였고.
‘뭐, 그 녀석 무기는 나중에 합성용으로 다시 뺏긴 할 거지만.’
어찌됐든 멤버들을 더욱더 골수까지 뽑아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가슴이 웅장해졌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진혁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모든 게 계획한 대로 흘러가고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게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밖.
분명 명령을 제대로 전달시킨 것 같은데, 어찌된 영문인지 동서남북의 방위석이 전부 박살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동과 서 그리고 남쪽의 방위석은 부서뜨리는 데 성공했다.
헌데 북쪽의 방위석만은 감감 무소식이었다.
‘밖에선 특별히 연합측 세력을 막을 만한 존재가 없을 텐데….’
새로운 태고의 존재가 개입했나?
아니면 이쪽이 알지 못하는 다른 누군가 왔다?
어느 쪽이든 변수가 생긴 거라 봐야 할 거다.
그런데 생각을 정리하고 있던 바로 그때.
……두근!
심장 박동이 한 순간에 비현실적으로 커졌다.
동시에 머리가 깨질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크아악!”
진혁이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이 격통.
“그오오오….”
궁전 내부에서 거대한 눈동자가 보였다.
아직 완전히 형체를 갖추진 못했지만, 저 눈은 아자토스가 가진 눈들 중에 하나가 틀림없다.
빌어먹을.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없다.
자칫잘못하다가는 시련의 탑 최강의 절대자와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
‘위험한데….’
등줄기를 따라 흐르는 식은 땀. 지금 상태에서는 죽었다 깨어나도 저 괴물을 이길 수 없다.
[고유능력 ‘검의 무덤’이 발동됩니다!]퍼스트 블레이드의 칼날이 길게 늘어졌다.
아직 모든 봉인석을 파괴하진 못 했지만, 남은 게 하나뿐이라면….
진혁이 두 개의 사복검을 그대로 교차해 휘둘렀다.
검풍이 태풍을 만들며 궁전 내부의 기둥들이 모조리 박살나기 시작했다.
콰콰콰콰콰… 콰콰콰콰쾅!
회전력과 가속력이 더해진 일검. 기교는 모두 생략한 채 오롯이 파괴력 하나에 모든 것을 쏟은 검격이 목표물로 향했다.
카카카카칵!
칼날이 거대한 보석을 훑고 지나갔다.
하지만.
……얕다.
마력을 잔뜩 실었음에도 보석의 표면엔 작은 흠집하나 생기지 않았다.
다시, 다시!
진혁이 거듭 검을 휘둘렀다.
보랏빛 궤적이 어지럽게 그려지며 연속으로 보석을 강타했다.
콰아앙!
콰콰콰쾅!
연검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충격파가 일어났다.
일격일격이 운석이 강타하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소리였다.
그러나 몇 번을 하든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이쪽으로는 활로가 없다는 걸 깨닫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안 되는 일에 역량을 투자할 정도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이렇게 되면 차라리….’
고민은 되었지만, 결정은 빨랐다.
진혁이 ‘브라함의 반지’를 꺼냈다.
파츠츠…!
오랜 유대.
마력과 마력이 하나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