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55)
655화. 결전(決戰) (5)
빛과 신성의 성역 ‘에덴’.
상층부에 굳건히 자리 잡은 아름다운 도시는 오랜 내전으로 그 빛을 서서히 잃어가고 있었다.
하나였던 천사들이 우리엘과 가브리엘로 나뉘어 에덴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전투를 반복해왔던 탓이다.
하지만.주류를 차지했던 우리엘의 급진파는 시간이 갈수록 밀리기 시작했다.
당연히 압도적으로 승리할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과는 정반대되는 결과였다.
그야 그럴 수밖에.
진혁과 고인물 코퍼레이션이 활약함에 따라 가브리엘이 이끄는 온건파가 급속도로 입지를 다졌고. 중도에서 눈치를 보던 이들이 속속 가브리엘에게 합류함에 따라 기존의 균형이 빠르게 무너졌다.
그야말로 눈부신 반전. 에덴이 하나로 합쳐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크르르….”
“크오오오!”
그 달콤한 희망은 마지막 결실을 맺기 직전에 불타버렸다.
에덴의 성역을 마주하고 엄청난 수의 군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남쪽에… 남쪽 하늘을 따라 적들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성벽을 지키고 있던 천사들이 목이 터져라 고함을 질렀다.
하얗게 질린 얼굴에선 지금까지 보인 적 없던 절망이 가득해 있었다.
불의의 적습.
같은 층계를 양분하고 있는 숙적 마계가 아니다.
그보다 훨씬 더 강력하고 베일에 싸여 있는 종족. 시련의 탑 46층을 지배하고 있는 최강의 혈통.
‘드래곤’들이었다.
그리고 그 중에는 드래곤들 사이에서도 격이 다른 존재가 끼어 있었다. 태고의 존재들마저 위협할 수 있는, 소위 칭호를 지닌 고대룡이었다.
“우리엘과 그를 따르는 천사들을 제외하곤 다 죽여라. 항복은 받지 않는다.”
한 쪽 눈을 잃은 블랙 드래곤이 명령을 내렸다.
[중갑룡(重鉀龍) ‘에드온’이 ‘용들을 부르는 날개’를 발동합니다!] [고대룡의 명령을 듣는 모든 용족들의 사기와 기본 능력치가 20%만큼 상승합니다!]우우우웅!
용언의 절대력이 발동되자 긴 전선을 따라 거대한 포효소리가 울려퍼졌다.
수만 년을 산 고대룡과 그를 따르는 드래곤들. 서로 다른 색을 가진 재앙의 화신들이 에덴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막아라!”
가브리엘이 부재중인 상황. 에덴을 지키기 위한 천사들의 필사적인 수성이 이어졌다.
콰콰콰콰쾅!
퍼퍼퍼펑!
드래곤의 브레스가 작렬했다. 성역 전체에 펼쳐진 실드에 화염이 솟구쳤다.
쿠쿠쿠쿠쿠!
지축이 뒤흔들린다.
무시무시한 충격을 견디지 못한 천사들이 입과 코에서 피를 쏟았다.
“미카엘이 오실 때까지… 다른 대천사들이 현현할 때까지 우리가 버텨야 한다!”
“성화를 쏘면서 응전해라! 지천사들은 드래곤들의 측면을 칠 준비를 하고!”
각 지휘관들이 병사들을 독려했다.
분명 드래곤들이 감당하기 버거운 적인 건 맞았지만, 이쪽은 억겁의 세월 동안 마계와의 전투를 치러온 정예병들이다.
제아무리 강력한 난적이라 하더라도 겁먹지 않고 싸울 수 있는 배짱과 경험이 있다는 소리다.
그리고 시간만 끌 수 있다면….
대천사들이 온다.
적어도 에덴의 성역 안에서는 무적이라 평가받는 대천사들은 드래곤들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을 터.
게다가 단일병기로는 최강 중 하나라 평가받는 ‘롱기누스의 창’까지 사용할 수 있었기에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었다.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
무엇보다 드래곤들의 브레스가 실드를 박살내기엔 화력이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오랜 세월 외부 활동을 하지 않더니… 힘이 약화된 건가.’
‘어쩌면 놈들에 대한 악명이 과대평가된 걸 수도 있겠어.’
‘아니면 우리가 너무 강해졌던가.’
자신감이 차오르며 사기가 빠르게 회복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바로 그때.
[좌표 고정 ‘헬 파이어 렘페이지’가 발동됩니다!]10서클의 용언 마법으로 구성된 광역 마법이 펼쳐졌다.
목표는 성역 전체.
실드의 출력이 앞쪽에 집중되어 있는 사이 상대적으로 텅 빈 위쪽을 노렸다.
지금까지 브레스 공격이 미끼였다고 말하기라도 하듯, 격이 다른 마력이 모여들었다.
언제나 푸르고 아름답던 에덴의 하늘에 검은 먹구름이 드리웠고 검붉은 무언가가 구름 사이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중갑룡 에드온이 ‘파쇄의 운석’을 발동합니다!]직경 수 킬로미터에 이르는 터무니없는 운석.
“…세상에나.”
“신이시여….”
4개의 날개를 가진 지휘관들마저도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감히 막을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심지어 저 넓은 범위의 불비로부터 어떻게 도망가야 할지도 감이 잡히지 않았다.
“끝이다.”
화염으로 이루어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성서에서 소돔과 고모라가 하루아침에 사라졌듯. 에덴 역시 같은 운명에 처할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절체절명의 순간.
천사들의 앞에 푸른 상태창이 나타났다.
[시스템 조작이 발동됩니다!] [방어 결계 ‘인피니티 돔’이 발동됩니다!]하늘을 따라 거북이 등껍질을 닮은 반투명한 벽이 만들어졌다.
한쪽 팔이 없는 수리부엉이.
그리고 2닭이었다.
“네 마음대로 이 세계를 지배하도록 냅두지 않겠다. 탑의 망령이여.”
“오늘밤은 치킨이다! 이 멍청한 도마뱀들아!”
두 명의 운영자가 에덴에 가세했다.
[수리부엉이가 고유능력 ‘애니멀 파크’를 발동합니다!] [소환수 ‘자이언트 이글’이 소환됩니다!]“삐이이익!”
“삐이이!”
10m에 이르는 거대한 독수리들이 떼를 지어 날아왔다.
***
[고유성창 ‘에드 포 아스트라’가 발동됩니다!]별을 향한 일섬.
마력을 분자 단위로 재구성하여 우주를 가로지르는 한 줄기 빛을 만들어낸다. 시스템마저 조작해버린 태고의 일격이 진혁을 향했다.
콰콰콰콰콰콰!
하얀 섬광이 공간을 가로질렀다.
굳이 ‘탐식의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저 공격은 평범한 것으로 상쇄시킬 수 없다는 것을.
“피하는 게 좋을 겁니다. 아, 물론 피하면 뒤쪽에 있는 당신의 소중한 동료들이 모조리 죽겠지만요.”
언노운의 쩍 벌어진 입에서 미친 듯한 광소가 쏟아졌다.
저 말은 허풍이 아니다.
엘리스를 제외한다면 나머지는 살아남기 힘들겠지.
그 정도로 날아오는 빛은 심상치 않았다.
[고유능력 ‘원 아이 문’이 발동됩니다!]공간이 찢어지며 진혁의 등뒤로 거대한 외눈이 나타났다.
정신계열 공격은 물론, 보이는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레이저를 쏘는 능력이다.
하지만.
그로스와 같은 스킬만으로는 부족하다.
상대가 전부를 걸었다면….
이쪽도 모든 것을 걸고 맞서야만 했으니까.
“후웁….”
진혁이 호흡을 가다듬었다.
눈을 감고 세포 구석구석 퍼져 있는 마력들을 모조리 양 손으로 끌어모았다.
왼손과 오른손에 서로 다른 종류의 스파크가 맺혔다.
[고유성창 ‘크로노 스피어’가 발동됩니다!] [만상공유 ‘블러드 이클립스’가 발동됩니다!]파치칙! 파츠츠.
전성기를 구사하는 엘리스의 능력과. 레인저로서 탑을 오르던 과거의 스킬이다.
“그오오오!”
그로스의 눈에서 검은 빛이 뿜어졌다.
동시에 붉은 선과 푸른 탄환이 발사되었다.
세 개의 능력이 서로의 빛을 휘감으며 하나로 합쳐졌다.
1초도 안 되는 찰나에 빛과 빛이 한 점에서 맞부딪쳤다.
콰아아아아앙!
이어진 것은 대폭발이었다.
주변에 있던 모든 것들이 한 순간에 재가 되어 사라졌다.
연이어 일어난 소닉붐과 충격파가 꼬리에 꼬리를 물며 퍼져나갔다.
우드득…! 우득!
관절이 뒤틀리고 뼈가 비명을 지른다.
진혁의 눈에서 얇은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동안 무던히도 노력하지 않았습니까? 포기하시죠. 포기하면 편해질 겁니다.”
언노운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당장이라도 이성이 날아가버릴 것만 같은 압박이 전신을 짓눌렀다. 극한까지 갈고 닦은 집중력도 지금 이 순간에 모두 퇴색되어버렸다.
그렇지만.
“까불지… 마라.”
말도 안 되는 난이도와 억까라고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 탑의 층계들. 불가능한 시련들을 모조리 돌파하고 정상까지 올랐다.
고작 너 하나에 무릎 꿇고 쓰러뜨릴 정도로….
지금까지 쌓아온 세월이 가볍지 않단 말이다.
진혁이 어금니를 깨문 채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언노운 역시 부서지는 가면을 추스르지 않은 채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우와아아아!”
“크아아아!”
고함 소리와 함께 능력의 출력이 절정으로 치달았다.
콰콰콰콰콰콰콰쾅!
모든 것이 하얗게 물들었다.
*
치이익!
조금까지 몰아치던 폭풍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고막을 찢어버릴 것만 같았던 소음 역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결과는 호각.
빛과 빛이 산산이 부서지며 소멸해버렸다.
아주 작게 부서진 파편들이 아름다운 광채를 뿜어내며 하나둘 지면으로 떨어져 내렸다.
“쇠심줄마냥 질기긴. 하아. 도저히 쉽게 죽질 않는군요. 누구보다 당신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적으로 상대하니 지겹습니다. 지겨워요.”
언노운이 진심을 담아 중얼거렸다.
[언노운이 ‘아공간 인벤토리’를 개방합니다!]꺼낸 것은 리볼버.
과거 진혁이 사용했던 것과 꽤나 유사한 종류였다.
“자존심 때문에라도 이것까진 사용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 없죠. 저도 힘이 간당간당해서요.”
가장 자신 있고 손쉬운 방법으로 처리한다.
그렇게 판단한 언노운이 총구를 위로 들어올렸다.
그런데 그 순간. 진혁의 신형이 사라졌다.
“…?”
언노운이 반 박자 늦게 진혁의 부재를 인지했다.
본능적으로 사복검과 권총이 함께 움직였다.
촤촤촤촤촤촤!
매섭지만, 느리다.
위력도 속도고 눈에 띄게 떨어져 있었다. 생명력까지 갈아 넣은 조금 전의 여파가 몇 배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타앙! 타타타탕!
리볼버의 총구에서 불이 뿜어졌다.
탄환이 목표를 맞히지 못하고 허공을 갈랐다.
반으로 느려진 ‘천마군림보’를 사용한 진혁이 언노운의 호흡을 기묘하게 뒤틀었다. 엇박자. 혹은 반 박자 빠르고 느리게 파고들며 조금씩 거리를 좁혔다.
페인트가 한 번. 두 번… 그리고 세 번. 아니, 숫자로 세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연이어 펼쳐졌다.
언노운의 칼날이 허공을 가를 때마다 머릿속은 더욱더 혼란으로 일그러졌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어떤 게 진짜이고 어떤 게 가짜인지 구별이 되질 않는다.
“아자토스… 궁전은. 궁전은 어떻게….”
정신 계열 공격을 가한다면 여전히 진혁을 흔들 수 있을 터. 언노운이 애타게 아자토스의 궁전이 완전히 현현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서리혼령의 반지’로 인해 정신 계열에 대한 내성이 최대치까지 상승합니다!]진혁이 이성을 잃지 않고 언노운 앞에 섰다.
이제 둘 사이의 간격은 1m도 되지 않았다.
최후의 일격이 오고 갈 수 있는 거리. 진혁이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내가 말했잖아.”
엘리스는 너희의 예상을 뛰어넘는다고.
게다가 밖에서 움직여주는 베리엘과 이집트 역시 천세의 방어선을 뚫고 보석에 흠집을 내는 데 성공한 상태였다.
[아자토스의 궁전이 현현을 멈춥니다.]모든 게 끝이다.
퍼스트 블레이드가 언노운의 심장을 파고들었다.
퍼퍼퍽!
반대쪽으로 튀어나온 칼날에서 붉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나왔다.
“이런 실…책을…. 하하. 아무리 기억과 힘의 대부분을 빼앗겼다곤 하지만 설마 당신에게 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요, 이래서 시련의 탑이 재밌는 건가 봅니다.”
언노운이 유언 아닌 유언을 내뱉었다.
“하지만, 너무 안심하지 마세요.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적은 당신이 가진 모든 걸 쏟아붓는다 해도 힘들 테니까요.”
“상대가 얼마나 성가실지는 나도 예상하고 있어.”
“후후. 글쎄요. 과연… 그럴까요.”
언노운이 영문 모를 말을 했다.
그것도 잠시 비틀거리며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띠링! 띠링! 띠링!
레벨업과 보상을 알리는 알림창이 눈앞을 가렸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건 보상이 아니었다.
여태껏 가장 궁금했던 비밀 중 하나. 마침내 언노운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는 시간이 찾아왔다.
툭하고.
진혁이 언노운의 가면을 벗겼다.
그런데.
“뭐야…?”
진혁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지금까지 언노운과 그 남자의 정체에 대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해뒀고 어느 정도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가면 속에 있는 얼굴을 보자. 지금까지 내가 했던 가정들이 전부 휴지 쪼가리라는 걸 깨닫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