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64)
664화. 빛의 정령왕 ‘라이볼트’ (2)
“허면… 위대한 고대룡께서는 어떤 식으로 움직이길 원하는 거지? 아주 굉장한 작전이 아니라면 그 빌어먹을 놈에게 오히려 한 방 먹게 될 텐데?”
요수계를 대표해 온 아수라가 물었다.
핏줄이 가득 돋은 눈.
진혁의 배신으로 인해 허수아비처럼 놀아났던 걸 떠올리자 자연스럽게 말과 행동에 살기가 가득 배어나올 수밖에 없었다.
여차하면 다 베어버리겠다는 기세는 고대룡 앞에서도 조금도 사그라들지 않았다.
에드온이 피식하고 실소를 머금었다.
“쌓인 게 많은가 보구나.”
“그 자식에게 당하면 다들 이렇게 될 거다.”
“흐음. 자기가 부족한 걸 탓하진 못하고 외부로 화만 표출하다니…. 미천한 실력에 이어 감정 컨트롤마저 안 되는 자로다. 그러니 너희가 그 인간에게 항상 당하기만 하는 것이니라.”
“뭐…라고!?”
아수라가
쿠쿠쿠쿠쿠!
녹색 요기가 한꺼번에 방출되었다.
“큭!”
“무슨…!”
“경박하긴. 우리끼리 싸우려고 이곳에 온 겁니까?”
나머지 신격들이 각자의 마력을 끌어올리며 터져 나온 살기를 막았다.
하지만, 그 찰나의 사이에 아수라는 자리에서 사라진 상태였다.
부웅!
여섯 개의 팔에 각기 다른 성유물들이 소환되었다.
죽여버리겠다는 일념이 가득 담긴 일격이 이어졌다.
바로 그때.
[에드온이 ‘피어’를 발동합니다!]…쩌저저적!
마정석으로 만든 바닥이 거북이 등껍질처럼 갈라지기 시작했다.
“크윽!”
공중으로 몸을 날린 아수라가 그대로 떨어졌다.
수천 배의 중력장이 펼쳐진 것처럼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아수라의 머리와 어깨를 짓눌렀다.
우두둑…. 콰드득!
발이 땅을 파고들었다.
그럼에도 아수라의 눈에 담긴 기세를 꺼지지 않았다.
“과연, 대단한 투기로구나. 그 꼿꼿한 자존심만큼이나마 힘이 뒷받침된다면 더할 나위가 없으련만.”
“도마뱀… 목이 날아간 뒤에도… 그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을까?”
유형화된 마력과 마력이 충돌했다.
한 걸음만 더 나아갔다가는 누군가 피를 볼 수밖에.
“다들 진정하세요! 지금 뭣들 하는 겁니까!”
[사미엘이 고유능력 ‘중도의 빛’을 발동합니다!]우우우웅!
황금색 파장이 둘 사이를 가로막았다.
신성력이 가미된 빛줄기들이 범람하며 팽팽했던 긴장의 끈이 끊어졌다.
“다들 예민한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희끼리 싸운다면 상대만 웃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걸 왜 모르십니까?”
사미엘이 목소리를 높였다.
격양되었던 분위기가 조금은 진정되었다.
콰앙!
아수라는 기둥 하나를 박살 내 버리는 것으로 화를 억눌렀고. 에드온은 아무래도 좋다는 듯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이야기가 조금 지체되었군. 어쨌든 고인물 코퍼레이션이 지금까지 지독하게 버틸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여러 신격들의 지원 덕분이었다. 북유럽과 올림포스 그리고 에덴과 이집트까지. 여러 거대 세력들이 전폭적으로 그들을 돕지 않았더라면 지난 번 싸움은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을 거다.”
소수 정예를 추구하는 기존의 멤버들만이라면 지금의 전력으로도 얼마든지 찍어눌러버릴 수 있다는 뜻이다.
“해서, 놈을 철저하게 고립시킬 계획이다.”
한곳에 모인 연합은 강하다.
하지만, 각자의 본거지가 동시다발적으로 침공받는다면. 혹은 전투에 참여할 수 없는 심각한 내부 문제를 만들어버린다면….
…과연, 그때도 진혁을 도우러 움직일 수 있을까?
에드온이 용언을 시전했다.
[‘탑의 지도’가 형상화됩니다.]여러 거점들과 그에 따른 세세한 계획들이 펼쳐졌다.
적기는 고인물 코퍼레이션이 에덴의 탈환을 시도하는 순간. 그 타이밍에 빠져나갈래야 빠져나갈 수 없는 지옥을 선사해줄 생각이다.
* * *
파치칙!
콰콰콰콰콰콰!
거침없이 몰아치는 빛의 폭풍.
……라이볼트의 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
단순히 몇 단계 건너뛴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뭐, 뭐야?”
“공략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니었어?”
몸을 스치고 지나간 빛의 파동에 등골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이건 너무 위험하다.
자칫 잘못하다간 전멸해버릴 위험이 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분명 공략법이 있다고 호언장담을 하더니!”
이든이 진혁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책망이 가득 담긴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이성의 끈을 놓아버릴 것처럼 보였다.
진혁이 최대한 겁 먹은 연기를 펼쳤다.
“아니, 나라고 뭐 전부를 알았나요? 원래 유적이든 미궁이든 다들 변수라는 게 있는 법 아니겠습니까? 저도 각성자 협회에서 온 든든한 랭커분들 믿고 가자고 한 거였죠.”
“…크윽.”
이든이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급격히 무너지는 진형을 복구하는 건 이미 물 건너간 일.
도망가려면 지금이 유일한 기회였다.
하지만.
‘거의 다 왔어.’
수사슴과의 거리는 이제 고작 200M.
S급 연계 퀘스트의 첫 번째 관문을 넘어서기까지 정말로 고지가 머지않았다.
유혹과 본능이 서로를 물어뜯었다.
바로 그때.
“하아. 어쩔 수 없죠. 제가 웬만해서는 공개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된 거에 어느 정도 제 책임도 있고 하니 특별히 패 하나를 까겠습니다.”
진혁이 새삼 진중한 얼굴로 이든을 바라봤다.
“방법이… 있는 겁니까?”
“사실, 제 고유능력이 상대가 1초 뒤에 어떤 식으로 공격해올지 예지할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호텔에서도 저희가 그 아줌마… 아니, 여사님을 상대로 여유를 부릴 수 있던 거였죠.”
“……!?”
1초 예지.
그런 거였나.
이든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는 듯 생각을 정리했다. 저랭크 플레이어가 그토록 자신만만할 수 있었던 이유.
고작 1초에 불과하긴 했지만, 상대의 동작을 미리 볼 수 있다면 대응하는데 압도적인 이점을 갖게 될 거다.
‘어중간한 놈들이야 1초 차이는 하늘과 땅 같을 테니까.’
C~D랭크급 플레이어가 B급 플레이어와 대등한 전투를 펼칠 수 있을 터. 무엇보다. 지금 같이 장판형 광역 공격을 퍼부어대는 적을 상대로는 최고의 이점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강진혁 플레이어님이 앞에 서 주십시오.”
“대신 제가 하는 걸 정확히 똑같이 따라해주셔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틀리면 목숨을 보장해드리기 어려워요.”
“뭐, 그런 부분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름 한 가닥 하는 친구들만 데려왔으니까요.”
어이없는 질문에 이든이 콧방귀를 뀌었다.
아무렴. 고작해야 C급 플레이어보다 신체 능력이 떨어질까?
진혁이 선두에 서자 그때부터 또 다시 상황이 반전되었다.
왼쪽 발을 딛고 곧바로 몸을 180도 돌린 다음 1M가량 점프를 한다. 혹은 급하게 허리를 숙인 다음 옆으로 몸을 구른다. 등등.
진혁이 하는 걸 그대로 따라만 하면 됐다.
“식은 죽 먹기로군.”
“이 정도쯤이야.”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허억. 허억. 허억.”
“하아…. 하아….”
시간이 갈수록 무언가 이상했다.
점점 더 진혁의 동작이 화려하고 복잡해지는가 싶더니. 이제는 따라하는 것마저 벅찬 지경에 이르렀다.
진혁이 또 다시 묘한 동작을 했다. 우아하면서도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흐름. 문제는, 박자와 속도가 말도 안 되게 빠르다는 점이다.
한 번 보고는 도저히 따라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결국. 첫 번째 희생자가 나왔다.
“끄아아악!”
뒤따르던 딜러 한 명의 팔이 날아갔다.
한 번의 실수로 인해 팔을 잃은 남자가 목이 터져라 비명을 질렀다.
“어이쿠. 거기서 왼손과 오른손의 각도가 12도로 유지했어야 했는데, 아깝네요. 다음엔 실수하지 마시고 정확하게 따라하세요. 파이팅 파이팅! 할 수 있다!”
진혁이 안타깝다는 듯 심심한 위로를 보냈다.
당연한 말이지만, 팔 하나를 잃은 이상 다음 동작을 정확하게 따라한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용진이 형!”
“으으… 안 돼애애애!”
콰아아앙!
한 명이 탈락했다.
탈락자를 보는 건 언제나 가슴 아픈 일이다.
그러나 애도를 할 새도 없이 여기저기서 동시다발적으로 고함이 이어졌다.
“이젠 무리다! 우리도 더 이상은 안 돼.”
거대한 방패를 들고 있던 탱커가 후들거리는 팔다리를 가까스로 진정시켰다. 이제는 방패를 들 힘마저 남아 있지 않은 상황.
다음 번 일격을 맞게 된다면 아이템의 내구도가 모두 소진되어버릴 게 틀림없었다.
“이걸 뿌리세요! 빛 속성에 저항할 수 있는 가루입니다.”
“빨리… 빨리!”
탱커가 진혁으로부터 재빨리 푸른 빛이 나는 가루를 건네받았다.
그리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통째로 가루를 머리에 들이부었다.
쏴아아아….
새로운 힘이 생기는 기분이다.
“좋아. 이제 버텨… 끄아아아아악!”
방패를 든든하게 들고 있던 탱커의 몸이 그대로 하얀 불길에 휩싸였다.
“아, 그거 한 번에 뿌리면 안 되는 건데. 나눠서 조금씩 뿌렸어야죠.”
초등학교 시간에 오용과 남용에 관한 것도 배우지 않았나?
과유불급이라고.뭐든지 과하면 좋지 않은 법이다.
“그걸 이제야 말하면 어쩌자는 거냐!”
동료를 잃은 이든이 이성의 끈을 완전히 놓아버렸다. 상대적으로 고분고분하게 존대를 하던 말투도 바뀌어 있었다.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네.
하지만 지옥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인데, 열을 내면 어떻게 하나?
어차피 이 정도로 깊숙이 들어온 이상 다른 선택지도 없을 텐데?
“열이 받은 건 이해하는데… 탱커도 잃은 마당에 유일한 돌파구인 절 갈궈대면 그게 좋은 생각일까요 아닐까요?”
“네놈… 지금 협박하고 있는 거냐?”
“협박이라뇨. 세상에서 제일 순진한 사람한테 지금 무슨 그런 험악한 말씀을 하십니까? 전 그저 있는 사실 그대로를 말했을 뿐이에요.”
진혁이 세상 화사한 미소를 머금은 채 생긋 웃었다.
뿌드득….
이든이 어금니를 갈았다.
당장이라도 저 얼굴에 총알을 박아넣고 싶었지만, 진혁이 한 말대로 지금 당장은 이 위기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이었다.
애초에 진혁을 죽일 수 없다는 계약이 걸려 있는 상태이기도 했고.
“지금은 뭐라고 할 여유도 없습니다.”
“후딱 일부터 처리하고 그 다음에 저자를 어떻게 할지 정하도록 하죠.”
“저도 동의합니다.”
나머지 공대원들도 애써 살의를 잠재우며 진혁의 말에 따랐다.
“자, 그럼 진정했으니 이제 제대로 된 공략을 해볼까요?”
일명 강강수월래.
수사슴의 주위를 계속 돌며 빛 속성을 약화시키는 의식을 치르는 것이다. 통상 여럿이서 의식을 치를수록 그 위력은 배가 될 터.
“…….”
이든이 경계심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며 진혁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만약 또 다시 이상한 수작질을 하는 거라면 계약이고 나발이고 간에 즉시 목을 쳐버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정말이다.
지금까지 미치도록 공격을 퍼부었던 수사슴이 의식을 시작하자마자 온순해지기 시작했다.
“정말로 빛 속성의 힘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공격대에서 가장 마법을 잘 다루는 마법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눈에 띌 정도로 얌전해진 수사슴은 이제 거의 공격할 의사를 내비치고 있지 않았다.
이제 거의 다 됐다.
공격이 뜸해진 틈을 타고 공격대원들이 천천히 원의 반경을 줄여나갔다.
앞으로 몇 미터만 더 가면 완벽하게 일격을 가할 수 있는 사정거리에 들어간다.
모두의 얼굴에 처음으로 희망의 빛이 번져나갔다.
그리고.
진혁 역시 눈앞에 나타난 반투명한 상태창을 보며 또 다른 의미의 희망을 엿봤다.
[빛의 정령왕에게 바치는 춤을 이어갑니다.] [숭고한 제물의 의식을 80%까지 진행했습니다.]스스로의 목숨을 바침으로써 타락한 영혼을 구하는 것.
지금 공격대가 하고 있는 건 라이볼트를 얌전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닌 스스로를 바치는 숭고한 희생의식을 치르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