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67)
667화. 탑의 귀환자들 (3)
“이야, 다들 한 가닥씩 하네. 내가 갔던 세계에서도 이 정도로 마력이 살벌한 애들은 몇 없었는데.”
클레망스가 멤버들을 하나씩 살피면서 감탄사를 터뜨렸다.
그러면서 느긋하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래도 이왕 싸우게 된 거 자기 소개 하는 시간을 갖고 싸우는 게 어때? 누군가 그러던데, 죽일 상대의 이름 정도는 알고 가야 가는 길이 좀 더 편하지 않겠느냐고.”
시답잖은 담소를 하는 건 친분이나 쌓고자 함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나머지 두 귀환자가 네크로노미콘의 단서를 찾을 시간을 버는 목적이겠지.
“엘리스.”
“안 그래도 저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듣는 게 짜증 나려던 참이다.”
[엘리스가 ‘흡혈의 축제’를 발동합니다!]피로 만들어진 박쥐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더니 순식간에 그 수가 수천 마리로 불어났다.
하늘을 빼곡히 채운 흡혈 박쥐들.
그들이 노린 것은 클레망스였다.
퍼퍼퍼퍼퍽…!
콰콰콰콰콰쾅!
샘물이 온통 붉게 물들어버릴 정도로 압도적인 화력이 집중되었다.
지면이 쑥대밭으로 변하고 협곡이 무너져내리면서 바위 파편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졌다. 그것만으로도 모자랐는지 남아 있던 박쥐들이 떼를 지어 날며 다음 먹잇감을 산산 조각 내기 위해 날아다녔다.
“요정…들은 빼고 노린 거 맞지?”
“하찮은 것들의 안위까지 신경 쓸 정도로 짐의 자비가 넓지 못하느니라.”
엘리스가 새침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돌려버렸다.
하여간 이 무식한 흡혈귀한테 섬세한 부탁을 한 게 실수다.
그래도.
진조의 이름값은 톡톡히 한 광역기이긴 하다.
“콜록…. 콜록!”
폭심지 한복판에 있던 클레망스가 피를 토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전신이 만신창이가 되어있었지만, 숨은 끊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지금의 공격이 너무나 좋았다는 것처럼 몸을 가늘게 떨었다.
[강렬한 고통으로 인해 ‘쾌락의 마력’이 충전되었습니다.]고통이 일정 이상으로 가해지면 뇌에서는 대량의 아드레날린을 분비하게 된다.
도저히 버틸 수 없는 통증에 정신이 붕괴되기 전, 몸이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기책을 발휘하는 것이다.
그리고.
클레망스는 그 쾌락을 다시 마력으로 치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강렬한 통증을 느낄수록. 더욱 강력한 마법을 난사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꺄하하하! 진짜 이 정도로 화끈한 애들은 처음이야! 더… 더 해줘! 내 뇌수를 활활 태워버릴 만큼 뜨겁게!”
“제정신이 아니군.”
천유성이 눈살을 찌푸렸다.
너나 쟤나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고 말하고 싶은 게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애써 참았다.
이 타이밍에 적을 두 명으로 늘릴 필요는 없을 테니까.
지면에서 녹색 빛이 뿜어져 나온 건 바로 그때였다.
[클레망스가 ‘네크로폴리스’ – ‘비명을 지르는 대지’를 발동합니다!]쿠콰콰콰콰콰콰!
대마도사의 지팡이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이 쏟아졌다.
대군형 광역 스킬.
샘물 전체를 범위에 두는 광역기는 공간에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고통을 선사했다.
“크윽!”
“뭐, 이런 능력이….”
“피부가 찢어지는 것 같아.”
여기저기서 묵직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이들에게 고통을 가하고 그걸 다시 마력으로 치환해 무한히 활용하는 힘.
“왜 이 좋은 걸 모르고 다들 저렇게 질색을 해댈까? 조금만 익숙해지면 이만큼 짜릿한 게 없는데. 하아… 정말 최고야.”
클레망스가 상기된 얼굴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지팡이를 다시 한 번 휘두르자 허공을 따라 녹색 구체들이 연이어 나타났다.
동시에.
“키에에에!”
“케에에에!”
허공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는 요정들의 입에서 작은 구체가 만들어졌다.
‘요정의 숨결’
드래곤의 브레스와 비슷한 원리로 위력은 훨씬 떨어지지만, 문제는 저 숫자다.
수천 마리의 빛이 동시에 이쪽을 향한다면 무시하기 힘들 터.
“구마야!”
“모, 모기이이이!”
마정석들을 먹느라 모두를 궁지에 빠뜨린 고구마가 헐레벌떡 일행의 최전방에 섰다. 입가에는 먹다 남긴 마정석의 부스러기들이 가득했지만, 자기가 잘못한 건 알았는지 방금까지 섭취한 마력을 아낌없이 뿜어냈다.
[고구마가 ‘브레스’를 발동합니다!]콰콰콰콰콰콰콰콰!
수천 개의 작은 빛과 거대한 불길이 충돌했다.
충격으로 인해 생긴 폭풍이 숲의 일대를 또 한 번 바꿔버렸다.
* * *
진혁이 솟구치는 불길 너머를 바라봤다.
‘그래도 상쇄하긴 했네.’
먹보답게 모은 마력이 상당하다.
이 정도면 곧 있을 고대룡과 드래곤들과의 전쟁에서 제대로 한 몫을 해줄 수 있으리라. 그러나 호흡을 가다듬을 틈도 없이 클레망스의 공격이 이어졌다.
퍼퍼퍼펑!
녹색 구체들이 일행이 있는 곳들을 구역째로 증발시켜버렸다.
강산성의 구체에 맞은 땅에서 매캐한 연기가 솟구쳤다.
[요정들의 숨결이 재차 발동됩니다!]한 박자를 벌면 또다시 다른 쪽에서 움직이려 한다.
게다가 문제는 요정들과 클레망스만이 아니었다.
[빛의 정령왕 라이볼트가 ‘이터널 체인 라이트닝’을 발동합니다!]가장 뒤에서 마력을 모으던 라이볼트가 능력을 해방했다.
파치칙… 파츠츠!
번개가 지면을 타고 날아든다.
보고 대응하는 것이 아닌 능력의 발동 타이밍에 맞춰 본능적으로 움직여야만 방어가 가능했다.
물론, 그것도 정상적인 컨디션일 때 가능한 이야기.
클레망스의 능력으로 인해 전신이 격통에 시달리고 있는 지금은 최적화된 움직임이 어려울 수밖에.
단 한 명.
애초에 인형의 몸을 가진 호문쿨루스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푹! 푹!
프레이가 두 개의 단창을 땅에 꽂은 것과 동시에 체인 라이트닝이 단창을 타고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아슬아슬한 타이밍이었다.
5분가량 모으고 모은 저 한 방을 허용했다면 누구 한 명은 전투불능의 상황에 처했을 거다.
“잘했어. 프레이.”
“…….”
프레이가 고개를 까딱 숙였다.
입꼬리가 살짝 씰룩인 것 같은데 착각이겠지. 호문쿨루스가 웃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으니.
그나저나.
“이래선 끝이 없겠네.”
“동감이다. 전형적으로 시간을 끌려는 자들이 보이는 패턴이더군.”
천유성이 몰아치는 마법을 베어버리며 어금니를 깨물었다.
쉽사리 거리를 안 주고 멀리서 스킬을 난사해대는 것에 약이 바싹 오른 모양이다.
“맞아. 빠르게 승부를 보기보단 장기전으로 끌고 가려 할 거야.”
“허면 어떻게 할 생각이냐?”
“저 변태 마도사는 나와 엘리스가 맡을 테니, 너는 페시스 씨와 함께 나머지 귀환자들을 추격해줄 수 있겠어?”
“그 단서인지 뭔지를 찾기 전에 처리해달라는 거군.”
“바로 그거야.”
“헌데, 어째서 내가 모양 빠지게 추격전이나 해야 하는 거지? 이래서야 클레망스인지 뭔지 하는 놈이 무서워서 꼬리를 만 것처럼 보일 것 아니냐?”
이 자존심 덩어리 놈은 별걸 가지고 다 걸고넘어지네.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면 죽는 병이라도 걸린 건가?
육두문자가 4절까지 떠올랐지만, 그래도 진혁은 최대한 표정을 관리한 채 천유성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귀환자를 두 명이나 상대할 수 있는 건 너 정도밖에 없으니까. 게다가 눈앞에 있는 적보다 작정하고 몸을 숨기고 있는 적을 찾아내는 게 훨씬 난이도가 높거든.”
총기 가득한 눈동자가 천유성을 향했다.
어깨에 얹은 손에서도 뜨겁고 단단한 기운이 전해졌다.
그제서야 천유성이 훗하고 오만에 가득 찬 미소를 머금었다.
“하긴, 너야 한 명이 한계일 테지만, 나는 두 명 정도는 거뜬하긴 하다. 다른 건 몰라도 사람 보는 눈 하나만큼은 여전히 쓸 만한 것 같군.”
뉘예뉘예. 당신의 말이 옳습니다.
……라는 속마음과 달리 진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다. 그 일. 내가 맡도록 하지.”
“아, 그리고. 아까 전에 숲속에서 내가 준 아이템. 혹시 위험한 상황에 처하면 꼭 쓰도록 해. 알았지?”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그 아이템을 사용할 일은 없을 거다. 빌어먹을! 애초에 내가 안 받겠다고 그리 말하지 않았냐!”
“에헤이. 또 저런다. 분명 도움이 될 일이 있을 거라니깐. 너무 삐딱하게만 보지 말고 이때다 싶으면 꼭 써.”
“쳇! 네 앞가림이나 잘해라.”
천유성이 추격전에 도움이 될 만한 정령수들과 페시스 그리고 잭 이든과 베헤모스를 데리고 이탈했다.
“어머나. 이렇게 예쁜 숙녀를 두고 딴 눈을 팔면 쓰나?”
클레망스가 네크로폴리스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천유성에게 즉각 철퇴를 내렸다.
우우우웅!
수십 개의 청록색 구체들이 점멸했다.
[특수 스킬 ‘신성 제국의 원념’이 발동됩니다!]자신이 죽여온 이들이 느낀 고통과 비통의 감정. 그게 응축되어 있는 게 저 구체다. 스치기라도 한다면 수십만이 겪은 고문의 기억들이 대상자에게 재현될 터.
그 순간.
촤촤촤촤촤…!
수십 개로 늘어난 칼날이 구체를 가른 뒤 클레망스의 몸까지 훑고 지나갔다.
퍼퍼퍽!
상처를 따라 피분수가 뿜어졌다.
어떻게 공격했는지 궤도조차 보이지 않았다.
“커…억!?”
클레망스가 두 눈을 부릅떴다.
사복검을 개방한 진혁이 천유성의 퇴로를 막아섰다.
“나한테 집중하는 게 좋을 거야. 네가 좋아하는 고통. 죽기 전에 아주 질리도록 느끼게 해줄 수 있으니까.”
“까부는 것도… 적당히 하시지. 한 세계를 평정하고 온 나를 죽이겠다고? 고작 이거 한 방 먹인 걸 가지고?”
방금 한 말이 자존심을 긁었는지 두 눈에 서린 광기가 한층 더 짙어졌다.
앞으로 뻗은 지팡이에서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마력이 발산되었다.
[클레망스가 고유성창 ‘포가튼 엠파이어(Forgotton Empire)’를 발동합니다!]쿠쿠쿠쿠쿠쿠!
한때 번창했던 신성 제국.
그리고 그곳에서 죽은 모든 이들을 다시 한 번 현계시킨다.
“크…으어….”
“황…제 폐하를…위하여….”
언데드로 이루어진 터무니없는 숫자의 군단이 서서히 땅속에서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일반 시민들은 물론, 기사와 마법사 그리고 마족들을 포함한 온갖 종류의 몬스터들까지 총동원된 총력전이다.
‘이제 클라이맥스인가.’
진혁이 아공간을 열었다.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아껴두었던 히든 카드를 꺼낼 차례다.
[귀환자를 찾아낸 보상 보따리를 개방합니다!]정확한 숫자를 파악하는 것조차 힘든 귀환자. 그들을 찾아내는 것만으로도 몇 가지 보상이 주어졌는데, 클레망스와 나머지 두 명의 귀환자를 찾아냈으니 꽤나 좋은 게 들어 있을 것이다.
‘과연, 어떤 걸 주려나.’
부디 전투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었으면 좋겠다.
1, [복사 프리패스 권]
한 명도 조우하기 힘든 귀환자를 셋이나 찾아낸 대가로 세 명의 귀환자 중 원하는 이의 고유성창이나 고유능력 혹은 스킬 중 하나를 복사할 수 있게 됩니다.
2, [귀환자 ‘메드레이’의 부름]
귀환자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핵심 인물. 메드레이의 현재 위치는 알 수 없지만, 이 아이템을 사용할 경우 1번에 한해 메드레이를 당신의 곁으로 소환할 수 있게 됩니다.(단, 소환 이후 메드레이의 호의를 얻어내는 건 오롯이 아이템 사용자의 역량에 달려 있습니다.)
젠장.
행복에 겨운 상황이라는 건 바로 지금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복사 프리패스권과 핵심 귀환자 메드레이의 대면권.
두 개 모두 지금 상황에서 값을 헤아리기 힘든 보상이었다.
쉽사리 하나를 결정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소리다.
하나를 포기했을 때의 기회비용과 각 보상에 따른 활용도. 그리고 그 선택이 미래에 미칠 영향까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수십 개가 넘었다.
그러나.
[아이템을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0H : 0M : 29S입니다.]제한 시간은 빌어먹게도 조금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선택을 해야 한다.
그것도 아주 빨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