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70)
670화. 초대받지 않은 손님 (1)
으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엘리스는 멍하니 공격에 넝마쪼가리가 되어가고 있는 진혁을 바라봤다.
콰아앙! 콰콰콰쾅!
“아흣.”
“흐응! 아하앙!”
세상 불쾌하고 야릇한 표정을 지은 채 적의 공격에 얻어터지는 걸 지켜보자니….
……정신이 혼미해지는 기분이다.
화르륵! 쩌저적!
불에 활활 타거나 얼어붙어버리기도 하고 날카로운 가시 등에 꿰뚫리거나 베이기도 하는 등등. 보통이라면 고통에 몸부림쳐야 정상이었다.
하지만, 진혁은 얼굴까지 붉게 상기시키며 온갖 종류의 통증에 입맛까지 다시고 있었다.
피를 뚝뚝 흘리면서 눈동자가 돌아간 걸 보니 완전히 누가 언데드이고 누가 인간인지 구분이 안 갈 지경이다.
“후우.”
엘리스의 입에서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계약자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어찌 된 건지 가면 갈수록 증상이 악화되어가는 것 같았다.
“……내 계산으로는 99.98% 확률로 변태이거나 0.02% 확률로 특정 조건을 달성하기 위해 일부러 적에게 맞고 있는 거야.”
프레이 역시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불멸의 호문쿨루스에게 이런 면이 있는 게 믿기 힘들 장면이다.
“0.02%에 앞으로 짐의 일생을 걸어야 한다는 말이더냐?”
“포기하고 싶으면 포기해도 돼. 리스크를 줄이고 싶어하는 건 모든 생명체의 본능이니까.”
물론, 말을 끝낸 프레이가 속삭이듯, ‘경쟁자가 줄어들면 나쁘지 않아. 응’. 이라고 덧붙인 건 듣지 못했다.
“안 그래도 지긋지긋한 바보 성녀가 와서 심란하건만, 고작 이런 걸로 포기할 수는 없지. 짐만 있어도 충분하거늘 계약자는 어째서 자꾸 이상한 혹들을 데려오는지 모르겠다니까.”
테레사가 진혁을 바라보는 그 눈빛.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직감과 본능이 최고조의 경고를 보내고 있었다.
절대 단둘이 내버려둬선 안 된다고.
“머리가 아프구나.”
엘리스가 고개를 푹 숙였다.
성녀에 정신병동에 있는 여우도 모자라서. 이제는 인형까지 경쟁 상대에 넣어야 한다.
자긍심 높은 진조로서는 경쟁이라는 개념이 생소할 수밖에 없었다.
* * *
“지금 감히 날 앞에 두고 뭐 하는 짓거리냐!”
클레망스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진지하게 임해도 불리한 상황.
여유를 부려야 할 쪽은 철두철미하게 준비를 끝낸 이쪽이 할 수 있는 특권이다. 그런데 상대는 일부러 공격에 당해주면서 그걸 즐기려고까지 하고 있지 않은가?
[상대가 깊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에 마력 치환율이 7%로 하향 조정됩니다.]괴로움에 몸부림치고 살려달라고 애걸할수록 강해지는 특성.
자신의 장기가 무력화되자 약이 바짝 달아오를 수밖에 없었다.
고통을 주면서 최대한 마력을 빼앗아 오려고 했던 생각이 사라졌다.
클레망스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동시에.
파치칙!
지팡이에서 여러 개의 마법이 캐스팅되었다.
[신살마법 ‘영역 붕괴’를 발동합니다!]검보라빛 스파크가 일어나며 지면을 따라 거대한 육망성이 그려졌다.
“크아아아아!”
“크오오오!”
빼곡히 밀집해 있던 언데드 몬스터들의 몸에서 검은 실들이 뽑혀나왔다. 미약하게 깃들어 있던 생기와 마력을 긁어모아 신을 죽인 마법을 재현하려는 것이다.
진혁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한 눈에 봐도 심상치 않아보인다.
한 세계를 평정했던 절대자의 일격을 그대로 맞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세포들이 비명을 질러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저것만 견디면 능력을 복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자 바닥까지 꺼진 의지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진혁이 날아오는 검은 창을 바라봤다.
최대한 급소만은 피해서.그러면서도 통각을 가장 심하게 느낄 수 있는 부위에 맞아야 한다.
퍼퍼퍽!
검은 창이 쇄골을 뚫고 반대편에 박혔다.
조금만 주춤했거나 겁을 먹었더라면 쇄골이 아니라 목이 통째로 뜯겨나갔을 것이다.
울컥하고.
붉은 피가 후두둑 쏟아졌다.
“이… 거지. 진짜 뿅 간…다니까.”
스스로마저 속여야 한다.
이 고통이 너무나 행복하고 짜릿한 기분이라고.
몸속에 파고든 이물질이 뇌수까지 태워버리는 고통을 선사했지만, 진혁은 극한의 인내심을 발휘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알 수 없는 감각이 혈관을 타고 구석구석 퍼져나갔다.
바로 그 순간.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클레망스의 고유성창 ‘포가튼 엠파이어’를 복사합니다!] [포가튼 엠파이어]입수 난이도: SSS
내용: 자신이 상대했던 세력을 부활시켜 언데드로 부릴 수 있게 됩니다. (단, 이 능력은 언데드에 대한 이해도와 능력의 숙련도에 매우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세심한 컨트롤과 이해가 필요합니다.)
[복사된 능력은 ‘세계의 기억’에 저장됩니다!]조건이 충족됨과 동시에 ‘별의 가호’와 ‘만다라’가 급속도로 몸의 상처를 재생시켰다. 워낙에 심각한 중상을 입었기에 마력의 상당 부분을 소모해야만 했다.
그래도.
‘드디어 손에 넣었네.’
고문에 가까운 온갖 종류의 공격을 맞고. 또 주변의 멸시와 환멸을 견딘 보람이 느껴졌다.
“진심으로 너처럼 골 때리는 인간을 만나본 건 처음이야. 나도 나름 정상이 아니라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널 보면 내가 정상이라고 느껴질 지경이라니까.”
킥킥거리는 진혁을 바라보던 클레망스가 질렸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어떤 생각으로 그렇게 광기에 차 있는진 모르겠는데, 방금 같은 식으로 계속해서 내 공격을 받아낼 순 없을 거야. 상처를 치료하느라 마력이 상당 부분 소모된 게 뻔히 보이고 있거든.”
대마도사의 마력 감지 능력은 신의 영역에 이른 수준.
이미 진혁의 마력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파악은 끝나 있었다.
“뭐, 조금 무리하긴 했지. 이번 복사 조건은 역대급으로 빡세긴 했어.”
마력을 절반 정도 쓴 건 아쉽지만, 이제는 복사조건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나 싸울 수 있게 되었다.
봐주지 않고. 최대한 화력을 마음껏 뿜어낼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흥. 되도 않는 소릴.”
콧방귀를 뀐 클레망스가 재차 신살 마법을 준비했다.
당연히 그녀를 호위하던 수많은 언데드 몬스터들이 진혁을 향해 돌격했다,
진혁이 두 개의 단검을 좌우로 교차했다.
[빙하조형 ‘하늘의 검’이 발동됩니다!]파치치칙!
하늘에서 떨어지는 얼음기둥과.
[빙하조형 ‘땅의 검’이 발동됩니다!]땅에서 솟구치는 얼음기둥이 한 점에서 맞닿았다.
전방에서 달려들던 기사들의 몸이 그대로 얼음 속에 갇혔다.
쩌저적!
[‘흑월야(黑月夜)’가 발동됩니다!]검은 초승달이 사선을 가로지르며 내달렸다.
서걱!
약간 뒤에서 접근하던 대형 언데드들이 그대로 토막이 나서 쓰러졌다. 공격 하나하나가 상위 고유능력에 버금갈 정도로 압도적이다.
나름 제국의 흥망을 함께 한 정예병력들이 제대로 된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쓰러졌다.
하지만, 피해를 입는 것마저 클레망스가 계산하고 있는 영역.
콰콰콰콰콰콰!
또 다시 검은 창이 발사되었다.
추진체도 없이 공간을 뛰어넘은 창이 종이 한 장 차이로 진혁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빠르긴 한데, 그것만 가지고는 소용없어. 지금까지 투사체로 장난질 하는 놈들은 몇 명이나 상대해왔거든.”
진혁이 더욱 거리를 좁혔다.
바로 그 순간.
[‘비문의 흑관(黑棺)’이 발동됩니다!] [‘바하문트의 쇠사슬’이 발동됩니다!]시야가 검게 물들었다.
사방이 검게 막힌 거대한 관 속에 들어간 진혁의 손발에 녹색 철로 된 쇠사슬이 채워졌다.
촤르르르…르륵!
“그딴 덜떨어진 놈들이랑 날 비교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란다. 그리고. 아무리 미꾸라지 같은 놈이라도 거기서 빠져나가긴 쉽지 않을 거야.”
클레망스가 손가락을 까딱였다.
“키에에에!”
4명의 마왕이 동서남북에서 진혁을 향해 끈적끈적한 액체를 뿜었다.
[마왕의 권능 ‘혈육(血肉)의 늪’이 발동됩니다!]신살마법의 육망성 아래서 펼쳐지는 대규모 섬멸기.
콰콰콰콰콰쾅!
흑관이 갈기갈기 찢어졌다.
물론, 강력한 구속력을 가진 흑관이 저 모양이 되었을 진데, 그 안에 있는 내용물이 어떠할지는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뻔할 것이다.
분명 그게 정상적이고 논리적인 결과였다.
격철이 맞물리는 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철컥.
쇳덩이의 차가운 비명과 함께 아공간에서 새로운 무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
클레망스의 등줄기를 따라 솜털이 쭈뼛쭈뼛 일어났다.
전투로 인해 달아오른 몸의 열기가 한 순간에 식어버린 것처럼. 차가운 한기가 뼛속까지 파고들었다.
[클레망스가 11서클 ‘차원의 방벽’을 발동합니다!]공간 자체를 왜곡시켜버리는 11서클의 절대 방어마법.
거기에.
“지…킨다!”
“황…제와. 그 후손을…!”
제국의 검이라 불리는 기사들이 방패를 꺼내든 채 클레망스의 앞으로 끼어들었다.
위기감을 감지한 언데드 병력들이 자신의 주인을 지키기 위해 총동원된 것이다.
그러나 어째서일까?
겹겹이 방벽을 쳤음에도 덜덜 떨리는 몸은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그때.
[고유성창 ‘황야의 무법자’가 발동됩니다!] [성유물 ‘빌리 더 키드의 권총’이 개방됩니다!]“석양이….”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낭랑하게 퍼져나갔다.
일몰 시간이 아닌데도 붉은 석양이 비치는 것만 같은 착각이 일어났다.
“…진다.”
그 말을 끝으로.
타앙!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 * *
콰콰콰콰쾅!
퍼퍼퍼퍽!
신성력과 검강이 뒤섞이며 무지막지한 마력이 폭발했다.
[테레사가 ‘신성 집중’을 발동합니다!]우우우웅!
하늘에서 쏟아진 7개의 황금 십자가가 테레사의 주위를 감쌌다.
“지원하겠습니다!”
[아군의 암속성에 대한 저항력이 40%만큼 상승합니다!]빛이 어둠을 몰아내며 고인물 코퍼레이션의 전력이 대폭 상승했다.
“크하하하! 좋네. 확실히 힘이 나!”
베헤모스가 대검을 바람개비처럼 휘두르며 겐스케를 압박했다.
카카카카카캉!
불꽃이 어지럽게 피어올랐다.
“쳇!”
겐스케가 혀를 찼다.
고대종 특유의 무지막지한 방어력 때문에 암기들이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핑크 타이즈를 입은 성기사가 합류하면서 손쉬웠던 정황이 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저쪽도 합이 좋군. 생각보다 성가시겠어.”
그레고리 역시 쇠뇌와 구르카 나이프를 각각 움켜쥐었다.
고작 한 명이 추가로 개입한 걸로 난이도가 몇 배는 상승한 기분이었다.
“느긋하게 즐겨보자고. 이렇게 된 게 더 재밌잖아 솔직히? 킥킥.”
암살자 특유의 민첩함과 속도.
공중에서 기묘하게 각도를 틀어버린 겐스케가 어지러울 정도로 빠르게 암기들을 날렸다.
퍼퍼퍼퍼퍽!
투콰아앙!
수리검들이 소나기처럼 쏟아졌다.
“크아아악!”
덩치가 큰 말랑흑두루미가 그대로 공격에 노출되었다.
‘기상개변’이 멈추며 뿌연 연기가 다시 한 번 범람했다. 신성력이 전부 커버하기 어려운 곳을 집중적으로 파고들면서.
“내가 상대하겠다!”
[천유성이 ‘추혼일섬’을 발동합니다!]검강을 끌어올린 천유성이 겐스케의 정면으로 달려들었다.
쿠쿠쿠쿠쿠…콰콰콰콰쾅!
가속력을 제대로 살렸기에, 천유성과 겐스케가 계곡의 반대편 수백 미터가량을 가로질렀다.
후두둑.
부러진 나무들 사이로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천유성이 재빨리 자세를 고쳐잡았다.
한 번에 귀환자를 쓰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래도 그레고리 없이 1:1 상황을 만들 수 있게 되었으니 충분히 해볼 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겐스케의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 아니, 변한 건 단순히 얼굴만이 아니었다. 체형과 목소리까지.
모든 게 기존과 완전히 달라졌다.
“무슨….”
의문점이 채 가시기도 전에 천유성의 몸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오싹.
진혁을 상대했을 때도 이런 압도적인 벽을 느낀 적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