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83
683화. 세 개의 불꽃 ‘요마간토’ (2)
“뭐야, 아직 끝난 게 아니었어?”
“여전히 소원을 이뤄준다고?”
“그것뿐만이 아니에요. 강진혁이나 메드레이와 같은 편에 서서 싸워도 된다고 하고 있으니까요.”
“심지어 금제를 풀어준다니. 귀환 전에 사용한 무구나 아이템들 중 하나를 사용할 수 있다는 거 아냐?”
웅성웅성.
1분 전까지만 해도 이 자리에서 빠져나가려고 했던 귀환자들이 크게 동요했다.
게임체인저. 모든 것의 규칙이 바뀌어버렸으니까.
“하하하하! 정말로 까면 깔수록 놀랍군. 태고의 존재로도 모자라 상급 관리자까지 부를 수 있는 위치였단 말인가.”
메드레이가 껄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까지 그 누구보다 수많은 강자들과 마주했다고 생각했건만, 단언컨대 이토록 신비롭고 이질적인 등반자는 처음이었다.
일전에 만났던 서리혼령보다도 오히려 더 흥미가 가고 알고 싶다는 게 메드레이의 솔직한 본심이었으니까.
“강진혁 플레이어님은 정말 누군가를 끌어들이는 재주가 있는 것 같습니다. 메드레이 님까지 영입할 줄은 솔직히 몰랐거든요.”
릭도 솔직한 감상을 내비쳤다.
얼굴에 드러나 있는 잔잔한 미소에서는 자신이 한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이 깊숙이 배어 있었다.
“적절한 타이밍에 제대로 도와주신 덕분이죠.”
“저야 뭐, 이 탑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게 하기 위해 아등바등 애쓸 뿐입니다. 이미 너무 큰 힘을 지닌 자들로 인해 여러 구멍이 생겨버렸지만요.”
“앞으로라도 더 큰 구멍이 생기는 걸 막기 위해 노력해야죠.”
“후후. 지당하신 말씀입니다만 오늘 제 역할은 여기까지인 것 같군요.”
릭이 중절모를 살짝 내렸다.
여러 가지로 계획이 어그러진 요마간토의 분노가 릭에게까지 미치려 했기 때문이다.
이미 릭은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줬다.
그의 말대로 남은 건 이곳에 있는 자들의 몫.
진혁이 손마디를 우두둑 꺾었다.
이제부터는 넘쳐나는 장기 말들을 얼마나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냐의 싸움이다.
“이미 주사위는 굴려졌는데, 다들 어떻게 할 거야? 그리 소원을 이루고 싶어서 날 못 잡아먹어 안달이더니, 설마 상대가 바뀌었다고 쫄지는 않았겠지?”
“닥쳐라! 저 감언이설에 넘어간 놈부터 죽여버리겠다. 클레망스와 같은 꼴이 나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너희들이 왔던 곳으로 도망쳐라. 그러면 특별히 뒤쫓아서 태워버리진 않을 터이니.”
요마간토가 두 번째 불꽃을 사용했다.
‘만화(慢火)’.
천지를 불태워버리는 불꽃이 솟구치며 메마른 대지가 순식간에 불바다로 변해버렸다.
바람을 타고 1초에 수백 미터가 넘는 거리를 넘나드는 불꽃은 요마간토의 말이 절대 허풍이 아님을 보여줬다.
귀환자들이 멈칫거렸다.
무시무시한 기세 앞에서 선뜻 진혁에게 다가가는 이는 없었다.
“역시. 미치지 않고서야 지는 게 확실한 놈 쪽에 서진 않겠지.”
콧방귀를 뀐 요마간토가 손바닥 위에 생겨난 불꽃을 불었다.
후욱.
가벼운 날숨에 불꽃들이 진혁을 향해 쇄도했다.
가볍고 빠르다.
그런데 불꽃이 진혁의 지척에 도달하기 바로 직전.
콰콰콰콰콰콰쾅!
하얀 냉기가 어지럽게 휘몰아쳤다.
“크르르…!”
“크오오오!”
흰색 갈기를 가진 설산의 늑대들이 진혁을 보호하듯 앞에 섰다.
치이익!
냉기로 인해 날아오던 불꽃들이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합류하도록 하지.”
그레고리가 요마간토가 있는 곳을 향해 쇠뇌를 겨눴다.
첫 번째 반란.
그걸 기점으로 귀환자들이 하나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하나의 목적을 위해 뭉친 것이다.
쿵! 쿵! 쿵! 쿵!
무혼과 펜다리엘의 잔존병력을 쫓던 언데드 병력들이 즉시 진로를 변경했다.
성기사와 뱀파이어 사냥꾼. 하프 드래곤과 권법과 그리고 네크로맨서 등. 다양한 직업과 능력을 가진 귀환자들이 새로운 목표물을 노렸다.
“형은 이름이 뭐야?”
백발의 소년이 배시시 웃었다.
천유성이 한숨을 쉬며 마지못해 대답했다.
“천유성이다.”
“내 이름은 아델이야. 페인 폰 아델.”
아델이 더욱더 진한 눈웃음을 지었다.
뭐 어쩌라는 거냐라는 질문을 할 찰나 아델이 한 마디 덧붙였다.
“난 승부는 반드시 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야. 그런데 이번에는 확실한 결판을 내지 못했잖아. 그러니 앞으로 계속해서 형을 찾아갈 거야. 둘 중에 한 명이 속에 있는 빨간 속살을 보일 때까지 계속해서.”
“……그 말, 진심이냐?”
“응!”
악의 없이 순수하며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대답.
천유성의 등골을 타고 차가운 식은 땀이 흘렀다.
동시에 광기에 가까운 집착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다.
***
“기어이 독주를 마시는군.”
요마간토가 사방에서 자세를 잡는 적들을 바라봤다.
한낱 미물들이 뭉쳐 신에게 대항하다니.
아무리 탑의 하층부에 현현하는 게 흔치 않다고는 하지만, 자신들의 격을 못 알아보는 벌레들에게 자비를 베풀어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벌레는 벌레에 걸맞은 최후를 내리는 게 인지상정이었으니까.
[두 번째 불꽃 ‘만화의 춤’이 발동됩니다!]조금 전에 날숨으로 날려보낸 불꽃과는 차원이 다르다.
집채만 한 불덩이가 고속으로 회전하며 달려오는 언데드 병력에게 강타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이어지는 것은 인지 밖의 결과물이었다.
수십 킬로미터에 이르는 불길이 거미줄처럼 이어지며 언데드가 이 세상에 존재했던 흔적 자체를 말소시켜버렸다.
“크오오오!”
“크아아악!”
그것은 대상이 하위급이든 상위급이든 가리지 않았다.
기본 무장을 한 스켈레톤 병사부터 오러를 다룰 줄 아는 데스나이트까지.
화기에 닿은 것이라면 그 무엇이든 불살라버렸다.
“무슨 놈의 위력이….”
“한 번에 전멸이라고?”
가까스로 공격 범위에서 벗어난 귀환자들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살상반경과 속도 그리고 위력까지 모두 갖춘 힘을 난사해대는 능력.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거라고 예상하긴 했지만, 이건 선을 넘어도 한참이나 넘었다.
“쿨럭! 커억.”
한 번에 90%가 넘는 병력을 잃은 네크로맨서가 입에서 각혈을 토했다.
너무 큰 데미지를 단기간에 입은 탓에 정신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했다.
[귀환자 ‘네크로맨서 샤도레우’가 아웃되었습니다.]한 세계의 최강자가 너무나 덧없이 쓰러졌다.
그러나 숨을 고를 새도 없이 요마간토의 공격이 이어졌다.
화르륵!
이번에는 굵은 불줄기가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만화 ‘우둔한 화산’이 발동됩니다!]콰콰콰콰콰쾅!
분화를 시작한 화산탄이 사방으로 쏟아졌다.
마그마가 대지를 적시며 붉은 강이 범람하기 시작했다.
마력이 무한이라도 되는 건가. 저런 광역기를 땀 한 방울 안 흘리고 태연하게 난사해대는 게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바로 그때.
[‘적색 애벌레’가 깨어납니다!] [‘곤색 거미’가 거미줄을 뿜어냅니다!] [‘은갈색 나비’가 주인의 부름에 응답합니다!]메드레이가 신수들을 소환했다.
세 마리의 신수가 각기 다른 스킬을 사용했다. 적색과 곤색 그리고 은갈색의 가루와 액체들이 끈적끈적한 방벽을 만들었다.
콰콰콰콰콰쾅!
지축을 흔드는 충격이 울려 퍼졌다.
얼핏 보면 별거 아닌 곤충들의 분비물들. 당연히 그 정도로 태고의 신격이 가한 공격을 막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치이이익!
세 가지 색으로 물든 벽은 요마간토의 불길에도 녹지 않았다.
표면이 심각하게 그슬렸을 뿐, 그 뒤에 있는 이들은 화기로부터 아무런 데미지도 입지 않았다.
꿈틀하고.
요마간토의 눈썹이 역팔자로 휘었다.
제법 힘을 실은 공격이 귀환자 따위에게 막히자 심기가 더욱더 불편해진 것이다.
“귀환자들 중에서 그나마 제일 쓸 만하다고 하더니 귀여운 장난질을 치는구나.”
“위대하신 분께서 그런 칭찬을 해주시니 영광입니다. 변변찮은 재주입니다만 최선을 다해 상대해드리죠.”
“너 따위 것이 감히 나를 상대로 말이더냐?”
“무리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냥 죽어드릴 순 없으니 발악이라도 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메드레이가 신수들에게 마력을 실었다.
“뼈까지 태워주지.”
요마간토의 기운이 달라졌다.
훨씬 더 뜨겁고 붉은 겁화가 불비가 되어 쏟아졌다.
치이익!
태양의 중심부에 육박하는 온도.
빙계 능력자들마저도 감히 막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수준이다. 낼름거리는 불의 뱀들이 메드레이와 그가 소환한 신수들을 유린했다.
콰콰콰콰콰콰콰콰!
고속으로 기어다니는 뱀들이 메드레이를 중심으로 둥그런 원을 만들더니 일제히 폭발했다. 구름이 갈라지고 하늘마저 불태워버린다.
협곡의 일부가 그대로 사라질 만큼 무지막지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러나.
“……!?”
이번에도 결과는 비슷했다.
방벽이 반쯤 녹긴 했지만, 메드레이는 가벼운 화상만 입었을 뿐 죽지 않았다.
진혁이 슬그머니 주먹을 쥐었다.
역시나.
메드레이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귀환자들 사이에서 가장 고고하고 강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균형과 조화의 극에 이른 메드레이는 벽을 넘어섰고. 그 결과 탑의 시스템에게 인정 받은 새로운 능력을 개화할 수 있게 되었다.
[레인보우 브릿지 – ‘혼색(混色)의 장’이 발동됩니다.]색과 색을 섞어 기존의 힘을 초월할 수 있는 권능.
네크로노미콘이 태고의 존재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최강의 창이라면, 메드레이의 힘은 태고의 존재들의 힘을 상쇄시킬 수 있는 최강의 방패다.
그리고 최강의 방패가 든든히 버텨준다면….
“엘리스. 프레이.”
“알고 있느니라.”
“응.”
요마간토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수단은 갖춰져 있었다.
[고유성창 ‘크로노 스피어’가 발동됩니다!] [고유성창 ‘개벽의 계시록’ – 블러드 이클립스가 발동됩니다!] [고유성창 ‘불멸의 인형사’ – 스피어 댄싱이 발동됩니다!]각기 다른 방향에서 세 개의 공격기술이 펼쳐졌다.
퍼어어엉!
크로노 스피어의 섬광이 가장 먼저 요마간토의 실드를 두드렸다.
불꽃으로 만들어진 실드에 실금이 갔다.
그 얇은 균열 위로 피로 이루어진 폭풍우가 강타했다.
카드드드득!
균열이 점점 더 넓혀진다.
요마간토 못지않은 강력한 광역기는 착실하게 실드에 빈틈을 넓혀갔다.
동시에.
푸욱!
기척이 존재하지 않는 프레이가 요마간토의 안으로 파고들었다.
단창이 살 속을 헤집고 반대편으로 튀어나갔다.
……통한 건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프레이가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창이 관통한 부위에서 피 대신 보라색 불꽃이 피어올랐다.
뿌드득.
요마간토의 눈에 지독한 살기가 스쳤다.
젠장. 프레이의 단창이라면 상처 정도는 입힐 줄 알았는데, 고유성창 모드에서도 화를 돋우는 게 고작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진혁이 이번에는 다른 쪽을 불렀다.
“고생했어. 나중에 다시 부를 테니 일단은 들어가 있어.”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못해서 미안하군.”
“그래도 최선을 다했으니 약속은 지켜줘.”
무혼과 펜다리엘이 진혁의 눈치를 살폈다.
자신들의 층계에 대한 지배권을 되돌려주겠다는 약속이 혹시라도 엎어질까 전전긍긍해하는 얼굴이다.
“걱정 마. 한 번 입에서 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니까.”
진혁이 무혼과 펜다리엘을 역소환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두 보스의 능력을 극한까지 사용한 덕에 고유성창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올랐다.
다시 말해.
[전사들의 입장의 능력치가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더 상위 버전의 보스를 소환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리다.
두 번째로 불러오는 보스는 조금 특별한 녀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