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88
688화. 미궁 ‘지평선의 경계’ (1)
미궁 ‘지평선의 경계’.
시련의 탑에서는 흔히 이곳을 등반자들이 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이라고 일컬었다.
한 번 발을 들일 수는 있지만, 두 번 다시 빠져나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영웅급에 해당하는 탐험가들과 몇몇 신격들이 이곳을 발견했으나, 다시 모습을 보인 자는 없었다.
‘나도 개고생을 많이 했었지.’
진혁이 혀로 바싹 마른 입술을 적셨다.
50층 아래에서 가장 골치 아픈 미궁을 꼽자면 단연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게 이곳이었다. 그만큼 변수와 기믹들이 넘쳐나는 장소다.
그나마 초입 부분은 할 만했지만, 중간 이상부터는 지옥과 같은 난이도가 기다리고 있었다.
“딱 봐도 더럽게 불길한 곳이로군. 이 안에 그 책인지 뭔지가 있다는 거냐?”
“그럴 확률이 제일 높아.”
“확실하진 않다는 거군.”
“……응.”
아직까지 페시스와 2닭이 마지막 단서를 손에 넣지 못했다.
정확한 지점을 파악하려면 이 안에서 그 때가 오길 기다려야 한다.
온 김에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것들도 있었고.
“안에서는 정신 바짝 차리고 제 뒤만 따라오세요. 아무거나 함부로 만지면 큰일납니다.”
진혁이 가장 선두에 섰다.
그 뒤를 나머지 멤버들이 불안한 얼굴을 한 채 따랐다.
[미궁에 입장합니다.]시야가 완전히 달라졌다.
순간, 모두의 입에서 헛바람 들이마시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몽환적이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이질적이면서 아름다운 광경은 날카롭게 세워둔 긴장감마저 부러뜨릴 정도였으니까.
조심스레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자 살아 있는 생명체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키릭?”
“취이잇.”
형형색색의 식물들과 동물들은 단 한 번도 마주친 적 없는 종류였다.
“와아….”
“귀여워라.”
엘리스와 테레사가 두 눈을 초롱초롱 빛냈다.
뽀얀 털을 가진 복슬복슬한 설치류를 향해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으려 했다.
“잠….”
진혁이 경고를 하기도 전에 설치류의 눈이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콰콰콰콰콰콰콰!
몸에서 집채만 한 갈고리가 튀어나왔다.
귀여웠던 모습은 간데없고. 어느새 수많은 이빨이 달린 흉측한 괴물이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콰아앙!
카카카캉!
“큭!”
천유성과 진혁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날아오던 갈고리가 검에 막혀 튕겨나갔다.
“꺄아아악!”
“주, 죽어!”
테레사와 엘리스가 비명을 지르며 거리를 벌렸다.
온갖 종류의 끔찍한 몬스터들과 싸워왔지만, 귀여웠던 몬스터가 한 순간에 괴물로 변한 적은 처음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첫 번째 공격이 막힌 설치류는 더 이상 덤비지 않고 쪼르르 자리를 피해 사라졌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조심하라고 했잖습니까.”
진혁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물가에 말 안 듣는 애들을 내놓으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미, 미안해요. 진혁 씨.”
“누가 이럴 줄 알았나. 쟤들이 짐의 마음을 흔들었단 말이다!”
그래도 차라리 이게 다행일지도 모르겠다.
초반에 뜨거운 맛을 봤으니 앞으로는 더욱더 조심할 테니까.
그나저나….
‘침입자가 들어왔으면 반응이 오긴 와야 될 텐데….’
미궁의 특성상 안을 지키는 파수꾼이 존재하는 법. 요마간토 역시 그 점을 믿기에 당장 층계를 박살 내지 않는 것이다.
네크로노미콘을 파괴하는 것보다 확보하는 게 훨씬 더 유리했으니.
바로 그때.
스으윽….
근처에서 희미한 기척이 느껴졌다.
몇 번인가 마주한 적이 없었다면 결코 눈치채지 못할 만큼 미묘한 변화였다.
실제로 나머지 멤버들은 방금 전의 위화감을 감지하지 못했다.
‘탐식의 눈’이 발동되었다.
띠링!
식물들 사이에 있던 존재의 상태창이 진혁의 눈앞에 점멸했다.
[통칭 정원사]복사조건: 그 누구보다 자신이 만든 아름다운 정원에 자부심이 있는 태고의 정원사. 그런 그의 완벽한 정원을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망가뜨린다면 그가 가진 고유성창과 고유능력 그리고 스킬 중 하나를 복사할 수 있게 됩니다. (정원사가 느끼는 분노와 절망감에 비례해 복사할 수 있는 능력의 종류와 숙련도가 달라집니다.)
전체를 완벽하게 식별한 게 아니기에 놈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정확히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대충은 알고 있으니 세세한 거야 나중에 천천히 확인하면 되겠지.’
두근! 두근!
모처럼 심장이 기분 좋게 요동쳤다.
태고의 존재가 가진 능력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된 기회!
‘정원사’가 왔으니 이제부터가 이 미궁의 진가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동시에 조심조심하면서 이동해야 할 시간은 끝났다.
막강한 미궁의 문지기를 흔들기 위해서는 도발과 사기가 난무하는 게임을 시작해야만 했으니까.
⁕⁕⁕
같은 시각.
페시스와 2닭이 있는 곳에서도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었다.
콰콰콰콰콰콰콰!
화르륵… 치이이익!
“쉬잇!”
“쉬익!”
불로 이뤄진 뱀과 도마뱀들이 혀를 낼름거렸다.
본래라면 네크로노미콘을 수거한 이후 습격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오릭스의 개입으로 인해 기존의 계획이 대폭 바뀌었다.
조금이라도 위험부담이 높은 것은 배제한 채 철저하게 네크로노미콘이 적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에서다.
“거의 다 왔는데 하필이면 여기서 막히다니….”
페시스가 제 자리에서 발을 굴렀다.
눈앞에 보이는 제단.
저 안에 이곳에 온 목적이 봉인되어 있다.
앞으로 한 걸음만 더 가면 손에 넣을 수 있을 만큼 단서를 손에 넣기 직전이라는 소리다.
“어떻게 할 수 없는 겁니까?”
“나라고 좋아서 이러고 있는 게 아니야. 저 뱀들… 꽤나 성가셔.”
2닭이 혀를 찼다.
‘시스템 조작’으로 화염 속성과 개별 특성을 뒤바꾸고 있었지만, 워낙에 숫자가 많기도 한 데다 속도까지 재빨랐다.
일일이 상대하기에 만만치 않다는 소리다.
2닭의 손에 푸른 빛이 맺혔다.
“키에에에!”
“케에에!”
불덩이에 뒤덮인 뱀들의 몸에 갑자기 서릿가루들이 생겨났다.
급격한 온도 차.
퍼퍼퍼퍽!
사정권에 들어간 뱀들의 몸이 버티지 못하고 터져나갔다.
이걸로 열 마리가량을 제거했다.
하지만, 남아 있는 놈들은 아직도 그보다 몇십 배는 더 많았다.
[과도한 능력 사용으로 인해 과부화가 걸립니다.]제 아무리 운영자라 하더라도 시스템을 조작하는 것은 커다란 반동이 뒤따른다.
욱씬! 욱씬!
2닭의 볼을 따라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더 기분 나쁜 건 우리가 최우선 순위가 아니라는 거야. 하, 감히 날 앞에 두고 딴 짓을 하다니.”
그녀의 말대로 대부분의 뱀들이 모여 있는 곳은 제단 쪽이었다.
쿠쿠쿠쿠쿠!
뱀들의 입에서 뿜어지는 불길.
뜨거운 고열이 제단 위에 있는 단지를 집어삼켰지만, 단지의 표면엔 그 흔한 그슬림 하나조차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놈들이 제단의 봉인을 푸는 방법을 모른다는 점이었다.
페시스가 입술을 깨물었다.
‘서둘러야 해.’
지금 이 순간에도 동료들은 자신이 임무를 완수해줄 거라 믿으며 싸우고 있다.
기껏 가장 중요한 일을 맡겨줬는데, 고작 이런 역경에 쓰러질 순 없었다.
“제가 놈들의 시선을 한 번에 붙잡을 수 있습니다. 그 틈에 제단의 봉인을 풀고 강진혁 플레이어님에게 단서를 보내주세요.”
“……뭐? 너 혼자서? 아무리 그래도 너무 위험해.”
“어쩔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일이고 2닭 님이 힘들다면 제가 어떻게든 해봐야죠.”
페시스가 아공간에서 오래된 나무로 만든 피리와 나뭇잎으로 만든 신발을 꺼냈다. 그 외에도 작은 단검과 각종 장비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진심이구나.”
“하하. 저도 도움이 좀 돼야죠.”
리스크는 굉장히 높다.
어쩌면 목숨을 걸어야 할 수도 있겠지.
그럼에도 세상에는 반드시 시도해야만 하는 게 있는 법이다.
[성유물 ‘위대한 등반가의 탐험 세트’가 발동됩니다.] [세트의 효과로 인해 모든 능력치가 20%만큼 상승합니다!] [성유물 ‘피리 부는 사나이’가 발동됩니다!] [성유물 ‘매혹의 불꽃’을 사용했습니다!] [화염 속성의 몬스터에게 최면과 매혹 효과가 걸립니다.]기회는 단 한 번.
“지금입니다!”
페시스가 모든 적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모았다.
“하여간 이놈이나 저놈이나… 죽지나 마!”
2닭이 그런 페시스와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
시련의 탑 50층.
‘경계의 숲’을 관리하는 정원사는 말 그대로 50층에 서식하는 온갖 종류의 식물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이미 수없이 오랜 세월 동안 이 일을 맡아왔고 그 자랑스러운 커리어엔 단 한 번의 오점도 없었다.
그야 그럴 수밖에.
침입자들에겐 특정한 습성이 있었고. 거기에 따른 대응 매뉴얼이 있었으며. 무엇보다 온갖 종류의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는 경험과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뭐, 뭐 하는 놈들이래?’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낯선 이들은 정체부터 예측하기 힘들었다.
인간과 거주자와 뱀파이어와 정령과 고대종이 뒤섞인 파티.
지금껏 다양한 종류의 조합을 상대했었지만, 이 정도로 중구난방인 적들은 처음이었다.
그것만으로도 머리가 지끈거리는 일이지만, 그건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이건 먹을 수 있는 것이냐?
-일단 한 번 먹어볼까요?
-그래. 죽기야 하겠어?
-모기이이이!
-우웨에엑! 주, 주인 나 죽는다. 이거 못 먹는 거야. 진짜로.-아, 이건 안 될 것 같네. 실패다 실패. 그럼 다음은….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공포에 떨며 이성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식물들이다.
대부분은 피해야 정상이었고. 실력이 꽤나 있는 자들은 맞서 싸우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머, 먹고 있어.’
다양한 조리법을 동원해 배를 채우고 있다.
그 와중에 맛이 있는지 뱀파이어로 보이는 진조는 두 눈까지 반짝이고 있었다.
단언컨대 저런 정신 나간 짓거리를 하는 놈들은 단 한 팀도 없었다.
대체 뭐 하는 놈들일까?
천 년에 한 번 접촉하는 니알라토텝 외엔 모든 이들과 접점이 없던 터라 호기심이 배가 되었다.
‘겨, 경계선이 연결된 틈이 하, 하필이면… 요틀레암 협곡 쪽이라서 더 혼란스럽네. 대체 여기에 뭐가 이, 있다고. 기어들어온 거야? 서, 성유물이나 아이템도 딱히 눈독 들일 만한 게 없을 텐데.’
50층과 연결되는 미궁들은 그 시기와 장소가 완전히 랜덤.
때문에 침입자들이 무슨 이유로 이 안까지 온 건지는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상관없다.
어떤 적이든 간에 자신은 묵묵히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면 됐으니까.
‘후,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이곳에 온 걸. 멍청한 바보들. 히히히.’
정원사가 2m에 이르는 녹슨 가위를 만지작거리며 군침을 흘렸다.
여기엔 무수히 많은 세월 동안 설치해둔 온갖 종류의 함정들이 있다.
고작 초입의 식물들을 사냥했다고 기세등등했다간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되리라.
그리고.
그 안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며 살길을 찾기 위해 동료들을 버리는 과정은 정원사가 이 일을 하면서 즐기는 최고의 취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