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9)
69화. 마력 폭주증
목소리가 심상치 않다.
“무슨 일이야, 연화야?”
진혁이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오빠, 할아버지가……, 할아버지가 쓰러지셨어. 이대로라면 오늘 밤을 못 넘길 것 같다고…….”
연화의 할아버지라면 설마, 유천영 어르신?
그러고 보니 각성 테스트 당시 김기태가 유천영에 관해 이야기했던 게 기억났다.
분명, 몸이 괜찮으시냐고 물었었지.
유연화는 거기에 발끈하며 대답했었고.
‘불광동핵주먹’이란 닉네임으로 [시련의 탑]을 함께 했던 고인물.
‘언제나 밝게 웃던 연화가 이토록 흐트러져서 연락할 정도라면…….’
이미 가망 따위는 없으리라.
그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누군가에게라도 이 슬픔을 토로하고 싶은 거겠지.
“어디야?”
“응?”
“지금 있는 곳 어디냐고.”
“서울대학병원. 근데, 오빠가 와도…….”
서울대학병원.
아무래도 오늘 밤 일정을 살짝 바꿔야 할 것 같다.
“일단 기다리고 있어. 30분 내로 갈 테니까.”
* * *
“오빠, 여기야.”
병실 앞에서 기다리던 유연화의 모습이 보였다.
“고마워, 이렇게 와 줘서. 난…… 정말 누구한테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초췌하고 수척한 얼굴.
엄청나게 울었는지 두 눈엔 눈물 자국이 가득했다.
슬퍼하는 마음은 알지만, 지금 당장은 병의 종류부터 파악하는 게 우선이다.
“어떤 질병인지 말해 줄 수 있어?”
“마력이 폭주하는 증상이야. 원래 할아버지께선 지병이 있으셨는데, 시련의 탑이 나타난 뒤로 갑자기 증상이 훨씬 악화됐어.”
탑의 마력이 밖으로 흘러나왔고.
그걸로 인해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났다.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유물들이 성유물화 되거나.
지금처럼 각종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 또한 그 예시 중 하나였다.
원인은 대충 예상이 갔다.
‘유천영 어르신이 배웠던 무술과 관련된 거겠지.’
탑의 마력과 오랫동안 쌓아 왔던 진기가 거부 반응을 일으켜, 폭주하게 된 것이다.
“어쩌면 내가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라.”
“저, 정말로?”
진혁의 말에 유연화의 눈이 급속도로 팽창했다.
모두가 포기한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가능성이야 희박할 테지만…….
지금은 실낱같은 희망이 생겼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얼어붙었던 심장이 순식간에 녹는 기분이었다.
“우선, 직접 상태를 좀 봐야겠어. 이 안에 계시는 거지?”
“응. 잠깐만.”
눈물을 닦은 유연화가 병실 문을 열었다.
끼이익!
쇳소리가 유독 크게 울려 퍼졌다.
병실 안으로 들어가자, 열댓 명의 사람들이 보였다.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와 간호사, 마도구처럼 보이는 막대기를 들고 있는 힐러 그리고 도복을 입은 건장한 체구의 남자들.
물론,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띠는 건 침대 위에 의식 없이 누워 있는 건장한 체구의 노인이었다.
진혁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이자가 유천영.
‘한국 최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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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유천영
성별: 남
나이: 78세
레벨: 5
힘 25 민첩 50 체력 38 마력 7 선기(仙氣) 103
보유한 스탯 포인트: 0
보유한 코인: 0
직업: 없음
고유 능력: 태극무형(太極無形)
스킬: Lv13 ‘진태청화랑심법(眞太淸花郞心法)’, Lv12 ‘임전무퇴(臨戰無退)’, Lv12 ‘강화’, Lv11 ‘일당백(一當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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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사 조건: 현재 힐러들은 오래 전부터 유천영의 죽음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습니다. 가망이 없다고 확신하고 있음에도 수백억을 뜯어먹는 거머리들의 꿍꿍이를 밝힌 뒤 유천영의 생명을 구한다면, 그가 갖고 있는 스킬 중 하나를 복사할 수 있습니다.]‘탐식의 눈’을 통해 본 유천영의 스탯창은 그야말로 화려함 그 자체였다.
레벨은 고작 5.
그러나 단순히 레벨만으로 이 사람을 평가해선 안 된다.
아직 플레이어들의 구체적인 랭킹은 정해져 있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한국에서 가장 강력한 사람을 꼽으라면, 단연 유천영의 이름이 가장 먼저 나왔다.
레벨과 고유 능력을 떠나서, 순수하게 보유하고 있는 능력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뜻이다.
‘단 한 번도 던전에 들어간 적 없다고 하더니, 그 말이 사실이었군.’
딱 한 번, 아웃브레이크로 튀어나온 몬스터들을 처리하느라 오른 레벨이 전부이리라.
미궁에 있는 동안 일어난 일이라, 못본 게 살짝 아쉽긴 하다.
‘그래서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왔지.’
편안한 휴식과 맛있는 식사도 팽개치고 여기에 온 이유.
물론, 유연화와의 친분도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긴 했으나 가장 중요한 건 강자로부터 능력과 스킬을 복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함이었다.
유천영 정도 되는 거물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히 오는 게 아니었으니까.
바로 그때.
“연화 아가씨. 어디 갔다 오시는 겁니까? 지금 자리를 비우실 때가…… 헉?”
나무라던 힐러 한 명이 갑자기 헛바람을 크게 들이마셨다.
유연화의 뒤로 너무나 익숙한 누군가를 봤기 때문이다.
“가, 강진혁 플레이어다!”
“이번에 S급을 받은!?”
“맞아. 그 사람이야.”
“이곳엔 어쩐 일이지?”
어찌 모를 수 있을까?
현재 한국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플레이어를.
압도적인 마력 수치로 S급 판정을 받은 건 물론, 연무장에서 천유성과 홍덕표를 상대로 보여 준 무용은 쉽게 잊기 힘든 기억이었다.
“아, 아가씨가 저분을 어떻게 알고 계시는 겁니까?”
“진혁 오빠와는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예요. 할아버지 상태를 한번 봐주겠다고 해서 함께 왔고요.”
“예? 상태를 봐준다니…….”
“설마, 강진혁 플레이어님이 치료를 하겠다는 겁니까?”
실내에 있던 모두가 의심 섞인 목소리를 내뱉었다.
믿기 힘든 거겠지.
난데없이 나타나서 그 누구도 고치지 못했던 걸 고치겠다고 했으니까.
아니, 믿기 힘든 걸 떠나서 더 중요한 무언가가 밝혀질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
[빌어먹을. 왜 갑자기 랭커가 튀어나온 거야?] [우리가 연명 치료를 하면서 돈이나 빨아먹고 있다는 걸 눈치 챈 건 아니겠지?] [허세야. 그래, 틀림없어. 치고받고 싸우는 것밖에 못하는 놈이 정맥이랑 동맥을 구분이나 할 수 있겠어?]‘탐식의 눈’이 갖고 있는 능력 중 하나인 ‘마인드 리딩’을 통해 힐러들의 속마음이 들려왔다.
타인의 희망을 갖고 장사하는 놈들이 가장 쓰레기지만.
이놈들은 그중에서도 악질이었다.
유연화가 결코 자신의 할아버지를 포기할 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거리라.
‘역겨운 녀석들.’
자신들의 잇속을 채우려고 타인을 피눈물 나게 한다 이거지?
진혁의 얼굴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아공간 인벤토리가 열렸다.
우우우웅!
쏟아지는 빛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건 유리병 안에 담겨 있는 액체, ‘엘릭서’였다.
허나, 만능의 영약이라 불리는 엘릭서를 봤음에도, 힐러들의 안색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역시나 그걸 꺼낼 줄 알았다는 듯 혀까지 차는 이도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진 대충 알겠는데, 저희도 엘릭서는 몇 번이나 사용해 봤습니다.”
힐러들의 대표격인 허진수가 입을 열었다.
아무렴 유천영을 치료하려는데, 안 해 본 게 있을까?
외과적 수술은 물론, 각종 영약과 약초 등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쏟아 부었다.
“거, 전투 쪽이야 재능이 있으시겠지만, 이쪽 분야는 아예 달라요. 달라.”
“현재 시련의 탑에 있는 그 어떤 재료들로도 이 병을 억제할 수 없습니다.”
“아무렴요. 괜히 어설픈 지식으로 환자의 상태를 더 악화시키지 마십쇼.”
조롱과 비난 섞인 말들이 흘러나왔다.
뭐랄까?
감히 자신들의 성역을 넘보지 말라고 엄포를 놓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엘리트주의와 권위의식에 잔뜩 사로잡힌 아집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제야 시스템이 내건 복사 조건이 이해됐다.
어설픈 지식으로 탑에 관한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행동하는 게 역겨웠겠지.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서.
더욱 처절하게 찍어 눌러주고 싶다.
진혁이 모른 척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음. 설마, 엘릭서를 그대로 사용하신 건가요?”
“그거야 당연히…….”
“하하. 설마, 이쪽 분야에 정통하신 분들이 마력이 폭주하는 환자에 목구멍에 엘릭서를 들이붓진 않았겠죠. 머리통이 텅텅 빈 게 아니라면 설마요.”
“큽.”
“흠! 커흠!”
힐러들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정곡을 찔린 탓이다.
그러나 여기서 화를 내거나 한 마디라도 항변했다간, 상대의 말을 그대로 시인하는 것이었기에 입술을 꽉 깨문 채 분노를 속으로 삼켜야만 했다.
좋아.
이제 좀 순한 양들 같네.
“이분의 증상이 악화된 건, 기존에 수련해 온 심법이 탑에서 나온 마력과 역행했기 때문입니다. 서로 성질이 다른 기가 지병을 악화시킨 것이죠. 다시 말해 상충하는 마력을 희석시킬 수 있는 방법만 안다면, 병세를 회복시킬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 그렇다면 강진혁 플레이어님은 그 방법을 알고 계시다는 겁니까?”
“물론, 알고 있습니다. 여기 있는 훌륭하신 힐러님들과 마찬가지로요.”
“예?”
“에이. 왜 이렇게 겸손을 떠십니까? 이 방법은 환자의 증상이 악화되어 코마에 빠졌을 때만 사용할 수 있다는 거 이미 다 알고 계시면서. 그래서 일부러 지금까지 참고 기다려 왔던 거 아니었나요?”
진혁이 생긋 웃었다.
제3자가 보기엔 눈웃음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겠지만.
마주보고 있는 힐러들 입장에선 당장이라도 지팡이로 가격하고 싶은 그런 미소였다.
‘여기서 모른다고 했다간, 다시는 이 업계에 발을 붙이지 못한다.’
허진수가 어금니를 깨물었다.
전투계열 플레이어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힐러라니.
만약, 그게 소문이라도 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무, 물론 그렇죠. 저희도 그것 때문에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역시! 그럼, 짧은 지식을 갖고 있는 저는 힐러님들의 실력을 한 수 배워 보도록 하죠.”
진혁이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허진수의 표정이 똥 씹은 것처럼 일그러졌다.
“그, 그게…… 방법을 알기는 아는데, 그동안 워낙에 많은 재료들을 소모하는 바람에 다시 모으는 데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적어도 몇 시간은 걸릴 것 같으니, 강진혁 플레이어님이 대신 해 주셨으면 합니다만.”
“흠, 이상하네요.”
“이상하다니, 어떤 게 말씀입니까?”
“재료가 부족하다는 거. 제가 봤을 때 한참 남아 있어야 정상이거든요.”
툭 하고 던진 말.
“……헙!?”
허진수가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셨다.
표정 관리 하나는 빠르다.
하지만, 소용없다.
이미 ‘탐식의 눈’을 통해 녀석의 속마음이 모조리 들려오고 있었으니까.
[어, 어떻게…… 단순히 떠보는 말인가? 아니면 설마, 뒷돈에 대해서 아는 건 아니겠지?]글쎄. 어떻게 알아낸 걸까?
진혁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계좌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 특히 7군데에 분산해 둔 차명 계좌와 비트코인 지갑 주소는 놈이 신이라고 해도 알아낼 수 없어.]“보니까 차명 계좌에, 이야. 이제 보니 비트코인으로도 갖고 계셨네? 다 합해서 수백 억은 해먹으셨으니 당연히 재료를 살 돈도 없으셨겠지.”
“마, 말도…… 안 돼.”
허진수가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쳤다.
결코 알아낼 수 없는 사실이 모조리 들통 났으니 그럴 수밖에.
‘역시 사기적인 능력이야.’
조건이 붙긴 했지만,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힘은 언제 어디서나 압도적인 위력을 발휘했다.
그런데.
[절대…….]이어지는 허진수의 상념에.
[……선 안 돼.]이번엔 진혁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