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91
691화. 최후의 금서 ‘네크로노미콘’ (1)
같은 시각.
시련의 탑 42층에선 대대적인 열병식이 개최되고 있는 중이었다.
쿵! 쿵! 쿵!
엄청난 수의 대군과 온갖 종류의 이집트 신격들이 성지 ‘아부심벨 대신전’ 앞에 집결했다.
목적은 단 하나, 마계를 침공하기 위함이다.
진혁과 인연이 있는 베리엘과 동맹을 맺어 나머지 마족들을 쓸어버리고 마계 전체를 나눠 가지려는 계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이제는 마지막 점검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에서는….
‘왕가의 수호자’라 불리는 정예 중에 정예들도 존재했다.
“좋아.”
오시리스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최강의 무투파.
전원이 이집트의 대영웅들로 구성된 괴물들은 조합이 갖춰지면 마왕,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의 존재도 사냥할 수 있을 만큼 강력했다.
“훌륭하군.”
“고생한 보람이 있었어.”
아누비스와 호루스도 눈가에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닦았다.
그 동안 말 그대로 밤잠도 설치며 구르고 구른 노력이 그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위대한 이집트의 최고 주신, 태양신 ‘라’ 또한 만족스러운 듯 가르릉거리는 소리를 내뱉었다.
때가 되었다.
이제는 마계를 정벌하고 시련의 탑 전체에 이집트의 이름을 알릴 시간이 도래했다.
“자, 자랑스러운 사막의 병사들이여! 이제 마계로 넘어가 우리들이 얼마나 위대하고 강력한지를 똑똑히 보여주거라!”
라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오오오!”
“우와아아아!”
사기가 하늘을 찌른 병사들이 각자의 무기를 높게 치켜들었다.
라가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가장 선두에 서 있는 이들을 가리켰다.
모래빛 갑주로 무장한 선봉대이자 최정예.
“성전의 개시는 왕가를 수호하는… 응?”
그런데.
일장연설을 하던 라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매의 형상을 한 머리가 좌우로 갸웃거렸다.
……없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왕가의 수호자들이 증발해버렸다.
***
[대전자가 소환됩니다!]정원사와 격퇴의 심판관 앞에 다수의 병력이 나타났다.
“뭐, 뭐야 이것들은?”
왕가의 수호자들을 본 정원사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난데없이 이집트의 세력이 나타났으니 당연히 당혹스러울 수밖에.
아니, 거기까지만 이었으면 이토록 어이가 없진 않았을 것이다.
진짜 문제는….
‘미궁의 가디언에게 최적화된 스팩들로만 이뤄져 있어.’
마치 격퇴의 심판관을 쓰러뜨리기 위해 튀어나왔다는 듯이 말이다.
아누비스의 심판이 도전자를 박살내는 것에 특화되었다는 걸 모르고 있기에 혼란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좋아. 나쁘지 않네.”
진혁이 왕가의 수호자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척! 척! 척!
총 24명의 수호자들이 자로 잰 듯 진혁의 명을 따랐다.
각종 동물들을 본 떠 만든 투구와 황금빛 무구들에선 이집트 주신들이 심혈을 기울여 새겨넣은 마력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개개인의 스팩과 수많은 전투 경험. 그리고 합을 이루어 강자를 사냥하는 방식까지.
모든 게 잘 제련된 보석과 같았다.
짜릿하다.
남이 애써 만들어놓은 결정을 쏙 빼서 쓴다는 게.
이 맛에 능력들을 사용하는 걸 포기하지 못하나보다.
그러한 감정과 함께 저 멀리 42층에서 누군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게 들려오는 것 같았다.
아니.
[아누비스로부터 자신의 능력과 친위대를 끌고 간 이유가 뭐냐며 묻습니다!]실제로 항의가 오긴 했다.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
[호루스와 오시리스 세트 역시 지금 당장….] [라가 유사 한 가운데 집어넣기 전에….]진혁이 연거푸 나타나는 붉은 상태창을 시큰둥하게 바라봤다.
양심에 난 융털이 미미하게 떨리는가 싶었지만 아주 잠시뿐이었다.
[대화를 차단합니다.]하여간 스팸 문자가 문제라니까.
중요한 결전을 앞두고 방해하는 게 눈치까지 밥 말아 먹었네 쯧.
“어디까지 했더라?”
상태창을 전부 차단한 진혁이 다시 한 번 정원사에게 물었다.
“아, 맞다. 한창 멋지게 내 대전자들을 등장시킬 타이밍이었지.”
‘태양의 성역’의 비호를 받는 왕가의 수호자들.
이들이 격퇴의 심판관을 쓰러뜨릴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지 못한다.
다만.
저 강력한 가디언의 발을 묶는데 이보다 완벽한 장기말은 없을 것이다.
진혁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잠…!”
정원사가 채 대응하기도 전에 파라오의 병사들이 자리를 박차고 앞으로 달려나갔다.
각기 다른 방향으로 포위한 왕가의 수호자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진형을 갖췄다.
“크오오오!”
격퇴의 심판관의 손에 쥐어진 대검이 요란한 비명을 토해냈다.
동시에 검이 횡으로 그어졌다.
쩌저저저적…!
대기가 찢어지며 바람이 눈앞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향해 뿜어졌다.
허공에 선명한 궤적을 남기고 나서야 충격파가 이어졌다.
콰콰콰콰콰쾅!
한 번에 셋.
가장 앞쪽에 있던 왕가의 수호자들이 그대로 토막이나버렸다.
쿠웅!
후면에서 다가오는 적들 쪽엔 집채만한 방패가 자리잡았다.
거북이 등껍질 모양의 파장이 일어나며 한 쪽 면이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카카카카캉!
당연히 기습을 하려던 수호대의 움직임은 무위로 돌아갔다.
귀중한 한 턴을 소모해버린 꼴이다.
콰앙! 콰콰콰콰쾅!
곧바로 공방전이 이어졌다.
처음과 달리 이번에는 심판관의 대검이 수호대에게 닿지 않았다.
사거리와 위력을 간파한 이상 쉽게 당해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합 한합.
최강의 방패와 최강의 창이 서로를 위협했다.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매서운 일격이 오고갔지만, 유효타는 없었다.
한 쪽이 공격을 하면 다른 한 쪽이 회피하거나 흘리는 식의 패턴이 반복되었다.
이번에는 공격을 피한 수호대가 반격을 가할 차례.
당연히도 격퇴의 심판관은 계속해서 사용했던 마력 파장을 끌어올린 채 역공을 가할 틈을 엿봤다.
그런데 실드가 완전히 펼쳐진 바로 그때.
[‘레인보우 브릿지’가 발동됩니다!] [‘만다라’와 ‘데이 라이트’가 발동됩니다!]콰아아앙!
한 줄기 녹색 섬광이 심판관의 파장을 두드렸다.
실금이 간 파장의 표면.
수호자들이 귀신같이 그 허점을 파고들었다.
심판관의 반격에 또 다시 둘이 당했으나, 아까와는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다.
푹! 푸욱!
창과 칼이 하나의 합을 이뤄 갑옷 사이를 꿰뚫는데 성공한 것이다.
붉은 피가 뿜어져나왔다.
움찔하고.
심판관의 균형이 미세하게 무너졌다.
[성스러운 사막의 빛으로 인해 상처의 치유 효과가 반감됩니다.]분명 심판관의 입장에선 모기에 물리는 것에 불과한 상처일 거다. 신체적인 타격이나 마력의 손상도 전무하다고 보는 게 좋으리라.
허나, 미물들에게 일격을 당했다는 정신적인 타격만은 쉽사리 회복하기 힘들었다.
“크으…크롸롸롸라라라!”
심판관의 입이 기괴하게 찢어졌다.
노도와 같은 살기가 미궁 전체에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지, 진정해라. 그깟 상처에 여… 연연하지 말고 하나씩 처리하란 말이다!”
애가 타는 건 정원사 쪽이었다.
전세는 여전히 자신들 쪽이 압도적으로 유리했으나 이 싸움은 단순히 누가 이기고 지느냐의 싸움이 아니다.
네크로노미콘을 지키는 것.
그게 달성되어야만 비로소 상대를 전멸시키는 의미가 생기는 것이다.
실제로 전투가 본격화됨에 따라 진혁이 슬금슬금 자리에서 이탈하려고 하고 있었다.
나머지 멤버들에게 뒤를 맡기고 가장 중요한 목적을 이룰 생각이다.
“저, 저놈 잡아라!”
왕가의 수호자들 따위야 알 바 아니다.
진혁만 죽이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
다행히도 모든 적들을 죽여야 한다는 점은 심판관 역시 동감한 상태였다.
[‘격퇴의 심판관’이 고유능력 ‘폭풍의 검’을 소환합니다!]콰콰콰콰콰콰콰!
검을 중심으로 검은 회오리가 요동쳤다.
무시무시한 위력의 광역 스킬.
공명하는 바람 소리만으로도 전신이 덜덜 떨려왔다.
얼마나 강력한 일격이 펼쳐질지 감도 오지 않는다.
말 그대로 미궁의 적들을 전멸시키기에 걸맞는 스킬이 완성되었다.
“히, 히이익! 아니, 그. 그걸 여기서 사, 사용하면 어쩌자는… 말이냐! 하, 한 명만 죽일 정도로만 하라고. 하, 한 명만!”
정원사가 허둥지둥 거리를 벌리려 했다.
피아를 식별하지 않는, 정원의 일부마저 소실될 수 있는 힘이 모아지고 있었기 때문.
그리고 그 순간.
거대한 소용돌이들이 수백 미터가량 범위를 넓히며 주위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집어삼켰다.
뒤이어 보라색 번개들이 소용돌이가 휩쓴 곳 위로 미친 듯이 떨어졌다.
***
후두둑….
식물들과 넝쿨들이 모조리 흙범벅이 되어버렸다.
눈앞에 보이는 미궁의 초입 부분은 더 이상 정원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완전히 폐허가 되어버렸다.
매캐한 먼지와 분진이 폐부를 긁어댔다.
“이, 이 멍청한 놈 가, 같으니라고. 저, 정말 나까지 주, 죽을 뻔 했네. 미, 미궁주의 특수 능력이 아니었다면 뼈도 모, 못 추렸겠어.”
정원사가 폐허 속에서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그래도 툴툴 대는 것과 달리 입 꼬리에 진한 미소가 걸려 있는 상태였다.
미궁주인 자신마저 목숨에 위협을 느낄 정도의 한 방이다.
당연히 훨씬 더 가까운 거리에서 휘말린 놈들이라면 어떤 꼴이 됐을지는 안 봐도 뻔했다.
흔적도 없이 사라졌거나.
운이 좋아야 육편 몇 조각 정도가 남아있는 게 고작이리라.
분명 그래야 할 진데.
치이이익!
피어오르는 연기 사이에서 익숙하고도 기분 나쁜 마력이 느껴졌다.
틀림없는 강진혁의 마력이다.
“……!?”
정원사의 동공에 지진이 일어났다.
왕가의 수호자들이 피라미드 진형을 갖춘 채 숯덩이로 변해 있는 광경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생존자는 없다.
작은 바람에도 전신이 부서져 내리는 이들을 보고 ‘살아 있다’라고 가정하는 경우는 없었으니까.
대신 전원이 그 목숨을 다함으로써 단 한 명의 파라오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위대한 사막의 투지가 마지막 의무를 이행했습니다.]“고마워.”
작게 속삭인 진혁이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탓… 탓… 콰아앙!
그리고 ‘천마군림보’를 사용해 엄청난 속도로 네크로노미콘과의 거리를 좁혀나갔다.
고작해야 몇 분.
방해 받지 않는다면 그 안에 네크로노미콘을 확보하는데 성공할 것이다.
“바, 발세테르!”
정원사가 마지막 남은 미궁 설계자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균형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은 지금. 발세테르가 진혁의 발을 묶기만 한다면 아직까지 반전을 꿰할 가능성은 남아 있었다.
“예?”
“다, 당장 네가 설치해둔 함정을 저, 전부 발동시켜라! 지금 당장!”
거의 동시라고 해도 좋을 찰나.
“발냄새!”
진혁 역시 같은 대상을 향해 고함을 쳤다.
살벌한 눈빛으로 경고를 보낸 건 덤이었다.
여기서 움직이면 정말로 지옥이 뭔지 보여주겠다고 말하면서.
“빌…어먹을.”
발세테르의 표정이 흙빛으로 변했다.
일생일대의 기로에 선 미궁 설계자.
단언컨대 자신의 삶 중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 찾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