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Max-Level Newbie RAW novel - Chapter 692
692화. 최후의 금서 ‘네크로노미콘’ (2)
흔히 인생에서는 삶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3번의 기회가 온다고 한다.
재물운이나 건강 혹은 명예운이나 권력운 등등. 다양한 종류로부터.
그리고.
발세테르는 이번이 자신의 삶이 어떻게 될지 결정되는 가장 중요한 기회임을 직감했다.
꿀꺽.
목을 따라 찐득하게 넘어가는 마른 침.
금단증상이라도 있는 것마냥 손가락이 연신 달싹였다.
1분 1초가 영원처럼 느껴졌기에 당연히 어느 쪽도 쉽게 결정하지 못 했다.
“이, 이, 멍청한! 지금 누구를 더 두려워 하는 것이냐!”
그러자 정원사가 발세테르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당장이라도 한 줌의 피로 만들어버리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지만, 지금 당장은 진혁을 따라잡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만 했다.
결국 할 수 있는 건 협박 뿐.
태고의 존재들을 거역한 이들이 어떤 최후를 맞이하게 되는지를 상기시켜야만 한다.
그런데.
발세테르가 애써 시선을 피했다.
이미 결심을 굳힌 듯. 완전히 진혁을 향해 돌아서 있었다.
이걸로 어느 쪽이 더 공포스러운 대상인지가 결정되었다.
“크, 큭!”
정원사가 가위를 움켜쥐었다.
진혁을 제외한 나머지 적들은 방금 전 격퇴의 심판관에 의해 제거되었을 터. 그렇다면 남은 위협은 단 하나였다.
[미궁주의 권능 ‘음울한 진흙더미’가 발동됩니다!]정원사의 몸이 사라졌다.
꿀렁이는 진흙과 함께 다시 나타난 곳은 진혁의 바로 앞이였다.
“그래. 너무 쉽게 가는 것도 재미없지.”
진혁이 아공간에서 퍼스트 블레이드를 꺼내들었다.
“하, 한낱 이, 인간 따위가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저, 저 책은!”
정원사의 가위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다.
보라색 물결이 범람하며 가위를 완전히 뒤덮었다.
아무리 미궁주가 전투 능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50층의 정원을 가꾸는 역할을 맡은 몸. 확실히 그 이름값에 걸맞는 최소한의 힘은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콰아아앙!
진혁은 그 공격을 정면에서 받아쳤다.
단검이 교차하며 거대한 가위를 그대로 막았다.
보라색 스파크가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쩌저적…!
진혁의 등 뒤로 공간이 갈라지며 거대한 외눈이 나타났다.
[고유능력 ‘원 아이 문’이 개방됩니다!]그로스의 섬멸 능력.
대상을 그대로 증발시켜버리는 빛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응집되어 나갔다.
“그, 그로스 님의 능력…?”
정원사의 눈이 화등잔 만하게 커졌다.
사실상 ‘원 아이 문’의 유일한 약점이라 할 수 있는 건 능력이 발동되기 전까지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그러나 낯선 인간이 자신이 모시는 위대한 신격의 능력을 사용한다는 사실에 그 소중한 몇 초를 그대로 허비하고 말았다.
그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우우우웅!
눈알에 맺힌 빛이 완전한 구체를 이뤘다.
이제는 피할 수 없다.
“히, 히이익!”
정원사가 기함하며 뒤쪽을 애타게 바라봤다.
그곳엔 격퇴의 심판관이 두 번째 일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원래라면 저 공격이 완성될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게 목적이었지만, 그 기회를 사용해야만 하는 상황이 도래했다.
쿠쿠쿠쿠쿠쿠!
‘폭풍의 검’이 다시 한 번 빛을 뿜어냈다.
이번에는 광역기가 아닌 일점으로 날아오는 그로스의 광선을 비틀기 위해서.
……지이잉!
고막을 찌르는 기괴한 공명음이 온 몸의 세포를 자극했다.
빛과 폭풍이 한 점에서 충돌했다.
순간, 엄청난 충격이 대기를 강타했다.
콰콰콰콰콰콰콰쾅!
충격파가 연이어 일어났다.
그것도 잠시.
두 개의 공격이 서로의 궤도를 틀어버리면서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갔다.
가까스로 피하는 덴 성공했지만, 문제는 다른 쪽에 있던 정원들이었다.
번쩍하고.
눈부신 빛이 점멸함과 동시에 시야에 보이던 정원이 사라졌다.
***
좋아.
진혁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네크로노미콘을 손에 넣는 게 첫 번째 목적이었다면, 정원사의 능력을 복사하는 건 두 번째 목적이었다.
정원이 아예 아작이 나버렸으니 시스템이 요구했던 조건이 달성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리라.
그 말을 증명하는 것처럼.
띠링!
[복사 조건을 달성했습니다!]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알림음이 울려 퍼졌다.
[정원사의 정신적 데미지가 최대치에 이르렀기에, 정원사가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과 스킬 중 하나를 선택해 복사할 수 있게 됩니다.]진혁이 터져나오는 환호성을 애써 삼켰다.
그야말로 최고의 결과가 나왔다.
어떤 능력을 복사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는 게 정상이었지만, 그 짜릿한 순간은 조금 뒤로 미뤄야만 한다.
콰앙!
폭발로 생긴 공백의 틈을 타고 진혁이 마지막 박차를 가했다.
빠르게 바뀌는 시야.
30m 앞에 이 세상이 아닌 것 같은 풍경이 보였다.
부유석들이 떠오르는 기괴한 제단과 그 위에 놓인 두꺼운 책.
촤르르르…!
사복검이 길게 늘어나며 공중에 있는 부유석들을 베었다.
퍼퍼퍼퍽!
돌덩이들이 박살나며 네크로노미콘과의 일직선이 확보되어 나갔다.
바로 그때.
쿠쿠쿠쿠쿠!
격퇴의 심판관이 움직였다.
[미궁의 가디언이 고유성창 ‘철혈의 검과 방패’를 발동합니다!]마력 파장으로 이루어진 방패와 폭풍으로 만들어진 검이 합쳐졌다.
파츠츠!
파치칙…!
폭풍이 태풍이되어 수천 개의 벼락과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 하나하나의 벼락과 소용돌이에 마력 파장이 덧씌워지면서 공과 수의 조화를 이루었다.
……온다.
진혁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 마지막만 넘기면…!
[황도십이궁(黃道十二宮) ‘사수자리’가 깨어납니다!]밤하늘 너머로 수많은 별들이 점멸했다.
[만상공유 – ‘개벽의 계시록’이 발동됩니다!] [고유성창 ‘페이즈 2’가 발동됩니다!]별빛으로 만들어진 화살과 수많은 꼬챙이들이 날아오는 벼락과 소용돌이에 맞섰다.
콰콰콰콰콰쾅!
콰아아앙!
하나의 공간을 두고 무수히 많은 빛들이 충돌했다.
흔들리는 지축.
서 있는 모든 곳이 위험했다. 잠시라도 멈추면 형체를 알 수 없게 갈가리 찢겨 나갈 것이다.
“머, 멈춰어어!”
정원사도 수많은 식물들과 곤충을 동원해 진혁을 붙잡으려 했다.
진혁이 방향을 틀며 움직였다.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면서도 치명상은 피해내는 솜씨는 가히 경지에 올라 있었다.
“치…칫!”
정원사가 혀를 찼다.
하지만 괜찮다.
아무리 재빠른 놈이라고 하더라도….
……마지막에 어디로 향할지 알고 있다면 최후의 한 방을 먹일 기회는 남아 있었으니까.
정원사가 정신공유를 통해 격퇴의 심판관에게 마지막 계획을 전달했다.
적당히 고삐를 쥐고 상대를 몰면서. 놈이 안심할 수 있도록.
아직이다.
아직.
진혁이 어느새 제단이 있는 곳 바로 근처까지 도달했다.
거의 다 됐다. 거의 다.
이제 한 걸음.
진혁이 제단의 계단에 발을 디딘 순간.
“지, 지금이다!”
“크오오오!”
정원사와 격퇴의 심판관이 모든 힘을 한 곳에 쏟아부었다.
카가가가각!
무수히 많은 소용돌이들이 합쳐지며 하나의 거대한 소용돌이가 만들어졌다. 태풍이 칼날이 되어 제단을 강타했다.
마력으로 만들어진 보라색 칼날들이 사정없이 몰아쳤다.
카카카카카칵!
“돼, 됐다!”
완벽하게 휘말린 진혁을 보던 정원사가 쾌재를 불렀다.
완벽한 함정이었다.
타이밍과 위력 역시 더할 나위 없었고.
문제는….
[‘1초 무적’이 발동됩니다!]칼바람에 휘말리는 즉시 모든 것에 면역을 가진 1초의 시간이 주어졌다.
그리고 그 황금같은 1초는 이 싸움의 끝을 고하게 만들었다.
“뻔히 보인다니까. 그런 수법은.”
진혁의 손 끝이 오래된 금서에 닿았다.
[최후의 금서 ‘네크로노미콘’을 획득하셨습니다!] [놀랄만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우우웅!
지금까지 수많은 성유물들과 아이템들을 습득했었지만, 단언컨대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형언할 수 없는 빛무리가 진혁의 주위를 완전히 감싸며 몰아치는 칼날폭풍을 날려버렸다.
미친 듯이 몰아치던 바람은 언제 그랬냐는 듯 한순간에 사라져버렸다.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네.’
진혁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최강의 가디언 중 하나가 펼친 고유성창을 너무나 가볍게 방어해버린 능력은 다시 한 번 봐도 놀라웠다.
이번엔 아까 전에 고르지 못한 능력을 선택할 시간이다.
[고유성창 ‘미궁 변화’를 복사하셨습니다.]입수난이도: 미궁주 한정
내용: 시련의 탑에서 미궁을 관리할 수 있는 건 그 미궁의 주인인 미궁주 뿐. 하지만, 이 능력을 사용한다면 미궁주와 동등한 권능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됩니다. 숙련도에 따라 미궁의 사소한 구성물부터 전체적인 구조물을 재배치하는 것까지. 그야말로 모든 것을 관장할 수 있습니다.
조건이 충족되면서 새로운 능력을 손에 넣었다.
‘미궁변화라….’
진혁의 입가가 씰룩였다.
앞으로 에덴과의 대전쟁을 앞두고 꽤나 쓸 만한 카드가 확보된 셈이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수 없지.
상대의 능력을 복사하는 게 최상위 고유능력이라면….
……복사된 능력을 융합해 상위 버전의 능력을 창조하는 것은 사기적이라 할 수 있다.
진혁이 저장된 서고로부터 2개의 능력을 추가로 뽑았다.
[고유성창 ‘미궁 변화’와 고유성창 ‘백야’, 고유성창 ‘파이널 제네시스’가 융합합니다!]새로운 심상세계를 창조해낼 수 있는 능력들. 거기에 정원사로부터 복사한 미궁 변화가 합쳐졌다.
세 개의 능력이 하나로 뭉치면서 눈부신 빛이 하늘까지 닿았다.
[융합에 성공했습니다!] [고유성창 ‘미궁 창조’]입수난이도: 측정불가
내용: 미궁과 유적 등 최상위 거점을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으며, 다른 층계에 있던 구조물과 생물체까지 창조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엄청나게 까다로운 숙련도가 요구되며 미궁에 있는 것들을 창조하기 위해선 대량의 코인과 마정석이 요구됩니다.
[융합된 능력은 ‘세계의 기억’에 저장됩니다.]그래.
이 정도는 되어야 가히 ‘규격 외’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 것이다.
***
“제, 젠장….”
정원사가 진혁의 손에 쥐어진 네크로노미콘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어떻게든 막고자 했던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자 머릿속이 온통 혼란으로 뒤섞였다.
그래도 아직까지 게임이 완전히 끝나진 않았다.
이 안은 여전히 자신이 관리하는 정원.
모든 구조물과 생명체들이 미궁주의 명에 복종한다.
금서를 되찾고 땅에 떨어진 명예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정원사가 고유성창 ‘미궁변화’를 발동합니다!]복잡한 미로 속에 가둬놓고 영원히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면 된다.
네크로노미콘을 확보해도 그걸 해석할 수 있는 건 완전히 다른 영역이었으니까.
“히, 히히히…. 기, 길어 봤자 한 100년 쯤 되면 다 죽… 죽겠지.”
그게 아니더라도 격퇴의 심판관이 마력을 회복하면 당장이라도 회수할 수 있을 터.
어차피 모두 시간 문제일 뿐이다.
그런데.
변해가는 미궁 속에서도 진혁의 얼굴엔 여전히 여유가 넘쳐보였다.
“고, 공포에 저, 정신이라도 나간 거냐?”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 그럼 어째서 그리 자신만만 한 거지?”
“그거야… 이 정도 미궁으로는 날 가둘 수 없을 테니까.”
“크, 키키킥! 허, 허세도 정도껏 부려라. 그, 그래. 네가 전투 능력이 인간을 아, 아득히 뛰어넘는 건 알겠다. 하, 하지만 이건 다른 영역이야.”
못 믿겠다면야 실제로 보여주는 수밖에.
진혁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고유성창 ‘미궁창조’가 발동됩니다!]그러자.
쿠쿠쿠쿠… 콰콰콰쾅!
식물들이 자라나고 넝쿨들이 어지럽게 얽히고설켰다. 기존에 없던 벽들이 생겨나며 미궁의 변화와 미궁의 창조가 한 공간에 뒤섞였다.
“이, 이건 마, 말도 안 돼.”
정원사가 멍하니 바뀌어가는 정원을 바라봤다.